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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44화 (742/1,050)

744화

한끼식당 주방에서는 배용수가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저승식당 음식은 감자를 많 이 넣고 만든 닭볶음탕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오늘은 이것 이 먹고 싶어서 재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탁! 탁!

감자를 써는 배용수에게 이혜미 가 물었다.

“그런데 강진 씨는 어디 갔어 요?”

“볼 일 있다고 나갔어요.”

“별일이네요. 늘 두 분이서 같 이 다니더니.”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 다.

“강진이 그 녀석도 사람인데 사 적으로 볼 일이 있겠죠.”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말을 하던 이혜미는 시간을 확

인했다. 어느덧 10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꽤 늦네요?”

“열 시 전에는 온다고 했어요.”

배용수는 문득 뒤쪽을 보았다. 가게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호랑이네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피식 웃었다.

“그러게요. 호랑이네요.”

두 귀신이 호랑이도 자기 말하 면 온다는 말을 떠올리며 뒷문 쪽을 보자, 강진이 주방으로 들 어왔다.

“나 왔다.”

“어? 술 먹었어?”

붉은 얼굴을 본 배용수가 의아 한 듯 묻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 조금.”

“차 가져갔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으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하니 내가 음주운전을 하 겠어? 그거 저승에서도 엄청 심 각하게 다루는 사안이라잖아.”

물론 법이 안 세더라도 음주운 전을 할 강진은 아니지만, 어쨌 든 이승을 넘어 저승에서도 심각 하게 다루는 음주운전을 할 리가 없었다.

강진은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요즘은 대리기사님 부르는 것

도 엄청 편하더라. 전화할 필요 없이 앱으로 장소 지정하면 알아 서 오시고, 요금도 핸드폰으로 빠져나가고. 아주 편해.”

“그 편한 게 있는데…… 왜 사 람들이 술 마시고 운전하는지 모 르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음주운전이 나쁘다는 건 모두가 안다. 다만…… 술을 마 신 사람만 모를 뿐이다.

“그런데 어디 다녀오신 거예 요?”

이혜미가 묻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친구들 좀 만나고 왔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준비는?”

“재료 손질은 다 했고, 조리만 하면 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씻었다.

“그럼 시작하자.”

손을 씻은 강진이 조리를 시작 하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맛있는 음식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이혜미가 주방을 나가자 배용수 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홀을 보고는 강진에게 속삭였다.

“어떻게 됐어?”

“잘 됐어.”

“술은? 아버님하고 먹은 거야?”

“안 먹을 수가 없더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홀을 보 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강진이 본격적으로 음식을 만들 기 시작하자 배용수가 옆에서 거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강진과 일행 은 푸드 트럭 앞에 모여 있었다. 일행이 모두 모이자 강진이 말을 했다.

“자! 오늘의 일정을 말씀드리겠 습니다. 일단 순창에 가서 군인 귀신들 모시고 부산으로 갑니다. 다행히 부산에 소윤 씨 집이 있 고, 정숙 씨 집도 부산이니 같은 방향입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임정숙 을 보았다.

“정숙 씨 집에 내일 가는 건 어 떠세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내일요?”

“경치 좋은 펜션을 민성 형에게 부탁해서 빌렸거든요. 전에는 다 른 귀신들도 불러서 놀았지만, 오늘은 저희 식구들끼리 펜션에 서 놀 생각입니다.”

“펜션에서요?”

“바다도 보이고 펜션 내에 작은 풀장도 있어서 놀기 좋대요.”

“와! 좋겠다.”

이혜미의 반응에 강진이 웃으며 귀신들을 보다가 다시 임정숙을 보았다.

“집에 먼저 가고 싶으시면 따로 데려다 드릴 수도 있습니다. 집 에서 쉬고 계시다 제가 저승식당 시간에 맞춰 부를 때 오시면 됩 니다. 밤 동안 펜션에서 놀고 다

음 날 아침에 다시 집에서 가족 과 시간을 보내도 되고요. 어떻 게 하고 싶으세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미소를 지었다.

“같이 있다가 내일 아침에 집에 갈게요.”

“부모님하고 같이 있고 싶지 않 으세요?”

“있고 싶은데…… 오늘은 저희 만의 여행이잖아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펜션 안에서 고기 굽고 술 마시는 건가요?”

“그래도 되고, 안에 풀장 있다 고 하니 수영복 입고 노셔도 되 고요.”

“학교에서 엠티 간 것 같고 재 밌겠어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원들을 보았다.

“자! 그럼 출발하죠. 타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트럭 위 에 하나둘 올라탔다. 언제부터인 가 귀신들은 트럭 안에 타지 않 고 저렇게 지붕 위로 올라가곤 했다.

‘하긴, 답답한 트럭 내부보다는 지붕이 낫기는 하지.’

경치 구경을 하면서 갈 수도 있 는 데다 귀신이라 떨어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 가자.”

배용수까지 조수석에 올라타자, 강진이 운전석으로 올라서는 차 시동을 걸었다.

점심이 되기 전 강진은 순창 산 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으로 차 를 몰려던 강진은 의아한 눈으로 한쪽을 보았다.

산 입구에 저번 주에 왔을 때는 없었던 컨테이너가 있는 것이다.

창문과 문이 있는 것을 보니 간 이 숙소나 창고 같은 것 같았다.

‘뭐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 옆을 지나 가던 강진은 속도를 줄였다. 컨 테이너 옆에서 사람들이 라면을 먹고 있는데, 자신이 아는 사람 과 귀신이 몰려 있는 것이다.

“어? 정복립 씨다.”

배용수도 강진이 본 사람을 봤 는지 중얼거렸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컨테이너 옆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정복립이 었다.

그리고 정복립 옆에는 당연하게 정복남이 있었고, 그 옆에는 소 윤과 북한 군인도 한 명 같이 있 었다.

정복남과 귀신들은 강진의 차를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사장님!”

“어서 와요.”

귀신들이 손을 흔드는 것을 보

던 강진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정복남 씨가 왜 여기에 있지? 그리고 저 컨테이너는 뭐야?”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라 면을 먹고 있는 정복립을 보다가 말했다.

“자신이 살던 부대 형, 삼촌들 이 여기에 묻혀 있으니 온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의 말처럼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 산에서 육이오 전사자 유골 이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은 국방 부가 산 주인에게 협조를 요청했 을 것이다.

전사자 유해를 찾는 건 좋은 일 이지만, 사유지에 함부로 군인들 이 다닐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정복립이 지금 여기에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 다.

정복립에게 있어 이곳은 자신이

형처럼 따르던 부대원들이 묻혀 있는 곳이니 말이다.

그리고 귀신들이 모여 있는 것 도 당연했다. 정복남과 정복립이 왔으니 같은 부대 귀신들도 함께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지내시는 건가?”

컨테이너를 보며 중얼거린 강진 이 차를 그 앞에 세우고는 내렸 다.

강진의 차가 근처에 설 때부터 정복립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 다.

푸드 트럭 옆에 한끼식당이라고 쓰여 있어서 강진의 차라는 걸 알아챈 것이다.

다만, 강진이 무슨 일로 이곳에 왔나 의아할 뿐이었다. 차에서 내린 강진이 다가오자 정복립이 손을 들었다.

“이 사장님.”

정복립의 부름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에요?”

“전에 산에 놀러 왔을 때 두고 간 물건이 있어서요.”

“물건?”

의아한 듯 정복립이 산을 보자, 강진이 컨테이너와 젊은 사람들 을 보았다.

“그런데…… 어르신은 여기에 무슨 일이세요?”

“산에서 전쟁 때 죽은 군인들 유골이 발견됐습니다.”

강진이 보자, 정복립을 산을 보 고는 말을 이었다.

“그때 이 산에서 죽은 분 중에 는 국군도 있지만, 북한군도 있 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분들 유 골을 수습하려고 합니다.”

직접요?”

“그 유골 찾는 부대 사람이 북 한 군인들 유골을 찾아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잘 장례를 치러 준 다고 하는데…… 그날 이곳에서 죽은 북한 군인들은 저에게는 형 친구들이자 삼촌이고 먹을 걸 챙 겨 주었던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래서 같이 수색하려고 왔습니 다.”

“그럼 저분들은?”

강진이 젊은 사람들을 보자, 정 복립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따로 고용한 친구들입니

다.”

“ 고용요?”

“수색하던 군인들이 다 갔거든 요.”

“ 벌써요?”

일주일도 안 됐는데 모두 갔나 싶어 강진이 산을 보자 정복립이 말을 했다.

“여기에서 유골이 나오기는 했 는데, 제보받은 위치에서 발굴한 게 답니다. 그 유골 수습한 뒤로 며칠 더 조사하는가 싶더니 얼마

안 가 철수했습니다.”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철수를 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 데…… 군인들이 바로 온 건 수 습을 할 유골이 발견돼서입니다. 여기 말고도 기존에 그 부대에서 탐사하는 조사 지역이 이미 몇 곳이 있어서 하던 곳부터 하고 나중에 다시 이곳을 조사한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산을 뒤지는 것에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니까 요.”

유골을 찾는 부대에서는 이미 조사하고 있던 곳이 있었을 테 니, 이곳에 병력을 계속 주둔시 킬 수는 없을 것이었다. 하던 일 도 마무리 짓지 않고 새로 일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군요.”

“그래서 저라도 조사를 하려고 사람들을 고용했습니다.”

정복립은 젊은 사내들을 보며 말을 했다.

“그 유해 찾는 부대 예비역들입

니다.”

“부대 예비역요?”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유해 발 굴하는 부대원들이 더 잘할 것 같아서 그쪽 예비역들로 고용을 했습니다.”

“그런데 젊네요?”

“대학생들이니까요. 전역한 지 얼마 안 돼서 일하던 감각이 아 직 손에 남아 있을 테니 잘 하지 않겠습니까.”

정복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라면을 먹고 있는 사람들 을 보았다.

“그런데 왜 라면을?”

“하하하! 제가 악덕 업주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저 친구 들이 오늘은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라면을 한 겁니다. 평소에 는 근처 마을에서 아주머니가 오 셔서 식사를 차려주시고 가십니 다.”

“그러세요?”

“힘들게 산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데 먹는 거라도 든든해야죠. 아침엔 아주머니가 오셔서 밥 차 려주시고, 점심에 먹을 도시락도 만들어주시고, 저녁에는 고기도 든든하게 먹입니다.”

말을 하며 정복립이 컨테이너 중 하나를 열었다. 그 안에는 여 러 부식이 쌓여 있었다.

음료수와 술, 그리고 라면과 과 자들까지 있어 작은 매점처럼 보 이기도 했다.

“부식 잘 챙겨 놓으셨네요.”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많은 것도 있지만, 젊은 친구들 먹고 싶은 건 먹으면서 일 시켜야죠.’’

정복립이 말을 하다가 문득 라 면을 먹고 있는 남자 하나를 가 리켰다.

“그리고 저 친구가 음식을 좀 잘하더군요. 저 친구가 어제는 통닭도 튀겨서 같이 먹었습니 다.”

정복립의 말에 강진이 아차 싶 어서는 말했다.

“저 때문에 식사하다 마셨죠. 가서 마저 드세요.”

“아닙니다. 다 먹었습니다.”

정복립의 말에 강진이 힐끗 그 의 뒤에 있는 귀신들을 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군부대에 제보를 한 건 저예요.”

“이 사장님이?”

“저번 주에 산에 왔다가 유골을 발견해서 군대에 제보했습니다.”

“아…… 그 제보를 하신 분이 이 사장님이었습니까?”

“네.”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그를 보 다가 미소를 지었다.

“강진 씨와 저는 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의 미소는 진심이었다. 정말 로 강진을 알게 된 후에 좋은 일 만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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