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651화 (649/1,050)

651 화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화장실에서 문지나가 나왔다. 울 고 나온 듯 눈가가 달아 오른 문 지나를 보며 강상식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건 광고 통 영상입니 다.”

강상식은 오성화학 유트브에 업 로드되어 있는 광고를 보여 주었 다. 광고에는 문지혁의 생전 인

터뷰 내용들과 그의 심성을 보여 주는 봉사 활동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문지나가 그것을 볼 때 강진도 핸드폰으로 그 영상을 황민성과 함께 보았다.

광고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문 지혁의 인간적인 면에 집중을 한 영상이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 데.”

문지혁이 문지나 뒤에서 영상

속 자신을 보며 중얼거리는 모습 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충분히 좋은 분이세요.’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좋은 사람이 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남을 위해 시 간을 쓰는 사람이 남의 눈에서 눈물을 뽑을 심성은 아닐 테니 말이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 도 문지혁을 좋게 보는 댓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좋은 일 하면서 주위에 알리지도 않고.〉

〈이런 분이 있어 한국이 아직 살기 좋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성화학 좋은 일 했 네요. 특히 광고에 제품이 보이 지 않는 것 보니까 더 좋더군 요.〉

〈제품 나오는데?〉

〈제품이 나오나요?〉

〈그 마지막에 세수할 때 옆에 놓여 있던 것이 오성화학 비누잖 아요.〉

〈아…… 그걸 찾아내시고 대단. 당신을 숨은 그림 찾기의 제왕으 로 임명합니다.〉

사람들이 적어 놓은 댓글을 보 던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광고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 았는데 조회수가 꽤 많네요.”

“우리 회사 직원들이 한 번씩만 봐도 조회수가 몇 천은 나오지.”

“직원들 동원하신 거예요?”

“회사 광고인데 한 번씩은 봐 줘야 하지 않겠어?”

강진은 속으로 ‘갑질을 일상적 으로 하시네.’라고 중얼거리다가 말했다.

“그런데 제품이 마지막에 세수 할 때 쓰는 비누 맞아요?”

“영상 찾아보니 예전에 우리가 협찬했던 제품이 나오는 장면이

있더라고. 그래서 그 장면을 가 져다 썼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지나를 보았다. 영 상을 모두 본 그녀는 댓글들을 하나씩 읽어 보며 미소를 지었 다.

“댓글이…… 많아요.”

“앞으로 더 많이 달릴 겁니다.”

“가끔 인터넷 뉴스에 오빠 이야 기가 뜬 적이 있어요. 그때 오빠 가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었거든

요.”

“그래요?”

“안 좋은 댓글도 있어서 내가 읽지 말라고 했었는데…… 오빠 가 웃더라고요. 그래서 왜 웃어, 했더니……

잠시 말을 멈췄던 문지나가 웃 었다.

“처음에는 자기 기사도 없었대 요. 그런데 지금은 자기 이름 들 어간 기사가 나오니까 얼마나 좋 으냐면서 웃곤 했죠.”

“그것도 맞네요.”

“특히 이번에 했던 작품에서 밉 상 캐릭터로 욕 많이 먹었잖아 요. 댓글로 욕을 그렇게 먹는데 도 좋아하더라고요.”

“좋아해요?”

“관심이 있으니 이렇게 욕을 하 는 게 아니겠냐고 하면서 좋아했 어요. 후! 미친놈 같았다니까요.”

문지나는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 글들을 보며 웃었다.

“그런데 지금은…… 댓글도 많

고 다 좋은 내용이에요. 오빠가 이걸 봤으면…… 엄청 좋아했을 텐데.”

문지나의 말에 문지혁이 그녀를 보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 다.

“그래서 오빠 지금 엄청 좋아.”

문지혁은 동생이 들고 있는 핸 드폰 화면을 함께 보며 댓글들을 더 살폈다.

그런 문지혁을 보며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기분 좀 좋으신 것 같은데 뭐 드시고 싶은 것 없으세요?”

요즘 속이 안 좋아서 음식을 잘 못 먹었을 테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음식을 보다가 웃 으며 말했다.

“그 말 들으니 식욕이 막 생겨 요.”

“그럼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저 매운 라면이 먹고 싶어요.”

“매운 라면요?”

“네.”

문지나가 입맛을 다시며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하자 강상식이 말했 다.

“요즘 음식 잘 못 드셔서 위가 안 좋으실 텐데 매운 라면 괜찮 으시겠어요?”

“괜찮아요. 그리고 속 좀 안 좋 으면 어때요. 저 매운 라면이 먹 고 싶어요.”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가 이혜미 에게 눈짓했다. 그 시선에 이혜 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로 나 가 문지혁을 데리고 들어왔다.

“동생분 걱정은 그만하시고 지 혁 씨도 뭐 좀 드셔야죠?”

“저도 동생하고 같이 라면 먹겠 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진이 냄비를 꺼내 물을 담아 불에 올리고는 재료들을 꺼낼

때, 문지혁이 급히 말했다.

“저기.”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제 동생이 짬뽕 라면을 좋아하 는데요.”

“그렇다면 오징어하고 조개 좀 넣으면 더 좋겠네요.”

말을 하며 강진이 오징어하고 조개를 꺼낼 때, 문지혁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 파 기름을 내서 하는 라면 좋아하는데……

“취향이 따로 있으신가 보네 요?”

잠시 고민하던 강진은 고무장갑 을 그에게 내밀었다.

“지혁 씨가 할 줄 아시면, 지혁 씨가 해 보세요.”

“아…… 아닙니다. 가만히 있겠 습니다.”

자신이 너무 나섰나 싶어 문지 혁이 급히 사과를 하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안 주는 것 아니에요. 말 그 대로 지혁 씨가 직접 동생이 좋 아하는 라면을 끓여 주시라고 하 는 거예요.”

“제가…… 해도 될까요?”

“그럼요. 해 보세요. 이 고무장 갑 끼면 음식 할 수 있어요.”

강진의 말에 문지혁은 잠시 망 설이다가 고무장갑을 받아 손에 끼었다. 그는 신기하다는 듯 고 무장갑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

다.

“혹시 웍이 있나요?”

“ 있죠.”

강진은 웍을 꺼내 주었다.

“크네요.”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거니까 요. 아! 그리고 저희들도 시원하 게 한 그릇씩 해야 하니 여섯 개 는 끓이셔야 합니다.”

“저…… 그렇게 많이 끓여 본 적이 없는데……

걱정하는 문지혁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괜찮아요. 라면이야 어떻게 끓 여도 중간은 하니까요.”

강진의 말에 문지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칼을 집어서는 파를 썰기 시작했다.

파를 어느 정도 썬 문지혁은 웍 에 기름을 두르고는 파를 그 안 에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파에서 향이 나기 시작하자 이

번에는 마늘을 넣었다. 그렇게 파와 마늘을 볶으며 기름을 낸 문지혁이 웍에 매운 고추를 넣었 다.

순간 매운 냄새가 확 올라와 강 진이 작게 기침을 하자 문지혁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매운 라면이면 고추 가…… 콜록! 들어가야죠.”

강진이 괜찮은 걸 확인한 문지 혁은 내용물을 계속 볶다가 마지

막으로 고춧가루를 넣었다.

“스프 넣는데 거기에 고춧가루 까지 넣으시네요?”

“조금 매콤하게 먹는 것을 좋아 해서요. 그리고 이렇게 넣어도 생각보다 괜찮아요.”

문지혁은 고춧가루까지 들어간 양념을 살살 볶다가 오징어와 조 개를 넣었다.

오징어와 조개를 넣고 볶자 국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볶아지자 문지혁이 오

징어를 집게로 집어 빼냈다.

‘오징어를 왜 빼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문지 혁이 옆에서 끓고 있던 물을 웍 에 부었다.

그리고 찬물을 더 부어서 대충 물을 맞췄다.

“그런데 오징어는 왜 빼셨어 요?”

“오징어는 마지막에 고명처럼 넣어서 먹거든요.”

“오징어 육수가 나와야 맛있을 텐데?”

“동생이 오징어 볶은 건 좋아하 는데 이상하게 물에 들어간 오징 어는 안 좋아해서요.”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에 들어간 오징어? 어차피 마지므]'에 라면에 넣어서 먹으면 똑같이 물에 들어간 오징어인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

를 저었다.

‘음식이야 개취지.’

탕수육에 간장을 찍어 먹는 사 람도 있고, 그냥 먹는 사람도 있 다. 그리고 간장의 단맛을 이해 못 하는 사람도 있고…… 이처럼 음식 취향은 개개인마다 다 다르 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국 물이 끓어오르자 문지혁이 면을 웍에 넣었다.

면이 살짝 익자 위아래로 계속

들었다 놨다 하는 문지혁의 모습 에 강진이 말했다.

“라면 자주 끓여 보셨나 봐요?”

강진의 물음에 문지혁이 미소를 지었다.

“지나가 라면을 좋아해서요.”

“그래요?”

문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지나 보육원 퇴소하고 우리 집 에 데려왔을 때 뭐가 가장 먹고

싶으냐고 했더니 라면이라 했거 든요.”

“라면요?”

강진이 보자 문지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라면 말고 더 맛있는 것 먹게 외식하자고 했는데도 라 면이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끓여 줬는데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요.”

홀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문지 나를 본 문지혁이 웃었다.

“저 녀석 오늘 맥주 좀 들어가 나 보네요.”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홀을 보 니 문지나는 맥주를 맛있고 시원 하게 마시고 있었다.

“동생분이 술을 잘 드세요?”

“아주 잘 마십니다. 그래서 가 끔 제가 혼도 냈어요.”

“술 잘 드시게 안 생기셨던 데……

“술 잘 먹는 관상이 있나요. 좋 아하는 사람이 잘 먹는 거죠.”

“하긴 그것도 그렇고…… 기분 이 많이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 네요.”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문지나 는 전에 봤을 때의 우울함이 보 이지 않았다.

“그러게요.”

웃으며 면을 들던 문지혁이 말 했다.

“저하고 지나가 보육원에 있을 때, 가끔 라면을 먹은 적이 있어 요.”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아!”하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요.”

“네?”

문지혁은 의아한 듯 그를 보았 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보육원 출신이거든요.”

“아? 그러세요? 못 봤는데?”

“전 다른 보육원 출신이에요.”

“아…… 그러시구나.”

문지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 진이 말을 이었다.

“보육원에서 라면을 먹으면, 라 면이 많이 불어서 나오죠.”

“네. 맞아요.”

보육원이라고 라면을 많이 먹지 는 않는다. 가끔 아이들이 라면 을 먹고 싶다고 하면 한 번씩 끓 여 줄 뿐이었다.

다만 라면은 1인분씩, 물을 조 금 적게 잡고 끓여야 가장 맛있 는데 보육원 아이들에게 일일이

1인분씩 끓여 주긴 어려워 큰 솥 에 한 번에 끓이고 나눠주곤 했 다. 그러다 보니 면이 불어서 나 오는 것이다.

“불지 않은 꼬들꼬들한 라면을 먹어 보고 싶었군요.”

“그것도 있고…… 내 자취방 보 니 외식하자는 말이 안 나왔던 것이기도 할 거예요.”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삶이 짐작되었기 때문이었다. 강진도 혼자 사회에 나왔을 때 겪었던 일들이니 말이

다.

아마도 처음에는 고시원이었을 것이다. 내 몸만 좀 불편하면 보 증금 없이 들어갈 수 있으니 말 이다. 그리고 동생이 보육원을 나오게 되자 작은 월세방을 구했 올 것이다.

강진이 보자 문지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동생 보육원 나와서 첫 번째 식사라 맛있는 것 사 주고 싶었는데.”

“동생은 그 라면이 정말 맛있었 을 거예요.”

“맛있게 먹기는 했지요.”

문지혁은 웃으며 라면을 보다가 말했다.

“다 됐습니다.”

강진이 그릇을 옆에 가져다 놓 자, 문지혁이 면발을 먼저 그릇 에 덜었다. 그리고 국물을 붓고 는 오징어와 파를 올렸다.

송송송!

붉은 국물에 파랗고 하얀 파가 올라가자 색감이 좋았다. 그리고 향도 좋고…….

“정말 짬뽕 라면이네요.”

“맛도 좋습니다.”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라면과 김치를 쟁반에 담았다.

“어? 한 그릇은 여기에 두셔 야……

라면 그릇을 모두 쟁반에 올리 는 것에 문지혁이 의아해하자, 강진이 웃었다.

“이왕 드시는 것 같이 드세요.”

“그래도 되나요?”

“지나 씨 귀신 봐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상관없죠.”

웃으며 답한 강진은 음식들이 담긴 쟁반을 들고는 홀로 나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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