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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31화 (729/1,050)

731 화

잔에 따라진 맥주를 보는 이걸 용을 보며 아내가 입을 열었다.

“오늘 혜미가 사람을 보냈어 요.”

아내의 말에 이걸용이 덜컥 겁 이 난 얼굴로 아내를 보았다.

“여보…… 왜 그래?”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이걸용을 보며 아내가 웃었다.

“나 미친 거 아니니까, 그런 눈 으로 보지 말아요.”

그녀는 음식을 보며 말했다.

“오늘 혜미와 친하게 지냈다는 청년이 왔다 갔어요.”

“청년?”

“이 음식들 모두 그 청년이 해 온 거예요. 아, 김치찌개는 내가 했고요.”

아내가 음식들을 가리키는 것에 이걸용이 그것을 보았다.

“이걸 혜미 친구가 해 왔다고?”

“강남에서 식당을 한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음식 솜씨가 좋더 라고요.”

아내는 이걸용을 보며 물었다.

“보면 뭐 생각나는 것 없어요?”

아내의 말에 이걸용이 음식들을 보다가 문득 말했다.

“나하고 당신이 좋아하는 반찬 이네?”

“혀미가…… 그 청년에게 우리

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대해서 말 을 해 줬던 모양이에요. 그 청년 이 혜미가 했던 말을 기억하곤 음식을 이렇게 해 왔어요.”

아내는 웃으며 계란 소시지가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한번 먹어 봐요.”

아내의 말에 이걸용이 계란 소 시지를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씹다가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

맛있게 계란 소시지를 먹는 이 걸용을 보며 아내가 맥주를 가리 켰다.

“시원하게 한잔하세요.”

아내의 말에 이걸용이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이걸용 의 모습에 이혜미가 미소를 지었 다.

“우리 아빠 여전히 맥주 맛있게 마시네.”

이걸용이 잔을 내려놓자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청년을 보니 우리 혜미가 우리 한테 사람을 보내 준 것 같아 요.”

“혜 미가?”

“그 청년이 그러더라고요. 나 염색 안 한 거 혜미 누나가 보면 속상해할 것 같다고요.”

아내는 음식을 보았다.

“혜미가 그 청년 시켜서 우리 사는 것 들여다보라고 한 것 같

아요. 그리고 우리 좋아하는 음 식도 가져다주라고.”

아내의 말에 이걸용이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보았다.

“그런 모양이네. 당신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만 이렇게 골라 서 해 놓은 것을 보니 말이야.”

이걸용의 말에 아내가 웃으며 계란 소시지를 들었다.

“당신 이거 좋아하던 거 기억나 요?”

“기억 안 날 일이 있나.”

이걸용이 계란 소시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혜미가 나 밥 해 준다고 부엌에 계란 물 여기저기 묻혀가 면서 구워 준 건데.”

미소를 지으며 이걸용이 입을 벌리자, 아내가 그 입에 계란 소 시지를 넣어 주었다.

계란 소시지를 맛있게 먹던 이 걸용은 맥주를 따르다가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이혜미가 걱 정스럽게 아빠를 보았다.

“왜 갑자기 울어.”

이혜미는 티슈를 뽑으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눈을 찡그렸다. 한끼 식당에서는 장갑을 낀 채 물건을 만졌지만, 집에서는 그것이 안 되는 것이다.

“아빠 눈물도 못 닦아 주네

이혜미가 중얼거리며 티슈를 볼 때, 아내가 티슈를 뽑아서는 이 걸용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괜찮냐는 말도, 왜 그러

냐는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도 이 음식을 봤을 때 눈물이 날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아내가 주는 티슈로 눈가를 지 그시 누른 이걸용이 중얼거렸다.

“어떤 복…… 받은 놈이…… 우 리 혜미가 해 준 계란 소시지를 먹을까…… 했는데……

이걸용의 눈물방울이 굵어지자 이혜미가 슬픈 얼굴로 아빠를 보 다가 미소를 지었다.

“누구기는 누구야. 바로 우리

아빠지.”

하지만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하 고 눈물만 흘리는 아빠를 보고 이혜미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 다.

“예전에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 기면 아빠한테 가장 먼저 말을 해 달라고 했던 거 기억나?’’

이혜미는 이걸용의 머리를 손으 로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남자는 남자가 봐야 한다고, 같이 술을 마셔 봐야 한다고……

결혼할 남자든, 사귀는 남자든 일단 아빠한테 보이라고 했잖아. 욕하는 남자랑 술 마시고 사람들 한테 시비 거는 남자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식탁에 팔을 기댄 이혜미는 이 걸용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아빠, 나 좋아하는 남자 가 생겼는데…… 그 남자도 나 같이 귀신이라 아빠하고 술은 같 이 못 마시겠다. 그래도 아빠가 말한 대로 욕도 하지 않고 술 마 셔도 사람들한테 시비도 안 걸

어. 아빠가 호철 씨 보면 참 좋 아할 텐데…… 너무 아쉽다.”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며 소 시지를 입에 가져가는 아빠를 보 며 이혜미가 최호철에 대한 이야 기를 하기 시작했다.

“호철 씨는 경찰인데……

들리지 않는 딸의 목소리를 들 으며 이걸용과 아내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반찬과 맥주를 마시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저녁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은 홀을 정리하는 임정숙을 보았다.

그녀는 말없이 홀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만 보면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평소에도 임정숙은 말수가 적어 서 누가 말을 걸어야 몇 마디 하 는 편이니 말이다.

하지만 같이 일하던 여자 직원 둘이 집에 가서 그런지 조금 분

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다가가 말했다.

“혼자 하니 힘들죠?”

“아니에요.”

“그러지 말고 좀 쉬세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작게 웃 고는 식탁을 마저 치웠다. 그 모 습을 강진이 안쓰러운 눈으로 보 았다.

이혜미와 강선영은 지금 자신들 의 집에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 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이

지방인 임정숙은 강진이 데려다 줄 수가 없어서 다시 가게로 돌 아와야 했다.

잠시 임정숙을 보던 강진이 말 했다.

“정숙 씨 혼자라도 집에 다녀올 래요?”

“네?”

“귀신이기는 해도 사람일 때 대 중교통 이용해서 집에 갔었을 테 니 어떻게 가시는지는 아시잖아 요.”

“그건 알죠.”

“그럼 지금이라도 집에 가실래 요? 제가 일요일에 정숙 씨 집에 들를게요. 그때 저하고 같이 올 라오시면 될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사장님하고 언니들하고 같이 저희 집에 갈래요.”

“정말 괜찮겠어요?”

“네. 저도 저희 부모님에게 사 장님, 같이 일하는 언니들, 그리

고 용수 씨 보여주고 싶어요.”

물론…… 보여 준다고 볼 수 있 는 것은 강진 한 명뿐이지만, 임 정숙은 같이 가고 싶었다.

임정숙은 강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계속 괜찮겠 어요? 괜찮겠어요? 라고 묻는 것 이 더 불편해요.”

“아…… 그러세요?”

“네.”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편한 대로 하세요. 자기 편한 것이 가장 좋은 거니까요.”

“지금도 편하게 하고 있어요.”

임정숙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 진이 미소를 짓고는 주방에 들어 가 설거지를 했다.

“혜미 씨와 선영 씨 있으면 우 리 사장님 설거지 안 할 텐데.”

배용수가 농을 던지자 강진이 웃었다.

“가끔 하는 건데 괜찮아. 그리 고 더러운 것이 깨끗해지는 것 보면 힐링도 되고 좋아.”

“힐링?”

“더러운 것을 깨끗이 할 때 정 신 건강에 좋다고 하거든.”

“오! 그렇다면…… 이것도 해 라.”

배용수가 음식 할 때 썼던 냄비 와 프라이팬을 한쪽에 쌓아 주 자, 강진이 그것을 보다가 배용 수를 보았다.

“더러운 것이 깨끗해지는 것을 보면 힐링도 되고 좋은데……

강진의 묘한 목소리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왜 그걸 날 보면서 하는 거 야?”

“그냥…… 더러운 것을 보니까 생각이 나서.”

“미친놈.”

배용수는 강진의 손을 잡아 싱 크대에 넣었다.

“빨리 힐링해라.”

투덜거리며 배용수가 홀로 나가 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설거지를 마저 했다.

“정숙 씨, 이따가 먹고 싶은 것 있어요?”

“저요?”

“오늘은 정숙 씨를 위한 요리들 을 많이 많이, 아주 많이! 만들 어 드리려고요.”

“사장님도 그렇고 용수 씨가 그 러면 저 더 불편해요.”

“에이! 불편은요. 그냥 맛있는 것 먹자는 거죠. 원래 미인은 맛 있는 것을 먹을 때가 가장 예쁜 법이죠.”

임정숙 기분을 달래 주려는 듯 나가서 농을 던지는 배용수의 목 소리에 강진이 웃었다.

“착한 놈.”

홀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설거지를 마무리할 때쯤, 가게 문이 흔들렸다.

띠링! 띠링!

풍경이 소리를 내는 것에 배용 수가 급히 말했다.

“형 왔나 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무장갑 을 벗고는 홀로 나와 가게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에는 황민성이 김이슬과 함께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이슬과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배 많이 고프시죠?”

김이슬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임신을 해서 그런지 늘 배가 고파요.”

“다른 손님들 있으면 시끄러울 것 같아서 늦게 오시라고 한 건 데, 이거 제가 실수를 한 건가 요?”

저녁 손님 중에는 반주를 걸치 고 가는 사람들도 있어서, 황민 성과 김이슬에게 조금 늦게 오라 고 말을 해 놓은 것이었다.

술 취한 사람의 목소리에 놀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니에요. 한적하게 먹고 저야 좋죠.”

말을 하며 김이슬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뭔가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에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문득 옥 난을 보았다. 강진의 가게에는 옥난이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카운터에만 몇 개 뒀

는데, 음식 냄새 잡는 데 효과도 있고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도 있 어서 여러 개 더 가져다 놓은 것 이다.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식사를 하면 음식 맛도 더 잘 느껴져서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말 이다.

그 김이슬이 옥난의 향을 느끼 고 기분 좋아하는 것이다.

'옥난을 몇 개 선물로 드려야겠 다.,

강진이 난을 가리키며 말했다.

“옥난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 옥난의 향이 정신을 맑게 하거든 요.”

“그렇군요. 이름도 예쁜데 하는 것도 예쁜 친구네요.”

이름이 예쁘다는 말에 강진이 웃었다.

옥난의 옥을 ‘보석 옥’이라고 생 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지옥 할 때의 옥이라는 것을 알면…… 이름 예쁘다고는 못 하

실 텐데.’

강진이 속으로 웃을 때, 옥난의 옆에 가서 향을 맡은 김이슬이 물었다.

“이거 저희 어머니 옆에 있는 난과 같은 거죠?”

“맞습니다. 이따가 제가 몇 개 드릴게요.”

“어머, 그래도 돼요?”

“옥난이 향도 좋지만, 음식 냄 새도 잘 흡수해서 집에 많이 두 면 향도 좋고 형수님 속에도 좋

을 거예요.”

“그럼 너무 좋죠. 그렇지 않아 도 음식 냄새 때문에 식사를 잘 못해서 힘들거든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웃을 때, 황민성은 주방에서 배용수와 이 야기를 하고 있었다.

“순댓국이 라.”

황민성은 배용수가 끓이고 있는 순댓국을 보고 있었다.

“바로 만든 걸 드시는 것이 좋 을 것 같아서 재료만 준비해 놓

고 있었어요. 배고프겠지만 조금 만 기다려 주세요.”

“괜찮아. 오는 길에 빵 좀 먹었 어.”

“ 빵요?”

“배고프다고 해서 요기할 겸 조 금 먹었어.”

황민성은 순댓국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당면 순대네?”

“당면 순대로 드시고 싶다고 해

서요.”

“너희 형수가 이런 것도 좋아할 줄은 몰랐네.”

“원래 여자들 임신하면 먹고 싶 다고 하는 음식 베스트셀러에 순 대가 들어가요.”

황민성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순댓국, 떡볶이, 매운 낙지볶 음, 족발…… 이런 메뉴는 늘 들 어가더라고요. 아! 과일도 많이 들어가고. 집에 과일 많이 사 놓

으셨어요?”

“아침마다 과일들 배달 오게 해 놨어.”

제일 신선한 과일이 매일 아침 마다 집에 배달 오고 있었다. 어 떠한 과일을 좋아할지 몰라서 조 금씩, 여러 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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