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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92화 (690/1,050)

692화

최임수가 본 영혼이 오혁과 상 태가 같다는 것을 안 강진은 빠 르게 그에 대한 것을 이야기했 다.

강진의 이야기에 최임수가 안타 까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가까운 분입니까?”

“저와 친한 누나의 남편입니 다.”

“흠…… 그렇군요.”

“오늘 병원에 간 게 병문안 때 문도 있지만 병원에 있는 영혼 중에 혹시 오혁 씨와 비슷한 분 이 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강진은 최임수를 진지한 얼굴로 보았다.

“그래서 그 환자는 어떻게 됐습 니까?”

“그 환자는……

최임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죽고 싶어 했습니다.”

최임수의 말에 강진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그를 보았다.

“죽고…… 싶어 했다고요?”

“그 환자는 뇌사 상태로 십 년 을 넘게 누워 있었습니다. 그동 안 자기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힘들 어했습니다.”

말을 하며 최임수가 고개를 저 었다.

“제 생각이지만 그래서 몸이 영

혼을 밖으로 밀어낸 것 같습니 다.”

“몸이 영혼을 밀어내요?”

최임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생명이든 본능적으로 살 고자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그 런데 영혼이 죽고 싶어 하니 몸 이 그를 밀어낸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되나요?”

강진의 물음에 최임수는 쓰게 웃으며 데이비드와 같이 자리를

하고 있는 허연욱을 보았다.

“지금 이 상황은 말이 되는 것 입니까?”

최임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지금 이 상황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긴, 내 상황부터가 비현실적 이긴 하지.’

강진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물 었다.

“그럼 영혼이 죽고 싶어 하 면…… 정말 몸이 영혼을 밀어낸

다는 건가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생각은 몸 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그와 같죠. 잘 웃는 사람은 잘 웃지 않는 사람에 비해 몸이 건 강합니다.”

“그건 최 선생의 말이 맞습니 다. 그런 연구 보고도 있고요.”

허연욱의 말에 최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들이 중환자에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 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같은 약 을 써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 한 분들은 효과가 더 크고, 비관 적인 생각을 하는 분들은 효과가 떨어지죠. 비슷한 원리로, 영혼이 죽고자 하는 생각을 하면 몸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영혼을 밀 어냅니다. 일종의 본능이죠.”

“자살하려고 물에 뛰어든 사람 이 자기도 모르게 허우적거리는 것과 같습니다. 죽으려는 마음과 달리 몸은 살려고 손과 발을 허 우적거리며 물 밖으로 나오려 하

죠.”

허연욱은 최임수의 말에 부연 설명을 더해 주었다. 그 말에 강 진이 눈을 찡그렸다.

“그럼…… 정말 혁이 형이 죽고 싶어 한다는 건가요?”

강진의 말에 허연욱이 그를 보 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랜 병은 가족을 힘들게 하지 만…… 가장 힘든 것은 당사자입 니다. 그리고 오혁 씨는 온전한 정신 상태로 그것을 직접 보고

있으니 더 힘들겠지요.”

잠시 말을 멈췄던 허연욱은 강 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오혁 씨는…… 죽고 싶 어 할 것입니다.”

“혁이 형이…… 정말로 죽고 싶 어 한다고?”

강진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 렴풋이 예상은 했었지만, 의사에 게 직접 들으니 너무나도 충격적 인 것이었다.

“자신이 아픈 것보다…… 주변

사람이 힘든 것이 더 가슴이 아 플 수 있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은 자신이 그런 상황이라면 어땠을지 생각 을 해 보았다.

“하아!’’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왔다. 멍 하니 누워 있는 자신을 슬픈 눈 으로 보며 보살피는 가족들을 매 일같이 봐야 한다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할 것 같았다.

‘많이…… 힘드셨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허 연욱이 입을 열었다.

“오혁 씨가 왜 다른 영혼들과 다르게 말을 잘하는지 알겠습니 다.”

강진이 보자 허연욱이 말을 이 었다.

“영혼이 말을 잘 못 하는 것은 몸과의 연결이 강하기 때문입니 다. 하지만 지금 오혁 씨는 몸에 서 밀려나와 있어서 귀신처럼 말

을 잘하는 것입니다. 몸과 영혼 의 구속이 많이 풀린 겁니다. 그 래서 영혼보다는 저희 귀신 쪽에 더 가까워진 거지요.”

허연욱의 말에 최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저와 허 선생님 의 의견일 뿐, 명확한 것은 없습 니다.”

“뉴욕 저승식당 사장님에게 물 어보신 적은 없으세요?”

“톰에게 물어봤는데 그도 영혼 쪽은 잘 모르더군요. 저승식당에 죽지 않은 영혼이 오는 일도 거 의 없다고 했고요.”

최임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도 저승식당을 하 면서 영혼은 딱 세 번 보았는데, 그중 식당에 왔던 영혼은 오혁 한 명뿐이었다.

“톰이란 분이 거기 사장님이신 가 보네요?”

“맞습니다. 남미 쪽 사람인데 무척 쾌활한 배불뚝이 아저씨입

니다.”

최임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래서 그 영혼은 어떻게 되었 나요?”

그 뉴욕에서 봤다는 영혼 상태 의 환자가 결국 어떻게 됐는지 듣지 못한 것이다. 강진의 말에 최임수가 입맛을 다시며 작게 고 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 다.

“그렇군요.”

“좋은 이야기 못 드려서 죄송합 니다.”

“아닙니다.”

고개를 저은 강진이 멍하니 허 공을 볼 때, 배용수가 음식을 들 고 홀로 나왔다.

“콩나물 대패삼겹살 찜입니다.”

배용수는 찜통을 테이블 중심에 놓고는 뚜껑을 열었다.

화아악!

수증기와 함께 뽀얗게 익은 대 패 삼겹살과 그 밑에 깔려 있는 콩나물이 보였다.

거기에 대패 삼겹살 위에 파와 붉은 고추가 총총 쏠려 있어 무 척 색감이 예뻐 보였다.

“이거 맛있겠는데요.”

최임수가 입맛을 다시는 것에 배용수가 웃으며 그의 앞에 간장 소스를 놓았다.

“물론 맛이 있지요. 이건 간장 소스에 찍어서 드시면 됩니다.”

“삼겹살이면 쌈장 아닙니까?”

“쌈장에 찍어 드셔도 되지만 간 장 소스와 먹어도 좋더군요. 콩 나물하고 삼겹살을 같이 집어서 드세요.”

배용수가 먹는 방법을 알려주 자, 최임수가 콩나물과 삼겹살을 같이 집어 간장 소스에 찍은 뒤 입에 넣었다.

그렇게 맛을 본 그의 얼굴에 미 소가 어렸다.

“정말 맛이 좋네요. 콩나물은

아삭하면서 돼지기름에 고소하 고……

미소를 짓는 최임수를 보며 배 용수가 말을 했다.

“음식을 잘 드시지 않는 것 같 아서 양념을 최대한 안 하는 음 식을 했습니다. 이렇게 드시면 고기를 먹어도 담백하고 속에 부 담이 덜할 겁니다.”

“정말 그럴 것 같네요.”

최임수가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 자, 배용수가 말했다.

“소주 한 병 드릴까요?”

배용수의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 를 저었다.

“임수는 술 안 먹습니다.”

“술을 못 드세요?”

“술 좋아합니다.”

“그런데 왜 안 드세요?”

강진의 물음에 최임수가 핸드폰 을 꺼내 흔들었다.

“언제 응급 환자 콜 들어올지 모르니까요.”

“일 끝나고 오신 것 아니세요?”

“정해진 근무 시간은 끝났는 데…… 사고라는 것이 언제 생길 지 모르니까요.”

“그럼 퇴근한 후에도 응급 환자 생기면 다시 가는 거예요?”

“그렇죠.”

최임수의 말에 데이비드가 고개 를 저었다.

“이놈의 병원이 어려운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가 생기면 임수한 테만 연락을 합니다.”

투덜거리는 데이비드의 모습에 최임수가 웃었다.

“어려운 수술이니 최고 실력자 인 내가 해야지.”

“어려운 수술은 맞지. 수술하다 죽을까 봐 자기들은 못 하겠다고 포기한 환자들이 너한테 오니 까.”

“그래서 많이들 살렸잖아.”

말을 하던 최임수가 쓰게 웃었 다.

“다 살리지는 못했지만.”

고개를 저은 최임수가 고기와 콩나물을 집어 입에 넣고는 밥을 먹기 시작하자 데이비드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해 봐야 속만 쓰 린 것이다.

‘바보 같은 놈. 의사면 좋은 여 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사람들한 테 존경이나 받으며 살 일이지, 노총각에 존경은커녕 욕만 듣고 있으니..

여러모로 참 한심한 녀석이었 다. 그리고…… 그래서 더 멋졌

다.

조용히 미소 지은 채 최임수를 바라보는 데이비드를 보던 강진 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평소라 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것이 다.

그리고 데이비드의 한이 뭔지 알아내서 그가 승천을 할 수 있 도록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혁을 생각하니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데이비드한테 미안하네.’

입맛을 다신 강진이 몸을 일으 켰다.

“손님 초대해 놓고 죄송한데 이 야기 나누고 계세요. 저 공원에 좀 다녀올게요.”

“공원? 지금 이 시간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 이 시간을 보았다.

“영업 시작까지 시간 있으니 좀 돌다가 올게. 답답해서 좀 걸어 야겠어.”

“그럼 같이 갈까?”

“손님 있는데 너라도 있어야 지.”

강진은 다시 최임수를 보았다.

“초대해 놓고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좀 많이 답답해서 요.”

“아닙니다. 저야 데이비드 보러 온 건데요. 괜찮으니 다녀오세 요.”

강진의 속이 안 좋다는 것을 아 는 최임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강진은 냉장고를 열어서는 서천 꽃물을 잡으려다가 입맛을 다시 고는 대초열지옥 커피를 집었다.

‘오늘은 달달한 것보다 쓴 것이 당기네.’

커피를 손에 쥔 강진이 가게를 나왔다.

강진은 정자에 앉아 커피를 마 시고 있었다.

후루룩!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강진이 입 맛을 다셨다.

“진짜 쓰네.”

대초열지옥 커피는 정말 썼다. 하지만 이 쓴맛이 입에서 나는지 속에서 나는지 강진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입맛을 다시며 커피를 손으로 흔들어 본 강진이 다시 한 모금 을 마시고는 하늘을 보았다.

“이 사장님…… 좋은 분인데.”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나눠서 좋

은 일,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아는 좋은 사람에게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 라는 게 사람 심리였다.

그런데 좋은 일은커녕,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이 죽고 싶어 한다 니…… 그것을 이강혜가 알면 얼 마나 가슴 아파할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말하면 안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강진도 가슴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

같이 아침마다 강아지들에게 사 료를 챙겨 준 것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그동안 거의 매일 봤으니, 어지 간한 사람들보다 더 자주 본 사 이인 것이다.

그리고…… 황민성이 형이라면 이강혜는 누나처럼 느껴졌다. 그 리고 강상식은 동생 같고 말이 다. 가족이 없어서 그런지 강진 은 그 정이 더 깊게 느껴졌다.

“강진이?”

생각을 이어나가던 강진은 자신 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 았다. 뒤에는 이강혜가 오혁의 휠체어를 밀며 다가오고 있었다.

오혁은 마스크와 스포츠 모자를 쓰고 있었다.

“사…… 누나.”

강진의 누나라는 말에 이강혜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이강혜의 옆에서 오혁의 영혼이 손을 들었다.

처남!”

특유의 밝은 표정과 목소리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이강혜를 보 았다.

“산책 나오신 거예요?”

“우리 남편도 바깥바람도 쐬어 야지.”

“아침에 안 하시고요?”

“여름에는 아침에 덥잖아. 그리 고 나 일도 해야 하고……

웃으며 오혁의 얼굴을 보던 이 강혜가 손수건으로 그의 얼굴에 맺힌 땀을 눌러 닦았다.

저녁이기는 해도 후덥지근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났으니 말이 다.

“그리고 우리 혁 씨 자존심이 엄청 센 사람이라…… 이런 모습 사람들한테 보이는 것 싫을 거 야. 그래서 산책은 나 퇴근하고 나서 이렇게 나와서 해.”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입술을 깨물고는 오혁을 보았다.

“응? 처남, 무슨 일 있어? 표정 이 왜 그래?”

걱정스럽게 자신을 쳐다보는 오 혁을 보며 강진은 속으로 물었 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편해 보였습니까?’

아닐 것이다. 죽고 싶어서 죽으 려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저 남은 사람이 너무 힘들어하 니 그런 마음을 먹었을 것이었 다.

그래서 강진은 오혁이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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