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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28화 (726/1,050)

728화

공원으로 향한 강진은 정자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이강혜를 볼 수 있었다.

“ 누나.”

강진이 다가오자 이강혜가 웃으 며 손을 들었다.

“늦었네.”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침에 민성 형이 밥 먹으러 와서 이야기하느라 좀 늦었네 요.”

말을 하며 강진은 아이들 사료 통을 보았다. 사료 통에는 이미 이강혜가 채워 준 밥과 물이 들 어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강진을 신경도 쓰지 않고 밥을 먹는 데 집중을 하고 있었다.

“형 왔는데 고개라도 한 번 들 지.”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너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너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거니 서 운해하지 마.”

맞는 말이다. 밥을 먹으면서도 주위를 경계하는 녀석들이라 모 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먹다 말고 후다닥 도망을 가곤 하니 말이 다.

“있으나 없으나 한 사람으로 취 급받는 것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 각해야겠네요.”

강진이 웃으며 쇼핑백을 정자에 놓자, 이강혜가 차를 따라 내밀 었다.

“그런데 황 사장님 집에 무슨 일 있어? 왜 아침을 너희 가게에 서 먹어?”

“형수가 임신을 하셨거든요. 그 런데 입덧이 심해서 집에서 음식 을 못 먹는 모양이에요.”

“그래? 축하할 일이네.”

이강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물었다.

“VR 핸드폰은 언제 나와요?”

“2주 있으면 나올 거야.”

“잘 됐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다시 물었다.

“그 VR 캐릭터 만드는 비용은 대충 나왔나요?”

“일반인들 말하는 거야?”

“네.”

“아직은 가격이 좀 나가.”

비싼가 보네요.”

“아직은…… 좀 그래.”

“그럼 나중에는 싸지나요?”

“음…… 지금 만들어 놓은 캐릭 터들은 전에 만든 학생들하고 유 명 인사들, 그리고 연예인들 정 도야.”

강진이 보자 이강혜가 말을 이 었다.

“그리고 세계 유명 관광지와 동 물들 정도인데, 기본 캐릭터용 데이터가 많이 모이면 일반인들 데이터를 거기에 대입해서 수정

을 하는 식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갈 거야.”

“아……

“그렇게 하면 매번 제로부터 캐 릭터를 만들지 않아도 되니 완성 되는 시간도 빠르고 비용도 줄어 들게 되는 거지. 얼굴이야 많이 다르겠지만 체형은 비슷한 사람 들이 많을 테니 조금씩 수정을 하면 될 거야.”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은 VR 캐릭터 만

들고 싶다는 고객들에게 데이터 를 받아서 준비하고 있어.”

“그 대기자가 많다고 하던데 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그를 보 았다.

“주위에 신청한 분 있어?”

강진이 바닷가에서 만난 노부부 의 이야기를 해 주자, 이강혜가 미소를 지었다.

“왜 웃으세요?”

“그분들에게 죄송하기는 하지 만…… 우리 회사가 만든 기술과 기계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서. “

이강혜는 밥 먹는 강아지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은 데이터를 받아서 캐릭 터들을 만들고, 나중에 일괄적으 로 데이터들을 보내드릴 생각이 야.”

“데이터 기다리실 텐데 바로 안 보내시고요?”

강진의 물음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초반에 만든 분들하고 나중에 만든 분들하고 비용 차이가 많이 날 거야. 이를테면 초반에 만든 분이 백만 원이 든다면 나중에 만드는 분들은 십만 원이 드는 거지. 그럴 거면 시간이 좀 들더 라도 적정 금액으로 합산해서 만 드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먼저 만드는 사람들의 금액을 일부 떼서 나중에 만드는 사람들 에게 부과해 금액을 평균화하겠

다는 것이 이강혜의 생각이었다.

나중에 만드는 사람에게 조금 부당한 것 같기는 하지만, 애초 에 그 사람들의 금액이 다운된 것은 먼저 신청해서 사진과 동영 상을 보낸 사람들 덕분이니 말이 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잘 만 드는 거니까. 빨리 만들어 드리 는 것보다 시간을 들이더라도 조 금이라도 더 현실성 있게 만드는 거지.”

“맞는 말이네요. 기대가 큰 분

들인 만큼 현실하고 많이 다르면 실망이 크실 거예요.”

“ 맞아.”

이강혜는 공원을 둘러보며 말했 다.

“그나저나 우리 핸드폰 잘 팔리 면 이 공원도 많이 북적거리겠 다.”

“공원요?”

“VR에 데이터화된 곳은 이 공 원뿐이거든. 그래서 이 공원에서 는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유명 명

사와 함께 거닐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아…… 그럼 사람들 많아지겠 네요.”

강진의 목소리에 우려가 어리 자, 이강혜가 그를 보았다.

“왜 그래?”

“이번에 산에 이 있더라고요. 좋기는 하지만 는 어쩔 수가

갔는데 쓰레기들 사람들이 모이면 시끄럽고 쓰레기 없이 생기니……

공원도 좀 어수선해지겠네요.”

“그 생각은 못 했네.”

잠시 공원을 보던 이강혜가 말 을 했다.

“청소 인력과 안전 인원을 좀 배치해야겠다.”

“안전 인원요?”

청소 인력이야 여기 사람들이 많아지면 기존 관리하는 분들로 는 감당이 안 될 수도 있으니 그 렇다 쳐도 안전 요원은 의외인 것이다.

“VR 쓰고 다니다 사고가 날 수

도 있으니 이곳에는 안전 인원을 좀 배치해야겠어.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까.”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좋겠네요. 안전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하니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 강혜가 문득 허공을 보다가 말했 다.

“그리고 여기 들어오면 보이게 쓰레기와 정숙을 요구하는 팻말

을 만들어야겠다.”

“ 팻말요?”

“실제로 있는 건 아니고 영상에 구현만 하는 거지.”

웃으며 말한 이강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자.”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다가 문득 말했 다.

“매형은 요즘 어때요?”

“뭐…… 늘 그렇지.”

“앞으로는 매형하고 같이 나오 세요. 아침에 나와서 나무 냄새 도 좀 맡고 애들 밥 주는 것도 보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 시선에 기분이 안 좋을 거야.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거 드 ”

“사람들 시선이야 누나가 옆에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그럴까?”

“그럼요. 형은 그냥 누나하고 같이 있으면 좋고 행복할 거예 요. 그리고 사람들 시선이 뭐 어 때요? 아픈 것이 죄는 아니잖아 요.”

“그건…… 그렇지.”

“그러니 앞으로는 자주 같이 나 오세요. 형도 애들 보면 귀엽고 좋을 거예요.”

“음…… 생각을 해 볼게.”

오혁을 성격을 아는 이강혜로서

는 이런 몸 상태로 사람들의 시 선을 받을 남편이 걱정되었다.

“알았어요. 아! 형한테 한 번 저 보러 오라고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나중에 내가 한번 데리고 갈 게.”

“아뇨. 그냥 형한테 강진이가 놀러 오라 했다고만 전해 주세 요.”

“그냥 말만 해 주라고?”

“전에 저를 한 번 봤으니 제가 놀러 오라고 했다고 하면 좀 빨 리 나을지도 모르죠. 빨리 나아 서 처남 가게 가서 맛있는 거 먹 어야지, 하면서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피식 웃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집에 가서 오빠 한테 네가 놀러 오라고 했다고 이야기할게.”

웃으며 이강혜가 공원 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공원을 나섰다.

* * *

점심 장사를 마무리하고 정리를 하던 강진은 한 통의 전화를 받 았다.

“형수님.”

강진이 반갑게 전화를 받자 김 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보내 준 음식 잘 먹었어요.]

“마음에 드셨어요?”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요.]

“조금 맵게 했는데 괜찮으셨어 요?”

[아! 먹으면서 전에 먹었던 것 보다 조금 맵다고 생각을 했는데 일부러 맵게 하신 거예요?]

“검색을 해 보니 입덧할 때는 매운 음식이 당긴다고 하더라고 요. 그리고 임신했다고 매운 음 식을 꼭 피해야 하는 것도 아니 고 해서 음식을 좀 맵게 해 봤어 요.”

물론 아주 매운 것은 안 되고 적당히 매운 것만 되지만 말이 다.

[그걸 검색까지 하신 거예요?]

“그럼요. 형수님 드실 음식인데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죠.”

[고마워요. 음식 먹고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먹고 나니 너 무 졸려서 자고 지금 일어났어 요.]

“많이 주무시고 많이 드시면 좋 죠. 아! 제가 음식을 좀 해서 보

내려고 하는데 좋아하는 것 있으 세요?”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그래도 드시고 싶은 것이 있지 않으세요?”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순대 국밥이 먹고 싶어 요. 그 대학가에 가면 찰순대로 만든 순대 국밥이 있거든요. 거 기에 매운 고추 넣고 먹고 싶어 요.]

“순대 냄새 날 텐데 괜찮겠어 요?”

순대 국밥은 입덧 때문에 좀 먹 기 힘들지 않나 싶어 물은 것이 었다. 특유의 냄새가 있으니 말 이다.

[그냥 찰순대 들어간 순대 국밥 이 먹고 싶네요.]

“알았습니다. 그럼 저녁에 제가 형 통해서 보낼게요.”

[아니에요. 이따 저녁에 제가 갈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맛있게 준비 해 놓을게요.”

[너무 공들여서 하지 마세요. 그냥 학교 앞에서 사오천 원에 파는 그런 느낌의 순댓국이 먹고 싶어요.]

“공 안 들여서 만드는 순대가 더 어려울 것 같지만, 최대한 성 의 없이 만들어 볼게요.”

[고마워요. 아! 그리고 용수 씨 한테도 고맙다고 해 주세요.]

김이슬의 말에 멈칫한 강진이

앞에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형수님…… 용수를 어떻게 아 세요?”

[본 적은 없지만 민성 씨가 강 진 씨와 같이 일하는 좋은 동생 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형이 말을 해 줬군요.”

[이번에 가면 소개 좀 해주세 요.]

“그게…… 용수가 낯을 많이 가 려서요.”

[낯을 많이 가려요?]

“살짝 소심한 면이 있어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발 로 툭 찼다.

“무슨 그런 소리를 해. 내가 얼 마나 상남자인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 마이크 부분을 손으로 막고는 말 했다.

“그럼 앞에 나설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 배용수를 보며 강 진이 손을 떼고는 말했다.

“그래서 형수님 앞에 서기가 좀 그래요.”

[그래요?]

“네. 좀 나중에 소개해 드릴게 요.”

[알겠어요.]

“그럼 음식 잘 준비해 보겠습니 다.”

그걸로 통화를 끝내는 강진을

보며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사람을 바보로 만드냐.”

“그럼 어떻게 말을 하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손을 저었다.

“알았어.”

그런 배용수를 보며 웃은 강진 이 말했다.

“사골 육수와 재료들 넣고 끓이 면 오래 안 걸리겠지?”

“그렇지. 사골 육수에 양념이랑

재료 넣고 끓이면 십 분이면 되 겠다.”

“그렇게 빠른가?”

“찰순대는 다 익힌 걸 진공 포 장해서 팔잖아. 그건 뭐 더 할 것도 없이 살짝 삶기만 하면 바 로 먹을 수 있고, 돼지 내장도 익혀져서 나오니 그것도 삶고 금 방 먹을 수 있지.”

“오케이!”

강진은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 에는 여자 직원들이 설거지를 하

고 있었다.

“얼마나 걸려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설거지를 보고는 말했다.

“한 십 분 정도 걸릴 거예요.”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 고를 열어 재료들을 꺼냈다.

“식사하시게요?”

“도시락 만들려고요.”

“도시락요?”

“혜미 씨, 선영 씨 가족들에게

드릴 도시락이에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와 강선영이 그를 보았다.

“우리…… 가족요?”

“오늘 인사드리러 가는데 빈손 으로 갈 수 있나요.”

그러고는 강진이 임정숙을 보았 다. 그녀는 고개를 푸욱 숙이고 있었다.

“정숙 씨 부모님은 지방에 계셔 서 오늘은 못 하는 거예요. 서운 해하지 마세요.”

“안 서운해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대신 일요일에 정숙 씨 부모님 에게 맛있는 음식 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임정숙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재료를 썰며 음식 준비를 하자, 이혜미와 강선영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에 강진은 웃음으로 답하고는

배용수와 함께 음식을 만들기 시 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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