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635화 (633/1,050)

635 화

피시방을 나온 강진은 1층으로 내려가며 말했다.

“지금 저기 매출 떨어진 것에는 네 분의 책임도 있는것 아시 죠?”

“그건…… 죄송하게 생각합니 다.”

오두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자기 잘못은 알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그런데 정말 열혈성주와 관련 되어서 승천을 못 하는 건가?’

아무래도 이 넷이 여기에 머무 는 것은 열혈성주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열혈성주 손님들이 많은 피시방 에서 머물 이유가 없으니 말이 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은 고개 를 젓고는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차에 도착한 강진은 조수석과 뒷좌석 문을 열다가 문득 귀신들

을 보았다. 귀신들의 수가 많아 서 다 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강진이 자신들을 보자 오두윤이 급히 말했다.

“저희는 트렁크 타고 가면 됩니 다.”

“트렁크요?”

말하기가 무섭게 오두윤과 장근 소가 트렁크 위에 올라탔고, 이 창진과 강소태는 그들을 잡고는 차 지붕 위로 올라갔다.

“우리는 이렇게 가면 됩니다.”

“익숙하게 타시네요?”

“가끔 집에 가 보고 싶으면 지 나가던 차 이렇게 올라타서 가고 는 합니다.”

오두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귀신들이 자리를 잡 았다.

트렁크와 차 지붕에 각각 자리 를 잡는 귀신들을 보던 배용수가 조수석에 타며 말했다.

“떨어진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출발하자.”

강진은 트렁크와 차 지붕을 번 갈아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일단 김영지 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전화를 받자 강진은 임 호영의 게임 아이템에 대한 사정 을 설명해 주었다. 그 내용을 잠 자코 듣고 있던 김영지가 한숨을 쉬었다.

[남편이 게임만 그렇게 하더 니…… 그곳에서도 그 사람을 좋 아하는 사람들이 있었군요.]

“네. 그분들이 내일 게임 속에

서 아내분을 만날 수 있게 해달 라고 하셔서요.”

[제가 게임을 할 줄 모르는 데…….]

“게임 속에서 조문하고 싶다 하 니 영지 씨가 그 옆에서 채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은 고마워할 겁니다.”

강진의 말에 김영지가 재차 한 숨을 쉬며 말했다.

[게임이라고 하지만…… 조문을 하시겠다는 분들이 있으면 제가

자리에 있어야죠. 알겠습니다. 내 일 가겠습니다.]

“그런데 내일 수업 괜찮으세 요?”

[내일은 오전에만 수업이 있는 날이라 괜찮습니다.]

“그럼 점심에 저희 가게에서 식 사하시고 같이 가시죠.”

[그렇게 해 주시면 저야 감사하 죠.]

“아닙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은 폰 을 내려놓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강진이 가고 난 후 피시방 사장 은 뭔가 마음이 편한 것을 느꼈 다.

‘기분이 좀 좋네. 강진이가 잘 돼서 그런가?’

강진이가 잘 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속이 좀 편한가 생각을 하던 사장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익숙한 얼굴들을 보았 다.

“아…… 더워.”

더운 여름에 피시방에 들어오던 손님은 사장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에어컨 안 틀었어요?”

“에어컨요?”

“오늘 피시방이 좀 덥네요.”

손님의 말에 사장은 문득 한쪽 에 있는 에어컨을 보았다. 에어 컨은 꺼져 있었다.

“오늘 많이 더운가 보네요.”

“여름인데 덥죠. 에어컨 좀 틀 어 주세요.”

손님의 말에 사장은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틀다가 고개를 갸웃거 렸다.

‘그러고 보니…… 에어컨을 안 틀고 있었네. 응? 근데 작년에도 에어컨 안 틀었던 것 같은데?’

생각을 해 보니 요 근래, 아니 몇 년 전부터 에어컨을 안 틀었 던 것 같았다.

“근데 왜 에어컨을 안 틀었지?”

특히 피시방은 컴퓨터 열 때문 에 여름에 에어컨을 안 틀면 사 우나가 되기 쉽다. 그런데도 안 틀었었다니 확실히 이상했다.

사장이 생각에 빠져있던 찰나, 에어컨 옆에서 게임을 하던 손님 몇이 눈을 찡그리며 그를 보았 다.

“사장님, 에어컨에서 냄새나는 데요.”

“ 냄새요?”

“곰팡이 냄새 심하게 나는데?”

사장은 에어컨에 다가갔다가 눈 을 찡그렸다. 손님의 말대로 에 어컨에서 심한 곰팡이 냄새가 나 고 있는 것이다.

그에 사장이 급히 에어컨을 끄 고는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요즘 에어컨을 안 틀다 보니……

“그리고 좀 더워진 것 같지 않 으세요?”

손님의 말에 사장이 입맛을 다

셨다.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조금 움직이니 덥다는 생각이 들 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선풍기 틀어 드릴게요.”

사장은 한쪽에 있는 선풍기 스 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천장에 달려 있던 선풍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선풍기도 안 틀었던 것 같은데?’

선풍기와 에어컨을 언제 틀었었 나 생각을 하던 사장은 일단 에

어컨 청소를 시키기 위해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은 몰랐지만,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해 주던 귀신들이 가 버 리니 가게 내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수십 대의 컴퓨터에서 열을 뿜어내니 온도는 더욱 빠르 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에 사장은 급히 창문들을 모 두 열어 놓았다. 귀신이 가서 마 음이 편해진 대신 몸이 바빠진 사장이었다.

* *  *

이창진과 오두윤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한끼식당 앞에는 귀신들 이 바글바글했다.

“와. 나 이렇게 귀신 많은 거 처음 본다.”

이창진의 중얼거림에 오두윤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슬쩍 주위를 보았다.

북적거리는 논현의 길거리에서 이곳만 사람들이 피해 가고 있었 다.

이쪽으로 오던 사람들도 횡단보 도로 길을 건너면서까지 이곳을 피해 가고 있었다.

“확실히 귀신들이 몰려 있으니 사람들이 피해 가네.”

오두윤의 말에 이창진이 그를 보았다.

“저 사장이 한 말이 신경 쓰여 서 그렇구나?”

a "응."

흐.

이창진은 고개를 저었다.

“착해 빠져서는…… 죽어서도

남 생각만 하는 거냐?”

“그래도 우리 때문에 피시방 사

장님이 피해를 본다잖아.”

“우리가 피해 주고 싶어서 피해 를 주나. 그냥 우리는 있었을 뿐

이잖아.”

“그게 피해라잖아.”

“에이! 사람도 살고 귀신도 사

는 거지.”

입맛을 다신 이창진이 말을 이 었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다시 죽어 서 사라질 수도 없잖아.”

“그건 그렇지.”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줄을 서 있던 귀신이 가게 문을 밀었다.

스르륵!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귀신

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던 것을 보던 오두윤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방금 봤어?”

“뭘 2”

“방금 귀신이…… 문을 열고 들 어 갔어.”

“ 진짜?”

귀신은 문을 열지 못한다. 그냥 안으로 스며들어갈 뿐이다. 그런 데 문을 ‘열고’ 들어갔다니……•

그에 친구들이 문을 보았다. 열 린 문으로 귀신들이 하나둘씩 들 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친구들과 오두윤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안으로 들어가는 귀신들이 사람 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게…… 현신이구나.”

네 귀신이 놀란 눈을 하고 있을 때, 뒤에 있던 귀신들이 말했다.

“어서 들어갑시다.”

뒤에 있던 귀신들의 말에 오두

윤은 죄송하다 사과를 하고는 친 구들과 함께 가게 안으로 걸음을 옮 겼다.

스르륵! 화아악!

가게 안에 들어옴과 동시에 오 두윤과 친구들도 현신을 하기 시 작했다.

“어서들 오세요.”

강진은 웃으며 오두윤을 보았 다. 오두윤은 놀라 크게 뜬 눈으 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

다.

“이게…… 사람이…… 됐네요.”

몸 곳곳을 살펴보던 오두윤은 고개를 돌려 친구들을 보았다.

“너희도 사람이 됐네?”

놀란 눈으로 친구들을 보던 오 두윤은 이창진을 보고는 피식 웃 었다.

“너는 왜 군복이냐?”

오두윤의 말에 이창진이 불만스 러운 얼굴로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보았다.

“뭐가 이래? 왜 나만 군복이야? 너희는 사복이고만.”

이창진의 투덜거림에 강진이 웃 으며 다가왔다.

“군복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모 양입니다.”

이창진이 보자, 강진은 자리를 가리켰다.

“일단 앉으세요. 다른 손님들 불편하시니까요.”

자신들이 입구에 서 있어서 다 른 손님들이 가게에 못 들어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오두윤은 급히 친구들을 데리고 강진이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이제 음식 먹어도 되는 겁니 까?”

이창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두윤과 이창진이 가 게에 온 것은 낮이었지만, 강진 은 일부러 음식을 주지 않았다.

사람과 같이 오는 수호령들이야 머물 시간이 부족하니 바로 음식

을 해서 주방에서라도 먹게 한 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것이 아니 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라고 저승식당 시간까지 기다리게 한 것이었다.

“그럼요. 일단 음식부터 내 드 리겠습니다.”

강진이 말을 하고 주방으로 가 려 할 때, 여자 직원들이 쟁반에 음식들을 담아 와서는 각 테이블 마다 음식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도 주방으로 들 어가자 배용수가 음식들을 쟁반 에 빠르게 올리고는 말했다.

“6번 테이블.”

“오케이.”

강진은 쟁반을 들고는 서둘러 6 번 테이블에 음식들을 가져다주 었다. 그렇게 여자 직원들과 강 진이 분주하게 움직이자 순식간 에 손님들 테이블에 음식들이 놓 였다.

메뉴가 모두 빠지자 강진은 직

원들과 함께 홀로 나왔다. 직원 들이 한쪽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을 때, 강진은 이창진에게 다 가와 말했다.

“여기 들어와서 현신할 때는 총 세 가지 모습으로 현신합니다.”

“세 가지요?”

“첫 번째는 죽었을 때의 모습, 두 번째는 평소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 세 번째는 자신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모습입니다. 보통은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현 신들 많이 하시는데 아무래도 이

창진 씨는 세 번째인 것 같네 요.”

강진의 말에 오두윤이 웃으며 말했다.

“창진이가 아직 이등병이라 한 창 군복이 익숙할 때기는 하죠.”

이창진은 한숨을 쉬고는 소주를 잡았다. 그러고는 뚜껑을 따려다 가 잠시 멈췄다.

“ 주목.”

친구들이 자신을 보자, 이창진 은 천천히 소주 뚜껑을 돌렸다.

뜨드득!

소주 뚜껑 특유의 소리를 내며 따지는 것에 이창진이 미소를 지 었다.

“크윽! 이 손맛과 이 소리…… 역시 술은 소주지.”

이창진이 친구들의 잔에 소주를 따르고는 소주병을 내밀자, 오두 윤이 그것을 받아들곤 그의 잔을 채워 주었다. 그렇게 잔을 모두 채운 네 친구는 서로를 보다가 웃었다.

“우리가 이등병 창진이 백일 휴 가 맞춰서 이렇게 휴가를 나왔었 지. 근데 우리가 휴가 때 술을 마신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 면…… 휴가 나와서 같이 술을 마시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럼 이 게 우리 친구 창진이가 군대 갔 다가 나와서 첫 번째로 마시는 소주인 듯하니……

오두윤은 웃으며 옆에 놓여 있 던 글라스를 테이블 가운데에 놓 았다.

그러고는 거기에 자신의 술을

털어 넣었다.

“내 마음이다.”

오두윤의 말에 앞에 있던 장근 소와 강소태도 그 안에 자신들의 잔에 있던 술을 부었다.

쪼르륵! 쪼르륵!

“내 정이다.”

“군 생활 열심히…… 에잉!”

말을 하던 장근소가 혀를 찼다. 습관적으로 친구들하고 만날 때 하던 말을 했는데…… 귀신인 자

기들이 군 생활을 열심히 할 이 유가 없는 것이다.

“귀신 생활 열심히 해라.”

한마디씩 하고 잔을 내려놓는 친구들을 보며 피식 웃은 이창진 은 자신의 술도 글라스에 따랐 다.

“그래. 고맙다.”

이창진은 글라스에 담긴 소주를 한 번에 들이켰다. 소주잔으로 네 잔이면 소주 반병에 해당하는 양을 원샷 하는 것이다.

그에 강진은 말릴까 하다가 웃 으며 고개를 저었다.

‘휴가 나온 군인이면 먹고 죽어 야지. 그리고 귀신이 또 죽을 일 도 없고.’

깔끔하게 비운 글라스를 내려놓 는 이창진을 보며 강진이 소주병 을 들었다.

“아무래도 네 분 덕에 오늘 우 리 술 많이 나가겠네요.”

“원래 휴가 나온 군인은 술집 문 닫고도 마시는 거죠.”

오두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휴가 나온 군인만큼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죽었지만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들과 있으니…… 술이 말 그대로 술술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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