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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15화 (713/1,050)

715화

출발 준비를 하던 강진은 김소 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뒷짐을 진 채 지그시 바닷가를 보고 있 었다.

어린 아가씨가 뒷짐을 진 채 진 지한 얼굴로 바다를 보고 있는 걸 보고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불렀다.

“아가씨.”

강진의 부름에 김소희가 돌아보

았다.

“선글라스는 마음에 드세요?”

김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쓰 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 러고는 손을 내밀어 강진의 선글 라스 위에 겹치듯이 놓았다.

스르륵!

선글라스가 겹쳐지자 강진이 말 했다.

“잘 어울리시던데 그냥 두고 쓰 시죠.”

“되었네.”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말씀드린 대로 계곡에서 저승 식당 열려고 하는데 오실 거지 요?”

“그러려 하네.”

“그…… 민성 형이 사 준 수영 복 입으실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나는 그런 복장을 싫어하네.”

“그래도 물에 들어가면 옷이 젖 을 텐데요.”

“발만 담그는데 복장이 무슨 상 관이겠나.”

김소희는 다시 바다를 보며 말 을 이었다.

“어차피 현신이 풀리면 계속 젖 어 있는 것도 아니니.”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계곡에서는 음식을 하면 안 된 다 하던데?”

“제가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산 에 들어가기 전에 음식을 해서 올라가면 될 것 같습니다.”

강진은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 다.

“날씨가 더워서 음식 빨리 식을 것 같지도 않고.”

“그럼 음식을 하려는 건가?”

“육개장은 육수 내는 시간이 걸 리니 좀 빨리 끓일 수 있는 국 요리 하나하고, 제육볶음하고 아 가씨 좋아하는 닭발을 좀 볶아 가려고 합니다.”

“그럼 그렇게……

말을 하다 갑자기 멈춘 김소희 는 뒤늦게 말을 이었다.

“계란 프라이도 좀 하게나.”

계란 프라이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말을 했다.

“자네가 전에 이야기하지 않았 나. 계란 프라이는 남을 위해서 하는 음식이라고.”

“그건 그렇죠.”

“귀신들에게도 간단하지만 그런 집 음식을 먹게 해 주고 싶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계란 프라이 하겠습니다. 다 만…… 해서 바로 먹는 것이 아

니라서 반숙은 안 되고 완숙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편하게 하게.”

김소희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푸드 트럭 근처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그럼 가죠.”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허공을 계단 밟듯이 오르더니 푸드 트럭 지붕에 올라섰다. 그 모습에 강 진이 귀신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도 답답한 여기보다는

위로 올라가서 가시죠.”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지붕을 보다가 하나둘씩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귀신들이 지붕에 다 올 라가고, 배용수도 그 뒤를 따라 올라가려고 하자 강진이 그를 잡 았다.

“너는 나하고 같이 가.”

“ 나‘?”

“나 혼자 심심하잖아. 조수석에 서 심심하지 않게 같이 가자.”

그러고는 강진이 차에 타자, 배 용수가 지붕을 한 번 보고는 그 뒤를 따라 조수석에 올라탔다.

배용수가 올라타자 강진이 차를 움직여 캠핑장을 나섰다.

“저기 봐라.”

운전을 하던 강진은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금세 미소 지었다.

배용수가 가리킨 곳에는 귀신들 이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 었다.

“오늘 밥 잘 먹었어요!”

“다음에 또 와 줘요!”

“사장님 잘 가요!”

귀신들이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는 것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내 살다 살다…… 귀신들한테 배웅을 다 받아 보네.”

강진은 길가 쪽으로 차를 천천 히 몰며 창문을 열었다.

“잘들 지내세요!”

“잘 가요!”

“사장님 오늘 잘 먹었습니다!”

귀신들의 외침을 들으며 강진이 손을 흔들고는 변산 해수욕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진짜로 우리 물놀이 하러 가자!”

부웅!

부릉!

순창에 들어선 강진이 내비게이 션을 힐끗 볼 때, 배용수가 말했 다.

“저녁은 어떻게 할 거야?”

“저녁?”

“우리야 저승식당 시간에 먹는 다고 해도 너는 좀 먹어야 할 것 아니야?”

“나도 이따 저승식당 시간에 먹 지 뭐.”

“그래도 끼니는 챙겨서 먹어야 지. 배에서 욕한다.”

“귀찮은데.”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말했다.

“김밥 몇 줄 남았지?”

“몇 줄 남았지.”

원래는 저승식당 시간에 먹으려 고 했던 김밥인데, 점심에 생각 보다 귀신들이 많이 와서 그들에 게 준 것이다.

“그거 계란 입혀서 구워 먹자.”

음식을 해서 먹기는 귀찮으니 있는 걸로 먹으려는 것이다.

“그렇게 먹어도 맛있지. 거기에 라면 하나 끓이면 괜찮겠다.”

“저녁에는 간단하게 먹고 저승 식당 시간에 잘 먹는 걸로 하 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먹을 것만 해.”

“왜, 너는 안 먹게?”

“곧 있으면 저승식당 시간이잖 아. 나는 그때 물에 발 담그고 먹으련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 다.

“아니다. 내가 해 줄게.”

“네가?”

“나야 귀신이라 피곤함을 모르 지만, 너는 운전하고 음식 하느 라 피곤하잖아.”

“역시 내 생각 해 주는 건

“거기까지만 해라. 쓸데없는 단 어 붙이지 말고.”

“뭐? 마누라?”

“하아…… 그냥 네가 해 먹어 라.”

“아니야. 네가 해 줘.”

싱긋 웃은 강진이 다시 내비게 이션을 보다가 앞을 보고는 말했 다.

“저 산인가 보다.”

강진이 산을 가리키자, 배용수 가 산을 보고는 말했다.

“여기가 육이오 때 싸움터였다

는 말이지?”

“육이오 때 죽은 귀신들 많을지 도 모르겠다.”

“육이오 때 귀신이면…… 제주 도도 가고 전국 팔도 못 가는 곳 이 없을 테니 지박령 아니면 다 떠나고 없겠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몇 분 없었으면 좋겠 다.”

아직까지 여기에 남아 있다면

지박령일 확률이 높았고,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죽은 것도 서럽고, 귀신이 된 것도 서러운데 땅에 묶여 있기까 지 하면……

배용수가 고개를 젓는 것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은 다 불쌍하지만 지박령이 가장 불쌍했다.

다른 귀신들은 여기저기 돌아다 니면서 최소한 뭘 보기라도 하고 장례식장에서 밥이라도 먹는데,

이런 외진 곳에 묶인 지박령은 아무것도 못 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차를 산 밑에 천천히 세웠다. 뒤이어 차에서 내린 강진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한적한 시골이라는 단어를 형상 화한다면 바로 이곳이라는 생각 이 들 정도로 한적했다.

주위를 보던 강진이 지붕을 향 해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지붕을 밟고 서서는 산을 올려다보았다.

“이 산인가?”

“여기 산 계곡이 좋다고 하더군 요.”

그러고는 강진이 트럭 뚜껑을 열며 말했다.

“여기서 저녁 먹고, 좀 쉬다가 산에 올라갈게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

았다.

“음식 언제 만드실 거예요?”

“최대한 음식 온기 유지되도록 먹기 전…… 한 아홉 시쯤 하려 고요.”

9시에 해서 10시에 마무리 짓 고 산에 차 타고 올라가서 자리 를 깔면 될 것이다.

그럼 11시 시간 맞춰서 저승식 당 오픈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강진이 이혜미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배용수는 트럭에 올라가

아이스박스에서 차갑게 식은 김 밥과 계란을 꺼내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다시 주위 를 둘러볼 때, 최호철이 말했다.

“내가 산에 올라가서 귀신들 있 나 보고 있으면 모이라고 할게.”

“그러실래요?”

“여기 귀신들 지박령일 텐데, 저승식당 열린 줄도 모르고 못 오면 어떡해. 간다.”

최호철이 산으로 향하자 강진이

급히 말했다.

“여기 길 따라 주욱 올라가면 계곡이 있어요. 거기서 오픈이에 요.”

최호철은 돌아보지 않은 채 손 만 흔들어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에 이혜미가 최호철의 뒤를 따 라가며 말했다.

“저도 호철 오빠 따라갔다 올게 요.”

“괜찮으시겠어요?”

“ 괜찮아요.”

이혜미가 최호철의 뒤를 따라가 자, 강진이 다른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늘 같이 다니니 안 따라가느냐 는 시선이었다. 강진의 시선에 강선영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여기 있을게요.”

“같이 안 가시고요?”

강선영은 대답 대신 웃으며 최 호철과 함께 걸어가는 이혜미를 보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의아 한 듯 그녀를 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강진은 이혜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혜미 씨가 호철 형을 좋아하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는 것 이니…… 사랑을 하지 말라는 법 은 없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웃으며 최호철을 보았다.

‘그런데 호철 형이 살았을 때 결혼을 했나?’

나이를 생각하면 했을 것도 같 지만…… 최호철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최호철이 결혼을 했었는지 강진 이 곰곰 생각하고 있을 때, 배용 수가 선반에 접시를 놓았다.

“먹어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선반을

보았다. 선반에는 계란 옷을 입 히고 구운 김밥이 있었다.

강진은 계란 옷을 입고 노릇노 릇하게 구워진 김밥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고소한 기름맛과 함께 김밥 안의 여러 재료들이 씹혔는데 맛이 좋았다.

“명절날 먹는 동그랑땡 같다.”

“맛있어?”

“맛있어. 특히 단무지가 살짝 익어서 그런지 단맛도 나고 좋 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 용수가 라면 냄비를 그에게 내밀 었다.

“밥 먹고 좀 자.”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 었다.

“운전하고 귀신들 밥해 주고 오 늘 고생 많았다. 좀 자.”

“나 잠 많이 없어.”

“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

고개를 저은 배용수가 말을 이

었다.

“나도 어릴 때는 늦잠 잔다고 엄마한테 뒤지게 혼났지만, 요리 사 된 후에는 새벽 다섯 시면 바 로 일어났어. 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잠을 줄이는 거지. 너도 어렸을 때는 늦잠도 자고 했을 것 아니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한두 시간이라도 자고 일어

나.”

배용수가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임을 알기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래. 알았어. 그럼 먹고 좀 잘 테니까 아홉 시쯤 깨워라.”

강진은 다시 김밥전을 집어먹고 는 라면을 후루룩 먹었다.

*  *  *

강진은 자동차 옆 풀밭에 매트 를 깔아 놓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 코에 좀 매운 냄새가 맡 아지는 것에 부스럭거리며 눈을 떴다.

“콜록! 콜록!”

매운 냄새에 기침을 하며 눈을 뜬 강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매트에 앉아서 초콜릿을 먹고 있는 김소희를 보았다.

“어? 아가씨.”

강진의 목소리에 김소희가 그를

보며 입에 있는 초콜릿을 씹었 다.

아드득! 아드득!

단단한 초콜릿이 씹히는 소리를 듣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초콜릿을 잘 찾으셨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배 숙수가 찾아줬네.”

김소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제 옆에 계셨어 요?”

“벌레들이 많더군.”

“벌레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강진은 “아.” 하고는 그녀를 보았다. 처 음에 잠을 자려고 할 때 모기와 벌레들이 다가와서 손을 이리저 리 휘저었던 게 떠오른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었 는데, 잠든 사이 김소희가 벌레 들을 쫓아 준 모양이었다.

“저 자는 모습을 다 보셨겠네 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하자, 김소 희가 눈을 찡그렸다.

“그냥 벌레가 자네 귀에 들어가 는 걸 지켜볼 것을 그랬군.”

“귀요?”

“한 마리 들어가던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놀라 급 히 귀를 손으로 털었다. 그 모습 에 김소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농일세.”

“아…… 놀랐습니다.”

김소희는 남은 초콜릿을 입에 넣고는 몸을 일으켰다.

“시간 거의 다 되어가네. 일어 나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매트를 털어 접고는 푸드 트럭에 다가갔 다.

푸드 트럭 앞에는 못 보던 귀신 들 몇이 모여 있었다. 그들에게 작게 인사를 한 강진이 푸드 트

럭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배용 수에게 말을 걸었다.

“몇 시야?”

“조금 있으면 열 시.”

“나 깨우지.”

“현신해서 먹는 음식이면 내가 해도 맛 비슷하니까. 더 자라고 놔뒀지.”

배용수는 매운 닭발을 볶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깨우려고 했는

데 잘 일어났다. 다른 음식은 다 했으니 계란 프라이만 좀 해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드 트럭에 올라가 계란 프라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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