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47화 (745/1,050)

747화

“잘 먹고 갑니다.”

아저씨가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 했다.

“잘 먹었다고 인사드려야지.”

“잘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인사를 하자,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래. 형은 앞으로도 동생 잘 챙기고, 동생은…… 구구단 꼭

외우고.”

강진의 말에 동생이 웃었다.

“칠 단만 외우면 돼요.”

“다른 건 다 외웠어?”

“이상하게 칠 단이 잘 안 외워 져요.”

아이의 말에 강진은 어렸을 때 자신도 7단을 어려워했던 걸 떠 올렸다.

‘홀수하고 짝수가 같이 돌아가 서 그런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아이를 보며 말했다.

“잘 안 되는 것이 하나쯤은 있 는 법이지. 하지만 하다 보면 잘 하게 될 거야.”

“네.”

강진은 쇼핑백을 하나 내밀었 다.

“안주 조금 넣었습니다. 집에 가서 간단하게 한잔하세요.”

“정말…… 이거 죄송해서.”

“아닙니다.”

입맛을 다신 아저씨는 쇼핑백 안을 보더니 급히 말했다.

“이거 그릇이랑 같이 있는 데…… 그냥 봉지에 넣어 주시 죠.”

“그릇 비싼 거 아니라서 괜찮아 요.”

“그래도 그릇은 돌려 드려야 하 는데.”

“괜찮습니다.”

“그래도……

난감한 듯 쇼핑백을 보던 아저 씨가 지갑을 꺼내자, 강진이 손 을 내저으려다가 입맛을 다셨다.

‘무료로 먹는 것도 차감이 니……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했지만, 사실 음식을 무료로 주는 것도 죄를 짓는 일이기도 했다. 무료 로 음식을 먹는 사람은 JS 금융 에서 돈이 차감되니 말이다. 물 론 많은 금액은 아니겠지만, 줄 어들기는 할 것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아저씨를 보았다.

“그게 마음이 편하시다면 그렇 게 하세요.”

“그럼 얼마를 드려야 할지.”

“만 원만 주세요.”

“만 원이면 너무 적은 것 같은 데.”

“제가 애들을 좋아합니다. 특 히…… 아빠 일하는 것 도와주는 애들은 더 많이 좋아하고요.”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아저씨 가 웃으며 이만 원을 꺼내 내밀 었다.

“만 원만 주셔도 되는데.”

“만 원은 그릇 값이라고 하겠습 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돈을 받 다가 문득 그를 보았다.

“오늘 제 음식 맛있으셨나요?”

강진의 물음에 아저씨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았습니다.”

“그럼 제가 맛있는 가게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가게요?”

“아주 맛이 좋은 식당입니다. 애들하고…… 한번 찾아가 보세 요.”

“사장님이 추천해 주는 가게라 면 아주 맛이 좋은 가게인가 보 군요.”

“맞습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아주머니 귀 신을 보았다.

“아주 맛이 좋은 식당입니다.”

강진은 부산 저승식당인 바다식 당의 주인, 윤복환의 명함을 꺼 내 내밀었다.

“저도 이거 한 장이라 드릴 수 는 없고요. 사진으로 찍으세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핸드폰으 로 명함을 찍고는 말했다.

“바다식당이라고 된 것을 보면 횟집인가 보네요?”

“회를 다루기도 하시는데 일반 적인 백반도 다 하십니다. 그리 고 맛도 아주 좋고요.”

“한 번 가 보겠습니다.”

“가 보시면 진짜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서울 한끼식당 사장 소 개로 왔다고 하시면 잘 해 주실 겁니다.”

“서울? 서울에서 오셨습니까?”

“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그를 놀 랜 눈으로 보다가 웃었다.

“친구하고 무척 친하신가 보네 요.”

“네?”

“친구 부모님께 음식 해 드리겠 다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와서 음 식을 하실 정도니 말입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임정숙을 보았다.

“친구이자 가족 같은 사람입니 다.”

“그런 좋은 사람이 있으니 좋으 시겠습니다. 그럼 잘 먹고 갑니 다.”

아저씨가 아이들 손을 잡고 걸 음을 옮기자 강진이 아주머니 귀 신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 다.

“거기도 저승식당이에요. 가시 면 저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해 주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귀신이 연신 감사 인

사를 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미 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무척 착하네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는 자신의 남편과 아이들을 보았다.

“정말 착하고…… 사랑하는 제 아이들입니다. 제가 옆에서 밥도 해 주면서 보살펴줬어야 했는 데…… 하아.”

한숨을 쉬며 슬픈 눈으로 아이 들을 보던 아주머니 귀신이 미끄

러지듯이 가족들의 뒤를 따라 움 직였다. 가족들과 거리가 멀어져 저절로 이동하는 것이다.

멀어져 가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 다.

“슬프지 않은 귀신은 없구나.”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가 족들을 보며 말했다.

“귀신 하나에 사연 하나인 셈이 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찬통에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다.

* * *

임정숙을 집에 데려다준 강진과 한끼식당 식구들은 황민성이 예 약한 펜션에 들어서고 있었다.

“와! 진짜 좋다.”

직원들은 펜션을 올려다보며 저 마다 감탄을 내뱉었다.

펜션은 정말 보기 좋았다. 게다 가 다른 펜션처럼 여러 동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2층 건물 하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진짜 좋네.”

배용수도 펜션을 보며 감탄하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독채로 되어 있어서 주위 신경 안 쓰고 놀아도 된대.”

“독채로 이렇게 좋은 곳에 있는 것을 보면 가격 비싸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싸기는 할 것 같다.”

워낙 경치가 좋고, 바다도 보이 는 곳에 위치해 있으니 말이다.

“일단 주위 한 번 돌아보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 았다.

“짐부터 옮겨야 하지 않아요?”

“짐이야 저하고 용수 그리고 호 철 형 있잖아요. 두 분은 경치나 좀 보고 주변에 뭐 있는지 둘러

보세요.”

“그래요. 이런 거야 저희가 해 야죠.”

최호철은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 았다. 단독 펜션이라 주위에 사 람이 없어서 짐을 내릴 때 주변 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그에 남자 귀신들은 마음 편하 게 트럭에서 음식과 음료들을 꺼 냈다.

오늘 결혼식에 참석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끼식당 식

구들과 결혼 당사자인 최호철, 그리고 최호철과 친하게 지내는 허연욱 정도가 오늘 결혼식에 참 석하는 하객 전부였다.

그래서 준비한 식재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저 한끼식당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들어 갈 식재 몇 가지와 고기, 술과 음료수 정도가 다였다.

아이스박스 두 개를 꺼낸 남자 셋이 그것을 들고는 펜션으로 다 가갔다.

펜션으로 향하며 강진은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여자 귀신들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 놓인 나무 그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 었다.

“민성 형이 펜션 안에 결혼에 필요한 것들을 다 준비해뒀다고 했어요.”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최호철이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일단 들어가서 어떻게 되어 있 는지 보고 혜미 씨 모시게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펜션 문 앞에 서서는 도어록의 번호를 눌 렀다.

삐리 릭!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드 러나는 광경에 강진과 최호철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펜션 안에는 꽃이 잔뜩 있었다. 여기도 꽃, 저기도 꽃이 놓여 있 었는데 가장 화려한 꽃들이 이동 경로를 따라 쭈욱 깔려 있었다. 마치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있었

다.

그 꽃길 끝에는 이혜미의 드레 스와 최호철의 턱시도가 준비되 어 있었다.

둘 다 이혜미가 고른 것이었다. 하나는 자신이 입었으면 좋아했 을 드레스, 하나는…… 최호철이 입었으면 멋있겠다고 생각한 턱 시도였다.

드레스와 턱시도를 보는 최호철 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사진에서 보던 드레스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에서 보던 드레스고 턱시 도죠.”

강진은 드레스 밑에 있는 작은 상자를 집었다. 하트 모양의 상 자를 든 강진이 그것을 열었다.

〈두 분의 결혼식을 정말 축하드 립니다.

직접 참석해 인사드리고 축하를 해 드려야겠지만, 아시는 바대로

제 아이가 아내와 함께 자라고 있어서 제가 새벽에 갈 수는 없 을 것 같습니다.

대신 두 분의 결혼을 축하하는 선물을 보냅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황민성〉

상자 안에는 쪽지와 고급스러운 반지 케이스가 들어 있었다. 그 케이스를 열자 결혼반지 한 쌍이 모습을 드러냈다.

“형이 결혼반지도 준비를 했네 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미소를 지었다.

“너무 고맙다.”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주위를 보다가 한쪽에 있 는 문을 보았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보였 는데, 그 문엔 꽃이 걸려 있었고 신부 대기실이라는 팻말도 걸려 있었다.

“신부 대기실? 형이 준비할 건 다 준비를 해 주셨네.”

강진은 웃으며 안방 문을 열어 보았다. 안방에도 꽃이 가득 놓 여 있었고, 한쪽에 있는 화장대 위에는 조금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건 뭐지?”

상자를 본 강진이 뚜껑을 열었 다. 뚜껑에는 거울이 달려 있었 고 그 밑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장품들이 빼곡히 담겨 있 었다.

가방 층층마다 각기 다른 화장 품들이 담겨 있었는데, 강진은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와…… 이게 다 화장품이야?”

강진은 이 많은 화장품들이 다 어디에 쓰이나 싶어 의아해하다 가 화장품 사이에 끼워져 있던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화장 잘하는 분 알면 한 분 모 셔서 신부 화장시켜 드려.〉

‘잘하는 귀신’이 아니라 ‘잘하는 분’이라고 한 걸 보아, 아마도 황 민성의 전언을 다른 사람이 받아 쓴 모양이었다.

쪽지를 읽은 강진은 미소를 지 었다.

“고마워요.”

황민성이 준비를 잘 해 놓은 것 에 고마움을 느낀 강진이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서는 최호철이 옷 을 보고 있었고, 배용수는 주방 조리도구들을 살피고 있었다.

확실히 요리사다 보니 주방을 먼저 살피는 것이었다.

“이제 두 분 모셔오죠.”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그를 보 았다.

“소희 아가씨도 모실 거지?”

“그래야죠.”

“그럼…… 지금 모셔줄래?”

“지금요?”

U 으 M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김소희, 김소희, 김소희.”

강진의 부름에 잠시 모습을 드 러내지 않던 김소희가 뒤늦게 나 타났다.

화아악!

모습을 드러낸 김소희는 주위를 슥 보고는 말을 했다.

“놀러 온 건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향수를 꺼 냈다. 그에 덜덜 떨고 있는 귀신 들을 힐끗 본 김소희가 손을 내 밀었다.

강진이 손목에 향수를 뿌려주 자, 김소희는 손목을 목가에 가 볍게 문질렀다. 그런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오늘 호철 형하고 혜미 씨 결 혼식을 하려고 합니다.”

결혼식이라는 말에 김소희가 하 얀 드레스와 턱시도를 보았다. 물끄러미 두 옷을 보던 김소희가

하얀 드레스를 조심스레 쓰다듬 었다.

스르륵! 스르륵!

보통 귀신의 손길이면 흔들릴 일이 없겠지만, 김소희의 손길을 따라 드레스가 흔들렸다.

잠시 드레스를 손으로 쓰다듬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혼례라면 전통 혼례복도 좋은 것이 많은데 말이야.”

“그게 혜미 씨는 이런 드레스를 입어보는 게 꿈인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드레스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호 철을 보았다.

“혼례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최호철이 김소희를 보았다.

“저희 앞날에 좋은 말씀을 부탁 드려도 되겠습니까?”

최호철의 부탁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날 좋은 이들이 인연을

맺으니 덕담이야 아낄 것이 있겠 는가. 그렇게 하지.”

“다행입니다. 아가씨께 어떻게 부탁을 드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였는데.”

“내가 말수가 적어 걱정을 했나 보군. 하지만 나도 남의 좋은 일 에는 말을 아끼는 이가 아니네.”

김소희가 별일 아니라는 듯 하 는 말에 최호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주례를 부탁드리겠습니

다.”

최호철의 말에 김소희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주례?”

좋은 말을 해 달라는 것이…… 주례를 서 달라는 것이라고는 생 각을 못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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