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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64화 (662/1,050)

664화

강진은 황미소와 황태수를 자신 의 푸드 트럭에 태웠고, 강상식 은 문지나를 자신의 차에 태웠 다.

차에 탄 강진은 문득 강상식의 차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강상 식이 문지나의 안전벨트를 잡아 당겨 채워 주는 것을 본 것이다.

강상식의 행동에 문지나가 얼음 이 된 것처럼 굳어지는 것을 보

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너무 급하시네. 우리 형님.”

강진의 말에 황미소가 그를 보 았다.

“뭐가 급해?”

“그런 것이 있어. 나중에 미소 도 알게 될 거야.”

웃으며 강진이 황미소의 안전벨 트를 채워주고는 황태수를 보았 다. 황태수는 이미 안전벨트를 차고 있었다.

“그럼 이제 가자.”

아이들을 살핀 강진이 시동을 켜고는 말했다.

“가는 길에 혹시 화장실 가고 싶으면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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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소가 웃으며 답하는 것을 보던 강진은 액셀을 밟았다. 그 러자 뒤에서 강상식의 차가 따라 오기 시작했다.

태운 보육원에 도착한 강진은 강상식과 함께 원장에게 먼저 인 사를 했다.

“재밌게 놀다 왔니?”

“네. 잘 놀다 왔습니다.”

황태수의 답에 원장이 황미소를 보았다. 그 시선에 황미소가 공 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잘 놀다 왔습니다.”

황미소가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것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직은 원장님이 어려운가 보 구나.’

자신에게는 반말을 하는 황미소 가 원장에게는 존대를 하니 말이 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원장 을 보았다.

“제가 식당을 하는 사람이라 보 육원에 음식 봉사를 다니고 있습 니다.”

“음식 봉사요?”

“제가 푸드 트럭도 한 대가 있 어서요.”

“푸드 트럭이라면…… 길가에서 음식을 파는 그 차 말인가요?”

원장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 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 음식 좀 만들어 주려고 푸드 트럭을 가져왔는데요. 괜찮 을까요?”

강진의 말에 원장이 미소를 지 었다.

“그럼요. 애들이 좋아하겠네요.

그럼 메뉴는 어떻게 되는 건가 요?”

“어린 학생들이 좋아하는 튀김 하고 통닭입니다. 물론 통닭이라 고 해도 매장에서 파는 그런 스 타일은 아니고, 그냥 후라이드하 고 옛날 통닭 느낌입니다. 그리 고 떡볶이하고 어묵 꼬치입니 다.”

강진의 말에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이 정말 좋아하겠네요. 특 히 떡볶이와 어묵 꼬치는…… 푸

드 트럭에서 먹으면 더 각별하겠 습니다.”

원장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집에서 잘 먹어도 길거리 음식 은 또 길거리 음식만의 맛이 있 으니까요.”

“그것까지 생각을 해 주셔서 감 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옆에 서 있는 강상식을 가리켰다.

“이쪽은 오늘 여기 온다고 하니 같이 오신 강상식 형하고 문지나 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강상식이 명함을 꺼내 내밀었 다.

“강상식입니다. 언제든지 도움 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오.”

강상식이 건넨 명함을 받은 원 장은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오성화학 사장님이시네요

“그냥 보육원에 놀러 오는 것 좋아하는 놈이라고 생각해 주세 요.”

“놀러?”

“제가 여기 와서 봉사를 해 봐 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그냥…… 저는 애들하고 놀러 오는 사람입 니다.”

강상식의 말에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자주 놀러 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원장은 그를 보 다가 문득 문지나를 보았다.

“그럼 혹시……

그도 뉴스를 통해 오성화학과 문지나의 관계를 알고 있는지,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 시선에 문지나가 작게 웃으 며 말했다.

“지금 하시는 그 생각이 맞을 것 같아요. 저는 문지혁 동생 문 지나입니다.”

“아

작게 탄식을 토한 원장이 한숨 을 쉬며 말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문지나를 보던 원장은 다시 한 숨을 쉬었다.

“자라신 곳과는 다르겠지만 저 희 보육원, 아니 여기도 집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있다가 가세 요.”

“감사합니다.”

웃으며 답한 문지나는 문득 물 었다.

“혹시 이불 빨래 할 것이 없나 요?”

“이불 빨래요?”

“정신없이 뭔가 힘도 쓰고 싶고 깨끗하게 만들고 싶어서요.”

문지나의 말에 원장이 웃었다.

“그렇다면 잘 찾아오셨네요. 그 렇지 않아도 날이 더워 애들이 땀을 흘리며 자서 이불을 빨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

다.”

말을 하던 원장이 몸을 일으켰 다.

“그럼 일찍 시작을 해야겠네요. 여름 이불이라 지금부터 빨고 널 어 두면 저녁 되기 전에 보송보 송하게 잘 마르겠습니다.”

원장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숙일 때, 강상식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이건 제 마음입니다.”

원장은 내밀어진 봉투를 보다가

두 손으로 조심스레 받았다.

“감사히 애들을 위해 잘 쓰겠습 니다.”

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식이 물었다.

“그런데 애들이 잘 때 땀을 홀 리고 자는 거면 냉방 시설이 잘 안 되어 있나요?”

“잘 되어 있습니다. 다만 전기 세가 조금 무서워서 에어컨은 낮 에만 틀고 저녁은 선풍기로 버티 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선풍기는 넉넉 한가요?”

“넉넉하게 쓸 수 있나요. 그저 방에 선풍기 두 대씩은 있습니 다.”

원장의 답에 강상식이 뭔가 더 말을 하려 할 때, 강진이 말했 다.

“그럼 상식 형은 여기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알아보시 고, 지나 씨는 빨래하시고, 저는 음식을 하는 것이 낫겠네요.”

강진의 말에 원장이 무슨 말인 지 알겠다는 듯 방을 나섰다. 이 야기만 하다가는 끝이 없는 것이 다.

그리고 이불은 크고 두꺼우니 여름 햇살이라고 해도 빨리 널어 놔야 보송보송하게 마를 것이었 다.

방을 나온 원장은 지나가는 학 생 한 명을 불렀다.

“가서 대룡이하고 효진이 좀 불 러 올래?”

“네.”

학생이 서둘러 뛰어가자, 원장 이 강진을 보았다.

“음식 하는데 필요한 것이 있으 신가요? 아니면 저희 식당 사용 하시 겠어요?”

“애들이 식당에서 주는 튀김보 다 푸드 트럭에서 먹는 것을 좋 아하더라고요. 저는 제가 타고 온 푸드 트럭에서 음식 하면 됩 니다.”

“그럼 다른 필요한 건?”

“물만 좀 있으면 되는데 운동장 한쪽에 수돗가 있더군요. 거기에 서 물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 다 큰 남학생 과 여학생이 다가왔다.

그 학생들을 보며 원장이 말했 다.

“너희 이 아가씨하고 오늘 이불 빨래 좀 해야겠다.”

“아니, 저 혼자 해도 되는데요.”

“저희 이불이 많아요. 혼자 하 기 힘드세요.”

“그럼 아이들이 힘들 텐데

문지나의 말에 원장이 웃을 때, 여학생이 말했다.

“원내 일 도우면 원장님이 용돈 을 주세요. 그래서 저희는 괜찮 아요.”

“그래요?”

문지나의 말에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

“일을 하면 돈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조금이지만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혼자 하셔 도 뭔가 챙겨줘야 할 사람은 있 어야죠. 여기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실 테니까요.”

“아......" 네.”

문지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원장 이 두 학생을 보았다.

“더 할 애들 있으면 두 명만 더 불러서 같이 하렴.”

“네.”

효진이라 불린 단발 여학생이 문지나를 보았다.

“언니, 이쪽으로 가요.”

그러고는 이번엔 내룡을 보았 다.

“너는 방마다 이불들 들고 수돗 가로 와. 그리고 창현이하고 명 원이도 데리고 와.”

“알았어.”

순박한 얼굴의 내룡이 방이 있 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효진은 문지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걸어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원장이 강 상식을 보았다.

“그런데…… 사진 찍는 분은 안 오셨나요? 아니면 저희가 찍어야 하는지요?”

원장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 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참 나빠요.”

“네?”

“사진기가 없으면 움직이지를

않아요.”

작게 고개를 저은 강상식이 웃 으며 원장을 보았다.

“저도 사진기는 가지고 왔습니 다.”

“사진기?”

원장은 주위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혹시 강진이 사진을 찍 나 싶은 것이었다.

그 모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손 으로 네모난 틀을 만들어서는 원 장의 눈앞에 놓았다.

“원장님이 저를 이렇게 보시고 마음속에 저장하시면 그게 제 사 진입니다.”

“마음속에…… 저장?”

원장이 의아해하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제가 좋은 놈이 되고 싶 어서 오는 거지, 다른 사람이 보 기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서요. 그래서 사진기는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언론에 흥보할 생각도 없고요.”

“아……

원장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강상 식을 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아! 물론 원장님이 알아서 언 론에 이야기하시는 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강상식은 한차례 농을 하고는 말했다.

“그럼 보육원 소개 좀 해 주세 요.”

기부를 했으니 보육원을 살피겠 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보

육원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도움 을 줘도 제대로 줄 수 있으니 살 펴보려는 것이다.

전에 다른 보육원에 컴퓨터실을 만들어 준 것처럼 말이다. 회사 에서 안 쓰는 사무 용품이나 물 건들이 여기에서는 좋은 장비들 이 되니 말이다.

원장은 강상식을 데리고 보육원 을 안내해 주러 걸음을 옮겼다.

한편, 강진은 황태수와 황미소 를 데리고 푸드 트럭이 있는 곳 으로 걸음을 옮겼다.

푸드 트럭 주위에는 이미 보육 원 아이들이 몰려와서 호기심 어 린 눈으로 트럭을 보고 있었다.

“이거 푸드 트럭이다.”

“나도 알아. TV에서 봤어.”

“그런데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아까 태수하고 같이 온 아저씨 가 타고 왔어.”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며 웃은 강진이 말했다.

“안녕.”

강진의 인사에 아이들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인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드 트럭 캡을 열었 다.

“너희들 튀김하고 통닭 좋아 해?”

“좋아해요.”

“떡볶이하고 어묵 꼬치는?”

“그것도 좋아해요!”

아이들이 소리치자 강진이 웃으 며 말했다.

“아저씨가 그거 해 줄 거야.”

“와! 진짜요?”

아이들의 물음에 황미소가 웃으 며 말했다.

“그럼 진짜지! 강진 오빠는 거 짓말하지 않아.”

“오빠? 네가 아는 오빠야?”

“서울에 살 때 친해진 오빠야. 오빠가 우리 여기 있는 것 알고

어제 왔었어.”

“와! 너 보겠다고 서울에서 왔 어? 미소 좋겠다.”

아이의 말에 황미소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이들 특유의 자랑 하고 싶은 심리인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강진이 말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아저씨가 맛 있는 것 해 줄게.”

“와! 튀김이다!”

“통닭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던 강진이 물통을 황태수에게 내밀 었다.

“물 좀 떠 올 수 있지?”

“네.”

“거기에 반의 반 정도만 떠와 줄래?”

너무 많이 뜨면 황태수가 들기 에 무거울 수 있으니 말이다.

“다 뜰 수 있어요.”

“아니야. 그럼 무거워. 너 들 수 있을 만큼만 떠 와.”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돗가로 뛰어갔다. 그것을 보며 강진이 재료들을 정 리하기 시작했다.

재료들을 정리하던 강진은 황태 수가 물을 뜨러 간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황태수 말고도 아이 둘 이 그를 도와 물통을 들고 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 다.

‘그래, 태수야. 세상은 혼자 사 는 것이 아니야. 옆에서 짐을 들 어 줄 사람이 있으면…… 같이 들고 오면 되는 거야.’

물론 그 짐을 같이 들어 줄 사 람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말 이다.

황태수를 보며 미소 짓던 강진 은 기름통 온도를 올리고는 닭과 튀김 재료들을 정리했다. 이젠 튀김 가루 반죽을 만들고 튀기기 만 하면 강진의 역할은 끝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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