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25화 (723/1,050)

725 화

이혜미와 여직원들이 놀란 눈으 로 자신을 보자, 강진이 말을 이 었다.

“여러분들도 집에 있을 수 있으 면 집에서 부모님하고 같이 있고 싶잖아요.”

강진의 말에 주방에 있던 배용 수가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벽에 어깨를 기댄 채 여직원들을 보았다.

배용수의 얼굴에는 조금 씁쓸함 이 어려 있었다. 강진의 말대로 된다면…… 직원들과도 이별을 하게 되니 말이다.

물론 완전한 이별은 아니었다.

보고 싶을 때 강진이 불러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찾아가서 이 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동네에 출장 저승식당을 열어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집에 간다 면 지금처럼 같은 공간에서 같이 사는 것은 아니었다.

아쉬워하는 배용수를 슬쩍 본 강진이 여직원들을 보았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 다. 지금은 부모님 보러 가는 것 만 생각하시고 집에 남을지, 아 니면 지금처럼 이곳에 지낼지는 나중에 생각하셔도 됩니다.”

강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따지고 보면 타지에 돈 벌러 왔다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부모님 보고 싶을 때마다 가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잠시 머 뭇거리다가 가게를 보았다. 그러 다가 같은 여자 직원들과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배용수를 보 았다.

“저희끼리 상의를 해 볼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 귀신들을 보았 다.

“상의를 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각자 자기 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가족 을 보고 싶은 일에는 자기 욕심

을 좀 차려도 괜찮습니다.”

여자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는 그릇들을 정리하려고 하자, 강진이 그녀들을 말리고는 자기 가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강진이 그릇들을 모아 주방에 옮기자, 배용수가 홀을 보며 말 했다.

“세 분 다 집에 가신다고 하 면…… 여기도 많이 쓸쓸해지겠 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물을 틀어서는 그릇을 닦으 며 말했다.

“그냥…… 우리가 쓸쓸해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배용수의 머릿속엔 예전…… 물 론 예전이라고 해도 그리 긴 시 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홀에 모 여서 웃던 직원들이 떠올랐다.

승천을 한 선주와 최훈, 그리고 차달자와 그 식구들…….

‘그때는 참 북적북적했는데.’

사람 손님이 없어도 한끼식당 식구들로 식당이 북적거리던 때 였다.

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여자 직원들을 보던 배용 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우리가 쓸쓸해지는 것이 맞지.’

죽어서 귀신이 되기는 했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보고 싶어 하 는 가족이 있다면…… 자신들이 쓸쓸해지는 것이 맞았다.

강진이 한 말을 떠올리며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떼어낸 배용수 가 냉장고에서 JS 과자들과 음료 수를 꺼내서는 쟁반에 담았다.

그런 배용수를 힐끗 본 강진이 말했다.

“냉동실에 딸기 초콜릿 있어. 혜미 씨 좋아하더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동실에서 초콜릿을 꺼내 담았다.

JS 과자들이 담긴 쟁반을 든 배

용수가 그것을 여자 직원들이 있 는 곳에 내려놓았다.

“이야기는 먹으면서 해야죠. 이 거 드시면서 하세요.”

“아…… 고맙습니다.”

그러고는 이혜미가 주방을 보며 말했다.

“설거지 그냥 두시라고 하세요. 이따가 저희가 할게요.”

“됐어요. 매일 놀기만 하는 놈 가끔 설거지도 해야죠.”

“사장님 손님들 받느라 피곤할 텐데……

“식당 사장이 손님들 대접한다 고 피곤해하면 되나요.”

배용수가 잠시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생각하세요.”

“ 편하게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갈까 말 까 할 때는 가고,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말고, 할까 말까 할 때 는 해라.”

배용수는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 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고고고!”

그는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찌 르는 시늉을 하고는 미소를 지었 다.

“해 보는 겁니다.”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 들이 어떠한 결정을 하든 늘 맛 있는 음식을 해 주는 한끼식당 요리사입니다. 언제든지 맛있는 것 먹고 싶으면 오세요.”

그러고는 배용수가 말을 이었 다.

“그나저나 여러분들 혼자서 버 스 타 보신 적 있나 모르겠어 요.”

“버스요?”

사실 여자 직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없었다. 살았을 때야 이용을 해 봤지만, 귀신이 된 후에는 나쁜 놈에게 끌려다녔 고 그 후에는 강진과 함께 다녔 으니 말이다.

“귀신도 어디 갈 때는 대중교통 이용해야 하니까요. 이거 제가 나중에 한번 여러분들 데리고 대 중교통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 줘 야 하겠네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미소를 지었다. 마음 편하게 결정을 하 라는 배용수의 말에서 자신들을

향한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었 다.

배용수는 이야기를 마저 나누라 는 듯 과자를 가리키고는 주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설거지 그릇들을 헹구던 강진이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고 고고! 좋은 말이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살았을 때야 이것저것 제약이 있으니 하고 싶다고 다 하다가는

은팔찌 차겠지만…… 귀신이 이 것저것 잴 것이 있냐.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보고,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하는 거지.”

“그러다가 JS 금융 가서 줄 선 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천 장 쪽을 보며 말했다.

“하고 싶은 것 하다가 걸리는 거면…… 가서 줄 서야지. 세상 에 대가 없는 것이 어디 있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릇들을

탁탁 털어 놓고는 손을 행주로 닦았다.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우리 여보야는 뭐가 하고 싶 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 그리고는 주먹을 들어 보였다.

“내가 예전에 중국에서 깡패 셋 하고 싸웠다는 이야기 했었나?”

“그런 일이 있었어?”

무서우라고 한 이야기인데 강진 이 호기심을 드러내며 듣고 싶다 는 듯 보자, 배용수가 한숨을 쉬 고는 주먹을 내려놓았다.

“됐다. 너하고 무슨 말을 하냐.”

“아니, 듣고 싶은데? 중국 깡패 하고는 왜 싸운 거야?”

“듣고 싶어?”

"응."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다가 슬며시 말을 꺼냈다.

“숙수님 모시고 중국에 갔는데 호텔에……

배용수가 하는 이야기를 강진은 웃으며 들었다. 조금 가벼운 이 야기를 들으며 강진은 심란한 마 음을 잊고 싶었다.

‘승천시키는 것도…… 마음 소 모가 심하네.’

*  * *

저승식당 영업시간, 강진은 귀 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술잔을 받던 최호철이 주위를 슥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 있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분위기 이상한 것이 느껴져 요?”

“평소하고 너 분위기가 좀 가라 앉은 것 같아서.”

“저 말고 이혜미 씨가 궁금한 것 아니에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한 최호철이 말했다.

“그것도 그렇고…… 너나 용수 나 다른 분들이나 조금 분위기가 이상하네?”

최호철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잔에 소주를 따 르며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

최호철이 작게 입맛을 다시자, 강진이 말했다.

“전에는 향수가 없어서 부모님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니…… 부모님 곁에 있는 것 이 그분들에게는 좋겠죠.”

“그건…… 그렇지.”

최호철은 이혜미 쪽을 보았다.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은 한쪽에 서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 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아직도 이야기 중이세요.”

“무슨 이야기? 엄마하고 아빠 볼 수 있고 다가갈 수 있으면 당 연히 가야 하는 것 아니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러 가는 건 확정이에요. 내 일이라도 저녁 장사는 잠시 쉬고 다녀올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 고민을 하시는 건…… 부 모님 곁에 있을 건지 아니면 여 기에서 가끔 보러 갈 건지 그거 이야기 중이세요.”

“그게 고민할 것이 되나?”

당연히 부모님 곁에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처럼…… 저희도 이제는 가족이 됐으니까요.”

강진은 여자 직원들을 보며 말 을 이었다.

“저에게 여기가 집인 것처럼 저 분들에게도 이제 여기가 집이니 고민이 되는 거죠.”

“집이라……

최호철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직원 들뿐만이 아니라...... 저승식당을 오가는 귀신들에게도 이곳은 집 이었다.

그리고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 시는 귀신과 강진은 그들에게도 가족이었다.

자신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여기에서 머물며 일을 하고 같은 시간을 보내던 직원들이니 더더 욱 가족처럼 느껴질 것이었다.

그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진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었 다.

이제야 강진과 배용수, 그리고 여자 직원들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이 이해가 된 최호철이었다.

“너는 괜찮냐?”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쓰게 웃

었다.

“사실 괜찮지는 않죠.”

강진이 힐끗 여자 직원들을 보 았다.

“혜미 씨는 저를 잘 챙겨 줘요. 살았을 때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 만…… 작은누나 같아요.”

“작은누나?”

“큰누나는 자상하지만 조금 엄 할 것 같은데, 작은누나는 자상 하면서도 챙겨 주는 이미지잖아 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영 씨는 제가 생각하 지 못한 잘못을 지적해 줘요. 이 를테면 큰누나 스타일이죠.”

“정숙 씨는?”

최호철이 여자 귀신 중 한 명을 보았다. 하얀 얼굴에 머리가 긴 여자는 두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정숙이라는 이름에 강진이 웃으 며 임정숙을 보았다.

“정숙 씨는 조용하면서 할 일을 하는 그런 분이죠. 내성적이면서 챙겨 줘야 할 것 같은 그런 분이 에요.”

“착한 여동생이라는 거네?”

“그렇죠.”

“큰누나에 작은누나, 거기에 여 동생까지……

최호철이 강진을 보다가 씁쓸하 게 말했다.

“강진이 마음이 좋지 않겠구 나.”

누이들을 떠나보내게 됐으니 말 이다.

“반은 씁쓸하고…… 반은 기뻐 요. 사람이든 귀신이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니까요.”

밖에서 친구를 만나 놀든, 외식 을 하든…… 마무리는 집에 돌아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놀다 올게, 갔다 올게’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말이다.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 를 따르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형.”

“응?”

“혜미 씨 어떻게 생각해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최호철이 그 를 보았다.

“뭐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의미심장 한 얼굴로 물었다.

“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예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의 얼굴이 순간 달아올랐다.

“무슨 그런 걸 물어.”

“혜미 씨는 형 좋아하는 것 같 던데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멈칫했다 가 슬며시 말했다.

“그렇게…… 보이냐?”

“네.”

최호철은 잠시 있다가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한숨을 쉬었

다.

“그런데…… 내가 너무 욕심인 것 같잖아.”

“욕심요?”

“내 나이가 몇인데. 혜미 씨는 이십 대 초반이고, 나는 삼십 대 중반인데……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거야 형하고 혜미 씨 생전 나이고…… 혜미 씨 죽은 시간 생각하면 형하고 나이 차이 세

살? 네 살인가?”

“네 살.”

‘나이 생각을 해 보기는 해 봤 네.’

속으로 웃은 강진이 말을 이었 다.

“네 살 차이면 궁합도 안 본다 는데 딱 좋네요.”

“그래도……

최호철이 자신의 얼굴 앞에 손 바닥을 가져다 댄 뒤 위아래로

흔들었다.

“액면가가 다르잖아.”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하긴, 액면가로 따지면 십 원 짜리하고 만 원짜리 정도 차이가 나기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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