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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27화 (725/1,050)

727화

김이슬이 잘 못 먹는다는 말에 강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 다.

“임신하셨으면 잘 드셔야 할 텐 데.”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너희들한테 부탁할 것 이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형수님 음식 좀 해 드려 야겠네요.”

내용을 말하지 않아도 바로 답 을 하는 강진을 보며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고맙고.”

황민성은 고개를 돌려 주방 쪽 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아마 형이 밤에 몇 번 너희 가게 와야 할 것 같다.”

“저희 가게요?”

“애 있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임신을 하면 갑자기 먹고 싶은 것이 많다고 하더라고.”

“그렇죠.”

“지금이야 입덧이 좀 심해서 잘 못 먹지만, 말 들어 보면 이것도 기간이 있다는데 끝나면 먹고 싶 은 것이 있을 것 아니겠어?”

“그것도 그렇겠죠.”

“그래서 새벽에 너희 형수 먹고 싶다는 것 있으면 용수한테 부탁

좀 해야겠어.”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소리쳤다.

“저야 새벽에 잠을 자는 것도 아니니 언제든지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연락하세요. 제가 만들어 두고 형 와서 가져가시면 되잖아 요.”

배용수의 말을 강진이 전하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용수에게 부탁을 좀 하 려고 한 거야. 강진이는 잠을 자

야 하지만, 용수는 안 자도 되니 까.”

황민성은 주방을 향해 말했다.

“너 잠 안 잔다고 시키는 것 같 아서 미안한데 형 사정 좀 봐 줘.”

“아니에요. 저 잠 안 자는 거야 당연한걸요.”

배용수가 웃으며 답을 하자, 황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 고맙다.”

황민성의 감사 인사에 웃은 배 용수가 콩나물국과 계란 볶음밥 을 들고 홀로 나왔다.

“계란 볶음밥 나왔습니다.”

“금방 나오네?”

“금방 나오는 음식이니까요.”

그러고는 배용수가 말을 했다.

“형수님 새벽에 드시고 싶은 음 식 있으면 일단 톡부터 보내세 요. 제가 맛있게 준비해 드릴게 요.”

“ 알았다.”

배용수는 강진을 보며 말했다.

“형님 집에 반찬하고 음식 좀 해서 드려야겠다.”

“그거야 당연하지.”

강진은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 성은 배가 고팠던 듯 밥을 열심 히 먹고 있었다.

“근데 형 어제 저녁 못 먹었어 요?”

“먹기는 했는데…… 아내가 입

덧하고 있는데 나만 잘 먹는 것 도 그래서 조금 먹고 말았지.”

“그럼 새벽이라도 뭐 좀 드시 지.”

“나 먹고살겠다고 혼자 먹을 수 있나.”

입맛을 다신 황민성이 콩나물국 을 후루룩 마셨다.

“후우. 잘 먹었다.”

그런 황민성을 보며 티슈를 꺼 내 준 강진이 말했다.

“형수님 식성은 어떠세요?”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말을 했 다.

“형수님 식성을 알아야 음식을 만들죠.”

“그냥 잘 먹어.”

“가리는 음식은 없고요?”

“가리는 것도 없고 다 잘 먹 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전에 형수님이 김밥 상추에 싸 서 먹던 거 기억해?”

“전주 야식집에서 파는 거?”

“맞아. 일단 그거 해서 점심 전 에 가져다드리자.”

강진의 말을 듣고 있던 황민성 이 돌연 손가락을 튕겼다.

탁!

“그래. 그때 상추에 연탄 불고 기 넣고 김밥 올려서 먹었어.”

“서울에서는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니 입맛이 도실 수도 있죠. 고향 음식이기도 하고 그리고 맛 도 있고.”

“오케이!”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내가 열한 시 반쯤에 와서 받 아 갈게.”

“제가 열 시쯤에 다녀오려고 했 는데……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점수 좀 따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열한 시 반쯤 해서 오세요. 아! 그리고 형수님 한테 드시고 싶은 음식 있는지 물어서 알려 주시고요.”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 온 건 배가 고파 서이기도 한데, 그 참전 용사 유

골 이야기도 해 주려고 왔어.”

말을 하며 황민성이 주위를 보 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 안 계세요. 아직 그 산에 계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거기 귀신은 많아?”

“군인 귀신이 다섯 분 계셨는 데, 한 분은 어머니 사진을 보고 승천하셔서 네 분 남으셨어요.”

“어머니 사진?”

강진은 황민성에게 소년병의 사 연을 간략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황민성이 입맛 을 다시며 말했다.

“적으로 만나 싸우는 상대도 어 머니가 있고 형제들이 있는, 다 같은 사람인 거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이번에 바다에서 죽은 고등학 생 귀신도 봤는데…… ‘놀다 올

게’라는 말, 정말 꼭 지켜져야 하 는 말인 것 같아요.”

강진이 소인명 이야기도 해 주 자, 황민성이 작게 고개를 저었 다.

“나도 출근할 때 ‘갔다 올게’라 고 하는데……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작게 고 개를 저었다. 안타까운 것이다. 그저 일상적으로 했던 말이 마지 막 말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심정 을 생각하니…….

고개를 저은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일단 조사단이 네가 알려 준 위치에서 유골을 발견했대.”

“벌써요?”

어제 이야기를 했는데 벌써 사 람이 가서 조사를 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쪽이 꽤 일을 빠르게 진행하 더라. 그리고 어제 산 주인에게 유골 발굴에 대한 협조 요청을 했는데 산 주인이 허락을 했다고

하더라.”

“아! 그것도 잘 됐네요.”

정복립이라면 거절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라면 오히려 사비를 털어서 자신이 유골 발굴을 하려 고도 했을 것이다.

산에 자신이 아는 부대 사람들 의 유골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았다면 말이다.

“일단 진행된 건 여기까지.”

“여기까지라 해도 엄청 빠르네 요. 형이 무리하신 것 아니에

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냥 그곳에 육이오 참전 용사 군번줄하고 유골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을 뿐이야. 일 진행 속도는 그쪽에서 알아서 한 거야.”

“생각보다도 정말 빠르게 진행 이 되네요.”

“나라를 위해 싸운 분들 하루라 도 빨리 집에 보내드리고 싶은

건 그쪽도 마찬가지인 거지. 놀 고먹는다는 말은 그분들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더라.”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혹시 내가 더 도울 건 없고?”

“여기까지도 많이 도와주셨어 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자! 그럼 밥 잘 먹고 간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일어났다.

“형수님한테 잘 해 주세요.”

“당연히 잘 해 줘야지. 내 아내 가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

“행복해 보이시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미소를 지었다.

“행복하다.”

황민성은 손을 흔들어 주고는 가게를 나서려다가 강진을 보았

다.

“그……

“말씀하세요.”

“아가씨 내가 사 준 옷 입으셨 어?”

“ 입으셨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재차 미 소를 지었다.

“그래? 다행이네.”

김소희가 싫어하면 어쩌나 싶던 황민성은 그녀가 옷을 입었다는

말에 미소를 짓다가 슬며시 말을 했다.

“수영복도 입으셨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설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편하게 입으시라고 야하지 않 은 걸로 샀는데…… 그래도 불편 하셨나 보네.”

“아무리 야하지 않은 수영복이

라고 해도 몸이 드러나는데 조선 시대 아가씨가 그런 옷을 입겠어 요.”

“조금 아쉽네.”

“왜요? 아가씨 수영복 입은 모 습이 보고 싶었어요?”

강진의 농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나. 그리고 소희 아가씨 또래가 수영복 입고 있는 모습을 좋아하는 건 범죄다. 난 폭력 범죄는 저질러 본 적은 있

어도 그런 쪽 범죄는 치를 떠는 사람이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말을 이었 다.

“그냥…… 아가씨가 수영복을 입으면 조금 더 이 세상에 적응 하기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적응요?”

“아가씨는…… 말 그대로 조선 시대 양반집 규수잖아.”

“그렇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 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사시는 세상은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야. 그 괴리감에 서 오는 외로움과 쓸쓸함…… 무 척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보고 있으면 외로우시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형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군 요.”

“너와?”

“예전에 아가씨와 그런 이야기

를 한 적이 있어요. 일부러 귀신 이나 저 같은 사람과 거리를 두 시는 것 같다고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거리를 둔다는 말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아가씨는 그동안 많은 사람과 귀신들을 떠나보내셨어요. 그래 서 사람이든 귀신이든 가까이 오 는 것을 힘들어하세요.”

“가까운 사람이 죽거나 승천해 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 허전 하시 겠구나.”

말을 하며 고개를 젓던 황민성 은 지그시 강진을 보았다.

“너는…… 괜찮아?”

황민성도 강진이 귀신들을 자주 승천시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승천시킨 귀신 중에 가게에서 일 을 하던 직원들도 포함되어 있다 는 것 또한 말이다.

승천은 사람으로 따지면 죽음이 다. 물론 귀신에게 좋은 일이기 는 하지만, 강진에게는 어제까지 같이 웃으며 이야기하던 이가 사 라지고 다시는 못 보는 것이니

말이다.

황민성의 걱정 어린 시선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완전히 괜찮다고 하면 거짓이 죠. 저도 사람이라 친구가 승천 해서 사라지면 그립고 보고 싶고 하죠.”

말을 하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 다.

“하지만 그들에게 좋은 일이고 축하해야 할 일이니 괜찮아요. 그리고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으

니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사 라지는 건…… 음…… 무척 힘든 일이겠지.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싶으면 말을 해.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말을 하는 것이 속에 편 하더라.”

“고마워요.”

“고맙기는. 동생이 힘들면 당연 히 형이 술 상담 해 줘야지.”

고개를 저은 황민성이 걸으며 말했다.

“그럼 형 간다.”

“가세요.”

황민성이 차에 타서는 출발을 하자 강진은 손을 흔들어 주고는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황민성과 이야기를 하느라 평소 애들 밥 주러 가는 시간에 늦은 것이다.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이혜미가 쇼핑백을 내밀었다.

“여기요.”

이혜미가 건네는 쇼핑백 안을 본 강진이 웃었다. 쇼핑백 안에

는 애들 사료와 물이 들어 있었

다.

“제가 해도 되는데.”

“누가 챙기든 뭐 어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 가자.”

강진이 먼저 가게를 나서자 배

용수가 그 뒤를 따랐다.

“갔다 올게요’

강진이 웃으며 이혜미에게 말을 하자, 이혜미가 웃으며 손을 들 었다.

“다녀오세요.”

이혜미의 배웅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가게를 나서다가 문득 뒤 를 돌아보았다.

“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이랬으면 좋겠어서.”

“ 언제나?”

“누군가에게 갔다 온다고 말하 면 그 누군가가 나에게 잘 다녀 오라고 하는 것 말이야.”

“그게 뭐라고 그랬으면 좋겠다 고까지 말을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인명이 말하는 거구나.”

“인명이 만나고 난 후에…… ‘놀다 올게요.’, ‘갔다 올게요.’ 이 런 말에 담긴 의미가 얼마나 큰 지 느껴지거든. 가볍게 하는 말 이지만 정말 꼭 지켜야 하는 그 런 말이고 의미 같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기는 하지. 갔다 온

다고 하고 못 오면……

말을 하던 배용수가 고개를 저 었다.

“이런 말 그만하자. 슬프다.”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 을 옮기다가 배용수를 보았다.

“너도 어디를 가게 되면 꼭 갔 다…… 오는 거다.”

“쳇!”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작게 혀 를 차고는 말했다.

“귀신이 어디 갈 데가 있다 고…… 너나 어디 갔으면 꼭 돌 아와.”

“ 알았다.”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 어깨에 팔을 올리고는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누가 보면 허공에 팔을 두른 형상이라 이상하게 보일 테 지만…… 강진은 신경 쓰지 않았 다.

지금은 옆에 배용수를 이렇게 두고 가고 싶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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