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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60화 (758/1,050)

760화

“꺄아악!”

“으아악;”

조용하던 산속에서 들려오는 비 명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자, 할머니가 웃 으며 그가 들고 있던 뒤집개를 대신 쥐고 부침개를 뒤집었다.

“애들이 돼랑이 타고 오나 보 네.”

“아……

할머니의 말에 배용수가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비명이 들리 는 곳을 보았다.

“그런데 소리만 듣고도 아시네 요?”

“강진이가 처음에는 저렇게 비 명을 지르면서 돼랑이를 타고 왔 으니까. 그리고 너도 비명 지르 며 왔잖아.”

할머니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처음에 돼랑이

탔을 때 저렇게 비명을 질렀으니 말이다.

배용수는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을 귓등으로 흘리며 도토리묵을 칼로 썰기 시작했다,

예쁘게 도토리묵을 써는 배용수 를 보던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 다.

“총각이 요리를 참 잘해.”

“제가 요리사거든요.”

“우리 때 남자들은 물 한 잔도 떠달라고 했는데…… 총각은 요

리까지 하네.”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까요.”

배용수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다가 물었다.

“귀신 된 지는 얼마나 됐어?”

할머니의 물음에 배용수가 잠시 멈칫했다가 입을 열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 만…… 한 오 년은 넘은 것 같아 요.”

“쯔쯔즈! 젊은 나이에 어쩌다

가……. 나도 죽은 지 몇십 년이 니 왜 이리 오래 있냐고 말은 못 하겠지만, 자네도 어서 승천을 해야지.”

“그래야 하는데……

배용수는 비명이 들려오는 곳을 보다가 말을 했다.

“바보 같은 놈이 하나 있어 서…… 조금 있다가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배용수의 말에 할머니가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다가 말했다.

“강진이가 걱정돼서 못 가는 건 가?”

할머니의 말에 배용수가 도토리 묵을 잠시 보다가 칼로 썰며 말 했다.

“처음에는 제가 음식을 마음껏 해 보지 못한 것이 한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네는 한이 뭔지 알아?”

“처음에는 저도 몰랐어요. 그런 데 식당에서 마음껏 음식을 만들 다 보니…… 마음이 가벼워졌습

니다. 아마도 그 가벼움까지 사 라지면 승천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한이 뭔지 모르기에 한 을 풀지 못하고 승천을 못 하는 것이 귀신이다.

하지만 배용수는 한끼식당에서 하고 싶은 요리를 마음껏 하다가 자신의 한이 무엇인지 알아챈 것 이다.

“그럼 승천하는 건가?”

할머니의 물음에 배용수가 잠시

있다가 웃으며 말을 했다.

“그 한은 사라졌는데 다른 욕심 이 생겨서요. 지금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욕심?”

할머니가 의아한 듯 보자, 배용 수가 웃으며 도토리묵을 접시에 가지런히 담고는 그 위에 양념을 수저로 올렸다.

그러고는 그 위에 잘게 썬 홍고 추를 얹어 장식한 배용수가 웃으 며 말했다.

“강진이 옆에 좋은 여자 생기 고…… 시간이 된다면 애 낳는 것까지 보고 승천을 하고 싶어 요. 그 녀석이 외로움을 많이 타 거든요.”

“강진이가 외로워?”

“저희 직원들 말고는 강진이한 테 가족이 없거든요.”

“이런......"

할머니가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젓자, 배용수가 웃으며 말을 이 었다.

“그리고 조금 더 같이 놀고 싶 어요.”

“좋은 친구네.”

할머니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 다.

“저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는 데……

“데?”

의아한 둣 할머니가 보자, 배용 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놈은 저를 마누라라고 부르

더라고요.”

“마누라? 설마 강진이가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은 무섭다니까요.”

배용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할 머니가 충격을 받은 듯 그를 보 았다.

“드라마에서 남자끼리 뽀뽀하고 그런 것 보기는 했는데... 세상

에…… 그럼 두 사람 혹시?”

뽀뽀까지 해 봤는 의미가 담긴

할머니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배 용수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니에요.”

“나는…… 요즘 말로 취향을 존 중하는 사람이라 괜찮아.”

말을 하며 할머니가 슬며시 부 침개를 뒤집개로 누르고는 일어 났다.

“보…… 보쌈김치가 잘 되어가 나?”

그러고는 다른 할머니들이 보쌈 김치를 만드는 곳으로 가는 할머

니의 모습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 셨다.

‘실수했나?’

할머니들에게 남자 취향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강진이 지을 표 정을 상상하며 짓궂게 말을 했던 건데…… 이상하게 자신도 그런 쪽으로 몰렸으니 말이다.

배용수가 그에 대해 생각을 할 때, 멧돼지들이 마을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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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찬 소리를 내며 뛰어오는

돼랑이 가족의 모습에 할머니가 고함을 질렀다.

“먼지 날려!”

할머니의 외침에 달려오던 돼랑 이가 급히 속도를 줄였다.

“으아아악!”

질주하던 멧돼지들이 급히 속도 를 줄이자 곤란해진 건 위에 탄 사람들이었다. 반동에 튕겨 나갈 뻔한 것이다.

실제로 신수귀는 그 반동에 못 이겨 붕 뜨고 있었다.

부웅!

허공에 뜨는 신수귀의 모습에 멧돼지 한 마리가 번개처럼 뛰어 서는 그가 떨어지는 곳 앞에 엉 덩이를 들이밀었다.

퍽!

쿵!

멧돼지 엉덩이에 부딪힌 신수귀 가 땅에 떨어졌다.

“으앗!’’

다행히 멧돼지 엉덩이에 부딪히

고 떨어져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 지만, 아프기는 한 모양이었다.

“오빠 괜찮아요?”

신수조가 급히 내려서는 부축해 일으키자 신수귀가 민망한 듯 고 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괜찮아.”

신수귀는 몸에 묻은 흙을 털어 내고는 자신을 엉덩이로 막아준 멧돼지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고맙다. 네가 아니면 다칠 뻔 했어.”

신수귀의 말에 멧돼지가 고개를 끄덕이는 人}이, 그를 태웠던 멧 돼지가 미안하다는 듯 다가와 그 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커다란 멧돼지가 애교라고 한 행동이지만 신수귀의 몸은 거칠 게 흔들렸다.

“그래.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멧돼지가 미안해하는 것 을 알기에 신수귀가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을 때, 강진이 다 가왔다.

“안 다치셨어요?”

“괜찮습니다.”

“재밌으라고 타시라고 한 건 데……

“하하하!”

강진의 말에 신수귀가 고개를 흔들며 웃고는 말을 했다.

“재미는 있었습니다. 마치 안전 벨트 안 하고 청룡열차 탄 느낌 이었지만요.”

신수귀의 말에 신수조도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스릴 있고 정말 재밌었어요.”

“다행이 네요.”

신수조도 재밌었다고 하는 것에 강진이 슬쩍 신수호를 보았다.

신수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수건으로 얼굴에 난 땀을 닦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 지 그를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불편한 심정이 눈빛에서 보이는 것에 강진이 슬며시 고개를 돌리

고는 급히 말했다.

“용수가 맛있는 음식 준비한 모 양입니다.”

강진이 서둘러 음식을 하는 곳 으로 걸음을 옮기자 신수호가 그 뒷모습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 고는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후들후들!

다리가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는 것에 신수호가 입맛을 다시고는 다리를 손으로 주물렀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힘을 주고 있었던 터라 전신에서 경련 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빠 괜찮아?”

신수조가 다가오는 것에 신수호 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를 주물 렀다.

평소 표정이 없다시피 한 그의 얼굴이 살짝 굳어 있는 것이 정 말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운동 좀 해. 이거 좀 탔다고 근육에 경련이 오면 어떡

해.”

“운동은…… 한다.”

“출퇴근할 때 걷는 게 무슨 운 동이야. 앉아봐.”

신수호가 주춤거리며 앉자 신수 조가 그의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한편, 강진은 배용수 옆에서 신 수조가 신수호의 다리를 주무르 는 것을 보고 있었다.

“돼랑이 처음 탈 때는 나도 저 랬는데.”

강진도 처음에 돼랑이 타고 달 릴 때는 안 떨어지려고 전신에 힘을 줘서 온몸에 쥐가 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전 을 뒤집다가 그가 보는 곳을 보 고는 말했다.

“후환이 두렵지 않냐?”

“나야 재밌으라고 타게 한 거 지. 나쁜 의도는 아니었어.”

“의도가 좋아도…… 저런 모습 이 됐으면 나 같으면 화낼 것 같

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신수호를 보았다. 그러다 가 슬며시 말을 했다.

“ 화나셨을까?”

“지금 저 모습 보면…… 화났다 에 내 식칼을 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걱정스러 운 얼굴로 신수호를 보았다. 요 리사에게 칼은 목숨하고도 같은 데 배용수가 그것을 걸었을 정도 면…….

“사과를 해야 하나?”

“세상에, 사과도 안 하고 왔어? 네가 사람이냐?”

놀리는 기색이 다분한 배용수의 말에 한숨을 쉰 강진은 아이스박 스에서 시원한 맥주를 두 캔 챙 겨서는 신수호 쪽으로 걸음을 옮 겼다.

신수호에게 다가간 강진이 슬며 시 맥주를 내밀었다.

“재밌으라고 한 건데 조금 힘드 셨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신수호는 강진을 보다가 손을 내밀어 맥주를 받아 한 모금 마 시고는 다시 내밀었다. 강진이 맥주캔을 받자 신수호가 몸을 일 으켰다.

“이제 됐다.”

“아직도 단단한데?”

허벅지를 주무르는 신수조의 말 에 신수호가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 괜찮아.”

그러고는 신수호가 다시 강진을

보았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도 재 미는 있었습니다.”

“그러세요?”

다행이라는 듯 말하는 강진을 보며 신수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두 번은 못 타겠군요.”

“아……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다만……

신수호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재밌

다는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 다.

목소리가 닿지 않는 거리다 보 니, 강진이 혼나고 있는 거라 생 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용수 씨 재판 때 제가 정신이 없어 증거 서류 한두 장 놓고 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요.”

“증거 서류요?”

“재판은 증거로 하는 싸움이 니…… 큰일입니다. 서류를 잘

챙겨야 할 텐데.”

말을 하며 신수호가 걸음을 옮 기자 강진이 급히 그에게 다가갔 다.

“저기 그게……

배용수는 죄가 없다고 말을 하 려는 강진을 신수조가 잡으며 웃 었다.

“오빠가 그냥 농담한 거예요.”

“농담요?”

“오빠가 어디 재판에 사적인 감

정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인가요. 말은 저렇게 해도 자신이 맡은 귀신은 최선을 다해 변호하세요. 방금 한 말은 농담이에요.”

신수조는 걸어가는 신수호를 보 며 말을 이었다.

“오빠 지금 기분 좋아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잔뜩 불편해 보이는 얼굴을 하 던 신수호가 기분이 좋다는 것에 강진이 의아해하며 묻자 신수조 가 웃으며 말했다.

“기분이 좋으니 저런 농담을 하 신 거예요.”

“그게 농담처럼 안 들려서요.”

싸늘한 얼굴로 농담을 하는 사 람은 없으니 말이다.

여전히 걱정스럽게 신수호의 등 을 보는 강진을 보던 신수조는 그의 손에 들린 맥주캔을 빼앗아 들고는 마시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걱정하지 말 아요.”

웃으며 신수조가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배용 수에게 다가갔다.

“사과 잘 했어?”

웃으며 자신을 보는 배용수에게 강진이 말했다.

“미안.”

“응? 뭐가?”

뭐가 미안하냐는 듯 보는 배용 수를 보며 강진이 한숨을 쉬었 다.

“그냥 너한테 미안한 짓을 한

것 같아서.”

“너 또 이상한 짓 했냐? 뭐 했 어?”

배용수가 눈을 찡그리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너 제삿날에 밥상은 거 하게 차려 줄게.”

“뭐라는 거야?”

의아한 눈으로 보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

재차 고개를 저은 강진은 갓 만 든 부침개를 접시에 담았다. 일 단 먹는 거로 용서를 다시 구해 볼 생각이었다.

자기 때문에 배용수가 화탕지옥 같은 데 떨어지면 미안하니 말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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