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17화 (715/1,050)

717화

“두치야. 두치야. 두치야.”

김소희의 부름에 자동차 문이 열렸다.

덜컥!

그 자동차에서 강두치가 웃으며 내렸다.

“누님이 어쩐 일로 저를 다 부 르셨습니까?”

강두치가 반갑게 말을 거는 것

에 김소희가 눈짓으로 계곡을 가 리켰다.

“어둡구나.”

“어두워요?”

강두치는 계곡을 둘러보다가 말 했다.

“좀 어둡기는 해도 누님이 어두 워할 정도는 아닌데요?”

의아한 듯 강두치가 보자, 김소 희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나 말고…… 다른 이들이 불편

해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곧 현 신들을 할 것인데.”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강진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 오늘은 계곡에서 영업 하시려나 보군요.”

“여름이기도 하고, 저희 직원들 휴가 한 번 못 가서 계곡에서 발 좀 담그게 하려고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 휴가 하면 또 계곡에 수

박 담가 놓고 먹는 거죠.”

“아!”

강두치가 수박을 언급하는 순 간, 강진은 눈을 찡그리며 푸드 트럭을 보았다. 그 모습에 강두 치가 큰일이 생긴 것처럼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휴가에 수박을 안 챙겨 오신 겁니까?”

“이거…… 음식만 신경 쓰고 과 일을 신경 못 썼네요.”

“이런 이런…… 여름 휴가 하면

수박하고 참외인데.”

입맛을 다시던 강두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동안 신세 진 것도 있 고 하니 수박은 제가 몇 통 사다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실 건가요?”

“사장님 덕에 제가 먹고사는데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자동차 문을 보 았다.

“그런데 어떻게 제 차를 통해서 나오신 겁니까?”

“누님이야 누가 부르면 바로 이 동이 가능하지만, 저희는 이런 문을 통해야 하거든요.”

“문을 통해서만 이동을 하시나 요?”

“저희라고 만능은 아니니까요. 귀찮지만 문을 통해서 이동해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문이 있다는 거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어떤 문이든 있긴 있으니까.’

“그 문이 자동차 문도 되는군 요.”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문득 강두치를 보았다.

“그런데 제 허락이 없어도 오실 수 있는 겁니까?”

“일반 귀신이라면 주인의 허락 이 있어야겠지만……

강두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는 강제로 남의 집에 들어 가야 하는 직업이라서요. 허락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 는 일종의 저승사자와 비슷한 존 재인데 들어오라고 누가 허락을 해 주겠습니까?”

“그러네요.”

사람이 죽으면 JS 금융과 JS 입 국 관리소 직원 둘이 맞이하러 나간다고 한다.

옛말로는 저승사자인 그들이 자

신의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데 누 가 허락을 해 주겠는가.

그래서 강두치는 허락을 받지 않아도 문으로 드나들 수 있었 다.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김소희 가 입을 열었다.

“어둡네.”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핸드폰 을 꺼내 플래시 모드를 켰다.

화아악!

그러자 은은하지만 밝은 빛이 계곡을 비추기 시작했다.

“우와!”

강진은 깜짝 놀란 눈으로 계곡 을 보았다. 대낮이라고 하기엔 과장이지만, 그래도 아주 밝아서 계곡이 잘 보였다.

강진이 놀란 눈으로 계곡을 보 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성능 좋지요?”

“아니, 무슨 핸드폰 불빛이 이 렇게 강해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핸드폰을 보았다.

“예전에 비하면 저희도 정말 편 해졌어요.”

“예전?”

“사극 보면 양반들 걸어갈 때 하인들이 앞에 초롱불을 들고 길 을 인도하지 않습니까?”

“본 것 같아요.”

“저희도 예전에 망자들 만나러 갈 때 어두우면 그런 초롱불을 들고 다녔거든요. 그리고 망자들

은 저희 초롱불을 보고 따라서 저승으로 가고요.”

“그래요?”

“지금이야 자동차도 있고 비행 기도 있지만, 우리 때는 이승에 서 저승 갈 때 다 걸어서 갔습니 다.”

“돈 있는 분들도요?”

“하하하! 돈이 있는 분들이야 그때도 편의를 봐 드렸죠. 여자 분들이면 취향에 맞는 가마에 태 우고, 남자라면 말을 타고 갔지

요.”

웃으며 고개를 저은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인솔자가 초롱불을 들 고 다녔습니다. 바람이 분다고 해도 불이 꺼지거나 하지는 않지 만, 한 손에 초롱을 들고 다니려 면 불편하기 짝이 없어요.”

강두치는 다시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핸드폰 으로 플래시 켜면 되니 정말……

세상이 살기가 좋아졌어요.”

강두치는 핸드폰 플래시로 계곡 을 비추다가 김소희를 보았다.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계곡을 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젓고는 손을 내밀었다.

스르륵!

귀검이 손에 잡히자, 김소희가 핸드폰을 보았다.

“이리 주게.”

“아직 할부 안 끝난 거라…… 조심히 다뤄 주세요.”

핸드폰 할부를 걱정하는 강두치 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이승이나 저승이나…… 핸드폰 할부 걱정은 똑같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 소희는 핸드폰을 검의 면에 가져 다 댔다. 그러곤 그녀가 손을 떼 자 핸드폰이 검에 찰싹 붙어있었 다.

‘안 떨어지네? 접착 밴드라도

붙어있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 소희가 검을 툭 하고 놓았다. 그 러자 검이 스스로 날아서는 계곡 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떠 있었 다.

“여기서 빛을 주는 것보다 위에 서 아래로 쏘는 것이 그림자가 생기지 않겠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옆에서 쏘는 것보다 위

에서 아래로 쏘니 그림자도 덜 생기고 좋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는 수박 사 오겠습니 다. 아! 음식은 저도 먹을 분량 이 되겠죠?”

“물론입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자동차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덜컥!

문이 닫히는 것에 강진이 슬며 시 조수석에 가서는 안을 보였 다. 역시나 강두 치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지하로 향하는 문을 통해 서만 갈 수 있는데…… 원조는 달라도 다르네.’

강진은 JS 금융으로 가려면 땅 속에 있거나, 땅에 닿은 문을 통 해서만 넘어갈 수 있는데 강두치 는 아무 문이나 다 되는 모양이 었다.

강진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있 을 때, 김소희가 말을 했다.

“시간은 있으나, 11시는 다가오 네.”

서두르라는 말이었다. 그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들 을 담은 통들을 들고 계곡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험하지 않아서 통을 들고도 무난 히 지나갈 수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몇 번 오르락내

리락하며 모든 음식과 술들을 밑 으로 내린 강진은 주위를 둘러보 았다.

“어두울 때는 귀신 나올 것 같 더니…… 밝으니 보기 좋네.”

강진의 말에 물속에 음료수와 술을 넣던 배용수가 주위를 보며 말했다.

“확실히 좋아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서 죽은 귀신한테 들은 건 데 저쪽은 물도 깊어서 저 돌 위 에서 다이빙해도 될 정도래.”

강진은 배용수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바위가 살짝 튀어나와 있었는데, 다이빙을 그 쪽에서 하는 모양이었다.

“근데 돌이 많은데 저런 곳에서 다이빙하는 건 위험하지 않냐?”

여기저기 튀어나온 돌들도 있었 던 터라 잘못 떨어지면 죽기 딱 알맞았다.

“남자들이 위험한 것 생각하면 서 노냐. 재밌어 보이면 무작정 해 보다가 다치고서야 ‘아! 위험 하구나.’하고 아는 거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친척 형 들하고 작은 농장 위에서 뛰어내 리는 놀이하다가 팔 부러……

말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어릴 때 친척 형들하고 놀던 기억이 난 것이다.

강진은 그 당시 형, 동생들하고 노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명절 날 친척들이 주는 용돈도 좋았 다. 그래서 강진은 명절 자체를 좋아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다 친척들 이 자신을 보육원으로 보냈던 기 억까지 떠올린 강진은 고개를 젓 고는 한쪽에서 돌들을 주워 왔 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담가 놓은 음료와 소주 앞에 쌓기 시작했 다.

“물놀이 한 번도 안 와 봤어? 이렇게 앞에 돌들을 쌓아 놔야 음료수들이 안 떠내려가지.”

“그래. 너 참 잘한다.”

강진이 화제를 바꾸고 싶어 하 는 것을 알기에 배용수는 자리에 서 일어나 돌을 더 주워 와서는 쌓아 놓은 돌 위에 그것을 올렸 다.

그렇게 계곡 냉장고를 만든 강 진과 배용수는 물가로 나왔다.

물가 가까운 곳에는 목욕탕 의 자들이 몇 개씩 놓여 있었는데, 최대한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 다.

야외에서 영업할 때 저승식당의 영역은 포장마차와 비슷했다. 의 자와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어느 정도까지를 포장마차 장사 영역 이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저승식 당도 어느 정도까지만 영역이 생 기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거리를 둬서 의 자를 배치했다. 오늘은 먹고 마 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놀이를 하러 온 것이니 말이다.

드문드문 놓인 의자들을 보던 강진이 물 쪽을 보았다.

“물속에 자리를 둘 수 없으려 나?”

“물?”

“장사 영역이......

강진은 물속으로 천천히 들어갔 다.

“으! 차갑다!”

여름이라고 하지만 계곡물은 아 주 차가웠다. 게다가 햇빛도 없 어 더 차가웠다.

부들부들 떨며 물속으로 조금

더 들어간 강진이 배용수를 보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여기까지가 현신 범위일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물 놀이하기 불편하지 않을까?”

“그 정도면 발 정도 담그겠네.”

“그렇지? 영역을 좀 더 늘려야 할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기 바위에 의자 몇 개 놓을 까?”

강진은 배용수가 가리키는 바위 들을 보았다.

“너무 멀지 않을까?”

“저기서 먹으라고 하는 건 아니 고 그냥 자리만 맡아 둔다고 생 각하면 되지 않을까?”

“자리‘?”

“저기에 우리 의자 놓으면 저기 도 우리 저승식당 장사 영역에 포함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그럼 저기에서부터 여기까지도 다 우리 영역으로 인정되지 않을

까?”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었다. 자 리라는 것은 저승식당의 자리이 니 그 범위 안에 든 곳 모두 현 신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해 보자.”

강진이 손을 들자 배용수가 의 자 몇 개를 그에게 던졌다.

던져진 의자를 받은 강진은 첨 벙거리며 물을 건너서 바위 위 군데군데에 의자들을 놓았다. 그 러고 밖으로 나온 강진이 몸을

덜덜 떨었다.

“물 차가워?”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강진은 몸을 이리저리 비비며 말했다.

“이렇게 차가운데 물놀이할 수 있겠어? 현신하면 사람하고 느끼 는 게 같아지잖아.”

“그러게.”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계곡을 볼 때, 이혜미가 수건을 가져다 주었다.

“몸 좀 닦으세요.”

“그래야 할 것 같네요.”

강진이 몸을 닦으려 하자, 배용 수가 말했다.

“상의 벗고 닦아. 젖은 채로 닦 아 봐야 무슨 소용이야.”

“여기서 벗으라고?”

“뭐 어때.

강진의 말에 이혜미도 웃었다.

“남자 상의 탈의 정도야 요즘 이상한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물가이고요.”

이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상의를 벗어서는 물을 짰 다.

그러고는 수건으로 상체를 닦을 때, 배용수가 물에 손을 담가 보 았다. 하지만 아직 귀신인 상태 라 물이 차가운지 아닌지 알 수 가 없었다.

“그렇게 차가워?”

배용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손끝을 물에 담그고는 눈 을 찡그렸다.

‘이렇게 추워서는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귀신이라 감기에 걸릴 일은 없 겠지만…… 물이 너무 차가워서 원래 계획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차라리 풀 펜션이라도 하나 빌 릴 것을 그랬나?’

풀 펜션이면 시원한 실내 수영 장 옆에서 음식을 해 먹으며 편 하게 쉴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고개 를 저었다.

‘그랬으면…… 해수욕장에서 두 귀신도 만나지 못했겠지.’

딸과 이혼한 사위가 보고 싶어 온 할머니와 물에 빠져 죽은 후 해수욕장에 사는 부모님의 곁에 다가가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해 야 하는 소인명까지…….

모두 직원들과 휴가를 나와서 만나게 된 인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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