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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66화 (664/1,050)

666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주위를 보다가 물통에서 나왔다. 그러고 는 맨발로 걸음을 옮겼다.

“맨발로 어디 가?”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잠시 차에요.”

“신발 신고 가지?”

“물 묻어서 신발 젖어요. 그리

고 다시 와서 들어갈 때 씻으면 돼요.”

차로 걸음을 옮긴 강진은 아이 들을 보았다.

“어때? 음식들 괜찮아?”

강진의 물음에 내룡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주 맛이 좋습니다.”

내룡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조수석을 열어 향수를 꺼냈다. 그러고는 보육원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긴 뒤 입을 열

려 했다.

“나를 부르려는 것인가?”

입을 열려던 강진은 어느새 자 신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소 희를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를 뵙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배용수를 보았다.

“쓸데없이 예민하군.”

“아…… 죄송합니다.”

김소희의 기운에 배용수가 바들

바들 떨자 강진이 급히 향수를 들었다.

‘이러다가 내 마누라 죽겠네.’

강진이 향수를 드는 걸 본 김소 희가 슬쩍 손을 내밀었다.

화아악!

강진이 향수를 뿌리자 김소희가 그것을 자신의 귓가에 묻히고는 손을 내렸다.

“그런데…… 형을 따라오신 것 입니까?”

“그저…… 지나가다가 보이기에 온 것일 뿐이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 었다.

“아가씨는 참 많은 곳을 지나가 시는군요.”

“흠! 내가 어디 못 올 곳이라도 왔다는 겐가?”

눈을 찡그리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작게 웃으며 답한 강진은 그녀 를 보다가 말했다.

“형수님이 임신을 하셨습니다.”

“알고 있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으니 멀리서 따라다니는 것이다.

가까이하고 싶지만, 가까이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니 말이다.

“지나가는 길이시니…… 혹시 형수님에게 축복을 내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고 개를 저었다.

“자네는 참으로 나를 귀찮게 하 는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김소희가 김이슬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 기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그 뒤 를 서둘러 따라갔다.

김소희의 뒤를 따라 김이슬에게 다가간 강진은 황민성과 강상식 이 안 보이는 것을 알았다.

“두 분 어디 가셨어요?”

“원장님께 인사드리겠다고 들어 가셨어요.”

문지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김이슬과 조순례를 보았 다.

“어디 편한 곳에서 쉬시죠.”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빨래하는 것 보는 것도 재밌어.”

“그러세요?’’

문지나가 이불을 밟고 있는 것 을 보던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 다.

“저걸 보고 있으니 내가 젊어지 는 느낌이야. 젊음이란 참 좋은 거야.”

그러다가 조순례가 강진을 보았 다.

“예쁜 아가씨인데……

자신과 짝을 맺어 주려는 듯한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을 하려 할 때,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상식 씨가 이미 열심히 잘해 주고 있어요.”

“상식이가? 아! 그래? 정말 잘 됐네. 상식이도 나이가 있으니 어서 짝을 만나야지.”

흐뭇한 얼굴로 문지나를 보는 조순례를 보며 강진은 슬쩍 웃고 는 김이슬을 보았다. 김이슬 옆 에는 김소희가 그녀를 보고 있었 다.

은은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김 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시 선을 돌렸다.

‘내가 보는 것을 알면 다시 싸 늘해지시 겠지.’

시선을 애써 돌리면서도 강진은 기분이 좋았다.

황민성은 전생에 김소희의 오빠 였다. 그럼 김이슬은 김소희에게 새언니가 되는 것이다.

‘최소한 소희 아가씨가 시집살 이는 시키지 않으시겠지.’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희가 살며시 김이슬의 어깨에 손을 올 렸다.

“앞으로는 건강하게 잘 사세요. 그리고 두 아이도 잘 키우시고 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김 소희의 존댓말에 강진이 살짝 놀 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미소를 지은 채 김이슬의 어깨 를 쓰다듬은 김소희가 시선을 내 렸다.

그러다가 김이슬의 배에 살며시 손을 댄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 다.

“어렵게 만난 인연이니…… 너 희 두 녀석도 아빠 엄마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이 고모가 너 희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늘 기 도를 해 주마.”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 던 강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 다.

‘두 녀석? 설마 쌍둥이?’

확실한 것은 애가 나와야 알겠 지만, 김소희가 이렇게 말을 했 다면 거의 100% 확실할 것이다.

늦게 얻은 아이들인 만큼 하늘 에서 황민성에게 한 번에 두 명 을 보내 준 모양이었다.

강진이 속으로 미소를 지을 때, 조순례가 그를 보았다.

“무슨 좋은 일이 있니?”

고개를 숙인 채 웃고 있는 자신 의 얼굴을 본 것이다. 그에 강진 이 웃었다.

“좋은 일 당연히 있죠.”

그러고는 강진이 조순례를 보았 다.

“어머니가 이렇게 건강하시잖아 요.”

“그래. 고맙구나.”

조순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이슬이도 애를 가졌으 니…… 나도 애들 돌 때까지는 살아야 할 텐데.”

조순례가 씁쓸히 내뱉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에이, 돌까지라뇨. 애들 대학교 가서 술 마시고 오면 어머니가 해장국도 끓여 주셔야죠.”

“내가 해장국을?”

“그럼요. 그럼 누가 끓여 줘요. 형수님은 애들 술 먹고 왔다고 화가 머리까지 났을 텐데요. 그 럴 때 할머니가 다독여 주고 하 셔야죠.”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엄마 아빠 화났을 때는 이 할미가 다독여 줘야지. 강진 이 말대로 내가 애들 대학교 때 까지 살아서 해장국을 끓여 주면 좋겠구나.”

웃으며 이야기를 하던 강진은 수돗가에서 발을 씻고는 대야에 들어가 이불을 밟기 시작했다.

햇살이 따스할 때 어서 이불을 빨고 말려야 애들이 오늘 보송보 송한 이불을 덮고 잘 테니 말이 다.

‘햇살에 보송보송하게 말린 이

불은 기분이 좋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햇살에 잘 마른 이불은 뭔가 기분이 좋 았다.

‘나도 이불이나 빨아서 햇살에 말릴까?’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 를 저었다. 여기야 시골이지만, 강진이 사는 논현은 서울에서도 도심이다.

그런 곳에서 이불을 밖에다 말 린다는 것은 햇살과 함께 먼지들

을 한가득 묻히는 셈이었다.

고개를 저은 강진이 이불을 푹 푹 밟은 뒤 물을 버리고는 새 이 불을 통에 넣었다.

수돗가에는 황민성과 강상식, 그리고 문지나와 강진이 열심히 이불을 밟고 있었다.

원장과 인사를 하고 기부금을 바로 전달한 황민성도 이불 빠는 것에 동참한 것이다.

그리고 푸드 트럭 위에는 김이

슬과 장 여사가 앉아서 아이들에 게 음식들을 해 주고 있었다.

이불을 빠는 네 사람은 이런저 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두식 형은 학교에 출근했어 요?”

“출근했지.”

“다닐 만하시대요?”

“직장을 다닐 만해서 다니나. 먹고살려니 다니는 거지.”

말을 하던 황민성이 웃었다.

“얼마 전에 학생 하나하고 치고 받았다고 하더라.”

“학생하고요?”

“스파링 말이야.”

“아…… 애 많이 다친 것 아니 에요?”

“많이 다치는 것도 어느 정도 사이즈가 나와야 다치는 거지.”

“사이즈요?”

“호랑이하고 토끼하고 싸우면 누가 이기냐?”

“그야 호랑이죠”

“그럼 호랑이가 토끼 잡을 때 막 이리저리 때리겠어?”

“그건…… 아.”

강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 덕이자 황민성이 말했다.

“개기는 애들 중에 한 놈 스파 링에 올려서 그놈이 용쓰는 것 봐 주다가 한 대 때리고 끝났 대.”

“일부러 좀 맞아 주신 건가요?”

“그런 셈이지. 너 같은 애들이 아무리 치고받고 해도 나한테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준 거지.”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힐끗 문 지나와 강상식을 보았다. 두 사 람도 이야기를 나누며 이불을 빨 고 있었다.

뭔가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지 두 사람이 웃는 것을 보며 강진 이 작게 말했다.

“두 사람 분위기 괜찮은 것 같

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말고 좋아야지.”

“차차 그렇게 되겠죠.”

“그러면 가장 좋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김소 희는 푸드 트럭 한쪽에서 닭다리 를 작게 뜯어 입에 넣고 있었다.

지금 튀기는 것은 김이슬이지

만, 튀김 재료 준비는 강진이 한 것이라 귀신이 먹기에도 맛이 좋 았다.

완제품에 고추를 썰어 놓는 것 만으로도 저승식당 주인의 손길 이 들어가니 말이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작게 말했 다.

“소희 아가씨가 와 계세요.”

“소희 아가씨께서?”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다고 보이시겠어요?”

“그냥 본능이지. 그래서 어디에 계신데?”

“형수님이 튀겨 주신 닭다리 드 시고 계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이슬이 있는 곳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 다.

“왜 웃으세요?”

“소희 아가씨 같은 분께서 이슬 씨가 해 준 음식을 먹고 있잖 아.”

“그게 왜요?”

“사람이든 귀신이든 밥 챙겨 준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법이 야. 물론! 예외적인 쓰레기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놈들은 뭘 해도 쓰레기고. 어쨌든 소희 아가씨가 그럴 분은 아니잖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께서 형수님에게 축복을 내려 주셨어요.”

“축복을?”

“네.”

“건강하게 순산하실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푸드 트럭을 보다가 말했 다.

“소희 아가씨 고향에 사당이라 도 하나 지어 드려야겠다.”

“사당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희 아가씨 정도면 사당이 있

거나 역사에 이름 한 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그건 그렇죠.”

김소희는 양반가 규수로 태어났 음에도 어린 나이에 의병으로서 수많은 활약을 했다.

게다가 그 가문 사람들 역시 의 병으로서 활동하다가 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오라버니는…… 어 쨌든 죽었고 말이다.

그런 김소희의 가문과 이름이 역사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안

타까운 일이었다.

“내가 좀 알아봤는데 지역마다 의병 활동을 했던 사람들의 사당 이 있더라고. 그리고 사람들이 거기서 제사도 지내고 말이야. 그런데 소희 아가씨 이름은 어디 에도 없더라고.”

“잘 찾아보면 어디에 있지 않을 까요? 소희 아가씨 집안 족보를 보면 나올 것도 같은데?”

“네가 한 번 물어봐라. 어디 집 안인지.”

황민성은 정말 사당이라도 하나 지을 생각인 것 같았다. 말을 하 던 그는 문득 턱을 쓰다듬었다.

“왜 그러세요?”

“드라마를 만들까?”

“드라마요?”

“얼마 전에 나한테 드라마 투자 건 들어온 것이 있거든.”

“형 드라마도 투자를 해요?”

“작게 작게 하는 건 조금씩 투 자를 해. 몇 백억 들어가는 건

부담되지만 돈 얼마 안 들어가는 드라마는 잘만 투자하면 파생 상 품들도 잘 뜨거든. 투자하면서 내가 투자하는 회사들 제품들도 넣기도 하고.”

말을 하던 황민성이 고개를 저 었다.

“어쨌든…… 소희 아가씨 스토 리, 드라마로 만들기에 딱 좋지 않나? 임진왜란을 이겨낸 여자 의병장 이야기로 말이야.”

“그건 그렇죠.”

“게다가 실화기도 하고.”

“근데…… 아가씨가 싫어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을 수도 있으 니 말이다.

“내 이야기로 드라마라……

흠칫!

갑자기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강진이 놀라 옆을 보았다.

어느새 김소희가 옆에 서 있었

다.

“아가씨.”

강진의 반응에 황민성도 그녀가 왔다는 것을 알고는 공손히 고개 를 숙였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 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 고는 말했다.

“나는 박신예가 좋더군.”

“박신예요?”

“나와 비슷하지 않은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박신예를 떠올렸 다. 살짝 코가 복스러운 것이 비 슷해 보이기는 했지만 전혀 다른 이 미지 였다.

박신예는 예쁘고, 김소희는 귀 여운 스타일이니 말이다.

“이향기는…… 어떠세요?”

“이향기? 그 아역 배우 말인 가?”

“아역은 아니죠. 그냥……

말을 하던 강진은 김소희가 검 을 쓰다듬는 것에 급히 고개를

숙였다.

“박신예가 참 잘 어울리십니 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 다가 검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래, 자네가 참 보는 눈이 있 네.”

미소를 짓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가씨 스타일이 박신예인가?’

확실히 박신예가 미인이기는 했

다. 애초에 여배우 치고 안 예쁜 사람이 드물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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