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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57화 (755/1,050)

757화

뜨겁던 여름이 가고 가을답지 않게 추운 어느 날, 강진은 푸드 트럭을 타고 강원도 산을 오르고 있었다.

부릉!

그리고 산을 오르는 강진의 차 앞으로 두 대의 트럭이 앞장서서 가고 있었다.

바로 신수조와 신수용의 트럭이 었다. 가을을 맞아 한끼식당 식

구들과 신수 형제들이 김장을 하 러 다 같이 강원도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끼식당 최대의 행사라고 할 수 있는 김장을 할 시기가 드디 어 온 것이었다.

부릉!

푸드 트럭을 몰아 산길을 달릴 때, 배용수가 한쪽을 보았다.

“돼랑이 가족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옆을 보 니 돼랑이가 가족들과 함께 푸드

트럭을 쫓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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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r! r!

그런데…… 돼랑이 가족이 달려 오는 소리가 마치 천군만마가 달 려오는 것처럼 들렸다.

게다가 돼랑이 새끼들이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누가 돼랑이인지 구분이 가지를 않았다. 즉 엄청 큰 멧돼지들이 트럭 뒤를 쫓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본 강진이 황당한 듯 말 했다.

“돼랑이가 대체 몇 마리야?”

돼랑이는 그전에도 몸이 무척 큰 멧돼지였다. 거기에 JS 음식 을 먹고 영물이 돼 가려는지 몸 이 더 커졌었다.

그런데 지금 뒤에서 달려오는 멧돼지들은 누가 아버지이고 새 끼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하게 몸 집이 큰 것이다. 그래서 외형만 봐서는 누가 돼랑이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백 미러로 멧돼지들을 보며 웃었다.

“애들이 훌쩍 커버렸다.”

“이건 큰 수준이 아닌데?”

전에 왔을 때도 돼랑이 아이들 이 제법 크기는 했지만, 그래도 돼랑이에 비해 몸이 좀 작은 편 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돼랑이 형제들이라고 봐도 안 이상할 정 도로 다들 몸집이 컸다.

“원래 애들은 빨리 크는 법이니 까. 그리고 짐승들은 더 빨리 자 라.”

말을 하며 배용수가 창문을 열

고는 고개를 내밀었다.

“돼랑아!”

배용수의 외침에 돼지 한 마리 가 고개를 치켜들고는 크게 소리 를 질렀다.

꾸이이 익 !

커다란 멧돼지의 울음소리에 배 용수가 손을 흔들어 주고는 고개 를 다시 차 안으로 넣었다.

“저 녀석이 돼랑이네.”

배용수의 말에 백미러로 뒤를

힐끗 본 강진은 창문을 열고 손 을 내밀어 혼들었다.

꾸이 잇!

그에 대답하듯 다시 크게 울음 을 토하는 돼랑이의 소리에 강진 이 웃었다.

“만복 형이 돼랑이 이름을 잘 지었네. 저게 무슨 돼지 울음소 리야. 호랑이 울음소리지.”

“그러게 말이다.”

웃던 배용수는 문득 백미러로 보이는 돼랑이 가족들을 보며 말

을 했다.

“그나저나 이번 겨울에 너 고생 좀 하겠다.”

“고생?”

강진이 힐끗 배용수를 보자, 배 용수가 백미러에 비치는 돼랑이 가족들을 가리켰다.

“이번 겨울에도 저 녀석들 먹을 사료 챙겨야 할 것 아니야.”

“그렇…… 아!”

말을 하던 강진은 배용수가 한

말을 뒤늦게 이해하고는 백미러 를 보았다.

겨울에는 먹을 것이 없어, 강진 이 사료를 가져다 놓곤 했었다. 올해라고 겨울에 먹을 것이 많지 는 않을 것이니 또 사료를 챙겨 야 하는데, 저 큰 돼지들 사료를 챙기려면…….

‘하루에 한 번은 사료를 날라야 겠는걸.’

저 녀석들 먹성이라면 20킬로 사료 한 포대도 한 끼에 다 먹어 치울 것 같으니 말이다.

‘아니, 저 녀석들 큰 것 보 니…… 두 포대도 먹어치우겠는 데?’

강진은 백미러로 애들을 잠시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사룟값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하루에 두 포대씩 한 달을 산다 고 가정하면 총 육십 포대를 사 야 하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뭐…… 지들 사룟값이야 돼랑

이가 알아서 벌어 오겠지.”

만복이가 하는 것을 봐서 그런 지 돼랑이도 산삼과 도라지를 캐 서 강진에게 가져다 주곤 했었 다. 그것을 팔아 녀석들 사룟값 을 하면 될 것이다.

산삼이 아니라 도라지라 해도 녀석들 사룟값으로는 충분히 하 고도 남을 것이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가장은 돈 을 벌어야 하는 법이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이번

겨울에 날라야 할 사료를 생각하 는 동안, 차는 마을에 들어서고 있었다.

부릉!

차가 마을 공터에 서자, 집에서 할머니 귀신들이 하나둘씩 나와 다가왔다.

“할머니!”

신수조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 자, 할머니들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잘 왔어.”

“자주 못 와서 죄송해요.”

“귀신들만 사는 마을에 와서 뭐 하게 자주 와. 가끔씩 이렇게 오 면 돼.”

웃으며 신수조를 보던 할머니가 마당을 가리켰다.

“우리가 준비는 해 놨어.”

마당에는 방수포가 깔려 있었 고, 커다란 대야에 물이 받아져 있었다.

“저희하고 같이 하시지.”

“기다리면서 손 놓고 있으면 뭐 해.”

할머니의 말에 신수조가 웃을 때, 주차를 한 신수 형제와 강진 이 인사를 했다. 그렇게 서로 인 사를 나눈 사람들과 귀신들은 서 둘러 김장을 할 준비를 시작했 다.

아침 일찍 와서 시작을 한다고 해도 배추 절이는 시간까지 생각 을 하면 지금부터 빠르게 움직여 야 하는 것이다.

같이 온 한끼식당 귀신들과 사

람들은 트럭에서 배추를 내려 마 당에 깔아 놓은 방수포 위로 쌓 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할머니들은 배추를 빠 르게 손질을 해서는 소금물에 담 갔다. 일단 배추 숨부터 죽여야 뭐든 하니 말이다.

직원들과 할머니, 그리고 신수 형제가 재료를 손질하고 있을 때 강진과 배용수는 한쪽에서 음식 을 만들고 있었다.

김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 간중간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니 말이다.

솥에서는 돼지고기가 맛있게 삶 아지고 있었고, 그 옆에서 강진 과 배용수는 부침개를 만들고 있 었다.

할머니들이 음식 하면서 편히 뜯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만 들고 있는 것이었다.

김장을 할 때에는 역시 수육과 먹거리가 빠질 수 없으니 말이 다.

솥에서 펄펄 끓어오르는 육수와 고기를 보던 강진은 배추를 뜯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도 배추가 좋다.”

“좋기는 한데…… 배추 가격이 너무 비싸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배추 가격이 폭 등해서 신수용이 걱정을 했던 것 이다. 적당한 가격에 좋은 제품 을 파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으니 말이다.

입맛을 다시던 강진은 배추 한 조각을 뜯어 배용수의 입에 넣어 주었다.

스륵!

배용수가 배추를 씹어 먹는 것 을 보던 강진이 육수를 보고는 말을 했다.

“전에 먹었던 고기국수 끓이자. 날씨도 쌀쌀하니 따뜻한 국수 먹 으면 맛있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육수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분들은 고기국수 못 먹어 봤을 테니 괜찮겠네. 배추 넣고 끓이면 시원하고 맛있겠다.”

배용수는 한쪽에 쌓여 있는 배 추를 하나 가지고 와서는 겉을 뜯어내며 손질하기 시작했다.

“육수 좀 따로 끓여라.”

“오케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기가 삶아지는 곳 옆에 새로 솥을 놓 고는 육수를 부었다.

뒤이어 강진이 육수 위의 부유

물을 걷어내자, 배용수가 양념을 안에 쏟았다.

“국수는 푸드 트럭에서 삶아 와 라.”

“지금?”

“육수에다 양념 넣었으니 이제 배추하고 야채만 넣으면 끝나. 지금 삶으면 딱 맞을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드 트럭으로 올라 갔다.

푸드 트럭에는 이미 물이 끓고

있는 통이 하나 있었다. 요리를 할 때에는 늘 뜨거운 물이 필요 하니 어디를 가더라도 일단 물부 터 끓이는 것이다.

뜨거운 물을 통에 담아 불 위에 올린 강진이 최호철을 향해 소리 쳤다.

“형, 물 좀 통에 담아 주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물통과 바가지를 들고는 물가로 걸어갔 다. 그 사이 뜨거운 물이 펄펄 끓어오르자 강진이 면을 꺼내서 는 물에 넣었다.

부글부글!

면이 삶아지며 끓어오르기 시작 하자, 강진이 차가운 물을 몇 번 씩 넣으며 휘저었다.

그렇게 세 번 정도 끓어오르는 거품을 찬물로 죽인 강진은 뜰채 로 국수를 건져냈다.

화아악! 화아악!

“으, 뜨거!”

뜰채 밑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 자 강진이 그것을 위아래로 흔들 어 물을 좀 털어냈다.

“여러 사람이 먹을 국수라 이것 도 무겁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국수가 담긴 뜰채를 들고는 서둘러 물가 로 걸음을 옮겼다.

촤아악! 촤아악!

최호철은 작은 연못에서 물을 조심히 떠서 통에 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옆에 뜨거운 국수를 들고 도착한 강진은 뜰채에 담긴 국수를 그대로 찬물에 쏟아부었

다.

촤아악

국수가 찬물에 들어가 풀어지자 강진이 물에 손을 넣고는 국수를 비비며 씻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최호철이 말을 했다.

“물 더 넣어?”

“계속 넣으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열심히 국수를 문대자, 최호철이 물을 부으며 물었다.

“무슨 국수를 빨래하는 것처럼 문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원래 국수는 이렇게 빨래하는 것처럼 팍팍! 힘줘서 문대고 비 비는 거예요. 그래야 면에 붙은 전분들이 빠지거든요.”

“그럼 안 끊어져?”

“안 끊어져요.”

“뭉개질 것 같은데?”

최호철의 말에 강진은 국수를

한 움큼 쥐고는 힘을 꾸욱 주었 다.

쪼르륵! 쪼르륵!

면발을 타고 물이 떨어지자 강 진이 쥐었던 주먹을 펼쳤다.

“안 뭉개졌죠?”

“그러네.”

최호철이 신기하다는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형은 요리 잘 안 해 드셨나 보 네요?”

“내가 요리를 해 먹을 일이 뭐 있나? 그냥 배고프면 라면이나 먹고 경찰서 가서 밥 먹고 그런 거지.”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국수를 계속 비비다가 뜰 채에 국수를 올렸다. 그러고는 최호철을 보았다.

“여기 위에 물 좀 더 부으세 요.”

최호철이 물을 붓자 강진은 면 을 몇 번 더 씻어 전분을 최대한 없앤 뒤 물기를 털었다. 그러고

는 면을 챙겨 서둘러 배용수가 있는 곳으로 갔다.

강진이 도착했을 때, 배용수는 이미 고기를 얇게 썰고 있었다.

“수육도 다 삶아진 거야?”

“익었을 것 같은 놈들만 건진 거야.”

스르륵! 스르륵!

날카로운 검수림 식칼로 얇게 썰어지는 고기를 보며 최호철이 말을 했다.

“맛있겠다.”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고기를 한 점 집어 그의 입에 넣어 주었 다.

“음! 맛있다.”

고기를 씹으며 감탄하는 최호철 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JS 음식들로 만들기를 잘 했 어.’

귀신들과 함께 하는 김장이니 이왕 먹는 거 정말 맛있게 먹자

는 생각에 JS 식재들로 음식을 만든 것이다. JS 식재를 먹어 문 제될 사람은 오늘 여기에 없으니 말이다.

강진도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JS 음식은 확실히 맛있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고기를 한 점 맛보고는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다 강진이 씻어온 면도 좀 집어 입에 넣었다.

“음! 국수 잘 삶았네.”

“국수 한두 번 삶냐.”

말을 하며 강진은 끓고 있는 고 기국수 육수를 보았다. 이미 배 추도 들어가서 잘 끓고 있었다.

“다 된 거야?”

“조금만 있으면 돼. 너는 배추 숨죽인 것에 양념 좀 해서 가져 와. 겉절이처럼 먹게.”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소금물에 담겨 있는 배추를 몇 개 꺼내 물 에 씻고는 미리 만들어 놓은 양 념 소에 비벼 가지고 왔다.

아직 숨이 완전히 죽지는 않아 뻣뻣한 감이 있었지만, 바로 양 념해서 겉절이처럼 먹으면…… 아주 맛있을 것이다.

‘맛있겠다.’

살짝 매운 향과 젓갈 냄새에 입 맛을 다신 강진은 한창 김장 중 인 이들에게 말했다.

“다들 참 드시고 하세요.”

“그래. 먹고 하자고.”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 잖아.”

귀신이 하기에는 조금 묘한 농 담을 하며 할머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신수 형제와 직원들도 일어났다.

“아구구! 허리야.”

신수조가 허리를 두들기며 일어 나자 신수귀가 그녀의 허리를 손 으로 눌러 주었다.

“좀 쉬어.”

“됐어. 이거 빨리하고 쉬어야지. 이러다가 어두워지면 더 힘들어. 빨리하고 쉴래.”

그러고는 신수조가 음식을 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신수귀는 웃으며 그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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