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65화 (763/1,050)

765 화

“처…… 처남?”

자신을 알아보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 다.

“형, 저 기억해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그를 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나.. 나중...에 술... 한

잔……해요.”

오혁의 중얼거림에 강진의 눈빛 에 씁쓸함이 어렸다. 영혼일 때 자신과 만났던 걸 기억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 이었다.

영혼일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 다면 ‘나중에 술 한잔해.’라며 말 을 편하게 했을 테니 말이다.

“형 누워 계실 때 누나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입꼬리를 살짝 올 린 오혁이 이강혜를 보았다. 그 러다가 손을 움직이려는 듯 손가

락을 꿈틀거렸다.

부들부들!

근육이 다 빠져서 앙상한 오혁 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자 이강혜 가 급히 그 손을 잡았다.

“ 오빠.”

이강혜가 손을 잡자 오혁이 잠 시 침을 삼키고는 떨리는 목소리 로 말을 했다.

“가끔 기억이 나.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했지만 당신이 나 에게 해 줬던 말들…… 그리고

그 느낌…… 생생하게 기억해.”

오혁은 눈동자를 굴려 강진을 보았다.

“당신이 처남 이야기를 할 때마 다 조금 질투도 났어. 내 여자가 다른 남자 이야기를 막 하고 말 이야.”

“무슨 그런 걸로 질투를 해. 나 는 오빠뿐인데.”

이강혜는 말을 하며 오혁의 얼 굴을 쓰다듬었다. 그에 오혁의 눈가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아마도 웃는 것 같았다. 웃는 얼굴로 이강혜를 보며 오혁이 말 을 이었다.

“그런데 당신 옆에 좋은 사람이 있어서 너무 감사했어.”

오혁은 다시 강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무 고맙다. 형 일어나면 닭 발에 소주 한잔하자.”

말하는 것이 힘들 텐데도 꿋꿋 이 말을 하는 오혁을 보며 강진 이 미소를 지었다.

‘친해지기 쉬울 거라고 하더 니…… 정말 친해지기 쉬운 분이 네요.’

정신을 차린 직후에는 존대를 썼었는데 어느새 편하게 강진에 게 말을 놓고 있었다.

이건 강진을 만만하게 봐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편하고 친근하 게 느껴서 그런 것이었다.

영혼으로 만났을 때의 오혁을 떠올리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재활 열심히 하시면 제가 정말

맛있고 매운 닭발하고 돼지껍데 기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오택문을 보았 다.

“어르신도 저희 가게에서 두 음 식 먹고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오택문을 보았다.

“영감님이?”

덜덜 떨리는 말투로도 느껴지는 놀람에 오택문이 미소를 지었다.

“너도 먹는데 나라고 못 먹겠 니?”

미소를 지으며 오혁을 보는 오 택문이 말을 이었다.

“소주와 먹으니 먹을 만하더구 나. 너 몸조리 다 하고 나면 나 하고 같이 돼지껍데기에 소주 한 잔하자. 아빤 너무 그러고 싶구 나.”

오택문의 말에 오혁이 미소를 지었다.

영감님하고 그 맛있는 거 먹으

려면 빨리 몸조리해야겠네요.”

말을 하던 오혁이 작게 침을 삼 키며 눈을 찡그렸다.

“오빠 목 아파?”

“ 조금......"

“말하기 힘든데 말을 너무 많이 했나 봐. 이제 말하지 마. 물 줄 까?”

“그래. 좀 줘.”

오혁이 더듬거리며 하는 말에 이강혜가 서둘러 물을 따라왔다.

“오빠 차가운 물 좋아하는 것 알지만, 지금은 미지근한 물 마 시자. 알았지.”

웃으며 이강혜가 수저로 물을 떠서는 그의 입에 조금씩 넣었 다.

“그냥 마시면 안 돼?”

“안 돼. 지금은 조금씩 마시고 나중에 몸 나으면 많이 마시자.”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오택문을 보았다.

“영감님 나 목 아파. 좀 누워

있을게.”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오늘은 깨어난 것만으로 도 수고했다. 좀 쉬고 이따가 다 시 이야기하자.”

“알았어.”

침대에 다시 누운 오혁은 이강 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미소를 짓는다고 해도 그저 입꼬 리만 살짝 올라가는 정도였지만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그에겐 대단히 힘 겨운 일이었다. 마치 100미터 전 력 질주를 하는 것처럼 온 힘을 다 짜내야 짧게나마 말을 하고 표정을 드러낼 수 있었으니 말이 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피곤해 질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자마자 금세 잠이 드는 오혁을 보며 미소를 지은 이강혜 는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이강혜를 보던 오택문이 한숨을 쉬고는 몸을 돌려 한쪽에 서 있는 이종범을 보았다.

그에 이종범이 다가와 고개를 숙이자 오택문이 말했다.

“혁이 잠들었는데 괜찮은 건지 물어보고 오게.”

“알겠습니다.”

이종범이 오혁을 한번 보고는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가자 오택문 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오늘 고생 많이 했네.”

“제가 고생한 것이 있나요.”

“아니야. 고생 많이 했어. 정 말…… 고맙네.”

“다음에 혁이 형, 누나하고 같 이 식사하러 오세요.”

“그래. 그러지.”

고개를 끄덕인 오택문이 손을 내밀자 강진이 그 손을 맞잡았 다.

“그럼 저는 저녁 장사를 해야 해서 이만 가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이강혜를 보았 다.

“누나, 저 가 볼게요.”

“가려고?”

“가야죠.”

“그래. 오늘 와 줘서 고마워.”

웃으며 강진을 보던 이강혜는 문득 오혁의 베개 옆에 놓인 핸 드폰을 보고는 그것을 들었다.

“이거 네 거지?”

“네.”

강진에게 핸드폰을 내밀던 이강 혜가 그것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

다.

“그나저나 나도 정신이 없었나 보다.”

“뭐가요?”

“새 핸드폰 나오면 준다고 해 놓고 지금까지 하나 안 줬네.”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이것도 잘 돌아갑니다.”

“핸드폰 이따 보낼게.”

“보내주시면 감사히 쓰겠습니

다.”

어차피 핸드폰이 더 있으면 직 원들이 여유 있게 쓸 수 있으니 많을수록 좋았다.

“아! 그런데 오늘 어떻게 온 거 야?”

“병문안 온 거죠.”

“그랬구나. 고마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강혜를 보던 강진이 오혁을 보 았다.

“다음에는 조금 더 건강한 모습 으로 보겠네요.”

“그렇지. 아 참, 애들 밥 잘 챙 겨 주고 있지?”

“그럼요.”

“그래. 고마워. 내가 며칠 있다 가 밥 한번 살게.”

“알겠습니다.”

이강혜와 악수를 나누고 병실을 나서던 강진은 의사에게 오혁에 대해 물어보려고 갔던 이종범과 마주쳤다.

이종범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의사가 뭐라고 해요?”

“자연스러운 거랍니다.”

“다행이네요.”

고개를 끄덕인 이종범이 웃으며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모습을 보다가 웃으며 걸음을 옮 겼다.

“다행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정말 다행이지. 다음에는 건강 한 혁이 형을 만날 수 있겠다.”

걸음을 옮기던 강진은 병실 쪽 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누나 웃는 거 보니 좋다.”

“앞으로도 웃으며 지내시겠지.”

“그래야지. 우린 가서 저녁 장 사 준비하자.”

강진과 배용수가 떠난 뒤, 이종

범에게서 오혁이 자는 것이 자연 스러운 것이란 의사의 말을 전달 받은 오택문이 안도의 한숨을 쉬 고는 고개를 돌렸다.

오혁의 손을 잡고 있는 이강혜 를 잠시간 보던 오택문은 다시 이종범을 보았다.

“강진이가 참 고마워.”

“이강진 씨가 봉사하는 보육원 이 몇 곳 있습니다. 이강진 씨 이름으로 후원을 할까요?”

“후원이라……

오택문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강진이 친척들 말 이야.”

“네.”

“잘 산다고 했던가?”

이종범이 말없이 보자, 오택문 이 말을 이었다.

“ 알아봐.”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강진이나 강 혜는 모르게.”

“알겠습니다.”

핸드폰을 꺼내며 병실 밖으로 나가려던 이종범은 오혁을 보았 다. 그 모습에 오택문이 입을 열 었다.

“자네도 혁이와 많이 친했지.”

“네.”

이종범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혁을 보았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으 니…… 지금은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닌 친한 동생으로 혁이 옆에 좀 있게.”

오택문의 말에 이종범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혁이에게 마음 쓰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으니…… 혁이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깨어 났겠지. 그러니 내가 더 고맙고

감사하네.”

말을 마친 오택문은 소파에 가 서 앉았다. 그에 이종범은 슬며 시 오혁의 옆에 가서 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에도 잠만 자던 오혁이었지 만, 지금은 어쩐지 얼굴에 생기 가 도는 것 같았다.

그런 오혁의 얼굴을 잠시 보던 이종범은 슬며시 그의 손을 쓰다 듬었다.

‘형 깨어나서…… 너무 고마워.’

* *  *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강진은 기 분 좋은 얼굴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술이 달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웃 으며 말을 했다.

“혁이 형이 깨어나서 기분이 좋 은가 보다.”

“그럼. 아침에 애들 사료 줄 때 같이 공원 걷고 하면 재밌을 거 야.”

“그것뿐이야?”

“뭐?”

“내 기억에 혁이 형이 깨어나면 좋은 선물 하나 해 준다고 했잖 아. 그거 바라는 것 아니야?”

배용수의 농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뭐 준다고 하면 거절은 안 하 지.”

강진은 배용수에게 소주를 따라 주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다 무엇인가를 보고는 미소 를 지었다.

강진 옆에서는 김소희가 VR 기 기를 쓴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저녁 장사를 할 때, L전자 직원 이 새로 나온 VR 핸드폰과 VR 기기를 가져다주었다.

새로 나온 신상이자 VR에 특화 된 핸드폰을 보던 강진은 김소희 를 불렀다.

전에 김소희가 이전 모델 VR폰 으로 가상현실을 했을 때, 재밌 어했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강진의 예상대로 김소희 는 VR을 재밌게 플레이해 보고 있었다.

“오! 이런 곳이 다 있군.”

김소희가 신기한 듯 고개를 쳐 드는 것에 강진이 슬며시 그 옆 으로 가서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 다.

“뭐 보시는 건가요?”

“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보고 있다네.”

VR 기기 밑으로 보이는 그녀의 입이 환하게 웃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피라미드 한 번도 안 보셨어 요?”

“사진이나 TV에서 본 적은 있 지만 이렇게 보니 정말 대단하 군.”

김소희는 고개를 위로 쳐들며 천장 쪽을 보았다.

“피라미드가 저렇게 크네.”

아마도 피라미드를 올려다보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올려다보던 김소희가 슬쩍 발을 구르자 그녀 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 다.

둥실! 둥실!

김소희의 몸이 떠오르는 것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 다.

‘와! 현신을 해도 나시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김소

희가 천장에 닿을 둣 솟구치자 이혜미를 보았다.

“혜미 씨, 아가씨 좀 잡아 주세 요.”

자신이 다리를 잡고 당겼다가는 경을 칠 테니 말이다.

“아, 네!”

이혜미는 급히 김소희의 다리를 잡았다.

“아가씨, 천장에 닿으세요.”

“아!”

이혜미의 말에 김소희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피라미드를 내려다보 려 했는데 이건 가상현실이라는 걸 생각을 못 했군.”

김소희가 웃으며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에 강진이 웃으 며 말했다.

“그렇게 진짜 같나요?”

“정말 진짜 같다네.”

정말 재밌는 듯 김소희의 목소 리는 잔뜩 업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술은 안 드세요?”

“한 잔 따라 주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잔에 소 주를 따라 그녀의 손에 쥐여 주

었다.

그에 김소희가 소주를 조심히 입에 가져가 마시자, 강진이 닭 발을 하나 집어 그녀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입 벌려 보세요.”

“응?”

김소희가 의아한 듯 입을 벌리 자, 강진이 그녀의 입에 닭발을 넣어 주었다.

그에 김소희가 굳은 듯 잠시 멈 췄다가 급히 말을 했다.

“지금 이게…… 콜록! 콜록!”

말을 하다가 사레가 들린 듯 연 신 기침을 하는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급히 물을 따라 내밀었 다.

“아가씨 물 드세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얼굴에

쓰고 있던 기기를 벗고는 눈을 찡그렸다.

“지금 뭐한 건가?”

“그…… 술을 드셨으니 안주 먹 여 드린 겁니다.”

강진이 웃으며 별일 아닌 것처 럼 말을 하자, 김소희가 그를 머 뭇거리며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손이 있네.”

멋쩍게 물을 마신 김소희가 다 시 VR 기기를 쓰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

‘죽을 뻔했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안주를 먹 여 줬는데…… 아무 생각 없이 황천길로 갈 뻔한 것이다.

‘아가씨한테 혁이 형 축복해 달 라고 부탁해야 하는데……

오혁 건강을 위해 무신의 축복 을 내려달라는 부탁을 하려면 먼 저 최대한 그녀의 심기를 좋게 해야 하는데…… 실수를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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