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화
VIP 4인방을 아는 듯한 강두치 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런 것도 신문에 나오나요?”
“쉽게 보기 힘든 VIP가 한 날 에 죽었는데 그 넷이 모두 친구 이니 신문에 나올 일이죠. 그리 고 그중 한 명은 부장님이 직접 가서 맞이해서 저도 알고 있습니 다.”
“오두윤 씨?”
“맞아요. 그런 이름인 것 같습 니다. 부장님이 나서서 맞이하는 경우가 정말 드물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말을 하던 강두치는 입맛을 다 셨다.
“오두윤 그 친구는 좀 오래 살 았으면 다른 사람들도 많이 VIP 로 만들었을 친구인데…… 아쉬 워요.”
“사람이 VIP를 만들어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닙 니다.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살아가지 요. 그래서 착한 사람이 옆에 있 으면 그 주위 사람도 착한 사람 이 될 확률이 있고, 주위에 나쁜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이 될 확률이 있는 겁니다.”
“근묵자흑, 끼리끼리라는 말이 군요.”
강두치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 다.
“그중에 오두윤 그 친구는 나쁜 사람들 옆에 가져다 놓으면 그들 을 교화시켜서 착하게 만들 정도 로 심지가 곧은 친구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이창진을 떠올렸다.
‘하긴, 이창진 생각하면…… 일 리가 있네.’
담배 피우고 오토바이를 타는 둥 불량 학생이 가져야 할 여건 을 가지고 있지만, VIP이니 말이 다.
아마도 오두윤이 옆에서 잡아주 지 않았다면 나쁜 길로 빠졌을 수도 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강 두치가 말했다.
“저승의 지옥 중에 하나는 주위 에 어떤 이들이 있는지도 따집니 다.”
“그 말은 주위에 나쁜 사람이 있으면 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있습니다.”
“내가 잘못을 안 했는데요?”
“잘못은 있죠.”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강두치 가 말을 이었다.
“잘못된 길로 가는 사람을 좋은 길로 인도하지 않았잖습니까?”
“그건…… 잘못이라고 말하기엔 어려운 것 같은데?”
강진이 눈을 찡그리며 그건 너 무 억울하지 않느냐는 듯 말하자 강두치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반대로 주위에 좋은 사람이 있 으면 그 선행의 일부 혜택도 받 을 수 있습니다.”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말처럼 들리네요.”
“정확히는 나쁜 친구를 좋게 인 도해 주는 좋은 친구가 되라는 뜻의 지옥인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이 있잖습 니까.”
“그건 연애할 때 하는 말 아닌 가요?”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는 “아.” 하고는 웃었다.
“요즘 제가 연애 서적을 좀 보 다 보니 그런 비유가 나왔나 보 네요.”
“연애 서적?”
“저도 이제 슬슬 결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여러분도 결혼을 하세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강두치를 보자, 그가 인상을 찌푸린 채 의 자에 등을 기댔다.
“무슨 그런 심한 말씀을……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이쪽을 잘 몰라서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피식 웃 었다.
“농입니다. 아! 결혼은 진짜구 요.”
“좋은 여자분 만나기를 바랍니 다.”
“그건 일단 제가 좋은 남자가 된 후겠죠.”
강두치가 싱긋 웃으며 하는 말 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치 씨는 좋은 남자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여자들도 그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네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말을 이었 다.
“어쨌든 오두윤 덕에 그의 친구 들이 혜택을 본 편입니다. 물론 길은 오두윤이 제시를 했고 그 길을 걸어간 건 그 친구들이지만
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좋은 친구가 되어야겠네 요.”
그래야 자기 주위의 사람들도 VIP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더 필요한 업무 있으십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언제나 VIP
를 위해 존재하니까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확실히 저승은 돈이 최고네 요.”
“돈만큼 좋은 것이 또 있나요.”
강진은 싱긋 웃는 강두치를 뒤 로하고 JS 금융을 벗어났다.
* * *
저승식당 영업을 마친 강진은
배용수만을 데리고 피시방에 들 어서고 있었다. 피시방에 들어선 강진은 남자 알바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알바가 그를 보 았다.
“처음 오셨어요?”
“아니요. 사장님은요?”
“아…… 혹시 이강진 씨?”
“네.”
“이야기 들었어요. VIP 룸 이용 하시면 됩니다.”
더는 말을 하지 않고 VIP 룸을 가리키는 알바에게 고개를 끄덕 인 강진이 문을 열었다.
VIP 룸은 사각형의 작은 방 모 양이었는데, 그 안에 여덟 대의 컴퓨터가 마주 보게끔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안에는 환풍기가 돌아가고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말이 VIP 룸이지, 그냥 친한 사 람들이 오면 단체로 게임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는 룸 을 보던 강진이 컴퓨터들을 키고 는 배용수를 보았다.
“데리고 들어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닫힌 문을 통과해 밖 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이 창진과 친구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저희 들어오는 것 못 보셨나
봐요?”
강진의 물음에 오두윤이 웃으며 말했다.
“저기에서 지금 한창 강화하고 있거든요.”
“ 강화요?”
“오백만 원짜리 지금 강화 중이
에요.”
“오백만 원?”
“성공하면 두 배 되는 거고, 실 패하면…… 꽝 되는 거고요.”
“그럴 거면 그냥 팔고 돈 보태 서 사는 것이 낫지 않아요?”
“누가 실패할 거라 생각하고 지 르나요.”
오두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맞다. 주식하 는 사람들이 자기 주식 떨어질 줄 알고 사는 것은 아닐 테니 말 이다.
다 오른다고 생각하고 샀다가 돈을 날리는 것이다.
짧은 생각을 마친 강진은 자리
를 가리켰다.
“게임 좀 하세요.”
“에이! 저희가 무슨 게임을 해 요.”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주머니에 서 비닐장갑을 꺼내 내밀었다. 그에 귀신들이 의아한 둣 그것을 보았다.
‘‘이건‘?”
“받아 보세요.”
“저희는 이런 것 못 잡는……
말을 하던 오두윤이 놀란 눈으 로 장갑을 보았다. 강진이 건네 준 비닐장갑이 자신의 손에 잡힌 것이다.
“이건‘?”
“저승에서 사용하는 거라서 귀 신이 잡을 수 있어요. 이거 끼고 있으면 물건들을 잡을 수 있으니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이 가능하 겠죠.”
싱긋 웃으며 말하는 강진을 보 던 오두윤이 크게 뜬 눈으로 장 갑을 보았다.
“신기하네요.”
“‘세상에 저런 일이’에 나올 분 들이 이런 것에 신기해하면 되나 요.”
강진은 세 귀신에게도 비닐장갑 을 하나씩 주고는 말했다.
“그리고 이건 간식.”
강진은 오징어 다리들을 꺼내 나누어 주었다.
“역시 게임은 이런 것을 먹으면 서 해야 재밌죠.”
자신들의 손에 잡힌 오징어 다 리에 또 놀라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자, 이제 즐겨보죠.”
강진의 말에 귀신들은 서로를 보았다. 그러던 중 이창진은 웃 으며 봉지를 뜯어서는 오징어 다 리를 입에 넣고는 자리에 앉았 다.
“이야, 이게 얼마 만에 하는 게 임이야?”
자리에 앉아 게임에 접속을 하
는 귀신들을 보던 강진은 자리에 앉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너도 앉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그런데 사람 갑자기 들어오면 어떻게 해?”
“안 들어와.”
“안 들어와?”
“여기는 개인 공간이라서 여기 손님 있으면 알바생 안 들어온 다. 사장님이 알바생한테 주의를
주거든.”
“그래?”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싱긋 웃었다.
“방해받지 않으려는 연인이나 친구들이 이 룸을 빌려서 게임 해.”
“그럼 요금이 더 비싸겠네.”
“많이는 아니고 조금.”
말을 하던 강진이 인터넷에 접 속을 하자 배용수도 자리에 앉고
는 마우스를 잡았다.
알바생은 손님들이 먹은 라면을 치우고는 자리에 앉다가 모니터 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운터에 있는 컴퓨터로는 손님 들이 앉아 있는 자리와 요금, 하 고 있는 게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게, VIP 룸에서 여섯 대의 컴퓨터가 돌아 가고 있었다.
‘한 사람이 들어갔는데 컴퓨터
를 여섯 대나 돌리네?’
의아한 눈으로 VIP 룸을 보던 알바생은 곧 고개를 저었다.
“오토라도 돌리나?”
알아서 사냥하는 게임 프로그램 을 생각하던 알바생이 몸을 비틀 었다.
“끄응!”
작게 신음을 토한 알바생은 유 트브를 틀어 놓고는 화면을 보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시각, VIP 룸은 시끌 시끌했다.
“야! 야! 그 새끼 죽여!”
“죽이기는 뭘 죽여! 물약도 없 고만.”
“저 새끼가 나 먼저 쳤어.”
“그냥 마을로 튀어.”
“야, 나 그쪽으로 가는 중. 마을 쪽으로 그냥 뛰어 와라. 내가 도 착하면 같이 때리자.”
“알았어!”
“나도 가는 중.”
이창진의 캐릭터가 어떤 놈에게 공격을 당하자, 친구들이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가고 있는 중이었 다.
아무리 저레벨 구간이라고 해도 PK 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맞은 것이다.
친구들은 그가 있는 곳으로 도 착하자마자 이창진의 캐릭터를 때리던 유저를 같이 때리기 시작 했다.
“으아악! 나 죽는다.”
“버텨! 버텨!”
하지만 4 대 1로 싸우는데도 상 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 씩 죽어 나가더니 결국은 오두윤 의 캐릭터도 죽어 마을에 모습을 드러냈다.
죽어서 마을에 모인 친구들이 서로를 보았다.
“아…… 어떻게 人} 대 일로 죽 냐.”
“우리가 죽은 사이에 새로 나온
아이템이 있나 봐.”
“한 대 한 대가 왜 이리 아픈 지. 피가 쭈욱 빠지더라.”
“이래서 저렙 존에서 날뛰는 놈 들은 다 죽여야 한다니까. 고레 벨한테 가서는 아무 짓도 못하면 서 왜 우리를 치러 와.”
친구들이 투덜거리는 것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다 죽으셨나 봐요?”
“보니 레벨이 높은 놈이더라고 요. 장비도 좋고.”
입맛을 다시는 오두윤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평소 순둥한 것 과 달리 게임할 때의 오두윤은 좀 과격한 면이 있었다.
강진이 웃자 오두윤이 입맛을 다시고는 의자를 보았다. 게임할 때는 의자를 젖히고 하는 것이 편한데 귀신이라 그게 안 되니 말이다.
그러다가 오두윤이 이창진을 보 았다.
“어? 너 의자 어떻게 뒤로 젖혔 어?”
“락 풀고 손으로 의자 등 받침 을 뒤로 밀면 돼. 그리고 다시 락 고정하고.”
이창진의 말에 오두윤이 한 손 으로 락을 풀고는 한 손으로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다 시 락을 고정하자 의자가 뒤로 젖혀진 채 고정이 되었다.
“우와! 창진이…… 이런 쪽으로 는 빠르네.”
오두윤의 말에 V자를 그려 낸 이창진이 말했다.
“스타나 하자.”
“ 스타?”
“스타는 장비 발이 없잖아.”
“그건 그러네. 스타나 하자. 우 리끼리 이 대 이 어때.”
“좋지.”
귀신들이 새로 게임을 정하고 다시 하기 시작하자, 강진이 힐 끗 그들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 다.
‘즐거워 보이네.’
친구들이 모여 있으면 뭘 해도 재미있겠지만, 확실히 이런 게임 은 같이 할수록 더 재미있는 법 이다. 그들을 보던 강진은 눈을 잠시 감았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난 좀 자야겠다.”
“여기서 자게?”
강진은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신 발을 벗고는 옆에 있던 의자에 발을 올렸다.
“이렇게 하면 나름 편해. 이따 가 한 여섯 시 되면 깨워.”
“그래. 오늘 수고했다.”
강진은 곧장 눈을 감았다. 지금 자도 한 세 시간 정도밖에 못 자 니 조금이라도 일찍 잠에 들어야 했다.
“강진아. 강진아.”
몸을 흔드는 배용수의 손길에 강진은 눈을 떴다. 그대로 몸을 일으키려다가 의자에서 굴러떨어 질 뻔하자, 배용수가 급히 붙잡 았다.
“정신 차려.”
“음! 고마워.”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몸을 비 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전에는 피시방에서도 이러고 잘 잤는데…… 한동안 좋은 집에서 잠을 자다 보니 이런 잠자리가 불편해진 모양이었다.
몸에서 나는 우두둑 소리에 재 차 입맛을 다신 강진이 목도 몇 번 비틀고는 주위를 보다가 물었
다.
“귀신들은?”
게임을 하던 귀신들이 안 보이 는 것이다.
그에 배용수가 키보드 위에 놓 여 있는 종이들을 가리켰다. 이 제는 익숙한, 저승에서 보내는 종이였다.
“아…… 갔구나.”
“한참 게임하다가 이겼다고 하 더니 사라지더라고.”
“게임에서 이겨서 승천을 했 어?”
“그런 모양이야.”
배용수는 텅 빈 자리들을 보며 말했다.
“스타 하다가 승천을 했는 데…… 이럴 거면 굳이 여기 피 시방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지 않 았을까?”
“처음에는 열혈성주 했잖아.”
강진은 빈자리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아마도 넷이 여기 피시방에 게 임하러 오는 길에 사고가 났었나 보다.”
“게임 못 해서 죽은 귀신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먼.”
“게임 못 해서 죽은 귀신이 아 니라…… 친구하고 놀지 못하고 죽은 귀신인 것이 맞겠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일단 장갑들하고 애들 먹던 간 식 봉지는 챙겼어.”
배용수가 앞에 놓인 비닐장갑과 봉지를 가리키자 강진이 그것들 을 들고 온 쇼핑백에 담았다.
“그럼 우리도 가자.”
그러고는 귀신들이 승천하면서 놓고 간 종이들을 잘 접어서는 주머니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