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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75화 (673/1,050)

675 화

이강혜는 돼지 껍데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맛이 좋네요. 냄새도 안 나고.”

“돼지 껍데기에서 냄새가 나면 안 되죠.”

“맞아요. 그러고 보니 요즘은 돼지 껍데기에 지방을 조금 두껍 게 붙여서 팔던데 드셔 보셨어 요?”

“그래요? 저는 못 먹어 봤는 데.”

강진은 의아한 듯 돼지 껍데기 를 보았다. 돼지 껍데기는 말 그 대로 껍데기만 쓰는데 왜 지방을 붙여서 파나 싶은 것이다.

“지방이 붙어서 고소하다고 인 절미 껍데기라고 부르는 모양인 데…… 역시 정통은 이렇게 껍데 기만 구워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좋아하는 분들이 있으 니 그런 스타일도 나왔겠죠.”

“그렇겠죠.”

두 사람이 이야기할 때, 오혁이 강진에게 말했다.

“우리 강혜 소주 좀 권해 주십 시오.”

강진이 슬쩍 자신을 보자 오혁 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강혜가 반주도 좋아하거 든요. 이렇게 반찬이 잘 나오는 날에는 침만 꼴깍꼴깍 삼키는 여 자입니다.”

그러고는 오혁이 이강혜를 보았

다.

“우리 신혼 때는 맛있는 것에 소주 마시는 재미가 쏠쏠했는 데.”

오혁의 말에 강진이 이강혜를 보았다.

“한잔하시 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꿀꺽!

그러나 이강혜는 고개를 저었

다.

“아니에요. 술은 괜찮아요.”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작게 한 숨을 쉬었다.

“그냥 먹어. 당신 먹는다고 나 어떻게 되는 것 아니야. 그리고 도 실장도 있잖아.”

이강혜가 술을 안 마시는 건 남 편이 아파서였다. 아픈 남편 옆 에 두고 술을 마실 수 없으니 말 이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이 한

잔하시는 걸 본 기억이 없네?’

이강혜는 몇 번 가게에서 밥을 먹었지만, 술을 마신 적은 없었 다.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주병 과 잔을 두 개 챙기고는 다시 자 리에 앉았다.

“저 안 마실 건데.”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잔을 채워 그녀의 앞에 놓았다.

“물입니다.”

“물?’’

“기분만 내자고요. 이런 안주를 두고 밥만 먹는 건…… 술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아까울 겁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자신의 잔에도 물을 따랐다.

쪼르륵!

그러고는 자신의 잔을 들며 말 했다.

“소주하고 물하고 색이 같아서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잔을 들 어 보다가 웃었다.

“확실히 보기에는 소주 같네 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가볍게 잔을 내밀어 그와 잔을 부딪쳤다.

짠!

잔을 부딪친 이강혜가 오혁을 보았다.

“여보, 나 기분만 낼게.”

그러고는 술을 마시듯 물을 입

에 털어 넣었다. 그 모습에 강진 이 소주잔을 입에 대고는 물을 마셨다.

“끄윽! 좋다.”

강진이 웃으며 소리를 내자, 이 강혜가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 다.

“끄으윽!”

조금 길게, 그리고 오버하며 탄 성을 내뱉은 이강혜가 말했다.

“좋네요.”

그녀는 양념이 된 돼지 껍데기 를 집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 덕였다.

“아주 좋아요. 역시 소주에는 돼지 껍데기예요.”

“그러게요. 저도 중독될 것 같 네요.”

웃으며 강진이 이강혜의 잔에 물을 따라주었다. 강진이 따라주 는 물을 받은 이강혜가 병을 받 아 그의 잔에 따라주며 말했다.

“이상하게 왜 맛있는 음식은 술

과 먹으면 더 맛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소주는 쓰잖아요. 그런데 이 쓴맛하고 맛있는 음식 이 어울리면…… 너무 맛이 좋아 요.”

“아마 쓴맛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나 보네 요.”

“그런가요?”

“아니면…… 음식은 배를 채워 주는데 술은 마음을 채워주는 것 일 수도 있죠.”

“마음이라……

이강혜가 작게 웃고는 말했다.

“그럼 사장님은 저에게는 술과 같은 존재네요.”

“제가요?”

강진이 보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을 보면 마음이 편해져 요.”

“그러세요?”

“우리 동호회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느낌이에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거기 동호회 회원은 아니 지만, 저도 애들 음식 챙겨줘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것도 있고…… 저를 제 모습 그대로 봐 주시는 것 같아 서 기분이 좋아요.”

말을 하던 이강혜가 오혁을 보 았다. 오혁은 멍하니 허공을 보 고 있었다.

그런 오혁을 안쓰럽게 쳐다보던 이강혜가 말했다.

“우리 남편…… 음……

잠시 말을 멈췄던 이강혜가 입 맛을 다시며 말했다.

“개를 안 좋아했어요.”

“그러세요?’’

“그런데 제가 개를 키우고, 개 를 좋아하니…… 좋아하려고 많 이 노력했어요. 저하고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도 가고…… 개들 도 안고.”

오혁의 입가에 흐르는 침을 손 수건으로 닦은 이강혜가 말을 이 었다.

“사고가 났을 때…… 개를 피하 려다가 사고 났어요.”

“개를요?”

“도로였는데…… 유기가 된 건 지, 아니면 야생개인 건지 웬 떠 돌이 개가 고속도로에 갑자기 튀 어나온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그걸 피하려고 핸들을 꺾었다 가……

이강혜가 한숨을 쉬며 오혁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때 도 실장님도 안 계셨고, 혼자 사고 난 곳에서 얼마나 있 었을지 생각을 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요.”

강진이 오혁을 보았다. 멍하니 있는 오혁이 아니라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혼령 상태의 오혁을 보았다.

“갑자기 개가 나와서 많이 놀라 긴 했죠. 고속도로에 개가 있기 도 힘든데…… 그 개는 잘 지내

고 있으려나?”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 오혁 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휴가철에 고속도로에 개를 유 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 데…… 제발 좀 그러지 말지.’

개를 유기하는 건 다 나쁘지 만…… 고속도로에 애를 버리는 것은 더 안 좋았다.

사람 손에서 자란 애들이라 음 식 찾아 먹기도 어려울 테고, 차 와 친근하다 보니 자기 주인인가

싶어서 차를 쫓아가다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말이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애들을 데려 올 때 신중하게 데려오고, 데려 왔으면 평생 같이 사는 것이었 다.

강진이 고개를 저을 때 이강혜 가 말했다.

“제 남편 이름은 오혁이에요.”

생각해 보니 강진에게 아직 남 편을 제대로 소개해 주지 않은 것이다.

“오혁이면 L그룹?”

이미 알지만, 이강혜가 말을 하 기 편하도록 맞장구를 쳐 주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오택문 회장님의 막내 예요.”

“아……

이미 아는 거지만, 강진은 고개 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런데 아버님을 회장님이라고 부르시네요?”

“아……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후! 좀 웃기죠? 근데 그렇게 돼요. 아버님을 앞에 두고 있으 면, 아버님이라는 말보다 회장님 이라는 말이 먼저 나와요.”

“그렇군요.”

웃으며 소주병을 들어 자신의 잔에 물을 따른 이강혜가 웃으며 오혁을 보았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너무 좋 죠?”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좋아.”

영혼 상태인 오혁의 대답은 닿 지 않았다. 이강혜는 그저 멍하 니 허공을 보고 있는 오혁을 보 다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일어나야겠어요.”

“아직 많이 남았는데, 벌써 가 시게요?”

강진이 음식을 보며 하는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남편한테 강진 씨 보여주 고 싶어서 잠시 나온 거예요. 그 리고 우리 남편 오래 나와 있으 면 힘들어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음식을 보았다.

“닭발하고 돼지 껍데기 싸 드릴 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게 먹을게 요.”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접시를 주방에 가지고 가서는 반

찬 통에 잘 담았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남아 있는 소스와 음식을 더 담아서는 가지 고 나왔다.

“여기요. 드실 때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드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쇼핑백을 받아 들고는 도원규를 보았다.

그에 도원규가 주머니에서 봉투 를 꺼내서는 통 안에 집어넣었 다.

“무슨 봉투를 넣으세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많이 넣었어요.”

“많이요?”

“좋은 일에 사용해 주세요.”

“제가 흥청망청 쓰면요?”

“그럼 강진 씨 스트레스 풀리고 좋겠네요. 아, 제가 남자들 좋아 할 만한 술집을 몇 곳 아는데 알 려 드릴까요?”

“남자들 좋아할 만한 술집?”

“이쁜 아가씨들 나오는 곳이에 요.”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 요.”

강진이 당황해하자, 이강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에요.”

농담이란 걸 알자 강진이 그제 야 웃었다.

“진심인 줄 알고 기대했잖아

요.”

강진이 같이 농을 치자 이강혜 가 웃으며 말했다.

“관심 있으면 말하세요. 술집 안다는 건 진짜니까요.”

“어? 그런 술집을 아세요?”

“제가 여자기는 하지만 사업할 때는 사업가죠. 그래서 몇 곳은 알아요. 나중에라도 궁금하시면 말을 하세요.”

싱긋 웃은 이강혜가 고개를 숙 이고는 휠체어를 밀자 도원규가

문을 열었다.

그에 이강혜가 오혁을 데리고 가게를 나섰다. 그런 이강혜의 뒤를 따르며 오혁이 말했다.

“그럼 이따 또 봅시다.”

오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 웃거렸다.

‘이따?’

다음에 보자고 하면 이해가 되 는데 ‘이따’라고 하니 의아한 것 이다.

무슨 말인지 궁금했지만, 사람 들의 시선이 있어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이 강혜의 뒤를 따라나섰다. 가게 앞에는 아까 본 검은 정장 차림 직원들이 서 있었다.

이강혜에게 고개를 숙인 직원들 이 손을 들자 한쪽에서 검은 승 합차가 다가왔다.

스르륵!

문이 부드럽게 옆으로 밀리자

이강혜가 휠체어를 승합차에 밀 어 넣었다.

연예인들이나 탈 법한 차 내부 를 개조했는지 휠체어는 쉽게 안 으로 들어가고 고정이 되었다.

뒤이어 승합차에 탄 이강혜가 강진을 보았다.

“그럼 내일 보아요.”

“네. 들어가세요.”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문이 부 드럽게 닫혔다. 곧 승합차가 출 발하자 검은 정장을 입은 직원이

강진을 보았다.

“오늘 결례가 많았습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도 직장인이고 윗분 모시 는 일이라서 그러신 것은 압니 다. 하지만 다음에는 설명을 조 금 더 부드럽게 해 주셨으면 감 사하겠습니다. 그쪽이 모시는 분 이 제가 모시는 분은 아니잖아 요?”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

리겠습니다.”

한 차례 더 사과한 직원은 정장 상의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내밀 었다.

“불편하게 해 드린 것에 대한 사과 표시입니다.”

강진은 그를 보다가 가게 문을 열고는 아크릴 통을 들고 나왔 다.

“여기에 넣어 주세요.”

직원은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 다. 보통 이런 봉투를 내밀면 한

번은 거절하기 마련인데 너무 쉽 게 받는 것이다.

“제가 한 번쯤 거절해야 하는 건가요?”

“후! 아닙니다.”

직원은 봉투를 아크릴 통에 집 어넣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직원들은 근처에 주차된 차에 올라타 곧 출발했다. 멀어져 가 는 차들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젓다가 아크릴 통에 있는 돈 봉

투를 보았다.

“이건 애들 필요한 거 살 때 쓰 겠습니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돈은 돈이 다. 자기 쓰라고 준 돈이니 어떻 게 쓰든 강진의 마음이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면 되지.”

중얼거리며 가게 안으로 돌아온 강진은 아크릴 통을 카운터에 올 려놓고는 가게 문을 닫으려 했 다. 그런데…….

띠링!

가게 문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아까 봤던 정장을 입은 직원이 다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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