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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68화 (666/1,050)

668화

“후! 자네 죽고 난 후의 일이라 고 너무 쉽게 말을 하는 것이 아 닌가? 그랬다가 자네의 다음 생 이 무서워서 오줌이라도 싸면 어 찌 하는가?”

“오줌 싸면 옷이야 갈아입으면 되죠.”

“후! 그렇다면야 내 조금은 덜 무섭게 하고 자네에게 찾아가야 겠군.”

“꼭 찾아와 주십시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을 보다가 말 했다.

“그럼 쉬게나.”

몸을 돌리려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말했다.

“가시려고 하십니까?”

“지나다 들른 것이니……

“그러지 마시고 수박 올 텐데 좀 드시고 가시지요.”

“수박?”

“생각해 보니 저희 가게에서는 과일을 잘 대접을 못 한 것 같습 니다.”

“그것도 그런 것 같군.”

“수박하고 과일 오면 좀 드시지 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잠시 생 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김소희는 황민성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강진이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의자를 하 나 더 가져다가 그 옆에 앉았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슬며시 빈 의자를 한 번 보고는 자세를 바 로했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이불을 보 고 있을 때, 작은 트럭 한 대가 와서는 음식들을 놓기 시작했다.

그에 강진과 황민성이 가서는 계산을 하고는 음식들을 아이들 과 나눠 먹었다.

수박과 과자를 먹으며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던 강진과 황민성은 보송보송하게 마른 이불들을 개 고 있었다.

차곡차곡 쌓이는 이불들만큼이 나 기분이 좋아진 강진은 마지막 이불을 탓 하고 올려놓고는 웃으 며 손을 들었다.

“빨래 끝!”

강진의 외침에 황민성이 웃으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둘이 손바닥을 부딪치고는 강상 식을 보았다. 강상식은 문지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불을 털고 있 었다.

“저 이불 아까부터 잡고 있던 것 같은데……

“저게 이불 터는 걸로 보이냐. 그냥 서로 보고 있는 거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문지나 씨 여기 올 때보다 상 식 형한테 조금은 마음을 연 것 같네요.”

“자신을 도와주는 회사 대표로 만 생각하다가 봉사하는 것 보니 마음이 편해진 거겠지. 그리고 여기가 지나 씨 살던 보육원은 아니지만, 어쨌든 보육원이잖아. 그러니 마음이 편해져서 더 마음 을 열었을 거야.”

뭔가 분석적인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어쨌든 잘 되어가는 것 같네

요.”

“아무래도 외로운 처지끼리 서 로를 알아보는 거겠지. 그래서 서로 위로해 주고 싶은 걸 거 야.”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두 사람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아! 나도 연애하고 싶다.”

“그래. 연애해라. 나 귀찮게 하 지 말고.”

배용수가 작게 투덜거리는 것에

강진이 그를 볼 때, 황민성이 웃 으며 말했다.

“용수 옆에 있는데 그런 말 해 도 되는 거야? 용수 서운하겠 다.”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형까지 왜 그러세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그러게요. 제가 용수 마음을 너무 몰라 줬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슬며시 배용수 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톡톡톡!

“이런 미친놈이 어딜 만져.”

급히 몸을 옆으로 피하는 배용 수를 본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서운해하지 마. 나한테는 언제 나 네가 퍼스트다.”

그러고는 강진이 몸을 비틀었 다.

“오랜만에 이불 좀 빨았다고 몸

이 뻐근하네요.”

“이따가 저녁 먹고 호텔에 가서 사우나하면서 몸이나 풀자.”

“그건 아니죠. 저녁은 먹고 형 은 어머니하고 형수님 모시고 일 찍 들어가세요. 형수님 피곤해하 시면 안 되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푸드 트 럭 쪽을 보았다. 트럭 근처에 옹 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가서 태수하고 미소하고 인사

하고 와.”

이제 가야 하니 인사를 하고 오 라는 것이었다.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태수와 황미소에게 걸어갔다.

푸드 트럭 안에서는 원장과 여 학생 한 명이 앉아 튀김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지금은 배가 불러서 더는 안 먹겠지만, 저녁에라도 먹고 싶어 할 수 있으니 좀 더 튀기겠다면서 두 사람이 나선 것 이다.

강진이야 재료 남는 것보다 나 으니 방법을 알려줬고 말이다.

“어떻게, 하실 만하세요?”

“힘들어도 이게 다 애들 입에 들어가는 거니까요.”

웃으며 답한 원장은 강진을 보 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가 뭐 한 것이 있나요.”

“그것도 있지만…… 좋은 후원 자분들하고 연결을 해 주셔서 감

사합니다.”

강상식과 황민성 둘 다 기부를 한 것이다. 요즘 기부를 자주 하 는 편이라 두 사람 다 큰돈은 하 지 못했지만, 그래도 적은 액수 는 아닌 만큼 보육원에 큰 도움 이 될 것이었다.

“그게 어디 감사할 일인가요.”

그러고는 강진이 강상식과 황민 성을 보았다.

“두 사람이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신 건 원장님이

시니, 좋은 일은 원장님이 하신 거죠.”

“그런가요?”

원장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리고 저희야 가끔 와서 놀다 가는 거지만, 원장님 은 생활이잖아요.”

강진은 원장을 보며 고개를 숙 였다.

“원장님 같은 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자신들은 가끔 와서 하는 봉사 지만, 그에겐 이것이 생활인 것 이다.

강진의 말에 원장이 그를 보다 가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들으니 제 마음이 너 무 좋네요.”

“늘 마음이 좋으셔도 됩니다.”

말을 하던 강진은 힐끗 재료들 을 보았다.

“거의 다 튀기셨네요.”

“재료를 다 쓰는 것 같아서 죄 송하네요.”

원장이 미안해하자 강진이 고개 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튀 김 음식을 잘 안 해서요. 이렇게 다 써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강진의 말에 원장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에 강진이 황태수와 황미소를 보았다.

“형 이제 갈 거야.”

“오늘 고생하셨어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고는 황미소를 보았다. 황미소는 야채 튀김을 입에 넣고 있었다.

“오빠가 다음에 또 맛있는 것 잔뜩 가지고 올게.”

“응. 다음에 또 와야 해.”

다행히 황미소는 가지 말라거 나, 언제 올 거냐는 것을 물어보 지 않았다. 아마도 황태수가 미 리 이야기를 해 놓은 모양이었 다.

두 아이를 보던 강진은 황태수 뒤에 있는 황희승을 보았다. 강 진의 시선에 황희승이 고개를 숙 였다.

“감사합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강진이 문득 황태수를 보았다.

“태수야.”

“네.”

“사람은 가끔은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할 수 있어.”

“실수나 잘못요?”

“그래. 혹시 다른 사람한테 말 하기 힘든 잘못이나 실수를 했으 면 언제든지 형한테 먼저 전화를 해. 형은 네 편이 되어 줄 테니 까.”

강진의 말에 황태수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형.”

어른 같다고 해도 아이는 아이 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잘못된 행동을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황태수처럼 책임감이 강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힘들어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혹 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자신에 게 연락을 하라고 한 것이다.

두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강진은 원장이 음식들을 모 두 했다고 하자 푸드 트럭 내부 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진과 일행들은 아이들 의 배웅을 받으며 보육원을 나왔 다.

수요일 점심, 강진은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분주하게 홀과 주방을 오가며 손님들을 상대하 던 강진은 문득 옆을 보았다.

자신의 시선에 정민이 서둘러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본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그에게 다 가갔다.

“혹시 나한테 할 말이 있어요?”

강진의 물음에 정민이 그를 보

았고, 이상섭이 의아한 듯 말했 다.

“왜? 무슨 말? 둘이 뭐 있어?”

이상섭이 보자, 정민이 별일 아 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일이 있기는요. 나중에 따로 말씀드릴게요.”

“왜, 무슨 일인데?”

호기심 어린 이상섭의 모습에 정민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저기 옆에 핸드폰 가게 사장님

이 무당이라고 하시던데.”

“핸드폰 가게 사장님이 무당이 야?”

이상섭이 묻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님께 이야기 들으셨나 보네요.”

“네.”

“점 잘 보셨대요?”

“잘 보시고 오신 건지…… 요즘

말이 좀 없으십니다.”

정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 제일의 무 당입니다.”

정민은 말없이 입맛을 다셨다.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옆에 핸드폰 가게가 아니라 점 집이야?”

“점집은 아니고 핸드폰 가게입 니다.”

“무당이시라며?”

“무당이 하는 핸드폰 가게인 데…… 가끔 손님들 점도 봐 주 시고 하세요.”

“신기하네.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핸드폰 가게에서 점을 보고.”

이상섭의 말에 최미나가 말했 다.

“일종의 상술 아닌가? 핸드폰 사러 온 손님들 점 봐 주면서 친 해지면 물건 팔기도 좋고, 다른 사람들도 소개해 줄 거잖아요?”

“그런가? 그래도 잘 맞추나 본 데……. 강진이처럼 눈치 좋은 애가 한국 제일의 무당이라고 하 는 것을 보면?”

이상섭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한국 제일의 무당이에요. 눈치 같은 건 전혀 아니고요. 정 말 신을 모시는 진짜 무당이셔 요.”

“그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이상섭은

그리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 도 무당이나 점 같은 것을 믿는 스타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 이상섭을 보며 웃은 강진 이 정민을 보았다.

“그런데 요즘 어르신이 거의 말 씀을 안 하신다고요?”

“그냥 창밖을 지그시 보시면서 뭔가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 데…… 조금 걱정이 되네요.”

“사장님이 이상한 말씀은 안 하 셨을 텐데.”

“혹시 굿하라고 하시거나 한 것

“그건 아닐 거예요.”

강진의 말에 정민이 입맛을 다 시고는 말했다.

“혹시 사기꾼이나 그런 건 아니 겠죠?”

“절대 아닙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미나가 웃으며 말했다.

“강진 씨 이런 면이 있네요.”

“이런 면요?”

“무당이나 점 같은 건 전혀 안 믿으실 것 같아서요.”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믿어요. 아! 물론 진짜인 사람만 믿죠.”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 아요?”

최미나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 다.

“저처럼 무당 판별을 잘하는 사 람이 또 없죠.”

무당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배 용수를 데려다가 앞에 들이밀면 바로 답이 나오니 말이다.

“무슨 팁이라도 있어요?”

강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딱 보면 감이 옵니다.”

“그게 뭐예요.”

최미나가 웃는 것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어쨌든 진짜 무당이세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김혜인을

보았다.

“우리 밥 먹고 점이나 보러 갈 까?”

“점요?”

“재밌어 보이잖아. 그리고 강진 씨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 보면 잘 보는 것도 같고.”

“그럼…… 재미 삼아 그럴까 요?”

김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최미나가 강진을 보았다.

“비용은 어떻게 돼요?”

“비용은 많이 안 받으세요. 보 시고 나서 주시고 싶은 대로 주 시면 돼요.”

“그러다가 많이 달라고 하는 것 아니에요?”

“전혀 안 그래요.”

그러고는 강진이 정민을 보았 다.

“할아버님 생각이 많아 보이시 면 언제 한 번 가게 들러 달라고 하세요. 제가 맛있는 음식으로

그 생각 날려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정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자리에 서 일어난 강진이 다른 손님들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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