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670화 (668/1,050)

670화

기분 좋게 웃던 오자명이 말을 했다.

“그래서 그 친구와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는 겁니까?”

“만들어 보는 건 아니고, 그 친 구가 여러 사연들을 많이 아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다른 사람이 사람을 만나 보라 고 하면 안 만나겠지만, 이 사장

님이 말을 하니 한 번 만나고 싶 군요. 그리고 사람이 괜찮으면 제 보좌진 자리나 한 번 제안을 해야겠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저 그 친구한 테 욕먹습니다.”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오자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처 주시면 연락해 보겠습 니다.”

강진이 명함을 꺼내 주자, 오자 명이 그것을 받아 들고는 번호를

입력했다.

그 모습에 이유비가 웃으며 강 진을 보았다.

“저도 참 좋은 사람 좋아하는 데…… 이거 섭섭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야 당론이라는 것이 발을 잡고 있으니 나처럼 자유롭게 하 고 싶은 대로 법을 못 만들지 않 나. 그리고 나처럼 부자들 잘 못

건드리잖아.”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형님, 제가 작년 청문회에서 그룹 총수 밟아 버리는 것 못 보 셨습니까?”

“그건 좀 잘했지.”

“제가 판이 벌어져 있으면 누구 보다 더 잘하는 놈입니다.”

이유비가 웃으며 하는 말에 오 자명이 말했다.

“어쨌든 나 만날 때 같이 만나 보자고. 민생을 듣고 민중을 위 한 법을 만드는데 여야와 무소속 을 나눌 필요가 있겠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리고 나처럼 혼자 움직이는 무 소속이든 나쁜 놈 벌벌 떨게 하 고, 좋은 사람 혜택 받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분들이 보상 받는 법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최고 지.”

“맞는 말씀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유비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형님.”

“왜?”

“그러지 마시고 저희 당 오시 죠.”

“또 그 소리인가?”

“어차피 저희 당 잠룡들도 다 한물들 가서 대선 나갈 사람도 없습니다. 형님이 들어오시면 제 가 저희 라인들 동원해서 형 님……

“후! 그러지 마. 그러다가 자네 들 다음 공천에서 다 단두대야.”

“형님이 오셔서 잘 되시면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난 당론 이라는 것에 묶이는 것이 싫어.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 야.”

오자명은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르고는 강진을 보았다.

“어쨌든….”

더 이상 당에 들어오라는 이야

기를 듣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 리려던 오자명은 딱히 할 말이 없자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음식이 맛이 있습니 다.”

심각한 이야기에서 편안한 단골 집 사장으로 대하는 오자명의 모 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음식 드셔야 하는데 제 가 일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 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가끔 이렇게 사장님 식 당에서 밥을 먹는 이유는……

오자명은 김치찌개를 보며 웃었 다.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 때문인 것도 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 를 들어 보려고 오는 겁니다.”

“그러셨어요?”

“국회의원들 하는 일이 사람들 일상생활 편해지라고 하는 것이 니,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들어야

지요.”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여기 김치찌개가 너 무 맛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기 는 합니다. 앞으로 이 맛 잊지 마시고 보전해 주십시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열심히 김치찌개 맛을 유 지할 테니 어르신도 오래오래 사 시면서 국민을 위해 열심히 뛰어 주세요.”

“하하하! 이 나이 먹고 뛰어다 니면 넘어집니다. 뛰지 않고 걷 는 대신 주위에 뭐가 있나 세심 히 살피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 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소를 지었 다.

오자명과 이유비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은 손님이었다.

‘이런 분들만 있으면 우리나라 도 참 살기 좋은 나라가 될 텐 데.’

* *  *

강진은 저승식당에 찾아온 황민 성과 자리를 하고 있었다.

“형수님 몸은 어떠세요?”

“건강하지.”

“소희 아가씨가 축복을 내려 주 셨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요.”

“물론이야.”

말을 하던 황민성이 주위를 둘 러보았다.

“소희 아가씨는 안 오셨나?”

“모실까요?”

“아니야. 소희 아가씨 같은 분 을 오라 가라 하는 것은 아니 야.”

김소희를 극진하게 생각하는 황 민성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소희 아가씨에 대해 좀 알아봤 다.”

“어떻게 되셨어요?”

“전주 김 씨 우진공파 사무실에 알아보니 족보에 아버님인 김인 명 어른과 가족의 가계가 있더라 고.”

“그리고요?”

“근데 딱히 적혀 있는 것이 없 어. 그저 임진왜란 당시에 돌아 가셨다는 것 정도밖에는 없더라 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족보를 적어야 할 사람이 죽었 고…… 당시 전란이라 소희 아가 씨 가문에서 작성하던 족보가 사 라졌을 겁니다.”

“그래. 족보라는 것이 당대에 쓰기도 하지만 후손이 조상의 업 적을 적기도 하니까. 그런데 소 희 아가씨 일가는 그때 다 일을 당 했으니..

황민성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 다.

“그런데 소희 아가씨한테 오빠 가 한 명 있던데?”

강진이 보자 황민성이 말을 이 었다.

“김민평이라고 되어 있더라.”

“김민평……

강진은 김민평이라는 이름을 중 얼거리며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 성의 전생이 김민평이니 말이다.

강진의 시선을 받으며 황민성이 말했다.

“열여섯에 무과 급제를 한 인재 더라고.”

“관리였어요?”

“그런 모양인데…… 열여섯에 급제를 했고 스물한 살인가에 낙 향을 했어.”

“ 낙향?”

“자세한 건 안 쓰여 있지만, 그 당시 조선 상황을 보면 줄 잘못 서면 파직되는 것이 비일비재한 상황이었으니 그런 것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당시 조선의 정치는 붕당 정치 이니, 하나가 세를 얻으면 다른

쪽은 낙엽 떨어지듯이 목이 잘려 나가던 상황일 터였다.

“그럼 다른 사료는 없어요?”

“몇 가지 더 찾았어. 정사에는 없고 야사에만 있는 이야기이기 는 한데…… 당시 전라도 무관 후손 집에 소희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것을 몇 개 찾았 어.”

“그걸 용케 찾으셨네요?”

“힘들었어.”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신 황민

성이 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펼치며 말을 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순창에서 전 투가 벌어졌을 때, 관병들이 도 망을 가던 중 검은 무복 차림의 의병들이 숲에서 뛰쳐나와 왜구 의 옆을 들이쳤다. 그중 어린 여 아가 늑대를 이끌고 왜구 사이로 뛰어들어 검을 휘두르니 목 여럿 이 떨어졌다. 그 용맹함이 장수 의 그것과 같았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눈을 반 짝였다.

“전에 소희 아가씨가 멧돼지도 잡는 개를 한 마리 키우셨다고 하셨어요.”

“그럼 역시 여기에 나오는 여아 가 소희 아가씨가 맞구나.”

“이름은 안 적혀 있어요?”

“의병들이 도망가는 왜구들을 쫓아 사라져서 관병들은 급히 후 퇴했다고 적혀 있는 게 다고, 이 름은 안 적혀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그런데 왜 후퇴를 해요? 같이 들이쳐야지.”

병법을 몰라도 도망치는 놈들의 뒤를 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것 이 아닌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

“그래도 사료가 용케 남았네 요.”

“사료라고 말하기도 좀 그래. 당시 쫓기던 관병이 썼던 일기를 찾은 거야. 따지고 보면 동네 경

찰이 쓴 일기장 같은 거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그럼 정말 이 여자가 아가씨가 맞겠지?”

“소희 아가씨가 맞을 거예요. 그 당시에 칼 들고 왜구와 싸우 는 여아가 흔한 것도 아니고 늑 대처럼 큰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흔하지 않을 테니까요.”

말은 하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흔하지 않겠죠?”

“당시 조선의 백성들이 모두 의 병이라고 해도 어린 여아가 칼 들고 직접 싸우는 건 흔하지는 않았겠지.”

“거기에 아가씨 모습을 생각하 면……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아가씨는 대체 몇 살부 터 칼을 드신 거죠? 지금 보면 열여섯이나 되실 것 같은데?”

죽었을 때가 열여섯이면 얼마나 더 어릴 때 검을 들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건 또 몰라.”

“뭐가요?”

“이번에 조사하다 알게 된 건 데, 당시에는 영양이 부족해서 사람들 키가 아주 작았대. 평균 키가 149 정도라고 하니…… 생 각해 보면 소희 아가씨가 아주 큰 거다.”

“그러네요. 평균 키가 149면 여

자는 더 작았을 텐데, 아가씨는 최소한 150은 넘어 보이잖아요.”

“대충 한 155 정도는 되어 보 이지?”

“그런 것 같네요.”

“그러니 우리가 보기에 아가씨 가 다 자라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이십 대 성인 여성일 수 있 지. 당시로 따지면 엄청 키가 큰 여장부일 수도 있고.”

“하긴, 만화도 아니고 여중생이 칼 들고 뛰어다니기는 좀 그렇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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