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9화
어두운 저녁, 펜션 밖에는 음식 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안에서 저승식당을 오픈 해서 결혼식을 치르고 하려고 했 는데…… 생각해 보니 두 사람의 첫날밤이 문제였다.
결혼을 했으니 첫날밤을 보내야 하는데, 거실에서 귀신들이 술을 먹고 있으면 민망할 테니 말이 다.
그래서 펜션 밖에서 먹고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이었다.
음식을 식탁에 하나씩 올릴 때, 배용수가 말을 했다.
“그런데 정말 될까?”
배용수가 걱정스럽게 펜션 건물 과 주위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 이 음식들을 세팅하며 답했다.
“여기 마당을 홀이라 생각하고, 펜션을 주방이라고 생각을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 식당처럼 말이야.”
“그렇게 된다면 좋은데…… 그 거야 우리 편의대로 생각을 한 거고. 만약 둘 중 하나만 저승식 당으로 인식이 되면 어쩌지? 집 안이 식당으로 인식되면 조금 민 망해도 첫날밤은 문제없는데…… 혹시라도 여기만 식당으로 인식 되면 첫날밤은 안 되잖아.”
배용수는 걱정이라는 듯 최호철 을 보았다. 최호철은 한쪽에서 초조하게 하늘을 보고 있었다.
“저렇게 첫날밤을 기대하고 있 는데.”
기대라는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확실히 첫날밤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강진은 배용수를 보며 작게 고 개를 저었다.
“오늘만 날은 아니잖아. 오늘 첫날밤이 안 되면…… 다음 주에 경기도 쪽 펜션 하나 잡아서 자 리 만들어 주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을 보았다. 그곳에 는 푸드 트럭이 있는데, 푸드 트 럭 차체에 하얀 천이 덮여 있었
다.
“결혼식 푸드 트럭 앞에서 하는 거지?”
“트럭 앞이기는 해도 우리 식당 식구들 결혼이니 의미상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주위를 슬쩍 둘러본 강진은 푸 드 트럭에서 작은 가방을 꺼냈 다.
뒤이어 의자를 가지고 오더니 가방에서 꺼낸 빔 프로젝터를 그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옆
에 스피커를 놓았다.
“야외라서 소리가 작지 않을까 모르겠다.”
“요즘은 작아도 소리 좋더라.”
강진은 휴대용 배터리를 연결한 빔 프로젝터 버튼을 눌렀다. 그 에 하얀 천에 빛이 쏘아지자, 강 진이 핸드폰을 연결하고는 동영 상을 틀었다.
영상으로 화사한 꽃들이 잔뜩 보였고 배경음악이 스피커를 통 해 나오기 시작했다.
잔잔하면서 부드러운 음악이 홀 러나오자 최호철이 다가왔다.
“이거 뭐야?”
“결혼식 분위기 내 줄 배경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준비했어 요.”
“준비 많이 했네. 고맙다.”
“원하는 음악 있으세요?”
“음악
“결혼식 가보면 신랑 입장할 때 챔피언이나 권투 음악 같은 것
깔잖아요. 아니면 로맨틱한 거나. 원하는 음악 있으면 그걸로 틀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저었다.
“혜미 씨하고 동반 입장할 거 야. 혜미 씨 손 잡아 줄 아버지 가…… 지금은 안 계시니까.”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형도 나하고 같은 걱정을 하셨 구나.’
강진도 이혜미가 혼자 입장해야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최호철도 그것을 걱정했던 것이 다.
하긴 아직 어린 강진도 지인 결 혼식에 몇 번 참석해서 본 것을 최호철이 못 봤을 리가 없었다.
결혼식에서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아버지를 말이다.
“그럼 그냥 결혼식 음악 틀게 요.”
“그래. 고맙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곧 11시였다. 그 에 강진은 서둘러 펜션으로 걸음 을 옮겼다.
펜션 안에 들어가던 강진은 문 에 발을 걸친 채 멈춰 섰다. 몸 반은 밖에, 몸 반은 안에 들어간 형국이었다.
저승식당 사장이 있는 곳이 저 승식당이다. 그러니…… 펜션과 밖 중간에 몸을 걸쳐 놓은 것이 다. 펜션 안과 밖이 모두 저승식 당이 되도록 말이다.
그렇게 몸을 걸쳐 놓은 강진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았다. 그리 고……
<11:00>
열한 시가 되자 강진이 급히 밖 을 보았다.
화아악! 화아악!
야외에 있던 배용수와 최호철, 허연욱이 현신을 하는 것을 보던
강진이 거실을 보았다. 거실 안 에서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던 김소희도 현신을 한 상태였다.
“됐다.”
작게 중얼거린 강진은 배용수를 향해 소리쳤다.
“됐다!”
강진의 외침에 배용수가 웃으며 엄지를 들었다.
“나이스.”
“그래. 나이스다.”
웃으며 펜션 안으로 들어간 강 진은 김소희를 보았다.
“아가씨, 준비가 되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TV를 보 며 말했다.
“신부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걸세.”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TV를 보 았다. TV에서는 사극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재밌으세요?’’
“성균관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인데 재밌군. 아! 전 좀 더 가져 다주게나. 소주하고.”
방금까지도 음식을 먹으며 TV 를 보긴 했지만, 현신한 김에 제 대로 먹으며 드라마를 볼 생각인 모양이었다.
“맛있는 것 먹으면서 재밌는 것 보면 즐겁죠.”
“자네가 뭘 아는군. 동그랑땡이 맛이 좋더군.”
“알겠습니다.”
강진이 식탁에 있던 음식과 소 주를 챙겨 가져다 주자, 김소희 는 손을 내밀어 동그랑땡을 입에 넣고는 다시 드라마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드 라마를 보았다.
‘이 드라마도 참 옛날 건데
성균관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 기를 다룬 드라마를 보던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하긴, 살아 계셨으면 한창 사랑 이야기 좋아하실 나이기는 하시 지.’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슬며시 신부 대기실의 문을 두들겼다.
“현신하셨죠?”
“네!”
안에서 들뜬 목소리가 들리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 얼마나 걸리실 것 같아 요?”
“이제 시작했는걸요.”
강선영의 목소리에 강진이 안에 다 대고 말했다.
“할 이야기가 있는데 한 분 잠 시 나와 보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문을 열 고 나왔다.
“무슨 일이신데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됩니다.”
강진은 신부 대기실을 슬쩍 보
고는 살며시 말했다.
“결혼식도 하고, 두 분 첫날밤 도 치르려면 두 시간 많이 부족 한 시간이에요.”
첫날밤이라는 말에 임정숙의 얼 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첫…… 첫날밤요?”
“결혼식을 했으니 첫날밤을 하 셔야죠.”
“아……
당황한 듯 임정숙은 조금 어색
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 알겠어요. 최대한 준비 빨리 끝낼게요.”
임정숙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은 펜션 밖으로 나왔다. 그 러고는 음식들을 접시에 담고 있 는 배용수의 옆에 다가갔다.
“벌써 시작하는 거야?”
“원래 이런 야외 파티 때는 먹 으면서 기다리는 거야.”
말을 하며 배용수가 접시를 내 밀었다.
“너도 담아. 화장하려면 시간 좀 걸릴 테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접시를 받아들고는 음식들을 보 았다.
“그런데 오늘 음식 스타일이 좀 다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식탁에 놓여 있는 음식들을 보았다. 음 식들은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었 는데 종류가 다양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이 음식을
할 수는 없으니, 미리 음식들을 준비해 놓은 것이다.
한식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전과 잡채, 거기에 소불고기 등등이 있고 한쪽에는 과자와 빵 같은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
음식들 대부분이 한 입에 먹을 수 있을 만큼 작은 사이즈로 준 비되어 있었는데, 앙증맞고 예뻤 다.
“핑거 푸드라는 거야.”
핑거 푸드?”
“손가락만 해서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말이지.”
배용수가 펜션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드레스 입고 음식 먹기 불편할 것 같아서 이렇게 준비했어. 간 단하게 한 점씩 드시라고.”
말을 하며 배용수가 핑거 푸드 를 하나 집었다. 구운 빵 위에 잼을 동그랗게 올리고 견과류를 뿌린 것이었다.
“그리고 예쁘잖아.”
“너는 참 요리를 잘해.”
“최고의 숙수니까.”
미소를 지으며 핑거 푸드를 한 점 입에 넣은 배용수가 물었다.
“얼마나 걸린대?”
“여자들은 그냥 외출할 때도 오 래 걸리는데……
강진도 핑거 푸드를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보이고 싶은 오늘
같은 날이면 좀 더 걸리지 않겠 어?”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 진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서는 허 연욱의 옆에 앉았다.
“요즘 잘 안 오시네요?”
“최임수 선생 곁에 있습니다.”
“그러세요?”
“최임수 선생한테 허락받고 병 원에서 그가 하는 시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지내고 있습니 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최임수 선생님하고 어떻게 대 화를 하세요?”
“대화는 하지 않습니다. 그냥 옆에 있으면서 그가 수술이나 치 료를 할 때 말하는 것을 듣는 식 입니다. 전에 최임수 선생이 JS 사탕을 먹고 데이비드와 이야기 할 때 부탁을 했었습니다.”
말을 하던 허연욱이 미소를 지 었다.
“최임수 선생은 정말 굉장합니 다.”
“그래요?”
“아무래도 한국과는 다른 곳에 서 여러 치료 경험이 있다 보 니…… 어쨌든 굉장합니다.”
의학적으로 얼마나 대단한지 설 명을 해 봤자 강진이 알아들을 수 없을 듯해서 굉장하다는 걸로 말을 바꾼 것이다.
“즐겁게 지내신다니 다행이네 요.”
“맞습니다. 참 즐겁습니다.”
기분 좋게 웃는 허연욱을 보던 강진이 그에게 소주를 따라주었 다. 그에 허연욱이 소주를 한 모 금 마시고는 최호철을 보았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말을 하면서 심호흡을 하는 최 호철의 모습에 허연욱이 웃었다.
“긴장되시나 봅니다.”
“후우! 조금 그러네요.”
최호철의 말에 허연욱이 소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앉아 보세요.”
“네?”
“제가 긴장 푸는 데 좋은 혈을 좀 눌러 드리겠습니다.”
최호철을 자리에 앉힌 허연욱은 그의 목과 미간을 손으로 가볍게 마사지해 주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으며 가볍게 소주를 한 잔씩 하고 있을 때, 펜션에서 임정숙이 나왔다.
“신부 나옵니다.”
임정숙의 말에 그녀 쪽을 보던 배용수가 웃었다.
“정숙 씨도 화장했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화장을 하고 머리에 볼륨도 넣은 임정숙은 평소에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예쁘시네
“그러게. 예쁘네.”
화장을 한 임정숙을 보던 강진 은 아차 싶었다.
“이왕 준비하는 거 두 분 옷도 새로 챙길 것을.”
다른 여자 직원들에게도 새 옷 을 사 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 았기 때문이었다.
“저 옷도 저번에 민성 형이 새 로 사주신 거잖아.”
“그래도…… 혜미 씨는 드레스 입는데 자기들은 안 입으니 서운
하지 않겠어?”
“그런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임정숙을 볼 때, 최호철이 서둘러 펜션 입 구로 다가갔다.
최호철이 펜션 앞에 멈춰 서자 김소희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김소희 뒤를 따라 드레스 를 입은 이혜미가 나오기 시작했 다.
그 뒤로 이혜미의 드레스 끝자 락을 든 강선영이 따라 나왔다.
펜션에서 나온 이혜미가 살며시 최호철을 보자, 그가 잔뜩 긴장 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그렇 게 잠시 이혜미를 보던 최호철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이혜미가 잠시 그 손을 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옆으로 향한 이혜미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흑!”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이혜미의 모습에 최호철이 놀라며 그녀를 불렀다.
“혜미 씨?”
최호철의 부름에 이혜미가 다시 울음을 토했다.
“흑흑!”
갑작스러운 이혜미의 눈물에 최 호철이 당황스러워할 때, 임정숙 이 급히 티슈와 면봉을 가져와서 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언니 왜 그래요?”
이혜미는 건네받은 티슈로 눈가 를 닦고는 최호철을 보았다.
“미안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최호철의 물음에 이혜미가 눈가 를 손으로 닦으려 하자, 임정숙 이 급히 그녀의 손을 붙들고는 티슈로 눈가를 찍듯이 닦았다. 최대한 화장이 지워지지 않게 말 이다.
“후우!”
작게 숨을 토한 이혜미가 자신 의 옆을 보다가 말했다.
“아빠가…… 없어서…… 좀 그
랬어요.”
“아……
이혜미의 말에 최호철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녀의 옆을 보았 다. 원래라면 그 자리에 장인어 른이 서서 자신에게 이혜미의 손 을 건네주어야 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