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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73화 (671/1,050)

673화

한숨 푹 자고 일어난 강진은 점 심시간 전에 배용수가 만들어 놓 은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핸드폰 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L전자 이강혜 사장…….〉

〈L전자 이강혜 사장…….>

이강혜의 가족이 어떻게 되나

검색을 해 봤는데 딱히 나오는 내용은 없고 뉴스들만 검색이 되 었다.

“뭘 그렇게 봐?”

“이강혜 사장님 말이야.”

배용수가 보자, 강진이 말을 이 었다.

“오늘 우연히 만나서 가게에 식 구들하고 같이 오라고 했는데 표 정이 좋지 않더라고. 그래서 무 슨 일이 있나 해서 검색을 해 봤 는데…… 사장님 뉴스만 나오고

자녀나 남편에 관한 건 안 나오 네.”

“그래? 보통 그 정도 되는 사람 이면 프로필에 가족들 이름도 같 이 뜰 텐데 안 떠?”

“안 떠.”

강진이 핸드폰을 보여주자 배용 수가 화면을 보았다. 그곳에는 이강헤의 프로필만 있을 뿐, 가 족 관계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 싫 어서 숨긴 걸 수도 있지.”

“그런가?”

강진은 핸드폰을 다시 보다가 그것을 내려놓고는 국밥을 마저 먹었다. 마지막 쌀 한 톨까지 입 에 넣은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잘 먹었다. 그리고 콩나물국밥 좋은 선택이다.”

“여름이라고 차가운 것만 먹으 면 배탈이 나는 법이지. 가끔은 이렇게 뜨거운 국물 먹고 땀 흘 리는 것이 보약이야. 사람은 일 단 속이 따뜻해야 해.”

“그 말이 맞다.”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잘 먹었다.”

“그럼 이제 장사 시작하자.”

어서 오픈을 하고 싶어 하는 배 용수를 보며 강진이 피식 웃고는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겼다.

“자! 이제 영업합시다.”

강진은 잠겨 있던 가게 문을 열 었다.

* *  *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

강진이 반갑게 전화를 받자, 이 강혜가 말을 했다.

[오늘 저녁에 예약할게요.]

“몇 시에요?”

[손님들이 보통 몇 시에 안 오 세요?]

“저희 가게는 보통 일곱 시면 저녁 손님들 끝나시죠.”

[그럼…… 일곱 시 반에 가게 전세를 낼 수 있을까요?]

“혹시 가족분들하고 오시려는 건가요?”

[남편하고 가려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곱 시 반

에 가게 비워 두겠습니다.”

[전세 같은 거 안 받으실 텐 데…… 죄송합니다.]

“그 시간에는 손님 없는 편이라 괜찮습니다.”

[그럼 그 시간에 뵙겠습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은 잠 시 생각을 하다가 주방 재료들을 확인했다.

저녁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은 이강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 다.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강진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 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 다.

“응?”

그에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 다. 분명 가게 앞에 오늘 7시 반 부터 예약이 되어 있어 일반 손 님을 받지 않는다는 글을 적어 놨는데 다른 사람이 들어오자 난 감한 것이었다.

저승식당 규칙에 의하면 들어온 손님을 거절할 수 없으니 말이 다.

“저기, 입구에 요.”

강진은 거절을 그들이 알아서 말했다. 강진의 을 입은 남자가

글 적어 놨는데 하는 것이 아닌, 나가기를 바라며 말에 검은 정장 말했다.

“이강진 사장님이십니까?”

“아…… 네.”

“저희는 L그룹 비서실 직원들입

니다.”

“L그룹? L전자가 아니고요?”

“아닙니다.”

남자는 가게를 슬쩍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실례지만 잠시 확인 좀 해도 되겠습니까?”

“확인? 무슨 확인요?”

“별일 아닙니다. 도청이나 도촬 을 대비한 아주 간단한 절차입니 다.”

“저희는 그런 것 없는데……

“없으시다면 협조 부탁드리겠습 니다.”

남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는 들어가지 마세요.”

“주방도……

“들어가지 마세요. 홀만 하세 요.”

그러고는 강진이 남자를 보았 다.

“주방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입 니다.”

“이러시면……

“이러시면 뭐요?”

강진이 빤히 쳐다보자 남자가 잠시 있다가 주방을 보았다. 그 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는 관계자만 들어간다는 거군요.”

“네.”

“직원은 사장님 혼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네.”

강진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 덕이고는 같이 들어온 직원들을 보았다.

“시작해.”

직원들은 품에서 핸드폰 같은 기계를 꺼내서는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직원들이 남자 를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는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협조 감사합니다.”

남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 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지금 이러는 거 이강혜 사장님 도 아시나요?”

“모르십니다.”

“모르시는데 이러시는 겁니까?”

“나쁜 마음은 없으니 이해해 주 십시오. 괜히 사람들 입에 이름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하시는 윗 분들 지시입니다.”

“누가 지시를 했는데요?”

강진의 물음에 남자는 대답 대 신 고개를 숙였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남자가 직원들을 데리 고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강 진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배용 수가 혀를 찼다.

“얼마나 거창한 사람이 오는데 이래?”

“그러게 말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선영이 말했 다.

“L그룹 총수 일가 중 한 명이겠 죠.”

“총수 일가요?”

“L전자도 L그룹 계열사잖아요. 그리고 생각해 보면 L그룹 총수 쪽 성이 오 씨잖아요.”

“아…… 그건 알아요.”

이강혜를 처음 봤을 때 L전자 사장의 성이 이 씨라는 것에 조 금 놀라기도 했다.

L그룹 총수 일가의 성은 오 씨 인데 이강혜는 이 씨이니 말이 다.

“아마도 사장님이 L그룹 며느리 가 아닐까요?”

“며느리요?”

“네.”

“그런데 남편이 있는데 왜 며느 리가 사장을 해요?”

“남편은 더 큰 계열사 사장인가 보죠.”

강진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이강혜의 수행 비서인 도원규가 급히 안으로 들어와서는 문을 잡 았다.

그 문 사이로 휠체어를 밀며 이 강혜가 안으로 들어왔다. 휠체어 에는 얼굴에 뼈만 남은 듯한 남 자가 앉아 있었다.

‘어?’

강진은 잠시 당황한 얼굴로 그

녀를 보다가 급히 표정을 정리하 고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오셨어요?”

“미안해요.”

“네?”

“비서실 직원들이 앞에 서 있던 데…… 귀찮게 해드렸죠?”

“조금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한숨을 쉬며 도원규를 보았다. 그 시선 에 도원규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알렸습니다.”

도원규의 말에 이강혜가 재차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날까 싶어 말한 것 알아 요. 고마워요.”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 던 강진은 힐끗 휠체어에 탄 남 자를 보았다.

남자는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 었다. 그런 남자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몸을 낮췄다.

“안녕하세요. 이강혜 사장님 단 골 식당 사장, 이강진입니다. 가 족과 함께 한 번 그렇게 들러 달 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와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 이강진을 보며 이강혜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운 것이다. 남편이 왜 이렇게 앉아 있는지를 묻지 않아서 말이다.

“여보, 우리 이쪽으로 가요.”

이강혜가 입구와 가까운 테이블 을 보자, 도원규가 재빨리 의자 들을 빼서는 옆으로 치웠다.

그에 이강혜가 남편의 휠체어를 테이블 근처에 세운 뒤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손수건으로 그 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힐끗 한 쪽을 보았다. 배용수는 한 귀신 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처음 본 귀신이자, 휠체어 에 타고 있는 남자와 같은 모습 을 한 귀신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휠체어에 타고 있는 남자는 홀쭉하게 마른 환자 의 느낌이 난다면, 귀신은 아주

잘생긴 사람이었다.

그리고 보통 귀신보다도 더 희 뿌연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귀신이 아니라 영혼이 나와 계 시구나.’

사람은 의식이 없을 때 이렇게 영혼이 몸 밖으로 나와 있는 경 우가 있었다. 전에 교통사고 피 해자도 그랬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이의 아버지도 그랬다.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가 그를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강혜에게서 사장님 이야기 자 주 들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 다.”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남자의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어?’

보통 몸이 살아 있을 때 만나는 영혼은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완 전한 귀신도 아니고 산 것도 아 닌 상태라서 말을 거의 못 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저 본능만 있는 그런 존 재에 가까운 편이었는데, 상대가 말을 자연스럽게 하니 놀란 것이 다.

강진이 놀란 눈으로 남자를 보 자, 배용수가 말했다.

“이상하게 말을 잘하시더라고.”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 었다.

“나도 궁금해서 물었는데, 처음 에는 자신도 말을 잘 못했대. 그 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말을

잘하게 됐대. 이유는 자신도 모 른대.”

묻지 않아도 바로 답을 해 주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은 도원규의 작은 헛기침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의아한 듯 자신을 보고 있는 이강혜를 발견했다. 자신이 계속 허공을 보며 멍하니 있으니 왜 그런가 싶은 모양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고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남편을 보았다.

“저희 남편이 이런 모습이라 많 이 놀라셨나 보네요.”

“조금 놀라기는 했습니다.”

강진은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 다. 이 모습을 보고 안 놀랐다고 하는 것도 이강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작게 웃은 이강혜 가 남편을 보다가 말했다.

“결혼하고 얼마 안 있다가 사고

가 있었어요.”

“그렇군요.”

더 이상 묻지 않은 강진은 왜 이강혜의 가족 관계에 대한 뉴스 가 없었는지 알 것 같았다.

대기업 자제가 이런 상태이니 그룹에서 정보 누설을 철저히 막 았을 것이다.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 니까?”

“강진 씨가 잘하는 음식으로 몇 가지 주세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남편분께서 드시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웃으며

“저희 남편은…… 제가 먹는 것을 좋아했어요. 맛있게 그래서

맛있게 먹는 것을 보여주려고 데 려온 거예요.”

“그럼 남편분 식사는?”

“음식을 먹지 못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하긴, 몸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 을 보면…… 음식도 전혀 드시지 못하겠구나.’

몸이 굳어지는 병이었던 임지은 도 사탕 먹다가 목 막혀서 죽는 건 싫다고 했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 려 주세요.”

물을 가져다준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슬쩍 홀을

보았다.

홀에서는 이강혜가 남편에게 말 을 걸고 있었다.

“여기가 내가 말을 한 식당이 야. 여기 오면 어쩐지 마음이 편 해. 그런데 우리 남편 혹시 질투 하는 건 아니지? 질투하지 마. 나는 당신이 최고니까.”

이강혜가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며 강진이 입맛을 다시 고는 옆을 보았다.

배용수가 남편의 영혼을 데리고

주방에 들어와 있었다.

“하하하! 귀신을 보는 식당 사 장님이라…… 이런 상태가 되니 세상에는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진짜인 것 같군 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저 오혁입니다.”

“한끼식당이자 저승식당 주인 이강진입니다.”

강진과 악수를 한 오혁이 신기

한 둣 자신의 손을 보았다.

“정말 신기하군요.”

자신의 손에 강진의 손이 잡히 니 신기한 것이다. 이리저리 손 을 움직이는 오혁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손을 빼냈다.

그에 아쉽다는 듯 자신의 손을 보던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우리 애기한테는 뭐 해 줄 겁니까?”

‘‘애기요?’’

강진의 물음에 오혁이 웃으며 홀을 보았다.

“제 눈에는 아주 귀여운 애기입 니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오 혁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애기가…… 좀 크네요.”

“하하하! 귀여운데 크기도 하니 더 좋지요.”

기분 좋게 웃는 오혁을 보던 강 진은 본격적으로 음식을 만들 준

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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