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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33화 (631/1,050)

633화

사장이 명령어를 치자 화면에 친구 목록 창이 떠올랐다.

“이제 채팅 치면 친구 목록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체 채팅 될 거야.”

사장의 말에 강진은 잠시 생각 을 하다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대강아빠: 안녕하세요. 저는

대강아빠 씨의 지인입니다. 이런 소식을 갑자기 알려 드려서 죄송 합니다. 대강아빠 씨는 몇 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강진의 채팅에 잠시 멈춰 있던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 했다. 대부분 ‘삼가 고인의 명복 을 빕니다.’라는 채팅들이었다.

그리고 몇은 대강 아빠가 묻힌 곳이나 언제 죽었는지를 물었다.

그에 강진이 자신이 아는 것을

적어주자 귓속말이 들어왔다.

“귓말 들어왔다.”

그에 강진이 보니 아까 본 강철 신검이라는 유저가 귓속말을 보 낸 것이었다.

〈강철신검: 게임에 접속하신 건 게임을 하려는 것입니까?〉

강철신검의 채팅에 사장이 귓속 말 답장을 할 수 있도록 채팅창

설정을 바꿔 주었다.

“이제 쓰면 돼.”

사장의 말에 강진이 채팅을 쳤 다.

〈대강아빠: 게임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아이디 이름대로 캐릭터 주인께는 아들이 있습니 다. 그래서 이 캐릭터 장비들을 현금화해서 학비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강철신검: 그렇군요. 그럼 아

이템은 파셨습니까?〉

〈대강아빠: 제가 게임은 잘 몰 라서요. 지금 아는 형님 피시방 에서 아이템 정리를 하고 있습니 다.〉

〈강철신검: 아직 파신 것은 아 니 군요.〉

〈대강아빠: 네.〉

〈강철신검: 게임 속에서 대강아 빠 님이 길마였고 제가 부길마였 습니다. 게임 속에서만 보고 현 실에서는 만나지 않았지만……

저는 대강아빠 님을 무척 좋아하 고 따랐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길드원들 모두 형님을 아직도 기 억하고 있습니다.〉

강철신검의 채팅에 강진이 잠시 그것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대강아빠: 갑자기 고인께서 게 임 속에 보이지 않아서 강철신검 님과 길드원들이 무척 서운했을 것입니다. 형수님이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 형님의 부고를 늦게

전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강진이 본 열혈성주를 하던 아 저씨들에게 이곳은 또 하나의 현 실이었다.

그런 현실에서 몇 년 동안 같이 사냥하고 웃으며 즐기던 길마가 사라졌으니 길드원들이 무척 실 망하고 서운했을 것이었다.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 생각을 한다면,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같이 놀던 동네 형이 갑자기 사 라진 것이니 말이다. 사람 마음 이라는 것은 게임이나 현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실과 게임이 다른 건, 얼굴을 실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뿐이었 다.

〈강철신검: 사람들은 게임 속 인연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지 만…… 저희에게는 이곳이 또 하 나의 현실입니다. 같이 사냥해서 좋은 아이템 나오면 같이 웃고

게임 속에서 회식도 하고요. 그 래서 형님이 사라졌을 때 많이 서운했었습니다. 하지만…… 형 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저희 가 오해를 한 것이고 미안한 일 입니다.〉

〈강철신검: 혹시…… 내일 이 시간에 형수님과 함께 접속해 주 실 수 있을까요?〉

〈대강아빠: 형수님하고요?〉

〈강철신검: 지금이라도 조문을 하고 조의를 하고 싶어서 그렇습 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철신검의 채팅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적었다.

〈대강아빠: 일단 형수님에게 여 쭤보겠습니다.〉

〈강철신검: 그리고 형님 장비는 아직 팔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 다.〉

〈대강아빠: 그것은 왜 그러십니 까?〉

〈강철신검: 형님이 사용하던 장 비…… 저희가 구매하겠습니다.〉

〈대강아빠: 이 아이템들 가격이 비싸다고 하던데요.〉

〈강철신검: 싸게 사지 않고 시 세에 맞게 구매를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내일 접속하시 면 그때 저희가 구매를 하겠습니 다.〉

〈대강아빠: 그러시다면야…… 알겠습니다.〉

〈강철신검: 그리고 지금 있는

위치가 어디십니까?〉

〈대강아빠: 저는 서울 ***

*** 피시방입니다.〉

잠시간 말이 없던 강철신검이 뒤늦게 채팅을 쳤다.

〈강철신검: 그곳…… 위치 말고 요. 지금 게임 속 캐릭터가 있는 위치요.〉

강철신검의 채팅에 강진은 “아.”하고는 사장을 보았다. 그 시선에 사장이 말했다.

“오린 마을 중앙 분수대 옆 창 고라고 해.”

강진이 그대로 채팅을 치자, 잠 시 후 대강아빠 캐릭터 옆에 번 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사가 다가 왔다.

그러고는 캐릭터 앞에 멈춰 서 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강철신검: 길드 마스터를 뵙습

니다.〉

뭔가 아주 낯간지러운 자세와 대사를 하는 강철신검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릴 때, 사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멋있네.”

사장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 로 그를 보았다.

“이게 멋있어요?”

“게임 모르는 놈은 모르지. 원 래 길마가 이런 맛으로 하는 거 야.”

사장은 게임 화면을 보며 말을 이었다.

“현실에서는 왕이 될 수 없지 만, 여기에서는 왕이 될 수 있고 기사가 될 수 있고…… 이 안에 선 되지 못하는 것이 없거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사장 을 보던 강진이 화면을 보았다. 잠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강 철신검이 몸을 일으켰다.

〈강철신검: 그럼 내일 이 시간

에 뵙겠습니다.〉

스륵!

강철신검 캐릭터가 사라지는 것 을 보던 강진은 입맛을 다시고는 잠시 있다가 사장을 보았다.

“일단 아이템 거래는 정지해 둬 야겠는데요.”

강진의 말에 사장이 고개를 끄

덕이다가 착잡한 얼굴로 게임 화 면을 보았다.

“강철신검이 이 사람 길드였구 나.”

“유명해요?”

“유트브에서는 유명하지.”

잠시 생각을 하던 사장이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산다고 했으면 사겠 다.”

“그래요?”

“내가 그 사람 유트브 자주 보 는데 그 사람 이런 거로 거짓말 하는 사람 아니야.”

사장은 고개를 돌려 강진을 보 았다.

“그럼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올 거야?”

“일단 사모님께 여쭤보고요.”

“그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사장이 몸을 일 으키며 말했다.

“온 김에 게임이나 하고 가라.”

“알겠어요. 아!”

강진은 들고 온 쇼핑백을 내밀 었다.

“이거 반찬 좀 해 왔어요.”

“ 반찬?”

무슨 반찬이냐는 듯 보는 사장 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저 지금 식당 해요.”

“식당? 식당에서 일한다는 거 야? 아니면 식당을 경영한다는

거야.”

사장이 의아한 듯 보는 것에 강 진이 작게 웃었다.

“작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야…… 강진이가 식당 사장 이 됐어? 그래, 어디에서 하는 데? 내가 한 번 팔아주러 가야 지.”

“강남 논현이에요.”

“논현? 거기 월세가 엄청날 텐 데?”

걱정스럽다는 듯 말하는 사장을 보고 강진은 웃으며 말했다.

“친척이 하던 곳이에요.”

“친척? 너한테 친척이 있었어?”

사장의 말에 강진이 쓰게 웃었 다.

“있더라고요.”

사장은 강진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산다고 하늘에서 복을 줬나 보다. 하긴, 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은 당연히 복을 받아야 지. 그래야 개천에 사는 사람들 이 희망을 가지고 살지.”

웃으며 강진을 보던 사장이 말 했다.

“명함이나 하나 줘. 명함 있 지?”

사장의 말에 강진이 명함을 꺼 내 내밀었다.

“여기요.”

“그래. 장사 열심히 해.”

말을 하며 사장은 강진을 걱정 스러운 눈으로 잠시 쳐다보았다.

요즘 자영업자는 힘이 든다. 그 래서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하지 만 이런 걱정은 장사 시작하기 전에 해 줘야지, 시작하고 난 후 에는 어차피 뒷북일 뿐이었다.

“그리고 음식 잘 먹을게.”

사장이 쇼핑백을 들어 보이고는 카운터로 가자 강진은 자리에 앉 으며 힐끗 귀신들을 보았다. 귀 신들은 초롱초롱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 는 옆자리를 가리키다가 입맛을 다셨다. 자리는 하나인데 귀신은 넷이니 말이다.

“왜 여기에 계시는 겁니까?”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놀란 눈 으로 서로를 보았다.

“와! 진짜 우리한테 말을 거는 거야?”

“저승식당 사장이라잖아.”

“정말 귀신한테 밥을 해 줍니 까?”

“세상에 이런 일이.”

네 귀신이 제각기 말을 쏟아내 자 강진이 재차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저승식당 사장 맞고요. 여러분 한테 말을 한 것도 맞고요. 저승 식당 사장이니 귀신한테 밥을 해 주는 것도 맞습니다. 그리고

강진은 “세상에 이런 일이.”라 고 말을 한 귀신을 보았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일이기

는 하죠.”

한 번에 네 귀신의 말에 대한 답을 해 준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제 질문. 왜 여기에 계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은 서로를 보았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강 진이 말을 했다.

“귀신도 상도라는 것이 있어서 몰려다니지 않습니다. 이런 영업 장에 여럿 몰려 있으면 영업 방 해되는 건 아시죠?”

강진의 말에 네 귀신 중 눈빛이 좀 날카로운 귀신이 말했다.

“그게…… 여기에 오면 마음이 편해서 여기 있습니다.”

“마음이 편해요?”

“집에도 있어 봤고, 여기저기 돌아도 다녀 봤는데…… 여기가 가장 마음이 편하더군요.”

귀신의 말에 옆에 있던 좀 순둥 해 보이는 귀신이 말했다.

“그리고 가족 근처에 있으면 몸 에 안 좋다고 해서 집에도 오래

못 있겠고요.”

“가족들 몸에 안 좋을까 싶어서 여기에 있다는 겁니까?”

“네.”

“그럼 여기 사람들은요?”

강진의 말에 다른 귀신들이 우 물쭈물할 때, 눈매가 날카로운 귀신이 말했다.

“그 어떤 귀신이 그러는데 사람 들이 몰려 있는 곳은 저희들이 좀 있어도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들이 몰 려 있으면 양기가 강해서 귀신 한둘의 음기 정도는 묻히니 말이 다. 하지만…….

“그것도 귀신이 한둘일 때죠. 이렇게 네 분이나 뭉쳐 다니면 이 정도 사람들로도 귀신의 기운 이 가려지지 않아요.”

강진은 귀신들의 면면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전에 여기 손님 한 분 도 여러분 중 한 명, 혹은 여러 분을 본 것 아니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난감한 듯 서로를 보았다. 하지만 눈매 가 날카로운 귀신은 그 눈매처럼 성격도 있는 듯 눈을 찡그렸다.

“에이! 우리한테 밥 주는 사람 이라고 예의 좀 지킬까 했는 데……

그는 강진을 노려보며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우리 보고 어쩌라고?”

“네?”

다분히 시비조인 말투에 강진이

되묻자, 귀신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젊은 나이에 죽 고, 거기에 귀신까지 돼 열불 나 죽겠는데 이게 울고 싶은 사람 뺨을 후려치네.”

강진이 가만히 보자 귀신은 목 소리를 높였다.

“우리라고 어디 여기 있고 싶어 서 여기 있겠어? 여기라도 있어 야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니 여기 죽치고 있는 것 아니야. 아니면 우리가 왜 여기에 있어. 이왕 귀 신이 된 거 여탕이라도 가서 구

경하든, 클럽 가서 이쁜 여자들 이나 구경을 하지. 우리라고 여 기에 있고 싶어서 있는 줄 아 나.”

귀신의 신경질적인 말에 순둥한 얼굴의 귀신이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창진이가 말이 좀 거칠기는 한데 나쁜 놈은 아닙니 다.”

“내가 뭐.”

창진의 말에 순둥한 얼굴의 귀 신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하지만 창진이 말대로입니다. 저희라도 여기에 있고 싶어서 있 는 게 아닙니다. 그냥 다른 곳보 다 여기에 모여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저 희라도 여기에서 아저씨들 게임 하는 거 구경만 하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그의 말에 강진은 의아한 듯 그 들을 보았다.

“여러분들은 지박령도 아닌데 왜 여기가 마음이 편합니까?”

“그걸 우리가 알면 여기에 이러

고 있겠어?”

창진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못마 땅하게 쳐다보자 순둥한 귀신이 그를 한 번 툭 치고는 강진을 보 았다.

“저는 오두윤이고 여기 싸가지 없는 놈이 이창진, 그리고 여기 덩치 큰 녀석이 장근소, 여기는 강소태입니다.”

일단 자신들을 소개한 오두윤이 말을 이었다.

“창진이 말대로 저희도 여기가

왜 편한지 모르겠습니다.”

“전혀 모르겠어요?”

“모르겠습니다.”

오두윤의 답에 강진이 눈을 찡 그리며 그들을 보았다.

‘이유도 모르고 여기가 편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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