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3화
점심시간이 되기 전, 강진은 핸 드폰을 보고 있었다.
“점심시간 되기 전에 언론으로 터뜨린다고 했는데...
강진이 뉴스를 기다리며 핸드폰 을 보고 있을 때, 가게 문이 열 리며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진아, 우리 왔어.”
이상섭의 목소리에 강진이 핸드 폰을 내려놓고는 홀로 나왔다.
“어서들 오세요. 오늘은 우리 팀이 일등이네요.”
“일찍 와야지. 늦게 오면 자리 가 없잖아.”
이상섭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주문을 받았다. 주문을 받는 사 이 자리가 빠르게 차기 시작했 다.
그에 강진은 가게 문 앞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만석이라고 썼다.
“아이고! 우리가 늦었네.”
“죄송합니다. 지금 막 손님들이 들어오셔서 최소한 이십 분에서 삼십 분은 소요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늦게 온 손님들이 아쉽다는 듯 가게를 보다가 발길 을 돌렸다.
지금 막 영업을 시작한 터라 최 소 2〜30분은 자리가 나지 않을 텐데, 그동안 기다리고 있을 수 만은 없으니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강진은 떠나는 손님들에게 고개 를 숙이고는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마저 주문을 받은 강 진은 배용수와 함께 음식을 만들 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올 시간에 맞춰서 미 리 음식 할 준비를 해뒀던 터라, 두 사람이 힘을 합치자 음식들이 빠르게 완성되었다.
강진이 음식들을 빠르게 서빙을 하고는 손님들의 반찬을 살필 때, 최미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
렸다.
“어머!”
“왜 그러세요?”
이상섭의 물음에 최미나가 핸드 폰을 보며 말했다.
“얼마 전에 죽은 문지혁 있잖아 요.”
“문지혁이 누구예요?”
“그 유명하지 않은 배우 있어 요.”
그러고는 최미나가 핸드폰을 보
여주자, 이상섭이 고개를 끄덕였 다.
“이 사람…… 죽었어요?”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알고 있 는 듯 이상섭이 눈을 찡그리며 하는 말에 최미나가 고개를 끄덕 이며 말했다.
“이 사람이 보육원에서 동생하 고 같이 살았대요.”
“그래요?”
“그런데 세상에, 문지혁 씨 죽 자마자 친부가 나타나서 문지혁
씨 유산을 가져갔대요.”
“뭐? 유산을 가져가?”
“네.”
이상섭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 았다.
“그런데 보육원에서 자랐다며?”
“그러니까요!”
최미나가 황당하다는 듯 하는 말에 임호진과 팀원들도 모두 눈 을 찡그렸다.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건 버……
말하면서도 짜증이 나는지 눈을 찡그린 이상섭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보육원에서 자랄 때는 쳐다도 안 보던 사람이 자식 죽 은 값을 챙겼다는 거야?”
“게다가 보험금도 타 갔대요.”
“보험금까지?”
“네.”
최미나의 말에 임호진이 그녀를
보았다.
“동생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여기 기사 보니까, 동생은 자 기 몫으로 나온 유산을 보육원에 기부했대요. 게다가 오빠가 출연 한 드라마가 재방을 할 때마다 나오는 재방 출연료도 보육원으 로 가게끔 계좌를 돌려놨대요.”
“그런데 아빠라는 작자는?”
“유산을 가져갔다는 뉴스만 있 고 다른 내용은 없어요. 세상 에…… 광고까지 찍었네?”
“광고?”
“이번에 오성화학에서 고 문상 혁 씨를 추모하는 의미로 광고를 촬영했는데, 거기에 그 아빠도 출연을 한데요. 여기 영상 있네 요.”
최미나는 뉴스 하단에 있는 광 고를 클릭해 보여 주었다. 그에 사람들이 광고를 보다가 눈을 찡 그렸다.
“여기 마지므I에 나오는 게 그 아빠라는 작자인가?”
“그런 모양이에요.”
“헐! 웃네…… 웃어!”
이상섭이 화가 나 중얼거리자, 임호진이 한숨을 쉬었다.
“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좋은 사람인데 마지 므]■에 아빠라는 작자가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구 만.”
“그러게요. 문지혁 씨 살아 있 을 때 이렇게 웃으면서 만나 지…… 무슨 죽고 나서 이래?”
“살았을 때는 안 만났대?”
“안 만났대요. 여기 동생분 인 터뷰 보니까, 보육원 나오고 오 빠랑 같이 아빠 수소문해서 찾아 갔는데 집 안에도 못 들어오게 했대요. 난 너희 같은 애들 모른 다고.”
“아......" 짜증나......"
이상섭의 중얼거림에 가만히 있 던 정민이 입을 열었다.
“이런 일…… 종종 있었습니 다.”
“종종?”
“일전에 아빠 손에서 자란 군인 이 군대에서 사고로 죽었을 때도 집 나가서 연락 없던 엄마가 보 험금과 국민성원금 반절을 받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 니 손에 자란 고등학생이 사고로 죽었을 때도 연락 한 번 없던 친 부가 나타나 보험금을 받아 갔고 요.”
“너 어떻게 그런 걸 잘 알아?”
“요즘 입사하기 전에 신문도 잘 읽어야 하니까요.”
“아…… 시사 중요하지.”
말을 하던 이상섭이 한숨을 쉬 며 핸드폰을 보았다.
“무슨 그런 경우가 다 있어?”
이상섭의 중얼거림에 정민이 입 맛을 다셨다.
“작년에 구하민 법이라고, 양육 에 기여하지 않는 부모가 자식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나오기는 했었는데 아직 국회에서 통과를 못 했어요.”
“하여튼 국회의원 놈들 이런 법 하나 제대로 못 통과시키고! 월
급 받아서 뭐 하는 거야.”
이상섭이 화를 내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일단 이야기는 다음에 하세요. 이러다가는 식사하다가 체하시겠 어요.”
강진의 말에 이상섭이 입맛을 다시고는 밥을 보다가 한숨을 쉬 었다.
“에이! 목구멍이 포도청이네.”
말을 하며 이상섭이 밥을 입에 넣자, 임호진이 그를 보았다.
“말하고 행동이 따로 노는 것 같은데?”
“지금 마음 같아서는 입맛 떨어 져서 밥 생각이 없지만, 목구멍 에 뭘 안 넣으면 오늘 일을 못하 니…… 밥을 집어넣는 거죠.”
“하! 그래. 그 말도 맞네.”
고개를 끄덕인 임호진이 최미나 를 보았다.
“그런 안 좋은 기사 이야기는 이따가 사무실 가서 하기로 하고 밥이나 일단 먹자고. 지금 밖에
여기 들어오려는 사람들 줄 길게 서 있는데 빨리 먹고 일어나 줘 야지.”
“아…… 알겠습니다.”
직원들이 밥을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정민을 보았다.
‘잘생긴 할아버지 귀신은 잘 지 내시나?’
일전에 보았던 수호령을 떠올리 던 강진은 손님들의 반찬을 챙기 기 시작했다.
[그런 일 없다니까! 가! 가라 고!]
[따님 인터뷰에 의하면 한 번도 보육원에 와 보신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남의 가정사에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그 애가 나한 테 앙심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하 는 거지. 안 보기는 왜 안 봐. 나도 지혁이하고는 각별하게 지
냈어.]
[고 문지혁 씨와 여동생이 보육 원을 나와 집에 찾아왔을 때 미 안하지 않으셨습니까? 최소한 집 에서 밥 한 끼라도 챙겨 줄 수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런 일 없다니까! 당장 안 꺼 져?!]
욕을 하며 남자가 카메라를 손 으로 밀어버리는 것으로 영상이 끝이 났다.
방송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 셨다.
“지혁 씨 죽었다고 저런 거짓말 을 술술 하네.”
“그러게 말이야. 각별하게 지 내? 하!”
배용수가 황당하다는 듯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방송 을 보았다.
[음…… 이걸 보고 있자니 ‘사 람이라면…….’이라는 생각이 들
면서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그 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현재 법률 상 친부모에게는 자 녀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있습니 다. 해서 법적으로는 고 문지혁 씨의 유산이 아버지에게 가는 것 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거 막는 법안은 아직도 국회 에서 통과가 안 된 거죠?]
[맞습니다. 작년에 발의된 법안 은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는 형 편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리고 고 문지혁 씨의 재산이 그리 많 은 편이 아니라죠?]
[맞습니다. 고 문지혁 씨는 보 육원에서 나온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업을 유지하다가 단역 연 기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거기 에 동생이 보육원을 나온 이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좋은 오빠이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금 액은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모아 놓은 재산은 얼마 되지 않습니 다.]
[그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 친부의 눈에 들어와 고 문지혁 씨와 여동생의 가슴을 아프게 한 거군요. 그리고 친부께서 오성화 학 광고에도 출연을 하셨는 데…… 이건 어떻게 되는 겁니 까?]
[오성화학의 강상식 대표는 평 소 보육원 봉사를 자주 하는 분 입니다.]
[그래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 기인데요?]
[한 달에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는 보육원에 봉사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관련자 이야기에 따르면 강상식 대표는 봉사 활동을 놀러 간다고 표현을 한다고 하더군 요.]
[봉사가 아니라 놀러 간다 라…… 무척 좋게 들리는군요. 봉사 활동 하면서 힐링을 하시는 것 같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대기업 대표가 그러기 쉽지 않 은데…… 그리고 그런 일을 처음 들어 본 것을 보면 소문 내지 않
고 조용히 다녀오시는 모양입니 다.]
[맞습니다. 어쨌든 봉사를 간 보육원이 고 문지혁 씨가 살던 곳이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 어 고 문지혁 씨를 추모하는 뜻 으로 광고를 제작한 것 같습니 다.]
[응? 잠깐만요. 그럼 강상식 대 표가 그 보육원에 봉사를 했다면 지금 이 사정 알고 있었던 것 아 닙니까?]
[제가 확인해 본 결과 오성화학
측은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 도해 줄수 없다고 하였습니 다.]
[아무런 답변도 해 줄 수 없다? 그럼…… 알고도 친부가 광고에 나오게 했을 수도 있겠군요. 그 럼 강상식 대표가 친부를 광고에 기용한 것은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것 역시 아무런 답변을 해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긴, 예민한 문제기는 하군요. 앞으로 법적 소지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오성화학 광고는 이제 어 떻게 되는 겁니까?]
[지금 광고를 급히 편집해서 새 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나오는 광고는 그럼 아웃 되는 겁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성 화학 측에서 내일 1시까지는 예 정된 광고를 계속 내보낼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그건…… 혹시 오성화학 측에 서는 이 사건을 널리 알리려고
한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아버 지란 사람의 얼굴을 공개적으로 오픈하려고?]
[그것 역시 아무런 답변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짚어 내는 진행자의 모습에 강진은 감 탄을 했다.
“와! 저 사람 무슨 귀신이야?”
“무슨 소리야?”
같이 뉴스를 보던 배용수의 물 음에 강진이 말했다.
“우리끼리 얘기했던 자리에 같 이 있었던 것처럼 다 알잖아?”
“저 사람이 똑똑하기는 하지.”
“ 알아‘?”
“예전에 우리 식당에 와서 밥을 먹은 적이 있어. 그때 인사 한 번 했어.”
“오! 유명인과 인사한 사이였 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때 정치권에서 저 사람 데려 가려고 했거든.”
“그래?”
“시사 프로그램 오래 해서 인기 가 있고, 진보나 보수 상관없이 옳은 말만 하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어?”
“저기서 방송하는 것 보면 거절 한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TV를 보 았다. 지금은 문지혁과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건들을 다루고 있 었다.
양육을 하지 않은 부모가 자식 죽은 후에 보험금을 받아 간 사 건들 말이다.
짧은 시간에 여러 취재를 했는 지 강진이 아는 일들 외에도 여 러 일들이 더 있었다.
“세상에 저런 사람들이 정말 있 구나.”
이혜미가 충격을 받은 듯 TV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세상에 좋은 사람도 많지 만…… 나쁜 사람도 있으니까 요.”
“하아…… 애들은 그냥 태어났 을 뿐인데. 그냥 보통 엄마 아빠 라도 되어주지.”
“그 보통이 힘든 거죠. 그래서 세상 대부분의 엄마와 아빠는 위 대한 겁니다. 그냥…… 주시잖아 요.”
“맞아요. 남이라면 절대 해 줄 수 없는 건데……
이혜미가 고개를 저으며 TV를 볼 때, 배용수가 핸드폰을 내밀 었다.
“뉴스 많이 나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가 내 민 핸드폰을 보았다. 실시간 검 색어 1위가 문지혁, 2위가 문지 혁 선행, 3위가 문지혁 아빠였 다.
그리고 4위가 강상식의 의도였
다. 강상식의 의도라는 검색어에 강진이 웃으며 그것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