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51화 (749/1,050)

751 화

최호철과 이혜미의 사진을 보던 강진이 귀신들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신부 신랑 하객 사진 도 찍게 모두 모이세요.”

“그래. 사진 찍자.”

귀신들이 모여드는 사이 강진은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멀뚱 히 서서 이쪽을 보고만 있는 것 이다.

“아가씨도 사진 찍으시지요.”

“사진……

김소희는 핸드폰을 지그시 보다 가 입을 열었다.

“나는…… 사진을 찍어 본 적이 없네.”

“사진을 안 찍어 보셨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좋네요. 첫 번째 사진이 결혼 식 사진이라니…… 여기 신부 옆

에 서세요.”

“나도 찍어도…… 괜찮은 건 가?”

“그럼요. 어서 서세요.”

머뭇거리던 김소희가 이혜미 옆 에 가서 서자, 강진이 사진을 찍 었다.

찰칵! 찰칵!

강진은 핸드폰 속 사진을 빔프 로젝터를 통해 크게 보고 있었

다.

사진을 보던 강진은 자신의 옆 에서 같이 화면을 보고 있는 김 소희에게 물었다.

“아가씨, 어떠세요?”

김소희는 하얀 천 위에 비친 자 신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열었 다.

“사진이 잘 못 나온 것 같네.”

“잘 나온 것 같은데요?”

“내 눈은 저렇게 작지 않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을 보는 김소희를 보 며 작게 웃은 강진은 펜션 쪽을 보았다.

지금쯤 펜션 안에서는 최호철과 이혜미의 첫날밤이 치러지고 있 을 것이었다.

‘좋겠다.’

속으로 웃은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김소희는 사진 속 자신 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이 리저리 보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드시면 마음에 드실 때까지 사진을 좀 더 찍어 드릴 까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자신의 사진을 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 다. 그러다 한쪽에 있는 꽃을 들 더니 강진을 보았다.

“찍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핸드폰을 들어서는 그녀를 찍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셔터 효과음이 들릴 때마다 김 소희가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자 강진이 웃었다.

“사진 처음 찍어 보시는데도 포 즈는 잘 취하시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말 했다.

“나 때 사진은 없었지만 그림은 있었으니…… 오라버니가 나를 자주 그려 주셨네.”

“오라버니가요?”

“오라버니께서는 시서화에 능하

셨네. 특히 미인화에 아주 능하 셨지.”

미인화라 말을 하며 미소를 짓 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자신이 그려진 그림을 미인화라 말하는 김소희가 조금 귀여운 것 이다. 게다가 김소희는 미인화에 나오는 미인이라기보다는 귀여운 스타일에 가까웠다.

* * *

화아악!

사진을 몇 장 더 찍던 강진은 김소희의 현신이 풀리자 핸드폰 을 들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진 보여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고 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옆에 다가 왔다. 그에 강진이 찍은 사진들 을 보여주었다.

강진이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며 김소희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

다.

“마음에 드십니까?”

“ 괜찮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 었다. 아무래도 그냥 찍은 사진 이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아, 핸 드폰에 내장되어 있는 필터 기능 들을 이것저것 사용해 찍었다.

일명 ‘뽀샤시’ 기능이라거나 ‘화 사’ 기능이라거나 하는 것들을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이 좀 더 화

사하게 나온 듯했다. 사진을 유 심히 보던 김소희가 말을 했다.

“나와 비슷하게 나온 듯한가?”

“사진이니까요.”

사진이니 다르게 나올 수도 없 지 않냐는 말이었다. 그에 김소 희가 사진을 지그시 보았다.

“그렇군. 내가…… 이렇게 생겼 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보았다.

그렇게 강진과 김소희가 사진을 확인하고 있을 때, 펜션 밖으로 최호철과 이혜미가 나왔다.

그 둘은 여전히 턱시도와 드레 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몸 은 귀신이었다.

밖으로 나온 최호철은 살짝 흥 분된 얼굴로 강진과 귀신들을 보 았고, 이혜미는 부끄러운 듯 살 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귀신들을 보던 최호철이 말했 다.

“오늘 저와 혜미 씨를 위해 이 렇게 모여 주시고 준비를 해 주 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여러분의 축복대로 잘 살겠습니 다. 그리고……

말을 하던 최호철이 김소희를 보았다.

“아가씨 말씀대로 하루하루 혜 미 씨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 니다.”

최호철의 말에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소희에 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한

최호철이 다시 한번 귀신들과 강 진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테이 블로 다가왔다.

그에 여자 귀신들이 웃으며 이 혜미에게 다가갔다.

“어땠어요?”

“뭐가?”

“뭐기는. 첫날밤이지.”

강선영의 말에 이혜미가 그녀들 을 데리고 펜션 안으로 들어가 자, 김소희가 그것을 잠시 보다 가 슬며시 그녀들 뒤를 따라갔

다.

김소희 또한 그녀들이 하는 이 야기가 궁금한 것이다. 그런 김 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최 호철을 보았다.

“어땠어요?”

“험!”

작게 헛기침을 하는 최호철의 옆에 배용수와 허연욱이 다가왔 다. 첫날밤이 궁금한 것은 여자 들뿐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행복하지.”

“그게 끝이에요? 자세하게 좀 말을 해 봐요.”

배용수의 말에 허연욱이 웃으며 말했다.

“첫날밤을 어떻게 자세하게 이 야기하겠습니까.”

허연욱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아쉽다

는 둣 보자, 최호철이 피식 웃었 다.

“너도 좋은 여자 만나. 그럼 강 진이가 결혼식 준비해 줄 거야.”

최호철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었 다.

“왜. 결혼식 해 줘?”

“뭐…… 기회가 된다면……

조금은 기대감을 드러내는 배용 수의 모습에 강진이 서운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나만 보고는 안 되는 거야?”

“미친놈이……

배용수가 질색하자 강진이 웃고 는 최호철을 보았다.

“형수님하고 시간 보내고 싶으 시면 말씀하세요. 일요일에 이렇 게라도 시간 내서 저희끼리 쉬러 나오면 되니까요.”

어차피 일요일은 쉬는 날이니 보육원 봉사 활동을 한 뒤 근처 펜션에서 하루 자고 오면 될 일 이었다.

“ 고맙다.”

최호철은 강진을 지그시 보았 다.

“내일부터 형도 일할 거야.”

“ 일요?”

“광현이한테 말해. 내일부터 다 시 사건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괜찮으시겠어요?”

전에 사건 수사를 하던 그는 귀

신이 되어서까지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일을 그만두었었다.

“아내가 생겼는데 열심히 일해 야지. 그리고 이것도 일은 일이 니…… 내 잔고에 돈이 들어오지 않을까?”

“돈요?”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답했다.

“죽은 이후기는 하지만 좋은 일 을 하는 건 맞으니 돈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생각해 보면, 신수호 씨 쪽에 서 일하는 귀신들도 돈을 받잖아 요.”

“그래?”

“물론 돈을 직접 받는 건 아니 고, 내지 못했던 의뢰 대금을 갚 아나가는 방식이긴 하지만요. 그 래도 빚을 갚는다는 건 돈이 생 긴다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

다.

“일단 이건 우리 생각이니까 신 수호 씨한테 확실하게 물어볼게 요.”

“그래. 뭐든 확실한 것이 좋지.”

“그런데…… 혹시 돈이 안 생기 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강진의 물음에 최호철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일해야지.”

최호철은 고개를 돌려 펜션을

보았다.

“우리 혜미 씨, 선영 씨, 정숙 씨와 같은 분들이 안 생기도록 열심히 나쁜 놈들을 잡아야지. 나처럼 죽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이들이 없게 말이야.”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혜미 씨와 같은 분들 이 더 생기면 안 되죠.”

“그래서 열심히 잡아들일 거 야.”

“광현 형한테 이야기 잘 해놓을 게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최 호철이 식탁에 가서 앉았다.

“뒤풀이하자.”

최호철의 말에 강진과 귀신들이 그 주위에 앉아서는 음식과 술을 먹기 시작했다.

귀신들과 함께 소주를 마시는 최호철을 보던 강진은 펜션을 힐 끗 보았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손잡고 승

천하시면 가장 좋았을 텐데.’

결혼식을 준비하며 강진은 기대 와 걱정을 동시에 했었다.

두 귀신이 결혼하면 한이 풀려 서 승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정말 승천한다면 다 시는 보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 올 말이다.

그래도 둘이 승천한다면 웃으며 보내주려 했는데, 결국은 승천을 하지 못한 것이다.

* * *

한끼식당에서는 강진과 배용수 가 가게 입구를 보고 있었다. 그 곳에는 최호철이 턱시도를 입은 채 이혜미의 배웅을 받고 있었 다.

“여보, 다녀올게요.”

“잘 다녀오세요.”

“그래요.”

대답한 최호철이 슬쩍 눈짓을

보내자 강진과 배용수는 딴청을 피우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최호철이 이혜미에게 가 볍게 뽀뽀를 하고는 웃으며 가게 를 나섰다.

“저거…… 좀 안 보이는 곳에서 하고 나가면 안 되나?”

배용수가 작게 중얼거리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신혼 때는 밥 먹다가도 상 엎 는다는데…… 가볍게 뽀뽀로 끝 내는 걸 다행으로 생각을 해야

지.”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입구를 보자, 강진이 작게 속삭였다.

“얼마나 아쉽겠냐. 첫날밤 이후 로…… 신혼을 못 즐기는데.”

“네가 못 봐서 그렇지. 뒷문 쪽 으로 가면 둘이 붙어 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뒷문 쪽이 그나마 왕래가 적은 편이니, 눈을 피해 애정 표현을 하는 모양이었다. 조금은 진하게

말이다.

“그 정도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해.”

말을 하던 강진은 고개를 돌려 뒷문 쪽을 보았다. 뒷문으로 이 어지는 통로에는 커튼이 하나 쳐 져 있었다.

어느 날 최호철이 저기에다 커 튼을 쳐 달라고 해서 쳐 준 것이 었다.

‘하여튼, 엉큼한 쪽으로는 남자 가 빠르기는 하지.’

어떻게 저기에다 커튼을 칠 생 각을 했을까, 하며 강진이 피식 웃을 때 최호철을 배웅한 이혜미 가 가게로 들어왔다.

“형은 출근 잘 했어요?”

“네.”

기분 좋게 웃으며 자리에 앉는 이혜미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혹시 여기 지내는 것 안 불편 하세요?’’

“네?”

“아무래도 신혼이신데…… 여기 는 다른 사람들이 많잖아요.”

평소 귀신들은 1층에서 TV 를 보거나 하며 지내니 말이다.

“그건 그렇죠.”

“이 충에 방 남는 곳 있으니 거 기에서 두 분 지내실래요?”

“저회요?”

“두 분이서 같이 쉬면서 같은 공간에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요. 그리고 저야 방 하나만 쓰면 되는데 이 층에는 방이 더 있잖

아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 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너무 좋죠.”

“알겠습니다. 그럼 이 층 방 중 에 저 쓰는 방 말고 마음에 드시 는 방 쓰세요.”

“그럼 그 방 제 마음대로 꾸며 도 되나요?”

“그럼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자 직원들이 그녀를 쫓아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여 자들을 보며 강진이 소리쳤다.

“용수하고 저는 공원 갔다 올게 요!”

“네!”

이혜미의 외침을 들은 강진은 빈 그릇들을 주방으로 가져다 놓 고는 홀로 나왔다.

홀에는 이미 배용수가 쇼핑백에 사료와 물을 챙겨서는 서 있었 다.

“ 가자.”

밖으로 나간 강진은 한 통의 문 자를 받았다.

〈혜미 언니가 거실 TV 방으로 옮겨도 되냐고 하는데요?〉

임정숙의 문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하세

요.〉

원래 TV를 잘 안 보니 거실에 있는 TV를 옮겨도 딱히 불편하 진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공원 산책하시고 마트 로 와 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네 요. 언니 살 것 있대요.〉

마트에서 살 것이 있다는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정말 방을 많이 꾸미고 싶은 모양이네.’

아마도 신혼 방을 꾸밀 물건들 을 사고 싶은 모양이었다.

〈먼저 마트에 가셔서 구경하고 계세요. 도착하면 고른 물건들 결제해 드릴게요.〉

답신을 보낸 강진은 문득 고경

하를 떠올렸다.

‘경하 씨 안 본 지도 오래됐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공원으

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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