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45화 (743/1,050)

745 화

자신을 보며 웃는 정복립을 보 던 강진이 말을 했다.

“저 산에 가서 물건 좀 챙겨 오 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정복립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 진이 그의 뒤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그 시선에 소윤이 정복 남을 보았다.

“나는 사장님하고 같이 올라갔

다가 내려오마.”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아마 오늘이 너와 마지막이겠구나.”

소윤의 말에 정복남이 미소를 지었다.

“대장님이 집에 가시는 건

데…… 축하드립니다.”

정복남의 말에 소윤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자, 강진이 배 용수를 힐끗 보고는 차에 올라탔

다.

그에 배용수가 소윤과 북한군을 자동차 위로 올라가게 하고는 조 수석에 올라탔다.

계곡에 도착한 강진은 자신이 묻어 놓은 상자를 꺼내고는 소윤 을 보았다.

“예전 주소지 위치는 확인했습 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명도 많 이 변했을 것 같은데…… 감사합

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 었다.

“아직 주소가 정확한 건 아닙니 다. 말씀하신 것처럼 동네 이름 하고 주소가 많이 변해서요. 살 던 동네만 확인을 했습니다.”

“동네만 확인했으면 찾는 거야 어렵지 않을 겁니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 가 작게 웃었다.

“소윤 씨가 살던 시대와 지금은

많이 달라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변하기 는 했겠지요.”

강진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소 윤은 집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살던 시대에는 동네 사람 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건물도 높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부산은…….

‘동네 이름만으로 찾기 쉬운 곳 은 아니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평일에 동 네 동사무소에 가서 옛 지명과 주소를 말하며 도움을 요청할 것 이다.

하지만 강진은 그것 말고 더 좋 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 동네에 있는 귀신들에 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 동네에 오래 살다가 죽은 귀신이 면 옛 지명을 기억하고 있을 테 니 말이다.

아울러 소윤을 아는 귀신을 만 날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

다. 그래서 강진은 동네에서 집 찾는 건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집에 들어 가실 때 해 주세요. 도착하고 나 서도 주소 확인하고 찾으려면 시 간이 걸릴 겁니다.”

강진의 말에 소윤이 미소를 지 으며 산을 보았다.

“산 세월보다 더 오래 지낸 이 산과도 이별이군요.”

소윤의 말에 강진이 산을 보다

가 문득 그를 보았다.

“그 두 분은?”

남한군 둘을 말하는 것이었다.

“남한 군인들이 와서 유해를 수 습해 갔습니다.”

“잘 됐네요.”

강진의 말에 소윤이 고개를 끄 덕였다.

“고향에 가서 승천을 하면 좋을 텐데……

“집에 돌아가지 못한 한이 풀리

면 승천을 하실 겁니다.”

“그래야지 요.”

말을 하던 소윤이 한숨을 쉬었 다.

“녀석들 마음이 약해서 모르는 귀신들을 만나면 불편해할 텐 데…… 잘 지낼지.”

이곳을 떠난 귀신들을 걱정하는 소윤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잘 지내고 있을 겁니다. 그분 들도 귀신으로는 많이 고참 아니 겠습니까.”

“그래도 걱정이 되는군요.” 소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이만 내려가시죠. 부산까지 가

려면 부지런히 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다들 차에 타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타려고

할 때, 정복남이 강진을 보았다.

“그게 유품입니까?”

“네.”

“저도 좀 봐도 될까요?”

정복남의 말에 강진이 소윤을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 윤의 허락에 강진이 상자를 열어 서는 안에 든 것을 보여주었다.

편지와 녹이 쓸어 있는 단검을 보던 정복남이 말했다.

“복립이한테 이 편지를 보여줘 도 되겠습니까?”

정복남의 말에 소윤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복립이 한테?”

“복립이가 열심히 살아서 나름 재물을 많이 모았습니다.”

“아…… 그래? 혼자서 훌륭하게 잘 컸군.”

“대장님 가족이 힘들게 살면 복 립이가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가족이라는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소윤이 입맛을 다셨다.

“아마도  내 아내는 이미 없 겠지?”

“그래도 아드님은 있을 겁니 다.”

“아들이라……

아들을 떠올리던 소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립이에게 신세를 질 수 있다 면 지고 싶군.”

“복립이는 웃으며 도와줄 겁니 다. 아니면... 대장님 아들과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겁니 다.”

“친한 친구가 아니라 형이겠

지.”

“어쨌든 상관이 없겠지요. 이

나이 먹고 나이 몇 살정도 야…… 같이 늙어가는 처지 아니 겠습니까.”

정복남이 웃으며 하는 말에 소 윤이 잠시 편지를 보다가 지붕에 올라갔다.

자신의 아들이 살아 있다면 어 떻게 봐야 할지…….

독립운동한다고 가정을 내버려 두고 외지로만 떠돈 나쁜 아빠인 데…… 유해도 아니고 유품만 집 에 가는 것이니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소윤이 어두운 얼굴로 차 지붕 에 올라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독립운동한 분들은 집안이 망 한다던데…… 걱정이네.’

친일한 집안은 지금도 떵떵거리 며 잘 살지만, 독립운동을 한 집 안은…… 정말 힘들게 살고 있으 니 말이다.

게다가 소윤은 독립운동을 하긴 했지만, 북한에서 군 생활까지 했다.

그의 군 생활을 기록한 자료가 지금도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만일 남아 있다면 그 후손들은 정말 힘들게 살았을 것이다.

옛날만 해도 월북을 한 가족이 있으면 공무원이나 이런저런 사 회생활에 제약이 있었으니 말이 다.

그에 걱정이 된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차를 몰아 산 밑으로 내려왔다.

산 밑에 내려온 강진은 청년들 이 삽과 장비들을 챙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산에 올라가시게요?”

“일요일에는 쉬어도 되는데 저 친구들이 올라가겠다는군요. ”

정복립은 웃으며 청년들을 보았 다.

“아르바이트하러 오기는 했지 만, 저 친구들도 유해를 찾는 것 에 성의가 있습니다. 나라를 위 해 싸운 선배 장병들을 찾아 고

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에 대해 자 부심이 있다고 할까요.”

“좋은 청년들이네요.”

“아무래도 유해를 찾는 부대에 서 근무하던 이들이니…… 그에 대한 가치관도 있겠지요.”

미소를 짓는 정복립을 보던 강 진이 그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제가 산에서 찾은 겁니다. 아 마도 북한 군인들의 유품인 것 같습니다.”

“ 유품?”

정복립은 잠시간 상자를 보다가 그것을 천천히 열었다. 그리고 조심히 안에 든 것을 꺼내려 할 때, 뒤에 있던 청년 중 한 명이 하얀 장갑을 내밀었다.

“장갑 끼고 만지세요.”

장갑을 건네받은 정복립은 그것 을 손에 끼고는 편지를 조심히 펼쳤다.

그렇게 잠시 편지를 읽던 정복 립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대장님의 유품이군.”

“나를 기억하는 거니?”

소윤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강진 은 정복립에게 물었다.

“아시는 분 물건이신가요?”

“제가 형과 함께 살던 부대 대 장님이십니다. 이렇게 대장님 유 품을 보게 되는군요.”

편지를 읽던 정복립이 강진을 보았다.

“이걸 어떻게 찾았습니까?”

“전에 산에 오르다가 발견했습 니다. 북한군 군복을 입은 유해 더군요.”

“혹시 그 유해는?”

“북한군 유해라서 다시 잘 묻어 두었습니다.”

“아…… 남한군 유해만 군대에 전한 모양이군요.”

“북한군 유해는 수습 안 할 것 같아서요.”

“혹시 그 위치 좀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복립은 편지를 조심스레 접어 상자에 넣고는 말했다.

“그리고 이건 제가 보관해도 되 겠습니까?”

“그건…… 안 되는데요.”

당연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자 정복립이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편 지를 보며 말을 했다.

“저는 사람은 죽으면 가족에게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야……

말을 하다 멈칫한 정복립은 상 자 안에 넣은 편지를 보았다. 그 런 정복립을 보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거기 보면 주소가 적혀 있습니 다. 옛날 주소이기는 한데 동네 는 남아 있더군요. 그래서 이 유 품을 전해 줄 생각입니다.”

“아……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그럼 저에게 주십시오.”

강진이 보자 정복립이 편지가 담긴 상자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대장님은 저에게는 아버님 같 은 분입니다. 그러니 제가 유해 와 함께 이 편지를 가족분들께 전하겠습니다.”

“어르신이요?”

“생판 모르는 사장님도 집에 보 내 주려고 노력하시는데…… 제

가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 다.”

강진의 말에 정복남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시죠. 복립이라면 아 는 사람도 많으니 혹시 이사를 갔다 하더라도 찾을 수 있을 겁 니다.”

정복남의 말에 강진이 소윤을 보았다.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 음이었다. 그 시선에 소윤이 미 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립이에게 맡기십시오.”

소윤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상자를 조심히 정복립 에게 건네주었다.

상자를 받아 컨테이너 안에 조 심히 내려둔 정복립은 산을 보았 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이 다시 차에 오르자, 정복 립과 청년들도 차를 타고는 그 뒤를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 올라간 강진은 정복립과 청년들이 소윤의 무덤을 파는 것 을 지켜보았다. 강진과 달리 청 년들은 작은 모종 같은 것으로 조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얼마나 깊게 묻으셨습니까?”

청년의 물음에 강진이 땅을 보 며 말했다.

“그리 깊지 않습니다.”

강진의 말에 청년들이 모종삽을 내려놓곤 조심히 손으로 홁을 치 웠다. 그러다 유해가 모습을 드

러내자 청년들이 정복립을 보았 다.

가까이 다가와 유해를 살피던 정복립은 손을 내밀어 군복의 계 급장을 보았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었다.

“대장님…… 여기에 계셨습니 까?”

정복립의 말에 청년들이 자리에 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세를 바로 하더니 경례를 했다.

척! 척!

군기 있게 경례를 한 청년들이 좌우로 물러나자, 정복립이 나지 막하게 말했다.

“대장님이 저 어렸을 때 주신 미제 초콜릿…… 아직도 그 맛이 입에 남아 있습니다.”

정복립의 말에 소윤이 웃었다.

“내가 준 것이 아니라 네가 내 사무실에서 몰래 가져가서 먹은 건데…… 그걸 내가 준 걸로 기 억하는 거니?”

소윤의 중얼거림에 정복남이 웃

었다.

“복립이가 어렸을 때 동무들 물 건 많이 가져갔었죠.”

“그래서 너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었지.”

두 귀신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 누는 동안, 청년들은 자신들만의 방법대로 유해를 수습하기 시작 했다.

유해를 수습해 산 밑으로 내려 온 정복립은 강진을 배웅하고 있 었다.

“사장님 덕에 대장님과 형님 유 해를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복립의 감사 인사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럼 다음에는 말 편하게 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자네가 그게 좋다면 그렇게 하 지.”

정복립은 가족만큼 친밀한 사람 이 아니면 절대 말을 놓지 않았 다.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해야 미움받지 않는다고 어릴 때 형에 게 배웠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사회생활을 하며, 욕 을 하고 거칠게 행동하는 사람보 다 말을 조심히 하고 존대를 하 는 사람이 더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늘 존댓말을 쓰고 어리

다고 해도 말을 놓지 않았다.

“말을 놓으시니 좋네요.”

웃으며 말한 강진이 종이를 내 밀었다.

“이건 제가 찾은 부산 동네 이 름입니다.”

“동네 이름?”

“음…… 너무 옛날 주소라 동네 이름만 찾았습니다.”

“그럼 지금 주소는 어떻게 찾을 생각이었나?”

“그 동네에 있는 노인정 같은 곳 가서 알아볼 생각이었습니 다.”

물론…… 원래 계획은 동네 귀 신들에게 물어보고 다닐 생각이 었다.

“주소 찾는 것이 쉽지 않겠군.”

“혹시 찾기 힘드시면 말씀하세 요. 저도 돕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정복립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곳이라면 찾기 어렵겠지

만, 부산이라면 내 지인들이 많 으니 그리 어렵지 않을 거네.”

“그러세요?”

“부산에서 피난 생활 하면서 사 귄 친구들이 많으니 걱정할 것 없네.”

정복립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얀 천에 감싸인 유 해를 보았다.

“가족들을 찾게 되면 저에게도 알려 주세요.”

“알겠네.”

정복립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소윤과 귀신들을 보았다.

강진의 시선에 소윤이 그를 보 다가 자세를 바로 했다.

착!

소윤이 경례를 하자, 북한 군인 과 정복남도 같이 강진에게 경례 를 했다.

경례로 감사를 표한 소윤은 자 세를 바로하고는 강진에게 미소 를 지었다.

“정말…… 고맙소.”

소윤의 미소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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