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화
기분 좋게 웃던 오자명이 말을 했다.
“그래서 그 친구와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는 겁니까?”
“만들어 보는 건 아니고, 그 친 구가 여러 사연들을 많이 아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다른 사람이 사람을 만나 보라 고 하면 안 만나겠지만, 이 사장
님이 말을 하니 한 번 만나고 싶 군요. 그리고 사람이 괜찮으면 제 보좌진 자리나 한 번 제안을 해야겠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저 그 친구한 테 욕먹습니다.”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오자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처 주시면 연락해 보겠습 니다.”
강진이 명함을 꺼내 주자, 오자 명이 그것을 받아 들고는 번호를
입력했다.
그 모습에 이유비가 웃으며 강 진을 보았다.
“저도 참 좋은 사람 좋아하는 데…… 이거 섭섭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야 당론이라는 것이 발을 잡고 있으니 나처럼 자유롭게 하 고 싶은 대로 법을 못 만들지 않 나. 그리고 나처럼 부자들 잘 못
건드리잖아.”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형님, 제가 작년 청문회에서 그룹 총수 밟아 버리는 것 못 보 셨습니까?”
“그건 좀 잘했지.”
“제가 판이 벌어져 있으면 누구 보다 더 잘하는 놈입니다.”
이유비가 웃으며 하는 말에 오 자명이 말했다.
“어쨌든 나 만날 때 같이 만나 보자고. 민생을 듣고 민중을 위 한 법을 만드는데 여야와 무소속 을 나눌 필요가 있겠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리고 나처럼 혼자 움직이는 무 소속이든 나쁜 놈 벌벌 떨게 하 고, 좋은 사람 혜택 받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분들이 보상 받는 법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최고 지.”
“맞는 말씀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유비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형님.”
“왜?”
“그러지 마시고 저희 당 오시 죠.”
“또 그 소리인가?”
“어차피 저희 당 잠룡들도 다 한물들 가서 대선 나갈 사람도 없습니다. 형님이 들어오시면 제 가 저희 라인들 동원해서 형 님……
“후! 그러지 마. 그러다가 자네 들 다음 공천에서 다 단두대야.”
“형님이 오셔서 잘 되시면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난 당론 이라는 것에 묶이는 것이 싫어.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 야.”
오자명은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르고는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더 이상 당에 들어오라는 이야
기를 듣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 리려던 오자명은 딱히 할 말이 없자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음식이 맛이 있습니 다.”
심각한 이야기에서 편안한 단골 집 사장으로 대하는 오자명의 모 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음식 드셔야 하는데 제 가 일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 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가끔 이렇게 사장님 식 당에서 밥을 먹는 이유는……
오자명은 김치찌개를 보며 웃었 다.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 때문인 것도 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 를 들어 보려고 오는 겁니다.”
“그러셨어요?”
“국회의원들 하는 일이 사람들 일상생활 편해지라고 하는 것이 니,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들어야
지요.”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여기 김치찌개가 너 무 맛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기 는 합니다. 앞으로 이 맛 잊지 마시고 보전해 주십시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열심히 김치찌개 맛을 유 지할 테니 어르신도 오래오래 사 시면서 국민을 위해 열심히 뛰어 주세요.”
“하하하! 이 나이 먹고 뛰어다 니면 넘어집니다. 뛰지 않고 걷 는 대신 주위에 뭐가 있나 세심 히 살피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 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소를 지었 다.
오자명과 이유비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은 손님이었다.
‘이런 분들만 있으면 우리나라 도 참 살기 좋은 나라가 될 텐 데.’
* * *
강진은 저승식당에 찾아온 황민 성과 자리를 하고 있었다.
“형수님 몸은 어떠세요?”
“건강하지.”
“소희 아가씨가 축복을 내려 주 셨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요.”
“물론이야.”
말을 하던 황민성이 주위를 둘 러보았다.
“소희 아가씨는 안 오셨나?”
“모실까요?”
“아니야. 소희 아가씨 같은 분 을 오라 가라 하는 것은 아니 야.”
김소희를 극진하게 생각하는 황 민성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소희 아가씨에 대해 좀 알아봤 다.”
“어떻게 되셨어요?”
“전주 김 씨 우진공파 사무실에 알아보니 족보에 아버님인 김인 명 어른과 가족의 가계가 있더라 고.”
“그리고요?”
“근데 딱히 적혀 있는 것이 없 어. 그저 임진왜란 당시에 돌아 가셨다는 것 정도밖에는 없더라 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족보를 적어야 할 사람이 죽었 고…… 당시 전란이라 소희 아가 씨 가문에서 작성하던 족보가 사 라졌을 겁니다.”
“그래. 족보라는 것이 당대에 쓰기도 하지만 후손이 조상의 업 적을 적기도 하니까. 그런데 소 희 아가씨 일가는 그때 다 일을 당 했으니..
황민성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 다.
“그런데 소희 아가씨한테 오빠 가 한 명 있던데?”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말을 이 었다.
“김민평이라고 되어 있더라.”
“김민평……
강진은 김민평이라는 이름을 중 얼거리며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 성의 전생이 김민평이니 말이다.
강진의 시선을 받으며 황민성이 말했다.
“열여섯에 무과 급제를 한 인재 더라고.”
“관리였어요?”
“그런 모양인데…… 열여섯에 급제를 했고 스물한 살인가에 낙 향을 했어.”
“ 낙향?”
“자세한 건 안 쓰여 있지만, 그 당시 조선 상황을 보면 줄 잘못 서면 파직되는 것이 비일비재한 상황이었으니 그런 것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당시 조선의 정치는 붕당 정치 이니, 하나가 세를 얻으면 다른
쪽은 낙엽 떨어지듯이 목이 잘려 나가던 상황일 터였다.
“그럼 다른 사료는 없어요?”
“몇 가지 더 찾았어. 정사에는 없고 야사에만 있는 이야기이기 는 한데…… 당시 전라도 무관 후손 집에 소희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것을 몇 개 찾았 어.”
“그걸 용케 찾으셨네요?”
“힘들었어.”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신 황민
성이 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펼치며 말을 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순창에서 전 투가 벌어졌을 때, 관병들이 도 망을 가던 중 검은 무복 차림의 의병들이 숲에서 뛰쳐나와 왜구 의 옆을 들이쳤다. 그중 어린 여 아가 늑대를 이끌고 왜구 사이로 뛰어들어 검을 휘두르니 목 여럿 이 떨어졌다. 그 용맹함이 장수 의 그것과 같았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눈을 반 짝였다.
“전에 소희 아가씨가 멧돼지도 잡는 개를 한 마리 키우셨다고 하셨어요.”
“그럼 역시 여기에 나오는 여아 가 소희 아가씨가 맞구나.”
“이름은 안 적혀 있어요?”
“의병들이 도망가는 왜구들을 쫓아 사라져서 관병들은 급히 후 퇴했다고 적혀 있는 게 다고, 이 름은 안 적혀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그런데 왜 후퇴를 해요? 같이 들이쳐야지.”
병법을 몰라도 도망치는 놈들의 뒤를 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 이 아닌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
“그래도 사료가 용케 남았네 요.”
“사료라고 말하기도 좀 그래. 당시 쫓기던 관병이 썼던 일기를 찾은 거야. 따지고 보면 동네 경
찰이 쓴 일기장 같은 거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그럼 정말 이 여자가 아가씨가 맞겠지?”
“소희 아가씨가 맞을 거예요. 그 당시에 칼 들고 왜구와 싸우 는 여아가 흔한 것도 아니고 늑 대처럼 큰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흔하지 않을 테니까요.”
말은 하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흔하지 않겠죠?”
“당시 조선의 백성들이 모두 의 병이라고 해도 어린 여아가 칼 들고 직접 싸우는 건 흔하지는 않았겠지.”
“거기에 아가씨 모습을 생각하 면……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아가씨는 대체 몇 살부 터 칼을 드신 거죠? 지금 보면 열여섯이나 되실 것 같은데?”
죽었을 때가 열여섯이면 얼마나 더 어릴 때 검을 들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건 또 몰라.”
“뭐가요?”
“이번에 조사하다 알게 된 건 데, 당시에는 영양이 부족해서 사람들 키가 아주 작았대. 평균 키가 149 정도라고 하니…… 생 각해 보면 소희 아가씨가 아주 큰 거다.”
“그러네요. 평균 키가 149면 여
자는 더 작았을 텐데, 아가씨는 최소한 150은 넘어 보이잖아요.”
“대충 한 155 정도는 되어 보 이지?”
“그런 것 같네요.”
“그러니 우리가 보기에 아가씨 가 다 자라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이십 대 성인 여성일 수 있 지. 당시로 따지면 엄청 키가 큰 여장부일 수도 있고.”
“하긴, 만화도 아니고 여중생이 칼 들고 뛰어다니기는 좀 그렇
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