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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50화 (748/1,050)

750화

잠시 허공을 보던 최호철이 이 혜미를 보았다.

“미안해요.”

“오빠가 뭐가 미안해요.”

“ 내가……

뭔가 말을 하려던 최호철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당신과 살아서 만났어야 했는 데.”

“그걸 왜 오빠가 미안해해요.”

“당신을 빨리 만나지 못했으니 까.”

최호철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만났잖아요.”

이혜미의 말에 최호철이 그녀의 옆에 가서 서며 말했다.

“아버님이 옆에 계시지는 않지 만…… 내가 당신의 옆에 있을게 요.”

“고마워요.”

최호철의 말에 이혜미가 눈가를 닦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에 최 호철이 숨을 고르고는 그녀의 손 을 잡았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급히 빔프 로젝터가 있는 곳으로 가서는 결 혼식 영상을 틀었다.

하얀 천에 결혼식장의 모습이 보이는 것을 보던 강진이 김소희 를 보았다.

“이쪽으로 오세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가 지 정하는 곳에 가서는 섰다. 그러 자 강진이 손을 잡고 서 있는 두 귀신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형 최호 철과 사랑하는 제 가족 이혜미 씨의 결혼식입니다. 신랑 신부 입장!”

강진이 크게 외치고는 음악을 바꾸자, 결혼행진곡 음악이 흘러 나왔다. 이에 맞춰 최호철과 이 혜미가 걸음을 옮겼다.

“신부 이쁘다!”

“신랑 잘생겼다!”

그 모습에 배용수와 허연욱이 웃으며 크게 외쳤다. 신랑 신부 가 입장할 때 하객들이 이런 식 으로 소리를 많이 지르니 말이 다.

최호철과 이혜미는 몇 안 되는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걸어가 다가 김소희의 앞에 멈춰 섰다.

둘이 걸음을 멈추자, 강진이 입 을 열었다.

“오늘 주례는 임진왜란의 의병

이자 무신, 그리고 조선 제일의 어른인 김소희 아가씨께서 해 주 시겠습니다.”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김 소희가 작게 입맛을 다시고는 신 랑 신부를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혼인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네. 그리고 주례라는 것 역 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 르겠네.”

잠시 최호철과 이혜미와 눈을

마주친 김소희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주례라는 것이 혼례를 올리는 연인에게 덕담해 주는 사 람이라면…… 내 한 가지 해 줄 이야기가 있네.”

잠시 말을 멈춘 김소희가 두 사 람을 바라보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 게나.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언제 까지나 옆에 있을 수 없다는 것 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 아니겠는가.”

김소희의 말에 귀신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소희 말대로 내 옆에 있는 사 람이 언제나 내 옆에 있을 수 없 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것이 바로 자신들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 귀신 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일 분, 일 초. 짧은 시 간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눈에 담고, 사랑한다고 마음을 표현하게. 사람들은 진심은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한다고 하지

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 가. 입이란 것이 먹으라고만 뚫 린 것이 아니니 말로 마음을 전 하게나. 말도 하지 않고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네. 표현을 해야 상대가 알 아줄 것이 아니겠는가.”

잠시 말을 멈춘 김소희는 나지 막하게 말했다.

“그러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 럼 서로를 사랑하고 마음을 표현 하게.”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

가던 김소희는 미소를 지었다.

“둘의 결혼을 축하하네. 앞으로 서로에게 충실한 삶을 살기 바라 네.”

김소희의 말에 최호철이 크게 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최호철의 큰 목소리에 이혜미가 작게 웃으며 답을 했다.

“네.”

두 귀신이 답하는 것을 들은 김

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주례라는 것, 이걸로 된 것인 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자 그가 하얀 천으로 덮인 쟁 반을 들고 다가왔다. 흰 천 위에 는 반지 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최호철이 반지를 들어 이혜미를 보자,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스윽!

반지가 넷째 손가락에 들어가

자, 이혜미는 최호철을 보다가 남자 반지를 들어 그의 손에 끼 워 주었다.

반지를 나눠 끼곤 서로를 보며 웃는 둘을 보던 강진이 살짝 긴 장된 얼굴로 말했다.

“이제 형수님의 결혼을 축하하 는 영상 편지가 있습니다.”

“영상 편지?”

최호철이 보자, 이혜미가 웃으 며 말했다.

“민성 씨가 영상을 찍었나 봐

요.”

이혜미가 웃는 것에 강진이 그 녀를 보았다.

“제가 준비한 영상이기는 하지 만…… 형수님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네?”

“이 영상 편지는…… 형수님 부 모님께서 보내신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놀란 눈 으로 그를 보았다.

그런 이혜미를 보던 강진이 핸 드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눌렀다.

화아악!

그러자 빔프로젝터의 영상이 바 뀌며 소파에 앉은 이혜미 부모님 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빠? 엄마?”

이혜미가 놀란 눈으로 화면을 보자, 강진이 영상을 플레이했다.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음…… 그래도 강진이가 부탁 하는 거니…… 당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세요.]

영상 속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 가 잠시 화면을 보다가 쓰게 웃 을 때, 강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누나가 결혼했더라면 어 떤 이야기를 해주셨을지 생각하 시면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친구들하고 누나 생각하면서 작 은 추모회를 할 생각이에요.]

강진의 목소리에 잠시 화면을 보던 이혜미의 아버지는 머리를

살짝 긁고는 입을 열었다.

[결혼이라…… 혜미야…….]

잠시 말을 멈춘 그의 눈가에 눈 물이 고였다. 그는 손으로 눈가 를 닦고는 웃었다.

[아직도 네 이름만 말하면…… 눈물이 흐르는구나. 자식 앞에서 눈물 보이는 건 아닌데 말이다.]

아버지의 말에 이혜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빠

[후우! 강진이가 네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무슨 말을 했을지 생각해 보면서 영상 편지처럼 하 나 찍어 달라는구나.]

길게 한숨을 토한 아버지가 화 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딸, 결혼식장에 들어서면 참 이쁠 텐데…… 아빠가 우리 딸 손 잡고 식장에도 못 들어갔 구나.]

잠시 말을 멈춘 아버지가 화면 을 지그시 보다가 미소를 지었 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어렸을 때 갑자기 열이 나면서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단다. 그 때 나하고 네 엄마가 너를 차에 태우고 급히 응급실로 갔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마와 나 둘 다 지갑도 없고 핸드폰도 없 이 그냥 몸만 나왔더구나. 그때 생각을 했었다. 우리 딸…… 그 냥 건강하게만 자라면 더없이 좋 겠다고 말이다.]

잠시 말을 멈춘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건강하고 이쁘게 자란 우리 딸이 결혼이라…….]

미소를 지은 아버지가 멍하니 화면을 보았다. 아마도 이혜미의 결혼식을 상상해 보는 모양이었 다.

한참 말이 없던 아버지는 뒤늦 게 입을 열었다.

[행복해야 한다. 아빠는…… 네 가 행복하면 그걸로 다 됐다. 그 냥.. 건강하게... 네가 행복

하면…… 아빠는 바라는 것이 없 어. 그냥…… 그거면 아빠는

.]

아버지는 화면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최고로 행복해.]

그런 아버지를 보던 이혜미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 했다.

“아빠, 엄마  미안해.”

눈물을 펑펑 홀리는 이혜미의 모습을 임정숙과 강선영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원래대로라면 신부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테지

만…… 정작 자신들도 펑펑 울고 있었으니 말이다.

“흑흑!”

“아빠/

세 여자가 펑펑 우는 것에 강진 이 입맛을 다셨다.

‘이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혜미가 울 것이라 생각은 했 었다. 그래도 결혼식 날이니 부 모님이 축하해 주는 것을 보여주 고 싶었다.

이혜미 또한 부모님의 축복을 받고 싶었을 테고 말이다.

강진을 비롯한 남자들은 안쓰러 운 눈으로 여자들을 보았다. 그 때 최호철이 영상을 보며 크게 외쳤다.

“아버님! 어머님! 사위 절 받으 십시오!”

크게 외친 최호철은 웃고 있는 이혜미의 부모님을 향해 절을 크 게 했다.

그 모습에 이혜미도 살며시 절

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잠시 절을 올리고 있던 두 귀신 이 몸을 일으켰다.

최호철은 이혜미의 손을 잡고는 멈춰 있는 화면을 보며 말했다.

“장인어른, 장모님. 사위가 못나 서 살아서 인사를 못 드리고 이 렇게나마 인사 올립니다. 앞으로 혜미 씨 제가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최호철의 말에 이혜미가 그와 맞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고는 화면을 보았다.

“엄마…… 아빠…… 나 비록 죽 어서 귀신이 됐지만, 주위에 좋 은 분들이 많아. 아빠도 본 강진 씨는 정말 좋은 사장님이시고 선 영 언니, 정숙이는 내 친자매 같 아.”

이혜미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 는 최호철의 손을 보고는 다시 영상을 보았다.

“아빠 말대로…… 나 죽었지만 정말 행복하게 살게.”

잠시 말을 멈춘 이혜미의 눈에 서 다시 눈물이 홀러내렸다.

“언니들이 결혼할 때…… 부모 님 앞에서 했던 말이 있는데

이혜미는 영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키워 주셔서…… 정말 감사합 니다.”

말을 하며 이혜미는 살며시 고 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 이혜미를 보던 강진은 최 호철을 보았다. 최호철은 이혜미 를 보며 눈가를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니 가슴이 아픈 것이 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손뼉을 쳤다.

“자! 이제 결혼식의 하이라이 트, 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말을 하며 강진이 최호철과 이 혜미에게 다가갔다.

“형수님, 사진 찍을게요.”

형수라는 말에 이혜미가 눈가를 손으로 누르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요.”

“아니에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 며 미소를 지었다.

“혹시 어제 나가셨던 거, 저희 집에 다녀오신 거였어요?”

“네.”

“그랬구나……. 정말 고마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화장 번져서 어떡해 요?”

“아…… 많이 번졌어요?”

이혜미가 임정숙을 보자, 그녀 가 티슈로 눈가를 닦아주고는 주 머니에서 화장품을 몇 개 꺼내 화장을 고쳐 주었다.

그 사이 강진은 자동차에서 핸 드폰을 꺼내 가지고 나왔다.

“그건 뭐야?”

못 보던 핸드폰을 들고 나오는 것에 배용수가 묻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결혼사진 찍을 때 쓰려고 소 사장님에게 빌렸어.”

“빌릴 거면 카메라를 빌리지, 왜 핸드폰을 빌렸어?”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 화질도 좋고 잘 찍히잖아. 이게 저가 카 메라로 찍는 것보다 화질이 더 좋다면서 빌려주셨어.”

강진은 카메라 앱을 켜고는 연

습 삼아 주위를 몇 장 찍었다. 그 사이, 최호철이 다가왔다.

“강진아, 고맙다.”

“형수가 많이 울어서 미안해 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그를 보 다가 어깨를 손으로 쥐었다.

“아니다. 고맙다.”

그 말에 담긴 진심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이혜미를 보았 다.

“부모님 옆에 서세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영상 속 아빠 옆에 서고, 최호철이 어머 니 옆에 가서 섰다.

영상 속 부모님도, 그 옆에 선 신랑 신부도 웃으며 서 있는 게 나름 화목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잠시 보던 강진이 핸 드폰을 들어 초점을 맞추고는 말 했다.

“자, 웃으세요. 하나, 둘, 셋!”

찰칵!

셔터 효과음에 맞춰 몇 장 더 찍은 강진은 앨범에 저장된 사진 들을 확인했다.

‘이렇게 보면…… 살아 있는 것 과 다름없는데.’

환하게 웃고 있는 이혜미와 최 호철, 그리고 부모님을 보던 강 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최소한 사진 속 부모님과 최호 철 부부는 행복해 보이니 말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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