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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05화 (703/1,050)

705 화

저승식당 영업이 한창인 도중, 황민성이 쇼핑백을 들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황 사장, 오랜만입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그 임신했다는 이야기 들었어 요. 축하해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귀신 손님들이 축하해 주자 황

민성이 웃으며 인사들을 나누고 는 강진에게 다가왔다.

귀신들과 이제는 익숙하게 인사 를 나누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 이 웃었다.

“저희 손님들하고 너무 친해지 신 것 아니에요?”

“마음 같아서는 모임이라도 하 나 만들고 싶은 심정이지.”

웃으며 황민성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물었다.

“식사는요?”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당 연히 먹었지.”

황민성은 젓가락으로 오징어볶 음을 하나 집어 먹고는 쇼핑백 하나를 직원들에게 내밀었다.

“이거 선물입니다.”

“어머? 저요?”

“여러분들 놀러 간다는데 신세 지는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요. 여러분들 놀러 가서 입으시 라고 옷을 좀 샀습니다.”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이 쇼핑백

을 열려고 하자, 황민성이 급히 말했다.

“여기서 풀어 보지 마시고 주방 이나 화장실 가서 풀어 보세요.”

“뭔데요?”

“보시면 압니다.”

황민성의 말에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이 쇼핑백을 들고는 급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황민성을 보았 다.

“뭔데요?”

“휴가를 가려면 휴가에서 입을 옷이 있어야지. 그래야 기분 전 환 되는 것 아니겠어?”

“옷이면 여기서 봐도 되지 않아 요?”

“물놀이 간다고 해서 수영복도 몇 벌 샀거든. 남자들 바글바글 한 곳에서 쇼핑백 풀수는 없 지.”

황민성은 배용수에게도 쇼핑백 을 내밀었다.

“이건 내 동생 거.”

“제 것도 있어요?”

“그럼. 내 동생 놀러 가는데 당 연히 있어야지.”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환하게 웃으며 쇼핑백을 열어 안에 있는 것을 꺼냈다. 반팔 셔츠와 반바 지, 그리고 하얀 신발이었다.

“와! 너무 좋은데요.”

좋아하는 배용수를 보며 웃은 황민성이 강진에게도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건 네 거.”

“오예!”

강진은 웃으며 쇼핑백을 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반바지 와 반팔 티였다.

“그런데 조금 화려한 것 아니에 요?”

색이 조금 화려한 것에 강진이 묻자, 황민성이 웃었다.

“놀러 갈 때는 놀러 간다는 티 가 나는 의상을 입어야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쇼핑백을 가 리켰다.

“거기 안에 선글라스도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쇼핑백 안에서 케이스를 꺼내 선글라스 를 보았다.

“색 완전 진하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해수욕장 간다고 해서 형이 특 별히 아주 새까만 걸로 가지고 왔다.”

“왜요?”

“그래야 음탕한 네 시선이 가려 질 것 아니겠냐.”

“음탕?”

강진이 의아해하자,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진이가 이렇게 순진해요.”

한 귀신과 한 사람이 자신을 놀 리는 것 같자, 강진은 고개를 저 으며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그 러고는 살짝 놀란 듯 말했다.

“선글라스를 꼈는데도 잘 보이 네요?”

새까만 검은색 렌즈라 세상이 모두 검게 보일 거라 생각을 했 는데, 살짝 어둡게 보이는 것 빼 고는 잘 보였다.

“선글라스 써 본 적 없어?”

“어릴 때 장난감 선글라스는 껴 봤어요.”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황민성은 선글라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은 실내라 조금 어둡게 보 일 건데 해 뜬 날 밖에서 보면

더 잘 보여. 선글라스라서 당연 히 햇살에 눈부시지도 않고.”

“그래요?”

강진이 선글라스를 끼고 주위를 둘러볼 때, 황민성이 말했다.

“그래서 일요일 날 변산으로 간 다고?”

“네.”

“변산에 호텔 아는 곳 있는데 방 하나 잡아줄까?”

“아니에요.”

“지금 휴가 끝물 때라 방 잡기 어려울 텐데?”

“변산에서는 하늘과 바다, 그리 고 사람 구경이나 하고 휴식은 순창 계곡에서 할 거예요.”

“순창?”

“거기 좋은 계곡이 있다고 해서 요. 거기에 저승식당 오픈해서 직원들이랑 물놀이 하려고요.”

“하긴, 현신하면 물놀이해도 되 겠다.”

“그러려고요.”

“그럼 잠은 어떻게 하려고?”

“잠은 트럭 바닥에 돗자리 깔고 대충 누워 자려고요.”

“안 불편하겠어?”

“조금 불편하겠지만 등을 댈 수 만 있으면 어떻게든 자겠죠.”

싱긋 웃는 강진의 모습에 황민 성이 배용수를 보았다.

“와이프 임신만 아니면 나도 따 라가서 하루 놀겠는데 아쉽다.”

“애 가졌을 때 잘해 줘야 한대

요. 그거 하루 잘못하면 평생 한 이 된다고 합니다.”

배용수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잘 하고 있다.”

황민성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강진이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 다.

“왜 웃어?”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라 황민성 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형…… 처음으로 형수님을 와 이프라고 한 것 같아서요.”

“내가?”

“그전까지는 형수님을 늘 이슬 씨라고 불렀어요.”

“내가 그랬나?”

작게 웃은 황민성은 잠시 있다 가 말했다.

“전에는 조금 불편했어.”

“왜요?”

“글쎄…… 그냥 조금 불편했어.

그런데 요즘은 내 사람, 내 여자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보고 있 으면 예쁘고 고맙고.”

“형수가 임신을 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건 아닐 거야. 임신을 해서 좋고 기쁘기는 하지만…… 이슬 씨는 이슬 씨니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은 일전에 김소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누워도 편하지 않고,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짝을 만나나 그 짝은 너의 것이 아니니…… 안쓰럽고 또 안쓰럽구나.

‘짝을 만나나 그 짝은 너의 것

이 아니니…… 소희 아가씨가

서를 해 줘서 이것도 변한

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주방에서

여자 직원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녀들은 황민성이 사다 준 옷으 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누가 봐도 ‘우리 해변에 물놀이 하러 왔어요.’하는 그런 복장들이 었다.

“옷은 마음에 드세요?”

여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옷 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사이즈를 어떻게 딱 맞 추신 거예요?”

이혜미가 입고 있는 청바지와 하얀색 티를 쓰다듬으며 하는 말 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들하고도 오래 봤으니

이 정도면 맞을 것 같더군요. 그 리고 수영복은 마음에 드세요?”

“근데…… 좀 너무 과감한 것 같은데……

이혜미가 쇼핑백을 보며 우물거 리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젊고 예쁘실 때 입어봐야죠.”

“그래도……

“마음에 안 드시면 제가 다른 걸로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아니에요. 그냥 입을게

요.”

이혜미가 슬며시 쇼핑백을 뒤로 숨기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작은 사이즈 옷은 소희 아가씨 겁니다.”

“그럴 거라 생각을 했어요.”

“소희 아가씨한테 말 전해 주십 시오.”

그러고는 황민성이 몸을 일으켰 다.

“형 간다. 가서 재밌게 놀고

와.”

“벌써 가세요?”

“곧 12시야. 간다.”

강진은 귀신들에게 인사하며 가 게를 나서는 황민성을 배웅하고 는 여자 직원들에게 다가갔다.

“수영복이 혹시 비키니예요?”

“네.”

살짝 얼굴을 붉히는 여자 직원 들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형 말대로 지금 아니면 언제

입어 보겠어요.”

“그래도 계곡에서 비키니는

“아니면 해수욕장 가서 입으시 면 되죠. 놀러 가기 전에 주차장 에서 태우면 됩니다.”

“민망해서……

“편한 대로 하세요.”

그러다가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 다.

“그런데 혹시 소희 아가씨 수영

복도 비키니인가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그를 보았다.

“비키니였으면 좋겠어요?”

“아이구! 누구 죽이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자 이혜미가 웃었다.

“비키니 아니 에요. 비키 니였으 면 아가씨 바로 칼 들고 황민성 씨 쫓아가실걸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긴, 조선시대 아가씨한테 비 키니는 과하기는 하지.’

비키니를 보는 순간 김소희는 정말 검을 뽑아 들 수도 있었다.

“그럼 어떤?”

강진의 물음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일반적인 수영복이에요. 아래에 레이스가 달려서 귀여운 스타일이에요.”

“그것도 아가씨한테는 과할 것 같은데?”

일반적인 수영복이라고 해도 팔 과 다리가 드러나니 말이다.

“아가씨도 수영복이 어떤 것인 지는 아실 테니 이 정도로 화내 지는 않을 거예요. 물론 입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원들과 소주를 따 라 마셨다.

“그럼 예정대로 해수욕장에서

사람 구경이나 하다가 저녁에는

순창에 가는 걸로 하죠.”

* * *

변산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캠핑장에 푸드 트럭이 들어서고 있었다.

“이야! 좋네.”

강진이 주차를 하며 보이는 경 치에 감탄하자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야, 저기 바다 바로 보인다.”

“캠핑장 옆에 바다가 바로 있어 서 좋다. 놀다가 바로 캠핑장 와 서 밥 먹으면 되잖아.”

“그래서 가족끼리 많이들 온다 고 하잖아.”

강진은 캠핑장 한쪽에 차를 세 우고는 내렸다. 강진이 내리자 차 지붕에 있던 직원들과 허연 욱, 그리고 최호철도 차에서 내 렸다.

한끼식당 식구라고 하면 최호철 과 허연욱도 속한다는 것이 강진 의 생각이라 같이 온 것이다.

“ 바다다.”

최호철이 웃으며 바다를 보는 것에 강진도 웃으며 바다를 보다 가 문득 여자 직원들을 보았다.

여자 직원들은 황민성이 사다 준 옷을 입고 바다를 보고 있었 다.

“좋죠?”

“정말 좋네요. 가슴이 시원해

요.”

여자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먼저 가서 한 바퀴 둘러보세 요.”

“강진 씨는요?”

“저는 푸드 트럭 정리만 하고 갈게요.”

“도와드릴까요?”

“아닙니다. 먼저 가서 노세요.

용수도 같이 가라.”

“나야 너하고 같이 움직여야 지.”

“오케이! 그럼 마누라는 나하고 같이 움직이는 걸로. 형, 가서 놀 다 오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여자 직 원들과 함께 캠핑장 앞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푸드 트 럭 캡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무슨 준비를 하려고?”

“물놀이하다가 나와서 바로 뭐

라도 먹게 기본 세팅이라도 해 놓고 가려고.”

“라면 먹을 거 아니야?”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잠시 그릇들을 보다가 말했다.

“여기도 귀신들이 꽤 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진의 말대로 주위 에는 귀신들이 꽤 보였다.

“물귀신인가?”

미역처럼 머리카락을 축 늘어뜨

리고 있는 귀신들을 보며 배용수 가 중얼거리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지박령 같아.”

“그래서 저 귀신들 불러서 밥 먹이려고?”

“이 근처에 장례식장이 있는 것 도 아니고, 귀신 초대해서 밥 주 는 사람이 있을 것도 아니고…… 온 김에 우리 밥 먹을 때 뭐라도 챙겨 주려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여기 와서까지 저승식당 사장 님인 거냐?”

“현신해서 먹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한 음식이니 맛있게 는 드시겠지.”

“그건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물었 다.

“그래서 음식 뭐 하려고?”

“라면하고 김밥……

강진은 바닷가를 보다가 말했 다.

“오는 길에 마트 있던데 닭 사 가지고 와서 백숙이라도 할까?”

“다시 나가야 하잖아.”

“몇 년 동안 음식 제대로 드시 지 못한 분들일 텐데…… 내가 좀 귀찮고 말지 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좀 귀찮고 말자.”

싱긋 웃은 강진은 음식 만들 준 비를 시작했다.

‘간단하게 라면에 김밥 좀 드시 게 하고... 나중에 마트 가서

재료 좀 사다가 음식을 더 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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