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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60화 (658/1,050)

660화

황태수의 씁쓸한 얼굴에 강진이 황미소를 보았다.

“미소 가서 갈아입을 옷 챙겨올 래?”

“가자, 미소야.”

황태수가 황미소를 데리고 옷을 챙기러 가려 하자, 강진이 말했 다.

“이 정도는 미소 혼자 할 수 있

지?”

“네.”

황미소가 자신이 사는 방으로 냉큼 뛰어가자 강진이 황태수를 보았다.

“태수야.”

“네.”

“네가 무슨 걱정 하는지 알아.”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그를 보 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했다.

“미소가 우리 집 가서 놀고 다 시 여기 왔을 때 더 외롭고, 힘 들까 봐 걱정하는 거지?”

“그…… 네.”

강진은 그를 보다가 머리를 손 으로 쓰다듬었다.

‘왜 이리 철이 빨리 들었니.’

이 나이대이면 부모님에게 장난 감 사달라고 가게에서 드러눕는 경우도 있을 텐데…… 태수는 동 생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황태수의 머리를 쓰다듬은 강진

이 말했다.

“형도 알아. 미소가 우리 집 갔 다가 내일 여기 안 오겠다고 울 고 떼를 쓰고…… 다시 여기 와 서 며칠은 힘들어할 거라는 거.”

“아세요?”

“형도 보육원 출신이니까.”

강진은 가끔 후원자들의 집에 다녀온 아이들이 며칠 동안 힘들 어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자 신이야 나이 먹고 보육원에 들어 가서 후원자의 집에 갈 일은 없

었지만, 그런 경우를 자주 보았 던 것이다.

강진은 황태수를 보며 말을 이 었다.

“근데 형 너희하고 친하잖아.”

황태수가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즐겁고 내일은 힘들 수 도 있어. 내일 미소 막 울고 안 가겠다고 할 수 있고, 나하고 같 이 살고 싶다고 할 수도 있지.”

강진은 미소가 갔던 방향을 한

번 보고는 다시 태수를 보았다.

“그동안 나한테 연락을 하지 않 은 건 미소가 나하고 살고 싶다 고 하면서 나를 곤란하게 할까 싶어서지?”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황태수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형도 마음 같아서는 너희들하 고 같이 살고 싶어. 하지만 네

말대로 그게 쉬운 결정은 아니 지.”

“알고 있어요.”

강진은 사실 두 아이와 같이 살 고 싶기도 했다. 다만 아이 둘을 책임질 상황이 아니었다.

가게에서 먹고 자고 하는 상황 이라 애들도 한끼식당에서 살아 야 하는데, 그럼 귀신을 접하게 될 테고 신수 형제들처럼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신수 형제들이 나쁘게 사

는 것은 아니다. 잘 먹고 잘 사 니 말이다. 다만 귀신을 보는 문 제는 쉽게 결정을 할 상황이 아 니었다.

그래서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 리고 아이들을 데려가는 건 즉흥 적으로 결정을 할 일도 아니었 다.

길 잃은 고양이를 집에 데려갈 때도 심사숙고를 해야 하는데 하 물며 사람을 데려가는 것이니 말 이다.

다행히 황태수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자 미소를 지은 강진이 말을 이었다.

“같이 살 수는 없지만, 형은 여 전히 너희가 자주 오는 식당 단 골 사장님이자, 친한 형이야.”

“네.”

“가끔 너희 데리고 우리 집에서 자고, 또 여름에는 어디 놀러 갈 때 같이 가고 싶은데 그럴 때마 다 미소가 힘들다고 너희 둘을 안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

“그건......"

잠시 머뭇거리던 황태수가 고개 를 끄덕였다.

“네.”

“힘들어도 적응을 해야 하는 것 이 있어. 그리고 나는 너희가 우 리 집에서 맛있는 것 먹고 놀다 가 가는 것도 적응했으면 좋겠 어. 일종의 일상에서의 휴가지.”

“일상에서의 휴가요?”

“방학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방학이 시작되면 좋은데 끝날 때 는 서운하고 학교 가기 싫고 그

러잖아.”

“나는 학교 좋은데…… 밥도 주 고.”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같이 학교 좋아하는 애들만 있으면 세상 어머니들의 아침이 조금은 편할 텐데.”

웃으며 강진이 말했다.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자. 미소 가 힘들겠지만 적응하면 우리 집 에 놀러 오는 것도, 다시 여기로

돌아오는 것도 익숙해질 거야.”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입맛을 다셨다.

“익숙해지는 건…… 너무 싫네 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황태수는 그 시선을 느끼 지 못하고 발로 바닥을 툭툭 치 며 말했다.

“배고픈 것도 익숙해지면 그냥 그렇고, 엄마 보고 싶은 것도 익 숙해져요. 그리고 할머니 보고

싶은 것도 익숙해지고…… 그리 고 이제는 아빠 보고 싶은 것 참 는 것도…… 익숙해지려고 해 요.”

황태수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과 황희승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 애기……

“태수야…… 너…… 그렇게 참 고만 살았던 거니? 아빠한테 말 을 하지.”

두 귀신의 안타까운 목소리에 강진도 한숨을 쉬며 황태수를 보

았다.

“왜 이리 다 늙었어.”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작게 중 얼거리는 소리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익숙해지는 것이 많아지는 게 저는 싫어요.”

바닥을 보며 이야기하던 황태수 가 고개를 들었다. 침울한 표정 을 짓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과 달리, 의외로 밝은 황태수의 표정에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

를 보았다.

“그래서 형하고는 안 익숙해질 래요.”

“ 나하고?”

“형은 볼 때마다 고맙고, 좋고, 즐거울래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앞으로도 너하고 나는 처음 본 것처럼 익숙해지지 말 자.”

“네.”

황태수의 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머리를 마저 쓰다듬 다가 말했다.

“형 핸드폰 번호 기억하지?”

“네.”

“그럼 앞으로도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해. 돈 없을 때는 수신자 부 담으로 전화를 걸어도 되고.”

“네.”

황태수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황미소가 봉지를 들고 뛰 어오는 것에 웃으며 말했다.

“그거면 돼?”

“네.”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황태수가 말했다.

“봉지 줘 봐.”

“왜?”

“잘 챙겼는지 보게.”

“ 자.”

황미소가 봉지를 주자, 황태수

가 내용물을 보고는 말했다.

“잠옷 위하고 아래 세트가 아니 잖아.”

“그냥 입으면 돼. 그거 입고 밖 에 나갈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그러고는 황태수가 강진을 보았 다.

“저 옷 좀 챙겨올게요.”

“그래. 다녀와.”

황태수가 서둘러 방으로 뛰어가

자 강진이 그 모습을 보다가 황 미소를 보았다.

“미소 뭐 먹고 싶어?”

“고기!”

“알았어. 오늘 미소 전에 먹은 오색 찹 스테이크도 먹고 삼겹살 도 먹고…… 이것저것 많이 먹 자.”

“응!”

그저 좋아하는 황미소를 보며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애들은 이런 맛이 있어야 하는 데. 태수는 너무 철이 들었어. 구 명조끼를 몇 겹을 입어도 물에 빠지면 바로 가라앉아 버리겠 어.”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배용수도 투덜거 리기는 하지만 안타까워서 하는 말’ 이 니.

기다리고 있자 황태수가 쇼핑백 에 짐을 챙겨서 나왔다.

“다 됐어요.

“그래. 가자.”

강진은 황미소를 안아 들고는 보육원을 나섰다. 그러고는 아이 들을 차에 태운 뒤 출발을 했다.

부웅!

강진은 맛있는 것 실컷 먹고 잠 이 든 아이들을 조심히 안아 들 었다. 그러고는 2층 자신의 방에 하나씩 눕혀 놓고는 황희승을 보 았다.

“내려가시죠.”

“저희는 여기에서 애들 보고 있 겠습니다.”

아주머니 귀신이 강진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애들한테 잘해 주셔 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애들이 예쁘고 착해 서 보고 있으면 제가 행복합니 다.”

웃으며 고개를 숙인 강진이 아 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아주 머니 귀신을 보았다.

“그런데 제가 아직 어머니 성함 을 모르네요.”

“임선혜입니다.”

“곧 있으면 저승식당 영업시간 이거든요? 밑에 내려가서 식사라 도 하세요.”

강진이 한 번 더 권하자 황희승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시다. 애들도 자야 하고.”

황희승의 말에 임선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그런

귀신들을 데리고 방을 나온 강진 이 불을 끄고는 문을 닫았다.

여름이라 밤에도 더웠지만, 한 끼식당은 귀신의 영향으로 딱 잠 자기 좋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선풍기를 틀 필요도 없었다.

귀신들과 함께 가게로 내려온 강진이 잠시 시간을 보고는 말했 다.

“음식은 이따가 저승식당 영업 시간에 드세요. 지금 드시는 것 보다 그게 더 맛이 있을 겁니 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황희승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애들이 보육원에 있기는 하지 만, 보육원이라고 나쁜 것은 아 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황희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 게 한숨을 쉬었다.

“지내보니 원장님이나 일하는 분들이 아이들을 많이 생각해 주 시더군요. 그리고 같이 지내는

원생들도 동생들과 잘 지내고 있 는 것 보니 마음이 많이 놓입니 다.”

말을 하던 황희승이 입맛을 다 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 퇴근하고 올 때까지 아이 둘만 머물던 우리 집보다는 오히 려 보육원이 더 나은 것도 같습 니다.”

“그런 말은 마세요. 보육원이 아무리 좋아도 아버님과 같이 사 는 것이 더 애들한테는 좋죠.”

“하아! 가진 것이 너무 없어 서…… 애들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안 좋습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해 줄 말이 없었다. 가진 게 없 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지 금은 죽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황희승을 보다가 자 리에서 일어났다.

“TV라도 보고 계세요. 일단 저 는 저녁 장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강진은 주방에 들어가서는 음식 준비를 하는 배용수를 보았다. 그에 식재를 다듬던 배용수가 강 진을 보았다.

“애들은 자?”

«으 »

“이빨 닦고 재워야 하는 것 아 냐?”

“넌 어렸을 때 이빨 닦는 것 좋 아했어?”

“안 좋아했지.”

“하루에 몇 번 닦았어?”

“어렸을 때, 컸을 때?”

“그게 달라?”

“다르지. 어렸을 때는 이빨 닦 기 싫어서 아침에 한 번 닦고, 커서는 요리하다 보니 이빨을 하 루에 여러 번 닦았지. 아니면 가 글이라도 자주 하든가.”

요리사는 미각이 생명인 만큼 입에 남은 잔맛들을 닦아내느라 이빨을 자주 닦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애들한테는 이빨 닦 으라고 해?”

“그게 좋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나는 애들한테 나쁜 형이 되련 다.”

“나쁜 형?”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 이 입맛을 다셨다.

“참는 것이 익숙한 아이잖아.

나와 있을 때는 조금은 참지 않 았으면 해. 그냥 자기가 하고 싶 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게 두고 싶어.”

“그러다가 애 어긋나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네가 보기에 태수가 어긋날 애 로 보이냐?”

“그건 아니지.”

“하루쯤 풀어줘도 괜찮아. 그리 고 이빨이야…… 나도 어렸을 때

한 번밖에 안 닦았어. 그래도 이 렇게 이빨도 멀쩡하고.”

강진이 이빨을 드러내자, 배용 수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하긴, 하루쯤이야.”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료 를 정리하기 시작하다가 문득 홀 을 보았다.

“드시고 싶으신 것 있어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문득 임 선혜를 보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만들어 주던 계란탕이 먹고 싶네.”

“ 계란탕요?”

«으 »

황희승의 말에 임선혜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근데 나 귀신인데 어떻게 해?”

“그러게.”

임선혜의 말에 황희승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강진이 말했다.

“오케이! 태수 아버님, 오늘 저

녁 메뉴는 아내분 음식으로 하 죠.”

“네?”

의아해하는 황희승을 보던 강진 이 임선혜를 보았다.

“어머니 들어오세요.”

“저요?”

“오랜만에 가족 음식 좀 만들어 보세요.”

“제가요?”

강진이 웃으며 들어오라는 시늉

을 하자, 임선혜는 잠시 망설이 다가 주방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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