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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48화 (646/1,050)

648화

아버지 생각이 나서 기분이 안 좋아진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놀러 와서까지 안 좋은 생각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방 법 없으면…… 내가 애들 좀 풀 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지금은 좀 아닌데 예전에 는 음모 꾸미는 것을 잘했습니 다.”

“음모?”

“이를테면 드라마에서 악역이 할 만한 짓이라고나 할까요.”

강상식이 자신이 생각한 계획을 이야기하자, 황민성은 잠시 생각 하다가 말했다.

“언론 플레이 하고 바로 너희 회사에서 대응해야 해. 잘못하면 회사 이미지 안 좋아질 수 있

다.”

“잘 대응하겠습니다.”

“도움 필요하면 이야기하고.”

“네.”

강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말했다.

“그나저나 광고 찍고 하려면 시 간 좀 걸리겠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생각입 니다.”

“그래. 최대한 빨리 진행해. 권

선징악도 빨리빨리 해야지, 늦어 지면 그것도 속 터지니까.”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 성이 말을 이었다.

“그 동생이라는 분한테 잘 설명 해 줘라. 얼마나 속이 터지겠냐.”

“억울하고 열불이 나겠죠.”

“네가 잘 달래 줘.”

황민성의 말에 재차 고개를 끄 덕이던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제가요?”

“그럼 누가 해?”

강상식은 박성영을 보았다. 박 성영도 이야기를 다 들어 알고 있으니 그가 해도 되지 않나 싶 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보다 박성영이 그녀 와 더 친분이 있고 마음에 위로 도 될 테니 말이다.

황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원장님이 이야기하더라도 네가 한 번 더 해. 얼마나 마음이 편 하겠어. 거대 기업 사장이 도와

준다고 하면.”

“알겠습니다.”

어려운 일이 아닌 만큼 강상식 이 곧장 답을 하자 황민성이 몸 을 비틀었다.

O r三 = | O r三 다 |

-1r=r! 1r=r!

몸에서 소리 나는 것을 들으며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대단하다.”

“뭐가요?”

“저 좁은 푸드 트럭에서 그렇게

오래 앉아 있는 것 말이야. 좁아 서 일어나기도 힘들고 몸도 제대 로 못 펴고.”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먹고살려면 다 하게 돼 있습니 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정리하고 이제 가자.”

황민성이 푸드 트럭으로 걸어가 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가며 슬

며시 물었다.

“상식 형한테 왜 그분 만나 보 라고 한 거예요? 혹시 두 분 잘 되기를 바라는 거예요?”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형 그 여성 분 얼굴도 안 보셨는데 잘 됐으면 좋겠어요?”

“여자분 심성이 좋잖아. 오빠 그렇게 가고 난 돈을 기부한다는 것이 어디 쉽나?”

“그건 그렇죠.”

“얼굴이 예쁜 것도 좋지만, 마 음이 고와야 진짜 여자인 거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 이 말을 이었다.

“상식이 결혼도 안 하고 혼자인 데 잘 되면 좋겠어. 그럼 우리 귀찮게 하는 것도 덜할 테고.”

“서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요.”

강상식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한다 해도, 그녀가 강상식이 마 음에 들지 않는다 하면 성사가

되지 않는다.

결국 서로가 마음에 들어야 하 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너는 여자 안 만나는 거야? 아 니면 못 만나는 거야?”

“저야 안 만나는 거죠.”

천연덕스럽게 답하는 강진을 물 끄러미 보던 황민성이 물었다.

“혹시 저승식당이 여자 만나는

것에 지장이 있나?”

“그런 건 없어요.”

“그럼 귀신 때문에 연애를 안 하는 건 아니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입맛을 다셨다.

“생각을 해 보니 조금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말을 이 었다.

“귀신들이 모이면 귀기가 생기

고, 그 기운이 쌓이면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대요. 그래서 사람 알바를 쓰고 싶어도 귀신을 보게 되거나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봐 못 써요.”

“손님들은 괜찮고?”

“그분들이야 식사하러 잠깐 왔 다가 가시니까요. 그리고 손님들 로 가득하면 귀신 영향도 덜 받 아요. 사람이 많으면 양기가 승 해지니까요.”

“그럼 여자친구가 가게에 자주 놀러 와도 영향이 있겠네.”

“그렇죠. 그리고 저는 식당 주 인이라 데이트하기도 어렵고

“식당 주인이 아니라 매일 야근 하고 주 육 일 근무하는 직장인 도 다 연애를 한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러네요. 그럼 아직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는 걸로 하죠.”

“그래. 그래도…… 세상 혼자

살기 어렵더라. 너무 많이 보지 말고 하나만 봐서 이 여자다 하 면 올인해.”

말을 마친 황민성은 푸드 트럭 에 가서는 김이슬의 손을 잡아 그녀가 내리는 걸 도와주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그러다 피식 웃으며 푸드 트럭 에 올라간 강진은 만들어 놓은 통닭과 김밥들을 통에 담고 남은 재료들도 정리했다.

“그럼 다음에 또 갑자기 오겠습 니다.”

황민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박 성영이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방문 언제나 기다 리고 있겠습니다.”

작별인사를 나눈 황민성이 강진 을 보았다.

“나 집에 어머니 모셔 드리고 가게로 갈게.”

“알겠습니다.”

그때 강상식이 말했다.

“승환이도 불러서 같이 한잔하 죠.”

“승환이는 데이트 안 하나?”

“전화해서 올 수 있으면 오는 거죠.”

“그래. 알았다. 그럼 가게에서 보자.”

황민성이 먼저 차에 타자 강상 식과 강진도 자신들의 차에 타고 는 출발을 했다.

* *  *

점심 장사가 끝나갈 때쯤, 가게 문이 열리며 강상식이 안으로 들 어왔다.

“어서 오세요.”

웃으며 강상식에게 인사를 하던 강진은 그와 함께 들어오는 박성 영과 젊은 아가씨를 보고는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되었다.

‘문지혁 씨 동생을 만났구나.’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남자 귀신을 보고는 입 맛을 다셨다.

‘역시…… 승천을 못 하셨구나.’

강진은 보육원을 다녀온 후 인 터넷에 문지혁이 누구인지 검색 을 해 보았다. 그래서 문지혁을 바로 알아보는 것이었다.

강진이 그쪽을 보고 있을 때, 강상식이 다가왔다.

“강진아, 나 왔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하셨어요?”

“식사를 하기는 했는데……

강상식은 여자를 한 번 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다시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왔어.”

“네?”

강진이 의아해할 때, 강상식이 일단 그를 데리고 여자에게 다가

갔다.

“이쪽은 문지혁 씨 동생, 문지 나 씨.”

“이강진입니다.”

“문지나입니다.”

문지나가 인사를 하자 박성영이 말했다.

“우리 보육원에 음식 봉사 해 주시는 분이셔. 이분 덕에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됐다.”

“아…… 감사합니다.”

문지나가 고개를 다시 숙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 다.

“식사 제대로 못 하신 것 같은 데 앉으세요.”

수척한 모습에 힘없이 말하는 문지나를 보던 강진이 자리를 가 리키자, 사람들이 하나둘 거기에 앉았다.

“음식 어떻게 해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밥 생각이 별로 없어요.”

“밥을 생각으로 드시면 병나 요.”

문지나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 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밥은 몸 생각해서 드셔야지, 생각으로 드시면…… 몸이 상하 죠.”

“그건 그렇죠.”

강진이 농을 한 것을 알기에 문 지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씁쓸함이 감돌았다.

‘하긴 지금 밥 생각이 나면 그 게 더 이상하지.’

하나뿐인 오빠가 죽었고, 자신 들을 버렸던 아빠가 갑자기 내 자식이라고 찾아오는 이 어처구 니없는 현실에…… 입맛이 멀쩡 할 수가 없었다.

세상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가 슴이 아프고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강진이 문지나를 볼 때, 강상식 이 말했다.

“내가 생각을 못 하고 중식당으 로 예약을 했는데 영 식사를 못 하시더라고. 그래서 여기로 왔 어.”

“잘 하셨어요.”

속 안 좋은 상태에서 기름진 음 식이 나왔으니 편히 먹기가 어려 웠을 것이다. 그에 강진이 문지 나를 보았다.

“저희 식당이 작기는 해도 못 하는 음식보다는 잘하는 음식이 더 많은 곳입니다.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그를 보 다가 입맛을 다셨다.

“지금은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어요.”

“그래도 좀 드셔야 할 텐데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주위를 보았다.

“오늘 점심은 김치찌개인가 보 네?”

“김치찌개에 콩나물을 좀 많이 넣어서 끓인 거예요. 이렇게 하

니 개운하더라고요.”

“맛있겠다. 그럼 우리도 그걸로 좀 줘.”

강상식이 웃으며 일단 메뉴를 주문했다. 이렇게 말만 해서는 언제 주문을 할지 모르니 일단 먹는 것 보면서 메뉴를 바꾸던가 해 볼 생각이었다.

“알았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문지나를 보았다. 문지나는 조금 멍한 얼 굴로 물 잔을 보고 있었다.

그런 문지나를 보던 강진은 주 방으로 들어가서는 이혜미를 보 았다.

이혜미는 홀에 있는 문지혁을 보고 있었다.

“문지혁 씨 아세요?”

“알죠. 배우잖아요.”

“아시는구나.”

“조연이기는 해도 큰 드라마에 도 몇 번 나왔죠. 주인공 친구로 요.”

이혜미가 홀을 보는 것이 강진 이 말했다.

“가서 좀 모셔 올래요? 식사하 시게.”

“네.”

이혜미가 손을 들어 자신의 머 리를 쓰다듬고는 홀로 나갔다. 그러고는 문지혁에게 가서 말을 걸자, 그가 흠칫하더니 이혜미를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후 문지혁이 이 혜미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인사를 하던 문지혁은 배용수를 보고는 흠칫하더니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 했다.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우 리 쪽에 익숙하지 않은가 봅니 다.”

“네? 아…… 죄송합니다.”

문지혁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그 또한 이젠 귀신

이지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서 아직은 귀신이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게다가 배용수와 이혜미는 일반 귀신들보다 더 공포스러운 외관 을 하고 있었으니 보고 놀란 것 이다.

“괜찮아요. 이쪽 신입들이 초반 에는 다 그래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랬어요. 공포 영화 현

실 버전이잖아요.”

외관을 보고 두려워하는 자신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 하게 배려해 주는 두 귀신의 모 습에 문지혁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리고…… 뭐 좋아 해요? 아! 내가 설명을 해 줘야 하나?”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설명해 줬어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문지혁 을 보았다.

“뭐 드시겠어요?”

문지혁은 한숨을 쉬고는 홀을 보았다.

“저도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하긴, 동생이 저러고 있는데 목 에 뭐가 넘어가겠어.’

죽었든 살았든 문지혁이나 문지 나나 음식이 입에 들어갈 상태는 아닌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강진은 한쪽에서 누룽지를 꺼내 왔다.

문지혁은 이따 먹이더라도, 문 지나는 지금 먹여야 하니 말이 다.

‘속이 안 좋을 때는 따뜻한 누 룽지가 괜찮지.’

따뜻한 누룽지와 그 위에 올려 먹을 젓갈 정도면 부담 없이 먹 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누룽지를 뜨거운 물에 넣고 끓 이기 시작한 강진은 젓갈들을 꺼

내 그릇에 담았다.

“거기에 김도 좀 놓자.”

“김?”

“누룽지에 김도 괜찮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김을 꺼 내 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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