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화
“알고 있습니다.”
“아? 아세요?”
강진이 보자 데이비드가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 저승식당을 알게 된 것 도 임수를 찾아온 아프간 사장님 때문이었습니다.”
“아프간 사장님이 어디 아프셨 나요?”
“저승식당 사장님이 아픈 게 아 니라, 마을 아이가 총을 맞았더 군요.”
“아이가요?”
고개를 끄덕인 데이비드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임수가 치료를 해 줬습 니다.”
이미 짐작을 하고 있던 내용이 라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 임수 같은 사람이 총 맞은 사람 을, 그것도 아이를 그저 두고 볼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저승식당 주인과 함께 온 귀신 들이 저에게 임수와의 관계를 묻 더군요. 그래서 말을 해 줬는데, 그 이야기를 저숭식당 사장님이 듣고는 식당에 임수를 초대했습 니다.”
그러고는 데이비드가 웃으며 말 했다.
“거기에서 사장님이 임수에게 JS 식재로 만든 음식을 주더군
요. 그거 먹고 임수가 저를 봤지 요.”
“그렇게 바로요?”
저승 음식을 먹으면 귀신을 볼 수 있다. 그리운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진은 그것을 절대 쉽 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운 사 람을 다시 본다는 것은 새로운 그리움을 만들 수 있으니 말이 다.
그래서 유훈이나 유인호에게도
저승 음식을 먹이지 않았다. 그 런데 대뜸 JS 음식을 먹였다 니…….
강진이 당황스러워하자, 데이비 드가 웃으며 말했다.
“중간에 사건이 좀 있었지만 그 것까지 이야기하면 길고…… 그 냥 결론만 말하면 그렇게 임수하 고 오랜만에 다시 만났죠.”
“그렇구나.”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데이비드를 보았다.
“그럼 미국에서는요?”
“미국 병원에 있을 때 저를 볼 줄 아는 환자가 있어서 이야기를 하다가 임수가 아프간에서 저승 식당에 갔다 온 것을 알고는 뉴 욕 저승식당 위치를 알려 주더군 요. 이왕 저승식당 알게 됐으면 가서 맛있는 거나 좀 먹으라고 요.”
말을 하던 데이비드가 입맛을 다시며 하늘을 보았다.
“그때는 귀신이었어도 참 맛있 는 것 많이 먹었는데.”
“거기서 뭐 드셨는데요?”
“미국 음식 먹었죠. 크윽! 거기 스테이크 정말 죽였는데……
스테이크라는 말을 하며 입맛을 다시는 데이비드를 보고 강진이 웃었다.
“최 선생님 저희 식당 오시면 제가 스테이크 제대로 한 번 해 드리겠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데이비드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물었다.
“그럼 최 선생님은 귀신은 못 보는 거죠?”
“보지는 못하지만, 귀신과 저승 식당에 대해서는 압니다.”
‘민성 형하고 같은 쪽이네.’
황민성도 귀신은 못 보지만, 귀 신과 저승식당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외국 저 승식당을 두 곳이나 가 본 분이 있다니.”
“하하하! 외국 저승식당은 하나
입니다.”
“하나?”
“뉴욕은 제 고국이니 외국이라 할 수 없죠. 아!”
갑자기 소리를 지른 데이비드가 강진을 보았다.
“물론 이 사장님이 임수를 초대 해 주면 외국 저승식당 두 곳을 다녀 본 귀신이 되겠네요. 아프 간하고 한국 말입니다.”
싱긋 웃는 데이비드를 보던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저승식당과 귀신에 대해 알고 있다면 식사 초대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네.’
모른다면 핑계를 대야겠지만, 이미 알고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 며 데이비드를 보았다.
“초대장 남겨 놓으면 오시겠네 요.”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다르겠 죠.”
강진은 명함을 하나 꺼낸 뒤 간
호사에게 볼펜을 빌려서는 간단 한 메모를 적었다.
〈데이비드, **식당, 아프간, 뉴
욕. 기다리겠습니다.〉
간호사가 내용을 볼 수 있으니 강진은 저승식당을 **식당으로 표기를 했다. 다 적은 강진은 명 함을 간호사에게 내밀었다.
“최 선생님 나오시면 이것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강진이 걸음을 옮기자 간호사가 명함을 보다가 뒤집어서는 메모 를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 웃거리다가 명함을 주머니에 넣 어두었다.
맛있는 김밥을 주고 간 강진이 니 명함을 잘 전달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딱히 정보를 알아낸 것이 없어 서 미안합니다.”
가게에서 차를 마시며 허연욱이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 다.
“저도 영혼 만나 봐서 그들이 어떤지 알아요. 그래서 많이 기 대를 하진 않았으니 괜찮습니 다.”
“다음에 오혁 씨 오면 제가 진 맥이라도 한번 해 볼까요?”
미안한 마음에 허연욱이 말을
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강진이 대답하자 허연욱은 옅게 미소 지었다.
사실 그도 오혁을 치료하기 쉽 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 신이 명의라고 생각하고, 남들도 그렇게 인정을 해 주기는 하지만 지금은 현대 의학의 시대다.
자신이 아무리 진맥을 잘한다 해도 MRI나 CT처럼 사람 몸의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L그룹 자제라면 그런 현대 의학의 힘이 들어간 최고의 치료를 받았을 텐데도 지금의 상 태인 걸 보면…….
생각을 하던 허연욱이 작게 한 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귀신이라고 해도 별다른 것이 없군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귀신이나 사람이나 별다를 것이 없다는 것은 강진도 잘 알고 있 으니 말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차 를 마시고 있을 때, 강진의 핸드 폰이 울렸다.
띠리링! 띠리링!
벨 소리에 핸드폰을 본 강진은 처음 보는 전화번호에 의아해하 다가 일단 전화를 받았다. 기다 리는 전화가 있으니 말이다.
“여보세요.”
[저 최임수입니다.]
기다렸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 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제 메모 받으셨군요.”
[네. 그…… 혹시 식당 주인이 십니까?]
식당은 물론 저승식당을 말하는 것이다.
“아프간과 뉴욕에서 데이비드와 함께 간 식당과 같은 식당의 사 장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습니 다.”
[하!]
강진의 말에 최임수가 조금 크 게 탄성을 터뜨렸다.
[저승식당이 세계마다 있다고 하길래 혹시 한국에도 있으면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사장님 이 저승식당 사장님일 줄이야. 묘한 인연이네요.]
“데이비드 씨 배고파하시던데 한번 찾아와 주세요.”
[그래야죠. 제 목숨을 몇 번이 나 살려 준 사람인데 계속 굶게 할 수는 없죠.]
“데이비드 씨는 선생님이 자기 목숨을 살려 줬다고 하던데요?”
[서로 돕고 돕는 관계인 거죠. 그는 저를 지켜주고, 저는 그를 치료하고……. 수술이 좀 남아서 아홉 시쯤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희 같은 식당 와 보셨으니 아시겠지 만 11시 전에는 나가 주셔야 합 니다.”
[후! 미국하고 한국하고 시차는 다른데도 영업시간은 만국 공통 으로 통하나 보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아홉 시에 뵙겠습니다.]
최임수와의 통화를 끝내는 강진 을 보며 배용수가 물었다.
“이따가 온대?”
“9시에 온다네.”
“그럼 저녁에는 미국식 음식을 좀 해 봐야겠네.”
배용수가 주방에 들어가서 식재 를 살피는 것을 보던 강진이 허 연욱을 보았다.
“선생님도 이따가 최 선생님 오 시면 이야기 좀 해 보시겠어요?”
“그러면 저야 좋지요. 아까 병 원 귀신들한테 들었는데, 그 최 선생이라는 사람 실력 있고 환자 위하는 좋은 의사더군요.”
좋은 후배 의사를 만난다는 것 에 기분이 좋은 듯한 허연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별명이 수혈팩이라고 하던 데…… 그 이야기는 들으셨어 요?”
“후! 들었습니다. 의사들은 철저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독 하게 하는 걸 겁니다.”
허연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예전에 제 밑에서 일 배우던 후배들이 저를 악마라고 불렀 죠.”
‘‘으]■마요‘?”
“저도 최 선생 못지않게 애들 많이 들볶았거든요.”
옛일을 떠올리며 웃은 허연욱이 말을 이었다.
“저나 최 선생이 후배들 괴롭히 는 것 같지만, 의사는 쉽게 생각
하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환자 의 몸에 약을 넣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약은 어떻게 보면 독과도 같지요.”
“독요?”
“어떠한 환자에게는 약이 되지 만, 어떠한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되니까요. 그래서 조심하고 신중하고 철저해야 합니다. 다른 직업이야 실수를 하면 다음에 잘 하면 돼, 하고 끝이 날 수 있지 만 의사의 실수는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환자의 목숨도 걸려 있지만, 그 환자분의 가족들도 있죠.”
“맞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철 저하게 배워야 하는 겁니다. 그 래서 저는 그 수혈팩이라는 별명 이 마음에 들더군요. 피를 말릴 정도로 배워야 밖에 나왔을 때 한 명의 의사 역할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곧 저녁 장사를 할 시간이 니 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저녁 장사가 끝나고 9시가 될 무렵, 최임수가 가게 안으로 들 어왔다.
띠링!
풍경 소리와 함께 최임수가 들 어오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말에 최임수가 웃으며 말했다.
“아까 이야기할 때 서로 알았으 면 거기서 이야기했을 텐데 말입 니다.”
“저희 일이 남에게 오픈하기 쉬 운 쪽은 아니니까요.”
“후! 하긴 그렇습니다. 귀신에게 밥을 주는 식당이라니……
최임수는 가게를 둘러보다가 강 진을 보았다.
데이비드는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옆에 계시네요.”
강진의 말에 최임수가 옆을 보 았다. 그러고는 피식 웃었다.
“용케 저승식당 사장님을 찾았 네?”
최임수의 말에 데이비드가 웃었 다.
“너희 말로 인연이 닿았다는 거 겠지.”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주방에 서 JS 사탕을 하나 가지고 나왔 다.
“이거 드시면 됩니다.”
강진이 건네주는 사탕을 받은 최임수가 그것을 입에 넣고 아드 득! 아드득! 씹어서는 삼켰다. 그 러고는 옆을 보자 그의 눈에 데 이비드가 보였다.
최임수는 피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다.”
“그래. 오랜만이네.”
웃으며 서로를 보던 데이비드가 강진을 보았다.
“여기 식구들도 소개해 주시 죠.”
“저희 식구들이 좀 무서운데 괜 찮겠어요?”
강진의 말에 데이비드가 웃으며 최임수를 보았다.
“여기 분들 좀 무섭다는데 어 때?”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겠어요?”
“아프간하고 뉴욕에서 귀신들
꽤 봤습니다. 그리고 귀신들 보 면 무섭다기보다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안쓰러워요?”
“저분은 두부 손상으로 죽으셨 구나. 저분은 과다 출혈이었겠다. 귀신들 다친 모습을 보면 내가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 각이 듭니다.”
쓰게 웃은 최임수는 말을 이었 다.
“그리고 귀신분들보다 더 무서
운 외관을 한 환자들 많이 보고 치료해 봤습니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은데 인사는 드려 야죠.”
최임수의 말에 강진이 주방을 보았다.
“다들 나와 보세요. 최 선생님 이 인사드리고 싶다네요.”
강진의 말에 주방에 있던 허연 욱과 귀신들이 밖으로 나왔다. 혹시라도 최임수가 그들을 보고 충격을 받을까 봐 일단 주방에 있으라고 했던 것이다.
귀신들이 나오자 최임수가 그들 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최임수입니다. 앞으로 자주 오 게 될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리 겠습니다.”
최임수는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무섭게 죽은 귀신들의 모습에도 평소와 같이 반응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이게 당연한 건가?’
의사인 그는 일반인은 쳐다보지 도 못할 상처를 매일같이 봤을
것이다. 그리고 귀신의 존재도 이미 알고 있으니 직원들을 보고 놀랄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