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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09화 (707/1,050)

709화

캠핑 의자에 앉아 아이들이 뛰 어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노부 부의 곁으로 다가간 강진이 웃으 며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노인이 그를 보 았다.

“안녕하십니까.”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

를 살짝 숙이는 노인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삼겹살이 든 쟁반 을 들어 보였다.

“삼겹살을 좀 구웠는데 너무 많 이 구워서 좀 나눠 드리고 있습 니다.”

“이거 고맙습니다.”

강진이 접시에 담긴 삼겹살을 주자 할머니가 그것을 받아서 한 점 집어 먹고는 웃으며 말했다.

“맛있군요.”

“삼겹살은 맛이 없기가 더 힘들

죠.”

“그건 그러네요.”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하고는 노인을 보았다.

“여기에 김치 넣고 볶아 드릴게 요.”

“거기에 소주도 한잔하면 아주 좋겠어.”

“그렇게 하세요.”

할머니가 웃으며 프라이팬을 가 져와서는 거기에 김치를 잘라 넣

었다.

그러고는 접시에 깔린 삼겹살 기름을 프라이팬에 주르륵 따르 고는 불을 켰다.

“김치를 먼저 볶고 삼겹살을 넣 으려고 하시는군요.”

“삼겹살은 이미 익혀져 있는데 김치와 같이 볶으면 딱딱해지니 까요.”

할머니가 김치를 돼지기름에 볶 는 것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말 했다.

“저 잠시 여기 좀 앉아도 될까 요?”

“그렇게 하세요.”

할아버지가 일어나서는 자신이 앉은 것과 같은 캠핑 의자를 가 지고 왔다.

“이게 작아도 아주 편합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의자에 앉았다. 생각보다 더 편안한 것 에 강진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정말 편하네요.”

“그냥 철로 된 뼈대에 천 덮어 놓은 것 같지만, 엉덩이 쪽을 감 싸줘서 안정감도 있고 좋더군 요.”

흡족한 눈으로 의자를 보는 할 아버지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편하고 좋네요. 이런 건 비싸겠죠?”

“하하하! 그렇지도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자랑하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던 강진이 슬쩍 옆을 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소인명이 이쪽을 보고 있었 다.

‘부모님에게 다가가지도 못하는 신세네.’

귀신이 사람과 가까이 있으면 좋지 못하니 가까이 오지 못하고 떨어져서 부모님을 보는 것이다.

그런 소인명을 보던 강진이 할 아버지를 보다가 슬쩍 텐트 쪽을

보았다.

텐트 안에는 여러 살림들이 놓 여 있었다. 한쪽에 태양열 패드 까지 있는 것을 보니 전기도 쓰 는 모양이었다.

“오래 계시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씁쓸하 게 텐트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꽤 오래 있군요.”

“장기로 계시는 거면 캠핑카도 좋다고 하던데.”

“편히 지내려고 있는 것도 아니 라서 그냥 텐트에서 지내고 있습 니다.”

“이왕 지내는 거면 편한 것이 좋지 않으세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는 말없이 아이스박스에서 소주를 하나 꺼 냈다.

“안주 다 됐나?”

말을 돌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강진이 소인명을 향해 고개를 돌 렸다.

소인명은 간절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인명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아들이 귀신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충격이 크실 텐 데.’

물에 빠져 죽은 아들의 시신을 찾지 못해 바닷가에서 머물고 있 는데, 그 자식이 귀신이 되어 있 다는 사실을 알면 가슴이 너무 아플 것이다.

노부부는 자식을 잊지 못해서

이곳에 지내고 있기까지 하니 말 이다.

강진은 소인명을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저기, 제가 백숙을 좀 할 건데 요. 이따가 좀 가져다드려도 될 까요?”

“삼겹살도 주셨는데 또 뭘 또 주시려고 하십니까?”

“여기 오니 그냥 음식 많이 해 서 사람들하고 나눠 먹고 싶어서 요. 그래서 닭을 여러 마리 사

왔습니다.”

“이거…… 고맙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소인명에 게 다가갔다.

“이리 와.”

강진의 부름에 소인명이 부모님 을 보다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소인명을 데리고 푸드 트럭으로 온 강진은 조수석을 열어서는 향 수를 꺼내 그의 몸에 뿌려주었 다.

치익! 치익!

“응?”

자신에게 뿌려지는 향수에 소인 명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말 했다.

“부모님 옆에 가 있어.”

“그…… 귀신이 옆에 있으면 사 람한테 안 좋다고 하던데요.”

“이 향수 뿌려서 괜찮아. 가서 부모님하고 있어도 돼. 가서 좀 안아드려.”

강진의 말에 소인명은 환하게 웃으며 서둘러 부모님이 있는 곳 으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푸드 트 럭에 타고 있는 배용수를 보았 다.

“백숙 거의 다 익었지?”

“조금만 더 삶으면 돼.”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이혜미를 보았다. 이혜미는 바닷가를 보며 서 있었 다.

“혜미 씨.”

강진의 부름에 이혜미가 그를 보고는 다가왔다.

“네?”

“저기 텐트에 가면 영혼 한 분 있거든요. 좀 모셔와 줄래요?”

“ 영혼요?”

“영혼 상태인 할머니 한 분 계 시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가 가리킨 텐트로

뛰어갔다.

‘영혼도 밥은 먹어야지.’

푸드 트럭 근처에 모인 귀신들 은 여전히 즐겁게 음식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슬 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이 근처로는 사람들이 다가오지 도, 보지도 않고 있었다.

‘귀신으로 보안 업체 차리면 참 잘 될 텐데.’

귀신만 모아 놓으면 도둑이 건

물 자체를 못 보니 범죄 걱정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 집 주인 건강은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 다.

“그나저나 저 부모님은 어떻게 집에 가게 하나.”

입맛을 다시며 노부부를 생각을 할 때, 이혜미가 강진을 불렀다.

“사장님.”

강진이 보니 이혜미가 뒤에 할 머니 영혼을 데리고 서 있었다.

“왜 안 오세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어색하게 할머니 영혼을 보았다. 그 시선 에 할머니 영혼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것을 본 강진이 웃었 다.

“귀신이 무서우신가 보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할 머니 영혼을 보았다.

“어제만 해도 사람이었을 텐데 귀신을 봤으니 얼마나 무섭겠냐. 게다가 지금 여기 귀신이 어디 한둘이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푸드 트 럭 주위에 있는 귀신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죽은 지 얼마 안 된 귀 신도 지금 이 모습 보면 오줌 싸 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확실히 지금 푸드 트럭 근처에 모여 있는 귀신들은 무서운 모습 이었다.

특히 바닷가라 물귀신이 많아서 그런지…… 도시에서 보는 귀신 들과는 색다른 무시무시함이 있

다고나 할까?

“영혼이니 귀신 본 것 얼마 되 지도 않으셨을 테고…… 가서 잘 달래 드려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머리를 쓰윽 올리고는 이혜미에 게 다가갔다.

이혜미에게 다가간 강진은 할머 니를 보았다. 할머니는 정말 귀 신들이 무서운 듯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작

게 말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할머니가 슬며시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조심히 인사를 받아 주는 할머 니를 보던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 다.

“저에 대해서 이야기하셨어요?”

“네.”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머니에게 말을 걸 었다.

“귀신들이 많아서 무서우시죠?”

“아......" 네.”

“귀신 처음 보세요?”

“장례식장에서 보기는 했는 데…… 그래도 너무 무섭네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그렇죠?”

자기만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는 것에 할머니가 조금 안도를 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귀신하고 지내다 보니 까……

“보니까?”

“귀신은 그냥 사람이 죽었을 뿐 이더라고요.”

“그거야…… 그렇죠.”

“그리고 다들 안쓰러운 분들이 세요. 그러니 무서워하지 마세 요.”

“그래도……

할머니가 귀신들을 두려운 눈으 로 보는 것에 강진이 작게 웃으 며 말했다.

“식사 좀 하시라고 청했어요.”

“식사요?”

“귀신도 사람도 배고프면 서러 운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무서워 하지 마시고 이리 오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잠시 머 뭇거리다가 슬며시 푸드 트럭으 로 다가가자, 배용수가 음식을

내밀었다.

“일단 삼겹살 좀 드셔 보세요.”

“아......"

배용수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봤다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 는 강진을 보았다.

“이래서는 드셔도 체하겠는데?”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머 니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장례식장에서 오신 거예

요?”

“네? 네.”

“식장이 이 근처세요? 근처에서 장례식장을 못 봤는데?”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서울에서 살아요.”

“그럼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강진은 놀란 눈으로 할머니를 보았다.

귀신이나 영혼이나 이동을 하려 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이 할머니는 아직 장례식장에 계시는 분이니 귀신이나 영혼이 알아야 할 것도 잘 모를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싶었다.

의아해하던 강진은 문득 눈을 찡그렸다. 그러고는 할머니가 계 시던 텐트를 보며 물었다.

“혹시…… 저 텐트 안 분이 아 드님이세요?”

말을 하면서 강진은 가슴이 아

팠다. 자식이 엄마 죽은 줄도 모 르고 가족하고 놀러 왔다는 생각 을 하니 말이다.

‘연락이 안 된 건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할 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말을 하며 할머니가 텐트 쪽을 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 사위예요.”

“사위요? 그런데 왜 여기에 있

어요? 장례식장에 있어야죠.”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내 사위였고, 내 아들이었는 데…… 우리 딸하고 이혼했어 요.”

“이혼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텐 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혼했어도 창수한테 연락은 좀 하지……

“따님이 사위 분한테 연락을 안 하셨나 보네요.”

“그러니 여기에 이렇게 있겠 죠.”

할머니는 텐트 앞에서 맥주 한 잔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이혼하고 나서도 자주 나한테 연락하고, 용돈도 보내주고 따로 밖에서 밥도 먹고 했는데…… 하 아! 나 죽은 거 알면 얼마나 가 슴이 아플까.”

걱정 어린 할머니의 말에 강진 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사위하고 친하셨나 보네요.”

“사위라고 하지만 아들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창수도 나를 엄마처럼 생각했어요. 창수 가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빠하고 둘이 살았거든요.”

“그래서 아들 보고 싶어서 오신 건가요?”

사위가 아닌 아들이라는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연이라는 것이 이혼 도장 찍 었다고 가위처럼 싹둑 잘라질 수 있나요.”

“그럼 여기에는 어떻게 오신 건 가요?”

“그 나 데리러 온 JS 직원한테 사위 보고 싶다고 하니 데려와 줬어요.”

“어떻게 오셨나 했더니 그렇게 오셨군요.”

그제야 의문이 풀린 강진은 할 머니를 보다가 텐트 쪽을 보며

말했다.

“사위분 핸드폰 번호는 아세 요?”

“아들 핸드폰 번호인데 기억하 고 있죠.”

“요즘 번호 기억하는 사람 많지 않은데 잘 기억하시네요.”

강진은 핸드폰을 꺼냈다.

“장례식장이 어디예요?”

“말해 주시게요?”

“말을 하려면 제가 어머니에게

들었다고 해야 하는데…… 그럼 미친놈 소리 들을 것 같아서요. 문자로 전해 드릴게요.”

“아! 고맙습니다.”

할머니가 고개를 숙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번호하고 장례식장 말씀해 주 세요.”

할머니가 번호와 주소를 불러 주자 강진이 그 내용대로 문자를 보냈다.

‘인명이 부모님도 이렇게 문자

로 간단하게 해결되면 참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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