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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48화 (746/1,050)

748화

당황해하는 김소희를 보며 최호 철이 입을 열었다.

“아가씨께서 좋은 말씀 해 주시 면…… 저희 둘, 귀신으로나마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탁드리 겠습니 다.”

최호철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덕담 정도라면…… 그리하지.”

“감사합니다.”

김소희의 승낙에 최호철이 미소 를 지으며 안도를 하더니 강진을 보았다.

“이제…… 가서 청혼해야겠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 파이팅.”

결혼식을 하거나 청혼한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 아니, 두 귀신은 부부로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 게 되었으니 다시, 제대로 청혼 하려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려는 최호철의 모습 에 김소희가 턱시도를 보다가 입 을 열었다.

“그러고 나가려는 건가?”

“네?”

최호철이 보자 김소희가 턱시도 를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새신랑이 신랑복을 두고 그냥 가면 되겠나.”

그러고는 김소희가 옷을 잡아당 겼다.

스르륵!

그러자 턱시도에서 불투명한 옷 이 빠져나오더니 최호철의 몸에 감싸졌다.

스르륵!

어느새 최호철은 턱시도를 입고 있었다.

“아!”

최호철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볼

때,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맞아요. 신랑이 옷은 제대로 입어야죠.”

강진은 드레스를 조심히 들며 배용수를 보았다.

“옷걸이는 네가 들어라.”

배용수가 옷걸이를 들자 강진이 말했다.

“가죠. 청혼하러.”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숨을 고

르고는 펜션을 나섰다. 현관으로 나가자마자 그는 펜션으로 다가 오는 이혜미를 볼 수 있었다.

화아악!

펜션에서 느껴지는 처녀 귀신의 기운에 이혜미가 몸을 부르르 떨 었다.

“소……희 아……가씨…… 오셨 나 보다.”

강선영의 말에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이던 이혜미는 몸의 떨림이

잦아드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 었다.

“휴우! 향수 뿌리셨나 보네요.”

“그러게. 가서 인사드려야겠다.”

강선영의 말에 이혜미가 몸을 일으키며 바다를 보았다.

‘바다 정말 좋다.’

바다를 보며 미소를 지은 이혜 미는 강선영의 팔에 팔짱을 끼고 는 펜션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펜션 문을 열고 나오는

최호철을 보았다.

그런데…….

“어……

“어머?”

이혜미와 강선영은 놀란 눈으로 최호철을 보았다. 턱시도 차림인 채 다가오고 있는 그를 말이다.

그 모습에 강선영이 굳어 있는 이혜미의 손을 슬며시 자신의 팔 에서 떼어내고는 옆으로 자리를 비켜 주었다. 최호철의 저 모습 이 의미하는 것의 주인공은 자신

이 아니니 말이다.

이혜미의 앞에 멈춰 선 최호철 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손을 들었다. 턱시도와 어울리지 않는 비닐장갑을 낀 그의 손에는 반지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달칵!

조심히 반지 케이스를 연 최호 철이 이혜미를 보았다.

“혜미 씨, 나와…… 결혼해 주 겠어요?”

최호철의 말에 이혜미가 울먹이

는 둣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최 호철이 입고 있는 턱시도…… 자 기가 고른 것이었다.

최호철이 입으면 멋지겠다고 생 각하며 고른 것이지만…… 정말 최호철이 이 옷을 입고 앞에 나 타날 줄은 생각을 못 했었다.

게다가 그의 뒤로 보이는 드레 스는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을 했 던 드레스였다.

최호철과 드레스를 번갈아 보던 이혜미가 울먹이는 얼굴로 미소 를 지었다.

“이거…… 준비한 거예요?”

“결혼은 여자의 꿈이잖아요. 당 신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어요.”

최호철은 이혜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와…… 결혼해 주겠어요?”

최호철의 물음에 미소 짓던 이 혜미는 그에게 입 맞췄다. 가볍 게 마주 닿고 떨어지는 입술에 최호철이 당황한 듯 그녀를 볼 때,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혜미의 말에 환하게 미소 지 은 최호철이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 다. 하지만…….

스르륵!

툭!

장갑을 끼지 않은 이혜미의 손 가락에서 반지가 그대로 떨어졌 다.

“아…… 미안해요.”

이혜미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때 김소희가 다가와 손을 내 밀어 반지를 잡았다.

스르륵!

실제 반지를 손에 쥔 김소희가 그것을 잡아당겼다.

스르륵!

불투명한 반지를 쥔 김소희가 그것을 최호철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최호철의 말에 김소희가 손에

쥔 진짜 반지를 케이스에 다시 넣고는 남성 반지를 손으로 잡아 옆에 놓았다.

그러자 남성 반지 옆에 불투명 한 반지가 하나 모습을 드러냈 다.

김소희가 뒤로 물러나자, 최호 철이 다시 이혜미의 손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그에 이혜미가 반 지 케이스에서 불투명한 남성 반 지를 쥐고는 최호철을 보았다.

“나와…… 결혼해 주시겠어요?”

“네!”

최호철이 크게 외치자, 이혜미 가 웃으며 그의 손에 반지를 끼 워 주었다.

결혼반지를 서로에게 끼워 주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이렇게 하니 이게 결혼식 같잖 아.’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최 호철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 다.

“드레스 입을래요?”

최호철의 말에 이혜미가 드레스 를 보다가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늘 여기 온 거, 우리 두 사 람 결혼식 해 주려고 온 거였어 요?”

“형한테서 두 분이 부부가 되기 로 했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연 애는 할 시간이 없었지만, 결혼 식은 할 수 있잖아요. 그럼 당연 히 결혼식을 해야죠.”

“그럼 어제 그 사진도?”

“민성 형이 도와주셨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민성 씨도 너무 고마워요.”

감사 인사를 한 이혜미가 최호 철을 보았다.

“드레스는 결혼식 할 때 입어야 죠. 저승식당 시간에 입을래요.”

이혜미의 말에 최호철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 안에 들어가 볼래

요?”

“안에요?”

“안에 민성 씨가 여러 가지 준 비를 해 주셨어요.”

“그래요? 보고 싶어요.”

환하게 웃는 이혜미를 보던 최 호철이 그녀의 손을 잡고는 펜션 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과 다 른 귀신들도 그 뒤를 따라 펜션 으로 향했다.

펜션 안에 들어온 이혜미의 얼 굴에 미소가 어렸다.

“너무 예뻐요.”

그렇지 않아도 예쁜 펜션 내부 는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꽃 으로 만든 하트도 여럿 있었다.

“진짜 예쁘다. 혜미 너무 좋겠 다.”

“너무 좋아요.”

이혜미가 꽃을 볼 때, 강진이 신부 대기실을 가리켰다.

“여기 와 보세요.”

강진이 신부 대기실 문을 열자 이혜미와 강선영이 그 안으로 들 어갔다.

“여기도 예쁘게 잘 꾸며 주셨 네.”

“어머! 이거 메이크업 박스다.”

강선영이 화장품이 담겨 있는 상자를 보며 말을 하자, 강진이 그것을 보며 말했다.

“안에 화장품들이 많더라고요.”

“와…… 이거 비싼 건데.”

“비싸요?”

고개를 끄덕인 강선영이 메이크 업 박스 안을 살피며 말했다.

“그럼요. 싸도 백이 넘고 비싼 건 몇백도 한다고 하던데.”

“그래요?”

강선영이 메이크업 박스 안을 구경하고 있을 때, 강진이 문득 말했다.

“민성 형이 화장 잘하시는 분

있으면 이거로 혜미 씨 신부 화 장시켜 주라고 둔 건데...... 혹시 선영 씨 화장 잘해요?”

강진의 말에 강선영이 눈을 찡 그렸다.

“나야 그냥 보통 내 얼굴 정도 나 화장하지, 신부 화장 같은 건 할 줄 모르는데…… 너는 화장 잘해?”

강선영의 물음에 이혜미가 웃으 며 화장품을 보다가 말을 했다.

“신부 화장이라고 별거겠어요?

그냥 이 화장품으로 예쁘게 하면 되죠.”

말을 하던 이혜미가 고개를 저 었다.

“신부 화장은 시간도 오래 걸려 요. 저승식당 시간에 화장하 면…… 화장하다 끝이 날 거예 요. 저는 그냥 평소 정도로 화장 을 할래요.”

“그건 또 그러네. 그럼 화장은 내가 해 줄게.”

언니 고마워요.”

두 귀신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 누고 있던 찰나, 배용수가 신부 드레스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드레스 어디에 둘까요?”

배용수의 말에 강선영이 한쪽에 있는 전신 거울 앞을 가리켰다.

“저기에 두세요.”

배용수가 드레스를 가져다 놓 자, 강선영이 말했다.

“자, 그럼 다 나가세요.”

강진과 최호철이 보자, 강선영

이 말을 이었다.

“원래 신부는 결혼식 할 때나 보는 거예요. 어서 나가요.”

강선영의 손길에 떠밀리다시피 밖으로 나오자 신부 대기실 문이 닫혔다.

탓!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강진 이 최호철을 보았다.

“11시까지는 문이 안 열릴 것 같네요.”

최호철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 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긴장한 탓에 신경 쓰지 못했던 자신의 차림새가 이제야 생각난 것이다.

“어때 보여?”

“멋져요.”

“멋져?”

“그럼요. 세상에서 가장 멋지네 요. 아마 오늘 결혼하는 신랑 중 에서는 형이 가장 몸이 좋을 거 예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미소를

지으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한편, 배용수는 주방에 가져다 놓은 아이스박스를 열어 음식들 을 냉장고에 넣었다.

그러다 임정숙 집에 가져다주고 남은 전과 잡채를 꺼내 접시에 담고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아가씨, 전 좀 드시겠습니까?”

배용수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배용수가 쟁반에 음식들을 챙겨 가져다 주자, 김 소희가 TV 앞에 자리를 잡았다.

TV를 틀고 채널을 돌리던 김소 희가 강진을 보았다.

“재밌는 프로가 없군.”

“뭐 틀어 드릴까요?”

“임진왜란 영화가 좋겠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TV와 연결 했다. 그러고는 임진왜란 영화 중 하나를 다운로드하고는 틀었 다.

‘조금 아깝지만 아가씨가 보고 싶다는데…… 영화관 대절하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쯤이야.’

영화를 틀자 김소희가 잡채를 먹으며 TV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김소희의 모습을 보던 강 진은 그 옆에 앉아 같이 영화를 보았다.

김소희와 강진이 영화를 보는 것을 보던 배용수는 음식들을 보 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재료 들을 꺼내서는 전을 만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결혼식도 잔치는 잔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배용수는 잔 칫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희미한 빛과 함께 임정숙이 펜 션에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웃 으며 말을 걸었다.

“가족과 시간은 잘 보내셨어 요?”

“잘 보냈어요.”

말을 하며 임정숙이 펜션을 보

았다.

“펜션 되게 좋네요. 이 봐.”

임정숙이 펜션에 늘어져 꽃들을 보며 환하게 웃는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 호철 형과 혜미…… 의 결혼식을 할 거예요.”

“결혼식요?”

꽃들

있는

것에

형수

“귀신도 같이 살기로 했으면 결

혼식을 해야죠.”

말을 하며 강진이 신부 대기실 을 가리켰다.

“들어가 보세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환하게 웃으며 신부 대기실 안으로 들어 갔다.

“언니 축하해요!”

“고마워, 정숙아.”

“와! 결혼식이라니! 너무 좋겠 어요! 와! 이 드레스 봐!”

대기실 안에서 들려오는 여자들

의 웃음소리에 강진이 웃었다.

‘정숙 씨도 저렇게 목소리를 낼 줄 아시네.’

평소 조용한 임정숙이 저렇게 크게 웃으며 좋아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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