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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13화 (711/1,050)

713화

할아버지가 만 원짜리들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던 강진이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

“식사하시죠.”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옷을 가만히 쓰다듬다가 고개를 끄덕 이고는 텐트를 나왔다.

텐트 앞에서 계란말이를 먹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 할아버지 가 웃으며 말을 했다.

“맛이 있소?”

“드셔 보세요. 이상하게 제가 만든 음식 같아요.”

“그래요?”

할아버지가 자리에 앉자 할머니 가 그의 입가에 계란말이를 가져 다 댔다.

“먹어 보세요.”

할머니가 집어 준 계란말이를 입으로 받아먹은 할아버지가 웃 으며 말했다.

“맛이 좋네.”

“제가 한 것하고 비슷하지 않아 요?”

“그런가?”

“하여튼 둔하기는.”

할머니가 웃으며 젓가락과 수저 를 건네자 할아버지가 그것을 받 았다.

그렇게 같이 식사를 하는 두 사 람을 보던 강진이 몸을 일으켰 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옷이라……

속으로 중얼거리며 푸드 트럭으 로 온 강진이 귀신들을 보았다.

“자, 조금 아쉽겠지만…… 이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벌써요?”

귀신들이 놀라서 보는 것에 강

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끝없는 잔치는 없다 하잖아요. 그리고……

강진은 한쪽에 늘어서 있는 소 주병과 음식들을 보며 말을 이었 다.

“이러다가는 끝이 없겠어요.”

원래는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정 해져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으니 이러다가는 해가 떨어지 고 밤이 되어도 계속 먹으려고 할 것 같았다.

일단 귀신은 취하지도, 배가 부 르지도 않는다. 그러니 끝없이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저승식당이라 더더욱 먹으려 할 것이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아쉬운 얼굴로 소주병과 음식들을 보았 다.

“죄송하지만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아쉬운 눈으로 푸드 트럭을 보다가 말했 다.

“그래도 여기에 있기는 해도 되 죠?”

“그거야 편하게 하세요.”

답을 한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정리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다가 귀신들을 보았다.

“조금 더 하지 그래?”

배용수가 귀신들을 안쓰러운 눈 으로 보자, 강진이 고개를 작게

저었다.

“끝이 없어. 그리고 식재도 거 의 끝나지 않았어?”

강진은 말을 하며 한쪽에 있는 여자 직원들을 보았다.

“그리고 괜찮다고 하시는데…… 우리도 좀 쉬기는 해야지. 우리 도 놀러 온 거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작게 고 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강진이 그릇들을 모을 때, 이혜 미가 음식을 가리켰다.

“남은 음식들은 어떻게 하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음식을 보았다. 주변에 많이 나눠 줬지만, 아직도 꽤 많 은 음식이 남아 있었다.

“음식 나눔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건……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남은 음 식들을 보았다. 아깝기는 하지 만…….

“폐기해야 할 것 같아요.”

음식을 일일이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도 일이었다. 그리고 버 리는 음식이기는 해도 일단 귀신 들이 먹기는 한 것이니 그냥 생 으로 버리는 것도 아니었다.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혜미가 음식들을 한 곳에 모 아 통에 담자 강진이 그것들을 음식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렸다.

백숙을 삶았던 통에 설거지를 한 그릇들을 담은 강진이 그것을 들고는 푸드 트럭으로 돌아왔다.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푸드 트럭 에 통을 놓은 강진은 주위에 배 용수만 있는 것을 보고는 물었 다.

“다 어디 갔어?”

“심심하다고 다 갔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음식 안 먹어도 되니 여기 좀 더 있겠다고 하더니……

“음식 안 먹으면 여기 죽치고 있을 필요 있나. 차라리 바닷가 에서 사람 구경하는 것이 더 재 밌지.”

배용수는 해변을 보며 말을 이 었다.

“사람이나 귀신이나 자기가 좋 아하는 곳에 있는 법이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우리 사람들은?”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을 묻는 것이었다.

“소희 아가씨 모시고 바닷가로 갔어.”

“너도 같이 가지.”

“나는 여기 정리해야지.”

강진은 슬쩍 푸드 트럭 안을 보 았다. 안은 이미 깔끔하게 정리

가 되어 있었다.

배용수는 통을 잡아당기며 말했 다.

“캡이나 내려라. 사람들 볼까 봐 잔뜩 움츠리고 있었더니 몸이 굳는 것 같다.”

강진은 열려 있는 푸드 트럭 캡 을 닫았다. 아까야 귀신들이 여 럿 있어서 사람들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배용수 혼자라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강진이 캡을 닫자, 배용수가 통 안에 있는 그릇들을 꺼내 행주로 물기를 닦기 시작했다.

그릇의 물기를 닦아 잘 포개어 놓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살림의 길은 끝이 없지.”

“뭐래.”

작게 중얼거리며 그릇들을 정리 하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

“사람들 시선 닿을 수 있으니

이것도 닫는다.”

“그렇게 해.”

닫는다고 못 나오는 것도 아니 니 말이다. 문을 닫은 강진은 트 럭 하단에 걸려 있는 빗자루를 꺼내서는 음식물 떨어진 곳을 쓸 었다.

사아으]'! 사아"으'!

먼지 날리지 않도록 조심히 바 닥을 쓸어 음식 찌꺼기를 봉지에 담은 강진이 몸을 비틀었다.

“끄응!”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강진에게 김창수가 다가왔다.

“다시 이쪽으로 오셨네요.”

“음식 다 했으니 이제 저도 쉬 려고요.”

강진의 말에 김창수가 설거지한 그릇들을 내밀었다.

“음식 잘 먹었습니다.”

“그냥 두셔도 되는데.”

“음식도 맛있게 먹었는데 양심 도 없이 그냥 그릇을 드릴 수 있

나요.”

김창수는 들고 있던 봉지를 내 밀었다.

“과일하고 음료수인데 좀 드세 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강진은 웃으며 봉지를 받아 들 고는 안을 보았다. 안에는 사과 와 참외, 음료수 캔 몇 개가 들 어 있었다.

“사실 저희 먹고 남은 거기는 합니다.”

“남은 거면 어때요. 맛있게 먹 기만 하면 되죠.”

“그렇게 말을 해 주니 고맙습니 다.”

봉지를 손에 쥔 강진은 김창수 의 텐트가 있던 곳을 보았다. 텐 트는 이미 완전히 철거되어 없었 다. 대신 산더미 같은 짐이 쌓여 있었다.

“짐이 엄청나네요.”

강진의 말에 김창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짐이 있는 곳을 보았

다.

“1박 2일에 비하면 짐이 많기는 하죠.”

“그러게요. 저거 다 들고 다니 면 힘들지 않으세요?”

“저거 들고 다니는 것이 재미입 니다.”

짐들을 보며 김창수가 말을 이 었다.

“캠핑 도구 챙기다 보면 여기 와서 이걸로 뭘 하겠지, 하는 생 각에 기분 좋게 쌉니다.”

“여행 가방 싸는 느낌인가 보군 요.”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 여행 가방을 싸는 순간이라고 한 다.

막상 여행지를 가면 날씨가 안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여행 가방을 싸는 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하 니 말이다.

“여행 가방이라…… 어떤 말인 지 알겠군요.”

작게 고개를 끄덕인 김창수가 잠시 하늘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 다.

“오늘 사장님 만나서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갑니다.”

“다행이 네요.”

김창수는 푸드 트럭을 한 번 보 고는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네. 조심히 가세요. 아! 아까 맥주 드셨으니 운전은 안 됩니 다.”

강진의 말에 김창수가 웃으며 말했다.

“제 아내 운전 잘합니다.”

자리로 돌아간 김창수는 접이식 손수레를 펼쳐서는 거기에 짐들 을 싣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에 다 실을 수 있 는 분량이 아니라서 주차장을 몇 번이나 오가고 나서야 짐을 다 실을 수 있었다.

마지막 짐을 챙겨 가족들과 함 께 차로 가던 김창수가 고개를

숙이자, 강진도 고개를 숙였다.

강진은 멀어져 가는 김창수를 보고 미소 지으며 작게 말했다.

“식 잘 치르시고…… 잘 올라가 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의 영혼이 그를 보며 손을 모으고는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 사합니다.”

할머니의 인사에 강진이 작게 손을 흔들었다.

“잘 가세요.”

할머니는 고개를 다시 숙이고는 서둘러 김창수의 차로 향했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강진이 미소 를 지었다.

“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살아야 죠. 그것이……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은 고개를 젓고는 노부부가 있는 곳을 보았 다.

“마지막이라고 해도요.”

노부부는 수돗가에 있었다. 할

아버지가 설거지를 하고, 할머니 는 캠핑 의자에 앉아 그것을 지 켜보고 있었다.

‘보기 좋네.’

야외에 나가면 남자가 일을 한 다고 하더니 할아버지도 설거지 는 자기가 하는 모양이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 옆에 는 소인명이 있었다. 그를 보던 강진은 주머니를 손으로 잠시 쓰 다듬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 다.

“그냥 두시면 제가 할 텐데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맛있는 음식 얻어먹었는데 설 거지라도 깨끗하게 해서 드려야 죠. 다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물에서 그릇을 꺼내 서는 허공에 툭툭 털고 강진에게 내밀었다.

“잘 먹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그릇을 받아 수돗가에 놓고는 할머니에

게 다가갔다.

“할머니.”

할머니가 보자, 강진이 주머니 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드릴게요.”

“뭔데요?”

할머니가 의아한 듯 보자, 강진 이 손에 들린 것을 보여 주었다.

“이건......"

강진은 자신이 가져온 것을 내 려다보며 말했다.

“이건 영혼을 달래주는 향수입 니다.”

귀신이라는 말보다는 영혼이라 는 말이 듣기 좋을 듯해서 강진 은 말을 바꾸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의아한 듯 물었다.

“영혼을 달래주는 향수?”

“제가 믿는 분에게 받은 겁니 다.”

“이걸 왜 저에게 주세요?”

할머니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드리고 싶어서요.”

강진의 말에 할아버지가 할머니 에게 말했다.

“아까 인명이 이야기를 해 줬거 든요.”

“인명이……

할머니는 건네받은 향수를 보았 다.

영혼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머물러요.”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인명이도 분명 두 분의 곁에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 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강진의 말을 믿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이런 것을 준 게 고마운 것 이다.

강진은 할머니를 보며 말을 덧

붙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영혼이 오지만, 가까이 오지는 못합니 다.”

“그건 왜요?”

“산 사람과 영혼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생사의 차이가 있습니다. 산 사람의 곁에 죽은 자가 머무 는 건 산 사람에게 좋지 않거든 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는 얼굴을 살짝 굳힌 채 물었다.

“그럼 우리 인명이는?”

“가까이 오지 못하고 멀리서 보 고 있을 겁니다.”

“아……

믿지는 않지만, 가까이 오지 못 한다고 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 런 할머니를 보던 강진이 옆으로 슬쩍 물러나며 말했다.

“이건 자기에게 뿌리는 것이 아 니라 허공에 뿌리는 겁니다.”

“허공에요?”

“눈앞에 인명이가 있다고 생각 을 하고 한번 뿌려 보세요.”

말을 하며 강진이 눈짓으로 사 인을 보내자, 소인명이 할머니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가만히 자신의 엄마와 눈을 마주했다.

“엄마  나 앞으로 엄마 아빠 하고 가까이 있을 수 있게, 향수 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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