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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22화 (720/1,050)

722화

촤아악! 촤아악!

숯불에 소화기를 뿌리자, 불이 바로 사그라졌다. 불이 꺼진 숯 을 주운 강두치가 그것을 봉투에 담았다.

방금까지 활활 타오르던 숯을 바로 줍는 것에 강진이 신기해하 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 안 뜨거우세요?”

“안 뜨거워요.”

웃으며 강두치가 불에 타고 남 은 숯을 강진에게 던졌다.

휘익!

그에 강진이 놀라 그것을 받아 쥐었다가 신기한 듯 숯을 보았 다. 방금 전까지 활활 타오르던 숯인데 지금은 전혀 뜨겁지가 않 았다.

그저 살짝 온기 정도만 느껴진 다고 할까?

“저승에는 신기한 것이 정말 많

네요.”

“신기한 것이 많아도 이승에 있 는 것들에서 조금 바뀐 수준입니 다. 저승의 기본은 이승이니까 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봉투에 그것을 넣었 다.

“그럼 잘 놀고 갑니다.”

“오늘 이것저것 챙겨 주셔서 감 사합니다. 두치 씨 아니었으면 오들오들 떨면서 놀 뻔했어요.”

“이 정도로 뭘요. 앞으로도 필 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인사를 마친 강두치가 인턴을 데리고 차로 가자 강진이 핸드폰 을 꺼내 플래시를 켰다.

방금 전 숯불이 타던 곳을 비춰 본 강진이 피식 웃었다.

“신기하네.”

불을 피웠으면 주위에 그을음이 나 탄 흔적이 있어야 할 텐데 그 런 것 없이 깨끗했다. 그것을 신 기하게 보던 강진이 고개를 돌렸

다. 한쪽에 군인 귀신들이 모여 서 강진을 보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닙니다.”

“그럼 유골을 찾으러 가보죠. 있는 곳이 여기에서 먼가요?”

“멀지는 않은데 산세가 좀 험합 니다.”

소윤이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 다.

“그리고 지금은 어둡기도 하고

술까지 마셨으니 위험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산을 보았 다. 달빛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 히 지금 산을 오르기는 어려워 보였다. 게다가 술도 마셨으니 더…….

“그 말이 맞네요. 지금 이대로 산을 올랐다가는 제가 저희 식당 에 손님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 다.”

그러고는 강진이 소윤을 보았 다.

“그럼 내일 아침에 올라가서 보 시죠.”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 에 있는 그릇들을 정리해서 직원 들과 함께 푸드 트럭으로 올라갔 다.

그릇들을 대충 푸드 트럭 안에 실은 강진이 목을 비틀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놀러 온 것뿐인데요.”

“놀러 가자고 해 놓고 일만 시 킨 것 같아서 미안하네요.”

“아니에요. 고생은 사장님이 가 장 많이 하셨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저는 차에서 자면 되는데 여러 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계곡 쪽 을 보았다. 계곡에는 총각 귀신 들과 처녀 귀신들이 앉아서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에서 이야기나 하고 있을 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입 심심하다고 하시면 음식 좀 내드려.”

음식들을 많이 먹기는 했지만 밑반찬 정도는 남아 있으니, 그 거에 소주 한잔하면 괜찮을 것이 다.

“신경 끄고 어서 자라.”

배용수의 말에 웃음으로 답한 강진은 조수석으로 들어가서는 최대한 편한 자세를 잡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끄응!”

하지만 편한 자세가 나오지 않 았다. 승용차 조수석이면 의자라 도 뒤로 젖히겠지만, 이런 작은 트럭은 뒤로 젖힐 수 있는 공간 이 없으니 말이다.

불편함에 뒤척이던 강진은 한끼 식당에 있는 조립문이 떠올랐다.

‘아…… 그거 가지고 올걸.’

조립문을 땅에 설치하고 들어가 면 JS 금융에 도착하고, 거기를

통해서 다시 한끼식당에 갈 수 있다.

그리고 강두치가 자동차 문을 통해서 이동을 했으니, 자기도 자동차 문을 통해 나올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럼 잠은 편히 집에서 자고, 여기 올 때 자동차 문을 통해서 올 수 있을 것이었다.

‘다음에 자동차 문을 통해서 나 올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은 강

진은 언제 불편했느냐는 둣 금세 잠들었다.

불편함을 느끼기에는 오늘 운전 을 한 거리도 있고, 물놀이를 하 면서 피곤한 것도 있으니 말이 다.

드르렁! 드르렁!

강진은 꽤 피곤했는지 코를 골 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아침 일찍 강진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하악! 하악!”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강진의 모 습에 배용수가 그를 보고는 물병 을 내밀었다.

“많이 힘드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숨을 헐 떡이고는 물을 받아 마셨다.

“아니야. 후우! 어제 술 마신

것 땀으로 배출되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

몸이 좀 힘들기는 했지만 기분 은 좋았다. 아침 산 공기라 그런 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몸에 남은 알코올이 날아가는 것 같았 다.

“아침도 부실하게 먹었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아침에 푸드 트럭에서 전기포트 로 물을 끓여 컵라면 하나 먹고 나선 길이었으니 배용수 입장에 서는 부실한 아침이었다.

괜찮다는 듯 배용수의 몸을 툭 친 강진은 앞장서서 가는 군인 귀신들의 뒤를 따라 산을 올랐 다.

그렇게 꽤 올랐을 무렵, 소윤이 멈춰 서며 말했다.

“여기입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남자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그리 많이 묻히지는 않았습니 다.”

자신이 너무 깊숙이 묻혀 있어 서 파내주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남자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고개 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강진은 가방에서 스패너와 망 치, 대접을 꺼냈다. 땅을 파는 데 필요한 삽이 없으니 이 대신 잇 몸이라고 차에 있던 다른 공구들 을 챙겨 온 것이다.

강진이 자세를 잡고는 망치 대 가리로 땅을 파자, 배용수도 스 패너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강진이 헉헉거리며 대접으로 땅 을 파서 옆으로 밀어내다가 몸을 일으켰다.

“이걸로는 안 되겠는데?”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입 맛을 다시며 땅을 보았다. 한 30 분 정도 열심히 땅을 팠는데 생 각보다 땅을 많이 파지 못한 것 이다.

땅을 보며 대화하던 두 사람에

게 소윤이 말했다.

“저쪽에 삽 한 자루 버려져 있 는 것이 있는데……

“삽요?”

“산에 이것저것 버려져 있는 것 들이 꽤 있습니다.”

소윤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내가 가서 주워 올게.”

“알았어. 그럼 내가 일단 파고 있을게.”

배용수를 보낸 강진이 땅을 파 기 시작하자, 어린 군인 귀신이 말했다.

“저도 장갑을 주시면 도울 수 있을 텐데요.”

어린 군인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한 군인들 유골이야 위치만 파 악하면 되지만, 북한군 유골은 직접 파내야 했다.

최소한 그들이 묶여 있는 물건 이라도 찾아서 소윤의 고향에 같 이 보내주게 말이다.

그럼 세 곳은 파야 하는데, 배 용수와 둘이서 파다가는 점심때 까지 서울에 올라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럼 장갑 드릴 테니 다 쓰고 나서는 저에게 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강진이 혹시 몰라서 챙겨 온 비 닐장갑들을 나눠주자 두 귀신이 그것을 끼고는 배용수가 놓고 간 스패너와 대접으로 땅을 파기 시 작했다.

그렇게 한 사람과 두 귀신이 열 심히 땅을 팔 때, 어린 귀신이 급히 말했다.

“이제 다 판 것 같습니다.”

어린 귀신의 말에 강진이 망치 를 옆에 놓고는 손으로 땅을 팠 다. 그러자 천 조각이 보이기 시 작했다.

그에 강진이 숟가락을 꺼내서는 천천히 땅을 긁어냈다.

그러자 곧 천 조각과 유골의 일 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뼈를 본 강진의 얼굴이 순간 창 백해졌다.

귀신을 많이 봐서 사람 뼈 정도 는 그리 무섭지 않을 거라 생각 을 했는데, 막상 보니…… 귀신 을 보는 것과 다른 색다른 두려 움이 었다.

강진의 얼굴이 굳어지자, 어린 귀신이 미안한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죄송할 것이 뭐가 있어요. 제가 더 미안하네

요.”

작게 웃어 준 강진은 손으로 땅 을 파헤쳤다. 그러자 유골과 함 께 몸이 보였다. 유골은 전신을 잔뜩 웅크리고 가슴 쪽으로 두 손을 모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어디에 뭘 어떻게 맞아서 죽었 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때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가 느껴지는 듯했다.

강진이 조심스레 흙을 거두자, 어린 귀신은 슬며시 손을 내밀어 상의 주머니 쪽을 더듬거렸다.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주머니 단추를 풀자 그 안에서 유지에 싸인 지갑이 나왔다.

“지갑을 유지에 싸 놓으셨네 요?”

기름종이라고 부르는 유지를 보 며 강진이 묻자, 어린 귀신이 말 했다.

“군대에서 비 맞을 일 많을 거 라고 어머니가 유지를 주셨습니 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어린 귀신이 유지를 펼쳤다.

기름을 먹인 종이라고 해도 습 한 땅속에서 오랜 세월 주머니 안에 있다 보니 많이 닳고 헤져 있었다.

스르륵! 스륵!

조심스럽게 한다고 했지만 유지 는 귀신의 손길에 조금씩 바스러 지며 떨어져 내렸다. 마치 귀신 의 인생처럼…….

유지를 거의 다 펼칠 때쯤에는 손에 남은 유지가 거의 없을 정

도였다.

유지를 풀자 닳고 닳아 곰팡이 까지 낀 지갑이 모습을 보였다. 지갑을 조심히 펼친 귀신은 그 안에서 또 유지로 싸인 무언가를 꺼냈다.

'사진도 유지로 싸 놓았구나.,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을 했는지 사진도 유지에 싸여 있었다. 유 지를 손으로 쓰다듬은 귀신이 멍 하니 허공을 보았다.

“안 꺼내 보세요?”

강진의 말에 어린 귀신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대장님 오시면 보려고요.”

어린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유해를 잠시 보다 가 자리에 앉았다.

“후우!”

숨을 크게 토한 강진은 산을 올 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오늘 점심 장사 는 안 되겠다.’

오늘 돌아봐야 할 곳만 다섯 곳 이다. 다섯 곳을 다 살피고 유품 들을 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그리고 점심시간 맞추려고 급하 게 가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고, 급하게 가서 음식 준비하다가 실 수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에는 오늘 점심을 쉬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서는 한끼식당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한끼식당 이강진입니다. 죄송 하게도 금일 점심에는 개인 사정 으로 인해 가게 문을 열지 않습 니다.

죄송합니다. 내일 점심부터는 더 맛있고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내일 점심에는 계란 프라이를 서비스하겠습니 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단톡방에 글을 올리자 잠시 후 지인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무슨 일 있어?〉

〈강진 씨 어디 아파요?〉

〈어디 아픈가? 출근할 때 약이 라도 사다 줄까?〉

〈사장님 아프세요? 아프실 때는 따뜻하게 하루 푹 쉬는 것이 가

장 좋습니다. 아쉽지만 내일 뵙 겠습니다.〉

〈아플 때는 바로 병원 가세요. 이 정도로 뭘…… 이런 생각이 큰 병을 만듭니다. 사장님 파이 팅!〉

강진은 식당을 정식으로 오픈한 후 평일에는 단 한 번도 장사를 쉬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 니 하루 쉰다고 하자마자 지인들 과 태광무역 사람들, 거기에 단 골들까지 걱정의 문자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문자들을 확인한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음식 장사하기 참 잘 했어.”

자신이 하루 쉰다는 소식에 이 렇게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해 주니 말이다. 강진은 웃으며 문 자를 보낸 이들에게 하나하나 답 장을 해 주었다.

강진이 문자를 보내는 동안, 어 린 귀신은 유지에 싸인 사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엄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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