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4화
무슨 말인가를 더 하려는 듯 입 가를 꿈틀거리는 오혁을 보며 강 진이 급히 일어났다.
“의사 선생님 모셔 올게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급히 손 을 들어서는 침상 옆에 있는 버 튼을 눌렀다.
띠링!
작은 소리가 울리자 오택문이
오혁을 보았다.
“혁아, 정신 좀 드니?”
오택문의 말에 오혁이 재차 입 을 움찔거리자 강진이 급히 말했 다.
“강혜 누나한테 전화할게요.”
“아…… 그래. 어서 하게.”
강진은 핸드폰을 꺼내 이강혜에 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화 가 가는 사이 병실 문을 열고 의 사들이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벨을 누르고 얼마 되지 않았지 만 VIP 병실을 담당하는 의사들 이 바로 온 것이다.
의사들이 들어오자 오택문이 급 히 말했다.
“방금 혁이가 말을 했네.”
오택문의 말에 의사들이 다가와 오혁을 살피기 시작했다.
“환자분 제 목소리 들리세요?”
“아아아……
작게 소리를 내는 오혁의 모습
에 의사들이 반응을 체크할 때, 강진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이강혜의 목소리에 한 발 뒤로 물러나 통화를 이어나갔다.
[강진아.]
“방금 혁이 형이 깨어났어요.”
[하아아아.]
바람 빠지는 소리와 비슷한 신 음을 토해낸 이강혜는 잠시 말이 없다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오…… 오빠…… 깨어났어? 정 말이야?]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오혁을 보았다.
“방금 어르신을 알아보고 말을 했어요.”
[나…… 바꿔줘.]
강진은 분주하게 오혁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의사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 막 깨어나셔서 말 을 잘 못해요.”
[그래도 내 목소리는 들을 수 있잖아.]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오혁의 옆에 가서는 의사를 보았다.
“아내분이 혁이 형에게 말을 하 고 싶은 듯한데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의사의 대답에 강진은 핸드폰을 스피커 모드로 하고는 오혁의 베 개 옆에 놓았다.
“으으으 ”
오혁은 작게 신음을 토할 뿐 아 직 눈을 뜨지 못하고 않았다.
“형 옆에 놨어요. 말씀하시면 돼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오빠, 나 강혜야. 오빠 내 목소 리 들려? 내 목소리 들리지. 오 빠 깨어나서 너무 좋아. 오빠 나 지금 가니까 조금만 더 정신 차 리고 있어야 해. 나 갔는데 오빠 다시 자고 있으면…….]
전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 던 의사들이 서로를 한번 보고는 오택문을 보았다.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게.”
“그런데 전화기는……
“검사할 때 전화기는 못 가져가 나?”
“그건 아니……
말을 하던 의사를 옆에 있던 사 람이 툭 치고는 말했다.
“가족이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 주면 환자에게 좋을 겁니다. 환 자분 검사하는 동안 목소리 계속
들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주게.”
오택문의 말에 의사들이 병상을 밀고 병실을 나갔다. 그에 오택 문이 따라나서려 하자, 의사가 급히 말했다.
“환자분은 저희가 잘 검사하겠 습니다.”
“그…… 그런가? 그럼 잘 부탁 하네.”
오택문의 말에 의사가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 병실을 나섰다.
오혁과 의사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오택문이 순간 휘청거 렸다.
“회장님.”
이종범이 급히 부축하려 하자, 오택문은 손을 들어 괜찮다는 신 호를 하고는 소파에 기댔다.
“냉수 한 잔 주게나.”
오택문의 말에 이종범이 냉장고 에서 꺼낸 물을 잔에 따라 가져 왔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네. 괜찮아. 애들한테 연락 이나 하게나.”
“알겠습니다.”
이종범이 전화를 돌리기 시작하 자 오택문은 한숨을 쉬고는 강진 을 보았다. 그렇게 잠시간 강진 을 쳐다보던 오택문이 미소를 지 었다.
“자네가 와서 우리 아들이 깨어 난 것 같네.”
“그럴 리는 없지만…… 어쨌든 뭐라도 도움이 된 거면 좋겠네
요.”
“도움이 됐네. 아주 큰 도움이 됐어.”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 문 쪽을 보았다.
“검사는 얼마나 걸릴까요?”
강진의 물음에 오택문이 이종범 을 보았다. 그 시선에 이종범이 고개를 숙이고는 병실을 나섰다.
둘만 남은 병실 안에서 강진은 오택문에게 넌지시 말했다.
“결과 잘 나올 겁니다.”
“십 년이 넘게 잠을 자던 녀석 이 입을 열었으니…… 그것만으 로도 나는 만족하네.”
말을 하는 오택문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영감님이라……
아들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한
말이 영감님이라는 것에 오택문 은 기분이 좋았다. 정신이 들자
마자 찾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자신이니 말이다.
기뻐하는 오택문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어르신.”
“응?”
오택문이 보자, 강진이 말을 했 다.
“형 몸이 건강해질 때까지는 어 머니 일은 말하지 않는 것이 좋 을 것 같습니다.”
“혁이 엄마?”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 그래야 하나?”
“혁이 형 자신이 누워 있는 사 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알 면 충격받을 겁니다.”
“아……
강진의 말에 오택문의 얼굴이 굳어졌다.
“영혼일 때의 일은…… 기억을 못 한다 했었지.”
“혁이 형이 영혼일 때 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승천하는 것을 직접 보기는 했지만…… 지금은 기억 하지 못할 겁니다.”
“그럼…… 혁이는 제 엄마 죽은 걸……
“모르실 겁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한숨을 쉬고는 눈을 감았다.
“깨어나면…… 엄마를 먼저 찾 을 텐데.”
오혁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재차 한숨을 토한 오택
문이 강진을 보았다.
“자네 말대로 얼마 동안은 혁이 에게 숨겨야겠군.”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 다.”
깨어나자마자 큰 충격을 받으면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이 다.
오혁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오택문과 강진이 이야기를 나누 던 人}이, 이강혜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오택문에게 고개 를 숙여 인사를 한 그녀는 들고 있는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오빠, 내 말 계속 듣고 있는 거지? 나 지금 오빠 병실 들어왔 어. 검사 잘 받고 있어야 해.”
‘회사에서 여기까지 통화를 하 면서 오셨나 보네.’
강진이 이강혜를 볼 때, 통화를 끊은 그녀가 오택문에게 재차 고 개를 숙였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오택문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계 속 통화를 했으니 말이다.
“아니다. 혁이가 말을 하던?”
“아니요. 의사 선생님들 목소리 는 간간이 들렸는데 오빠 목소리 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강혜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했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으 니…… 조금 있으면 끝나겠구 나.”
오택문의 말에 이강혜가 한숨을 크게 토했다.
“ 하아.”
그런 이강혜를 보며 강진이 말 했다.
“누나, 물 좀 드릴까요?”
“웅? 응.”
강진이 물을 꺼내 주자, 이강혜 가 그것을 받아 마시고는 오택문 을 보았다.
“아버님, 오빠가 뭐…… 뭐라고
그랬어요?”
이강혜의 말에 오택문이 잠시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영감님이라고 하더구나.”
“영감님요?”
이강혜가 의아한 듯 보자, 오택 문이 그녀를 보았다.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혁이 가 나를 처음으로 불러줘서 무척 좋았단다.”
“아버님 저는 혁이 씨 깨어난
것만으로도 좋아요.”
이강혜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일 때, 병실 문이 열리며 병 상이 들어왔다.
드르륵! 드르륵!
병상이 들어오는 것에 이강혜와 오택문이 급히 다가갔다.
“어떤가?”
오택문의 물음에 나이 지긋해 보이는 백발의 의사가 웃으며 말 을 했다.
“기적이라고밖에는 말을 못 드 리겠습니다.”
“기적? 그 말은?”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축하드립니 다.”
의사의 말에 이강혜가 급히 오 혁의 손을 잡았다.
“오빠, 내 말 들려? 오빠.”
이강혜의 간절한 목소리에 반응 하듯, 오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흐으음.”
작은 신음을 토하며 눈을 뜬 오 혁은 이강혜를 보았다. 뒤이어 그의 입가에 작은 경련이 일어났 다.
주르륵!
뭔가 말을 할 듯 입을 떨었지 만…… 입에서는 말이 나오는 대 신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바보같이……
이강혜가 입가를 닦아주자, 오 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 사…… 사……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할 듯 말하지 못하는 오혁을 보며 이강 혜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더 사랑해.”
이강혜의 말에 오혁의 입가가 올라갔다.
오혁의 눈동자가 이번에는 오택 문을 향했다. 미소를 머금은 오 혁이 입이 재차 꿈틀거렸다.
“영…… 영……
“그래. 영감님 여기 있다. 혁 아.”
오택문의 목소리에 좀 더 선명 한 미소를 짓던 오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주위를 향해 눈동자를 움직이던 오혁은 이강혜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 어…… 엄……
오혁의 떨리는 목소리에 오택문 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혁이…… 엄마를 찾는 것이다.
엄마는 지금 외국에 잠시 나가
있단다.”
외국이라는 말에 오혁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그런 오혁을 보던 오택문은 슬쩍 옆에 있는 의사의 다리를 발로 툭 쳤다.
툭!
자신의 다리를 차는 오택문의 행동에 의사가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곧 눈치를 채고는 말을 했다.
“환자분은 깨어나신지 얼마 되 지 않아서 안정을 취해야 합니
다.”
“아…… 그런가. 알겠네.”
오택문은 슬며시 이강혜를 데리 고 옆으로 물러났다. 그에 이강 혜가 의아한 듯 보자, 오택문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 人}이, 의사들은 병상을 원 위치에 세운 뒤 고정시켰다. 뒤 이어 백발의 의사가 오택문에게 말을 했다.
“오혁 씨가 깨어나기는 했지만 얼마 동안은 안정이 중요합니
다.”
“그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 세.”
“알겠습니다.”
의사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나가 자, 오택문은 누워 있는 오혁을 보았다. 오혁은 눈으로 이곳을 보고 있었다.
그런 오혁을 보며 미소를 지은 오택문이 이강혜를 보았다.
“강혜야.”
이강혜가 보자 오택문이 작게 속삭였다.
“혁이에게 어머니 이야기는…… 좀 나중에 하기로 하자. 혁이가 충격을 받을까 무섭구나.”
오택문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
말을 하며 오택문은 오혁을 안 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혁 이 깨어나서 너무나도 기쁜
데…… 그 기쁨을 온전히 즐기기 힘들게 하는 슬픔이 있었다.
언젠가는 그에게 어머니가 고인 이 됐다는 것을 알려야 하니 말 이다.
‘당신이 살아서 혁이가 깨어나 는 것을 봤더라면 얼마나 좋아했 을까.’
속으로 중얼거리며 오혁을 보는 오택문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어 렸다.
“ o O O ”
오혁이 작게 신음을 내며 이쪽 을 보자 이강혜가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오빠, 필요한 것 있어? 뭐 줄 까?”
이강혜의 말에 오혁은 대답 대 신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를 보았 다.
말없이 자신을 보는 오혁의 시 선에 이강혜 또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말없이 서로 를 보며 미소를 짓는 사이, 오택 문이 쓰게 웃으며 강진을 보았 다.
“부모는 눈에도 안 보이나 보 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어르신부터 찾았잖아 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건 그렇지.”
오택문이 흐뭇한 얼굴을 한 채 오혁에게 다가가자 강진이 그 뒤 를 따라 걸어갔다.
강진이 다가오자 이강혜가 오혁 에게 말을 했다.
“오빠, 내가 강진이 이야기 많 이 했는데. 얘가 강진이야. 혹시 내가 한 말 기억해?”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강진을 보았다. 그러고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처…… 처남?”
오혁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 로 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