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699화 (697/1,050)

699화

지붕에 앉아 이쪽을 보고 있는 김소희를 한 번 본 강진이 차지 혜에게 말했다.

“지혜, 들어가서 옷 갈아입어야 지.”

“네!”

차지혜가 급히 엄마와 함께 안 으로 들어 가자 강진은 차지연을 보았다.

“잘 지냈어?”

“네.”

차지연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 다.

“엄마하고 동생 경복궁 데려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바람 쐬러 가려는 거였 어.”

“헤! 어쨌든요! 저녁에 외식도 할 거죠?”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강진의 말에 차지연이 웃으며 말했다.

“삼겹살요.”

“삼겹살?”

“지혜가 좋아해요. 근데 자주 못 먹어요.”

차지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겹살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아?”

삼겹살이 비싸다고 해도 엄마와

딸, 둘이 먹는 거면 만 원 정도 에 충분히 맛있게 먹을 것이었 다.

“아직 지혜가 어려서 삼겹살을 잘 못 구워 먹어요. 그리고 엄마 가 지혜 다칠까 봐 손 못 대게 하고요.”

“아……

차지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여사님 눈이 안 보이시 니……

삼겹살은 구우면서 잘 익었는 지, 타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먹 어야 하는데 송은실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철이 든 아이라 고 해도 불과 칼은 조심해야 했 고 말이다.

“그럼 어머니는 음식 어떻게 하 셔?”

“국이나 반찬 같은 것은 잘하세 요. 대신 굽는 요리는 힘드세요.”

“그렇구나.”

“아빠가 있을 때는 아빠가 삼겹 살을 구워 줬는데……

“그럼 삼겹살을 구워서 먹었으 면 하는 거니?”

“네.”

“알았어. 오늘은 삼겹살 파티 하자.”

차지연이 좋아하는 것에 강진은 웃으며 모녀가 나오기를 기다렸 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두 사람이 나왔다.

“지혜 예쁘네.”

“고맙습니다.”

강진은 두 사람을 데리고 차로 향하며 슬며시 헛개에게 눈짓한 뒤 차지연을 가리켰다.

그 시선에 잠시 당황스러운 얼 굴을 하던 헛개가 입맛을 다시고 는 차지연을 보았다.

“나하고 지붕에 올라가서 가야 하는데 괜찮겠니?”

“괜찮아요. 주위 구경하기도 좋 을 거 같구요.”

차지연의 말에 헛개가 그녀를

안아들고는 두둥실 떠올랐다.

“와! 아저씨는 하늘도 날 줄 알 아요?”

“귀신으로 오래 있다 보니 그렇 게 됐네.”

“아저씨 정말 대단해요.”

“ 대단하기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은 헛개 는 그녀를 안고 지붕에 올라타서 는 먼저 자리를 잡은 김소희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소희의 모습을 보던 차지연이 웃으며 말했다.

“와! 언니 정말 예뻐요.”

차지연의 말에 순간 당황한 듯 아이를 보던 김소희가 미소를 지 었다.

“내가 무섭지 않느냐?”

“조금 무섭기는 한데…… 예쁘 세요. 그리고 이 아저씨에 비하 면 그리 무서운 것도 아니죠.”

차지연이 헛개를 한 번 보며 하 는 말에 김소희가 아이를 보다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화아악!

그러자 김소희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끼식당에 있을 때의 현신한 모습으로 말이다.

“와! 진짜 예뻐요.”

진짜로 현신을 한 것은 아니지 만, 현신했을 때의 모습을 한 자 신을 보고 차지연이 웃으며 말하 자 김소희가 작게 미소를 지었 다.

“고맙구나.”

성인이나 남자가 자신에게 예쁘 다는 말을 했다면 싸늘한 얼굴로 살기를 뿜어냈을 김소희지만, 어 린 여자아이가 자신에게 예쁘다 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한편, 지붕 위 사정을 모르는 강진은 차를 출발시켰다.

부릉!

차가 출발하는 것에 송은실이 손으로 조수석 손잡이를 더듬거 리며 잡고는 말했다.

“아는 동생이 서울에 있어서 같

이 보려 하는데 괜찮을까요?”

“아는 동생요?”

“아무래도 동생이 있어야 좀 편 할 것 같아서요.”

‘하긴, 나하고 많이 친한 것도 아니니까. 화장실 같은 거 부탁 하기에도 불편할 거야.’

“사람 많으면 좋죠. 부르세요.”

강진의 말에 송은실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지 연아.”

지연이라는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럴 때 핸드폰에서 목 소리가 들렸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AI 이름을 딸 이름으로 해 놓 았구나.’

강진이 핸드폰을 힐끗 볼 때, 송은실이 말했다.

“문지나에게 전화 걸어 줘.”

[알겠어요. 문지나에게 전화를 걸게요.]

“어? 문지나 씨를 아세요?”

“그럼 알죠. 그런데 사장님도 지나를 알아요?”

“여기 봉사하러 다니다 보니 알 게 됐습니다.”

“그러시구나.”

“여사님은요?”

“저야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으 니 여기 보육원 나온 아이들과 알고 지내죠.”

“아! 그렇겠네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 가 송은실은 보육원에서 식사도 자주 하는 편이니 말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문지나가 전화를 받았다.

[언니.]

“지나야, 나 지금 서울 가는 길 이야.”

[서울요? 누구 차 타고요?]

“그 보육원에 음식 봉사하러 오 는 사장님 계시잖아. 너도 알 지?”

[강진 씨요?]

“사장님이 경복궁 간다고 같이

하시자고 해서.... 지금 차 타고

지혜하고 같이 가는 길이야.”

[그렇구나.]

“혹시 오늘 시간 되면 같이 갈

수 있을까?”

[좋죠. 나도 오랜만에 바람 쐬

고 좋겠다.]

“그럼 지금 가는 길이니까.”

말을 하던 송은실이 강진을 보

았다.

“사장님, 얼마나 걸릴까요?”

“거리상으로는 대충 한 시간 정 도 걸릴 것 같은데, 차 므!히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알았어요. 저도 준비하고 출발 할 테니 거기 앞에서 만나는 걸 로 해요.]

스피커 모드라 강진이 하는 이 야기를 들은 문지나가 답을 하고 는 말했다.

[지혜야.]

“네, 이모!”

차지혜가 웃으며 대답하자 스피 커 너머에서 문지나의 웃는 목소 리가 들려왔다.

[이모가 오늘 맛있는 것 사 줄 게.]

“네!”

그걸로 통화를 끝낸 송은실이 핸드폰을 손으로 쥐며 말했다.

“휴우! 지혁이도 참 착한 애였 는데……

“문지혁 씨하고도 친하셨어요?”

“우리 남편이 예뻐했어요. 애가 착하다고.”

“그렇군요.”

강진은 시간을 힐끗 보고는 말 했다.

“도착까지 시간 좀 걸릴 텐데 한숨 주무시겠어요?”

“아니에요.”

송은실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 다. 강진이 슬쩍 보니 송은실은

핸드폰 밑에 있는 점자판을 손으 로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송은실의 손이 지나갈 때마다 밑에 있는 점자들의 모양 이 계속 변했다.

‘글을 읽는 건가? 신기하네.’

점자들이 들어갔다가 나타났다 하는 게 신기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다시 운전 에 집중했다. 한가한 시골길이라 지나가는 차가 없다고 해도 운전 할 때 한눈을 파는 것만큼 위험

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경복궁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 진은 문지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희 주차장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근처예요. 그 옆에 보면 화장실 있거든요? 그쪽에 계시면 제가 갈게요.]

“저 화장실 안 급한데요.”

[강진 씨 말고 언니하고 지혜 요. 미리미리 화장실 다녀오는

것이 좋아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진이 송은실을 보았다.

“지나 씨 화장실 앞에서 만나기 로 했습니다.”

“잘 됐네요. 저도 화장실 좀 가 고 싶었어요.”

‘지나 씨가 선견지명이 있네.’

강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차에 서 내렸다. 차 주위에는 먼저 내

렸던 귀신들이 주위를 구경하고 있었다.

“와! 경복궁이다.”

“나 경복궁 처음 와 봐.”

“ 나도.”

여자 귀신들은 경복궁이 처음인 듯 신기해했고, 배용수는 웃으며 설명을 해 주고 있었다.

“경복궁 안에 들어가면 왕이 대 신들과 일을 보던 곳이 있는데 거기가 좀 볼 만하죠.”

“용수 씨는 여기 와 봤어요?”

“예전에 한식 대회를 여기에서 했거든요. 그때 숙수님 모시고 심사하러 왔었죠.”

“용수 씨가 심사를 했어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실력으로는 심사할 자격이 되 지만, 나이가 걸려서 저는 숙수 님 수발을 들었죠.”

“아하!”

“그래도 제가 한 번 와 봤으니 구경시켜 드릴게요.”

귀신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김 소희는 허공에 뜬 채 궁을 보고 있었다.

말없이 궁궐을 보고 있는 김소 희의 눈에는 묘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조선시대 귀신이니 경복궁이 다른 느낌이겠지.’

자신들에게야 역사이고 관광지 지만, 김소희에게는 현실이고 자

신들이 모시던 왕이 사는 곳이니 말이다.

강진이 궁을 보고 있을 때, 헛 개와 감초도 궁을 보고 있었다.

“여기가 전하가 사는 왕궁이구 나.”

감초 어른의 중얼거림에 헛개도 멍하니 궁을 보았다.

“여기가…… 왕궁. 전하가 사는 곳.”

헛개는 궁을 보는 것이 처음이 었다.

그는 살았을 때 왕궁에 오고 싶 었다. 동학을 하던 이들은 왕에 게 백성의 뜻을 직접 전하고 싶 어 했으니 말이다.

멍하니 궁을 보는 헛개를 보던 강진이 감초 어른에게 작게 속삭 였다.

“저쪽에 화장실이 있거든요? 저 기 있을 테니 헛개 형님 정신 드 시면 같이 오세요.”

강진의 말에 감초 어른은 멍하 니 있는 아들을 잠시 보다가 고 개를 끄덕였다.

“그리하겠네.”

강진은 이번엔 송은실을 보았 다. 송은실 옆에는 차지혜가 어 느새 딱 서 있었고, 그런 차지혜 의 어깨에 송은실이 손을 올리고 있었다.

“이제 가시죠.”

“엄마, 가자. 앞에는 그냥 길이 라서 그냥 걸으면 돼. 그리고 사 람들 좀 있으니까 내가 이야기해 줄게.”

“그래. 고마워.”

“엄마 차 나온다.”

차지혜는 걸으면서 주위에 보이 는 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동네 에서야 길이 발에 익으니 평소대 로 걸으면 되지만, 처음 오는 길 이라 발도 생소한 것이다.

송은실은 차지혜를 따라 조심스 레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 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엄마와 다니는구나.’

차지혜가 착하다는 생각을 하던 강진은 일행과 함께 주차장 옆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송은실과 차지혜가 화장실에 들 어가자 강진은 핸드폰으로 경복 궁 지도를 보며 동선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나 씨가 화장실 먼저 챙긴 건 여사님 눈 때문일 거야.”

배용수가 화장실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우리야 화장실 가고 싶으면 급하게 찾기라도 하겠지 만, 여사님은 그것도 쉽지 않을

테니까.”

사람에게 물어서 위치를 알려고 해도,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모 르니 묻기 어렵다.

그리고 사람들은 송은실의 사정 을 모르니 그냥 자기 갈 길을 갈 테고…… 그럼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울 것이다.

강진이 경복궁 내 화장실의 위 치를 확인하고 있을 때, 문지나 가 다가왔다. 다만 문지나는 혼 자가 아니라 강상식과 함께 오고

있었다.

“어? 어떻게 둘이 같이 오세 요?”

강진의 물음에 문지나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점심에 상식 씨하고 식사 하기로 했거든요.”

“아.. ”

문지나의 말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강상식은 작게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저었 다. 다른 이야기 하지 말라는 의

미였다.

그 시선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오늘 일이 있다고 못 온다고 했 었는데…….

‘일이 있기는 하셨네. 연애 일.. ’

“큰일 하다 오셨구나.”

“네?”

문지나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보 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아침에 해외 바이어 좀 만나고

왔는데 그 이야기 한 겁니다.”

“아…… 사업가들은 조찬에서도 사업 이야길 한다던 글을 신문에 서 본 거 같아요.”

문지나의 말에 웃음으로 답한 강진은 그녀의 뒤에 있는 문지혁 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문지혁이 미소를 지으며 마주 고 개를 숙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