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26화 (724/1,050)

726화

“하긴, 액면가로 따지면 십 원 짜리하고 만 원짜리 정도 차이가 나기는 하죠.”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작게 투 덜거렸다.

“무슨…… 내가 그래도 천 원 권 정도는 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최호철은 구릿빛 피부에 근육질로, 흔히 말하는 상남자

스타일이었다. 그에 비해 이혜미 는 청초한 느낌의 백합이나 안개 꽃 같은 느낌이었다.

하늘하늘한 체형에 하얀 얼굴의 곱게 자란…… 느낌의 여자가 이 혜 미였다.

확실히 액면가만 본다면 둘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데에 있어 외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첫인상에서야 외형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형보다는 속이 더 큰 역할을 했다.

“외형이 꼭 중요한 건 아니죠. 외형 안 보고 착한 남자나 유머 감각 있는 남자 좋아하는 여성분 들도 많아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문득 웃 었다.

“왜 웃으세요?”

“예전에 잠복을 했을 때, 같이 잠복한 형님이 해 준 조카 이야 기가 생각이 나서.”

“ 조카요?”

“조카가 여자인데 자기는 남자 얼굴을 전혀 안 본다고, 착한 남 자가 좋다고 했다는 거야.”

“보세요. 착한 남자 좋아하는 분들 있다니까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마저 들어 봐.”

최호철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형님이 물었대. 그럼

어떤 스타일 남자 좋으냐고. 그 랬더니 박보겸이라고 했다는 거 야.”

“……착한 남자가 박보겸이에 요?”

강진이 황당한 듯 묻자 최호철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조카 말이 착하게 생겨서 박보겸이 좋더래. 그러면서 웃더 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박보겸이…… 착하게 생기기는 했죠.”

“그렇지. 얼굴이 착하게…… 잘 생기기는 했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저었다.

“그 정도 되면 인정해야죠.”

어쩐지 씁쓸한 강진의 말에 최 호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며 시 이혜미를 보았다. 그런 최호 철의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슬며 시 말을 걸었다.

“그나마 혜미 씨가 사람 얼굴을 많이 안 봐서 다행입니다.”

“내가 뭐 많이 빠지는 얼굴도 아닌데……

“남자로서는 인정합니다.”

“남자로서?”

“형이야 남자답게 잘생겼죠.”

“그것도 남자로서?”

“후! 농입니다. 자부심을 가지세 요. 예쁜 혜미 씨가 형 좋아하는 데 그럼 다 된 것 아닙니까.”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미소를 짓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귀신이…… 서로 좋아해서 무 슨 소용이야.”

“왜 소용이 없어요.”

강진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최호 철을 보며 말을 이었다.

“결혼도 할 수 있는데.”

“결혼?”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피식 웃 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어. 귀신이 무슨 결혼을 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더 라고요.”

그러고는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 다.

“그럼 형은 찬성하는 거죠?”

“ 뭘?’’

“결혼하는 거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진짜로 하는 말이었어?”

“당연하죠.”

강진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가 말했다.

“형이 정식으로 청혼하면…… 내가 진행할게요.”

“청혼? 내가?”

당황하는 최호철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청혼을 받는 것이 꿈이

라는데 청혼도 없이 제가 결혼을 진행하기를 바라세요?”

“아직 결혼을 하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나는 귀신이잖 아.”

귀신인 자신이 결혼을 한다는 것을 최호철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럼 혜미 씨하고 같이 있고는 싶으세요?”

“그야…… 물론이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과의 관계는 누가 한 발 더 나아가느냐에 따라 변한대요. 그 한 발…… 형이 내밀어 보세 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이혜미를 보다가 침을 삼키고는 고개를 끄 덕였다.

“알았어. 하지만…… 지금은 아 니야.”

강진이 보자, 최호철이 작게 말 했다.

“지금 혜미 씨는 나 말고도 생 각할 것이 많아. 지금은 그녀에 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도 당장 두 사람의 결혼을 추진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최 호철의 마음을 알아보고, 귀신도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려 했을 뿐이었다.

여자 직원들의 이야기는 저승식

당이 끝나고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부모님을 보고 싶다는 것과 한 끼식당을 떠나기 싫다는 것 사이 에서 맴도는 이야기가 그녀들의 현재 마음이었다.

강진과 배용수가 그녀들을 떠나 보내는 것이 아쉬운 만큼, 그녀 들도 한끼식당과 두 사람을 떠나 는 것이 아쉽고 아쉬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배용수가 준 비한 밥을 앞에 둔 강진이 물었 다.

“계란 볶음밥이네?”

“오늘 계란이 좋더라고.”

“계란이 좋은 거 나쁜 것이 있 어?”

계란은 늘 신선하고 좋지 않나 싶었다. 그런 강진의 생각은 사

실이기도 했다.

강진의 식당은 손님들이 많이 오기에 그날 재료를 그날 쓰고 다음 날 다시 받았다. 그러니 식 당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은 다 신 선하고 좋았다.

강진의 의문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계란도 당연히 좋은 거 나쁜 것이 있지.”

무식한 소리를 한다는 듯 강진 을 보던 배용수가 주방에서 날계

란과 접시 하나씩을 가져오더니 계란을 깠다.

주르륵!

계란이 접시에 퍼지자, 배용수 가 이쑤시개를 가져오며 말했다.

“눈으로 봐도 신선한 것이 보이 지?”

“음…… 노른자가 선명하고 윤 기가 흐르는 것이 신선해 보이기 는 한다.”

“거기에……

배용수가 이쑤시개로 노른자를 찔렀다. 그런데도 계란 노른자가 터지지 않고 멀쩡한 것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안 터지네?”

“계란이 신선하고 좋아서 그래. 노른자를 감싸고 있는 막이 이쑤 시개를 감싸서 터지지 않게 막아 버리는 거지.”

배용수는 이쑤시개 여러 개를 노른자에 찔러 넣었다. 그런데도 멀쩡한 계란을 보며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고 나니 더 신선해 보인다.”

“신수용 씨가 식재를 신선한 것 으로만 골라서 보내 주는데 오늘 계란은 더 신선하고 좋더라고.”

말을 하며 배용수가 계란이 담 긴 접시를 계란 볶음밥 옆에 놓 고는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오늘은 계란 볶음밥을 기본으로 해서 나갈 거야. 이렇 게 좋은 식재가 들어왔으면 그걸 로 음식을 만들어야 요리사지.”

사진을 찍은 배용수가 한끼식당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오늘 아주 신선한 계란이 들어 왔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대로 너무 신선하죠.

그래서 오늘 점심은 계란 볶음 밥과 살짝 매운 콩나물국을 하려 합니다.

계란 볶음밥 만드는 방법은 이 렇습니다.

1.파와 마늘을 종종 썰어서 기

름에 넣고 약한 불로 볶습니다. 센 불로 하면 마늘과 파가 타니 조심!

2.파와 마늘 향이 나기 시작하 면 햄을 좀 썰어서 넣습니다. 그 리고 또 볶습니다. 햄은 많이 안 볶으셔도 됩니다. 기름에 햄의 향이 들어갔다 싶을 때까지만 하 시면 됩니다. (햄이 없으면 참치 를 넣어도 됩니다. 하지만 햄도 참치도 없다면 이 단계는 그냥 패스. 그리고 다른 재료가 없어 도 다 패스해도 됩니다. 계란만 있으면 됩니다.)

3.재료들을 프라이팬 한쪽에 밀어 놓거나 그릇에 따로 담아 놓습니다. (자취하신다면 설거지 거리 생각해서 한 프라이팬으로 하시는 것이 좋겠죠.) 그리고 프 라이팬 한쪽에 계란 두 개를 볶 습니다. 중요한 건 다른 재료와 섞이지 않게 하는 겁니다. 계란 은 찢어발기듯이 막 비비시면 됩 니다.

4.재료들을 하나로 섞은 후 거 기에 찬밥, 혹은 즉석밥을 하나 넣고 국자로 막 누르시면 됩니

다. 밥을 프라이팬에 눌러 으깨 는 느낌으로 볶으시면 됩니다.

5.적당히 색감이 났다 싶으면 밥과 재료들을 프라이팬 한쪽으 로 모은 후, 재료에 닿지 않도록 간장을 넣습니다. 그럼 달구어진 팬에 간장이 타들어가면서 간장 의 향이 살아나는데, 이렇게 하 면 군내가 사라집니다.

6.간장이 타고 흐른 흔적을 재 료와 밥으로 닦듯이 비비면서 한 번 더 볶아 주면 끝!

7.아! 마지막에 참기름을 살짝

한 바퀴 둘러 주면 정말 끝입니 다.

Tip! 위에 있는 재료들 다 빼고 기름에 마늘만 종종 썰어서 볶은 후 밥만 넣고 볶아 마늘 볶음밥 을 만들어도 됩니다. 마늘 볶음 밥은 김치와 함께 먹으면 아주 맛이 좋습니다.

간단한 계란 볶음밥과 마늘 볶 음밥 레시피였습니다.

계란 볶음밥이 싫으신 분들을 위해 계란찜 백반도 준비했습니 다.

오늘 계란 요리가 많은 건 좋은 재료가 들어와 그 맛을 보여드리 기 위해서입니다.〉

배용수는 레시피를 적어서 올리 고는 강진에게 그것을 보여주었 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

혹시 계란을 싫어하는 손님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이렇게 메뉴 를 미리 올려놨으니 계란이 싫은 손님은 다른 가게로 갈 것이었 다.

그러라고 이렇게 매일 메뉴를 적어서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의 입맛은 제각각이다 보니 모든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는 없다.

그러니 미리 말한 메뉴를 좋아 하시는 분들이 오면, 그분들 입 맛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손님들이 한끼식당을 좋아하는 것이고 말이다.

강진이 글을 읽을 때, 실시간으 로 댓글들이 적혔다.

〈오늘도 좋은 음식 팁 감사합니 다.〉

〈맛있겠다. 볶음밥은 실패가 없 죠.〉

〈마늘 볶음밥은 한번 해 먹어 봐야겠어요.〉

〈냠냠…… 어서 점심시간이 됐 으면 좋겠다.〉

손님들이 남기는 댓글에 강진이 웃고는 수저를 들어 밥을 입에 넣었다.

잘 볶아진 밥에서 나는 파와 마 늘, 햄의 맛을 느끼며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거에 김치 올려서 먹 으면 맛있겠다.”

“깍두기가 맛있게 잘 익었더라.

거기에 올려 먹어도 맛있다.”

강진이 깍두기를 밥에 올려 먹 고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배용수 를 보았다.

“총각무 좀 사다가 김치 좀 담 글까?”

“총각김치 먹고 싶어?”

“깍두기 먹으니 총각김치가 먹 고 싶네. 라면 먹을 때 총각김치 집어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

“라면에 총각김치라. 그것도 맛 있지.”

총각김치 무 부분을 손으로 잡 고 라면과 같이 먹으면 확실히 맛있다. 그 맛을 떠올리던 배용 수가 입맛을 다실 때, 가게 문이 딸랑거렸다.

그에 강진이 입을 닦고는 몸을 일으켰고, 배용수와 여자 귀신들 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귀신들이 모두 주방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문을 열었다.

“형‘?”

문을 흔든 것은 황민성이었다.

“형 배고프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가게 문을 열었 다.

“들어오세요.”

황민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배용수가 밖으로 나오며 고 무장갑을 낀 손을 흔들었다. 그 래야 황민성이 자신을 볼 수 있 으니 말이다.

“용수야, 형 배고프다.”

“아침 안 드셨어요?”

배용수가 한 말을 강진이 전달 해 주자, 황민성이 강진이 먹던 음식 앞에 앉으며 말했다.

“너네 형수가 입덧이 심해.”

황민성의 말에 이혜미가 의아한 듯 말했다.

“임신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입덧을 안 할 텐데?”

이혜미의 말을 강진이 전해 주 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대. 그 래서 어떻게 하겠어. 앞으로 아

침은 여기 와서 먹고 출근하려 고.”

“그렇게 하세요.”

황민성이 수저로 강진이 먹던 볶음밥을 집어 입에 넣자, 배용 수가 말했다.

“금방 새로 해 드릴게요.”

“그래. 금방 하나 더 해라. 그동 안 강진이하고 이거 나눠 먹고 있을 테니까.”

말을 하며 황민성이 볶음밥을 먹자 강진이 그것을 나눠 먹다가

말했다.

“음식 냄새 때문에 입덧을 하시 는 거면 형수님은 식사 어떻게 하세요?”

“잘 못 먹어서 미음이랑 과일 조금씩 먹고 있는 게 다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의 얼굴에 걱정스러움이 어렸다.

‘누구보다 잘 먹어야 할 임산부 가 그렇게 못 먹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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