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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66화 (764/1,050)

766화

강진은 김소희의 옆에서 그녀에 게 VR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최 대한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 었다.

“자네 만리장성에 가 보았나?”

“가 본 적 없습니다.”

“아버님께서 예전 명나라에 사 신으로 가셨을 때 만리장성을 보 신 적이 있다 하셨는데…… 과연 엄청나군. 이걸 사람이 만들었다

니 말이야.”

웃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김 소희가 감탄을 토했다. 그러고는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중국은…… 정말 넓군.”

뭔가를 보며 감탄을 하는 김소 희를 보며 강진이 그녀와 같은 곳을 보았다.

물론 김소희가 보는 것은 VR 속의 세상이고, 강진이 보는 것 은 저승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귀 신들의 모습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김소희가 보는 방향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김소희가 강진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와 친한 강혜 누나 남편분이 오늘 눈을 떴습니다.”

“이강혜라면…… 이걸 만든 회 사 사장을 말하는 건가?”

김소희가 자신이 쓰고 있는 기

기를 톡톡 건드리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프다고 하더니 깨어난 모양 이군.”

“오늘 깨어났는데…… 오래 기 간 누워만 있어서 몸이 많이 허 약합니다. 피골이 상접한 것처럼 근육도 다 빠졌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손에 들 고 있던 VR 컨트롤러를 누르고 는 기기를 벗었다.

스윽!

기기를 벗은 김소희는 손으로 머리를 단정히 하고는 강진을 보 았다.

“축복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건 가?”

“늘 이런 부탁만 드려서 죄송합 니다.”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김소희 가 그를 보다가 말을 했다.

“축복을 내려주는 것이 별일 아 닌 것 같지만…… 여러 인과가

얽혀 있는 일이네.”

인과요?”

“내가 누군가를 축복해서 그 사 람이 건강하게 살았을 경우, 그 사람이 건강한 몸으로 좋은 일을 한다면 나에게는 좋은 영향이 생 기고 반대로 악행을 한다면 나에 게도 나쁜 영향이 생기네.”

“그

말씀은?”

“내가 그 인과를 감당할 수 있 다 생각하는 이에게만 축복을 내 린다는 말이네. 그가 좋은 일을

한다면 물론 나에게 좋네. 하지 만 반대로 그가 내가 내린 축복 으로 나쁜 일을 할 경우…… 나 는 그 인과를 감당해야 하는 것 일세.”

그러고는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 다.

“자네 생각에 그 혁이라는 이의 인과를 내가 감당해야 할 만큼 그 사람의 삶이 가치가 있다 생 각하나?”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손에

들린 VR 핸드폰을 가리켰다.

“이 핸드폰 어떠세요?”

“좋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보여 주네.”

정말 보기 드문 미소를 보이며 핸드폰을 보는 김소희의 얼굴에 는 즐거움이 어려 있었다.

김소희는 오랜 세월을 한국에서 살았고, 문화가 변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한국이라고 하면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보았다. 단…… 아무리 많이 다 녔다 해도 국내 한정이었다.

수호령이라면 대상과 함께 외국 이라도 갈 수 있지만, 김소희는 그런 것이 아니니 외국에 갈 수 가 없었다.

그런 김소희에게 VR로 보는 외 국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세상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을 위한 핸드폰이 있습니다.”

김소희가 보자 강진이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이렇게 손끝으로 글을 읽게 해 주는 핸드폰이 있습니다.”

“호오! 핸드폰으로 점자를 읽게 해 주는가 보군.”

“점자를 아십니까?”

“내가 귀신이기는 하나, 무식한 것은 아니라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O}가씨께서도 O}시다시피 눈O]

안 보인다는 것은 여러 방면으로 불편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보 낸 문자를 읽을 수도 없고, 문자 를 보낼 수도 없지요.”

“그렇겠지.”

“그런데 오혁 형이 있는 L전자 는 돈보다는 사람을 위해 그런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만듭니 다. 소수가 필요한 제품을 만드 는 것입니다.”

김소희가 자신을 보는 것에 강 진이 설명을 이었다.

“그 외에도 아가씨에게 말을 해 줄 좋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강진이 소방관을 위한 세탁기나 이런저런 것들을 이야기하자, 잠 자코 듣고 있던 김소희가 손을 들었다.

그에 강진이 조마조마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런 강진을 잠 시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내가 듣고 싶은 것은…… 자네 가 그를 믿느냐는 것이네.”

“그것이 중요한 것입니까?”

“나는…… 혁이라는 이를 잘 모 르네.”

잠시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말 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자네를 믿지.”

“ 그

말씀은?”

“내가 믿는 자네가 그를 믿는다 면…… 그로 인한 인과는 내가 감당하지. 좋든 혹은…… 나쁘 드 ”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저는 다.”

“내 등에 짐을 편하게 부탁하는

부탁드리겠습니

올리면서 너무 것이 아닌가?”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가 저를 믿는 만큼 저도 혁이 형을 믿습니다. 아가씨의 축복으로 형이 건강해진다면, 형 은 아가씨가 짊어진 짐을 같이 짊어질 겁니다. 그러니 편하게 부탁을 할 수 있습니다.”

“자네는 혁이라는 자를 믿나 보 군.”

“저는......"

잠시 말을 멈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혁이 형도 믿지만, 강혜 누나 도 믿습니다. 아가씨가 저를 믿 는 것처럼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피식 웃 었다.

“내가 자네를 믿는 만큼이라고 하니 불안하군.”

“네?”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김소희 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어디 자네 덕에 짊어진 짐이 무거워질지 가벼워질지 한번 보 세나.”

이야기를 마친 김소희는 VR 기 기를 머리에 쓰고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저 탑 좀 보게나. 무슨 철을 저렇게 크게 세워 둔 거지? 흉하 기가 이를 데가 없구만.”

“에펠탑이 처음에 세워졌을 때 는 프랑스 사람들도 흉물스럽다 고 싫어했답니다.”

“그럴 테지. 어찌 저렇게 큰 철 덩이를……. 하지만…… 크기는 크군.”

고개를 위로 쳐들고 있는 김소 희를 보며 강진이 작게 말을 했 다.

“부탁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 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쳐든 채 가

만히 있던 김소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정도 부탁은 들어 줄 사이 라 생각하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 사이 너무 좋은 사이네요.”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하 는군. 이제 난 스위스로 가 볼 것이니 자네는 가서 장사하게.”

김소희는 손에 쥔 컨트롤러를 들어 허공을 휙휙 저었다. 그런

김소희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강진이 앉자 배용수가 소주를 따라 주었다.

“부탁 들어주신대?”

“다 들었으면서.”

“잘 됐다.”

“잘 됐지.”

강진은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 는 오혁을 떠올렸다.

‘형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다.’

오혁을 믿고 있지만 혹시라도 그가 변한다면, 김소희의 어깨에 짐을 쌓게 되는 일이니 말이다.

추웠던 겨울이 가고 조금은 따 스한 봄기운이 감도는 공원에서 강진은 아이들에게 사료를 챙겨 주고 있었다.

“추웠던 겨울도 가고 이제 너희 들도 좀 살 만하겠다.”

강진이 웃으며 아이들이 사료를 먹는 것을 볼 때,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진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 렸다.

공원 한쪽에서 목발을 의지해 걸어오고 있는 오혁이 보였다.

“형.”

강진이 웃으며 손을 들자, 오혁 이 웃으며 목발을 들어 살짝 흔

들었다.

“날씨 따뜻하니 좋다.”

오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옆 을 가리켰다.

“이리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뒤 따라온 이강혜와 함께 정자로 걸 어와 앉았다.

“끄응! 아이구야!”

신음을 흘리며 정자에 앉은 오 혁은 아이들이 사료를 먹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이 녀석들 처음에는 나 보고 도망치기 바빴는데 요즘은 나를 봐도 그냥 먹는 것만 신경 쓰네.”

“누나하고 같이 다니니 좋은 사 람이라고 인식하나 보죠.”

“그런가? 하긴, 개도 밥 주는 사람은 안 문다는 말이 괜히 있 겠어.”

말을 하며 오혁이 하체를 손으 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끄응!”

다리를 주무르며 작게 신음을 토하는 오혁을 보고 강진이 물었 다.

“많이 저려요?”

“근육이 생기려고 이러는 거 지.”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말을 했다.

“요즘 매형 매일 운동해.”

“무리하면 안 좋아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저 었다.

“십 년을 누워만 있었는데 지금 부터라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운 동을 해야지. 십 년 동안 못 움 직인 거 생각하면 무리라고 할 것도 없어.”

말을 하며 오혁은 주머니에서 고무공을 꺼내서는 주물럭거렸 다.

“봐. 이런다니까.”

이강혜가 웃으며 하는 말에 오

혁이 입맛을 다셨다.

“근력 좀 생기면 빨리 철 들고 싶다.”

“철요?”

“역기 같은 거 말이야. 아령하 고.”

오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 내가 몸이 정말 좋았거 든. 나중에 형 몸 좋아지면 같이 운동하자.”

“형 몸 좋아지면 소주도 마셔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할 것 참 많네요.”

“그러게. 할 것이 참 많다.”

오혁은 웃으며 양손에 고무공을 쥐고 주물럭거리다가 말을 했다.

“재활 훈련 선생님들이 나 보고 놀라.”

“왜요?”

“이렇게 빨리 회복되는 사람이 없대.”

오혁은 웃으며 자신의 팔뚝을

보았다. 아직 앙상하기만 한 팔 뚝이지만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꾸우욱!

주먹에 힘을 준 오혁은 살짝 근 육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미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술은 좀 기다려라.”

“그래야죠. 지금은 몸 건강부터 챙기세요.”

말을 하며 강진이 이강혜를 보 았다. 이강혜는 오혁의 허벅지를

손으로 주무르고 있었다.

“우리 누나 형 허벅지 주무르느 라 팔뚝 두꺼워지는 것 아니에 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자신의 팔과 오혁의 다리를 번갈 아 보았다.

“내 팔뚝만큼 오빠 허벅지가 두 꺼워지면 좋겠어. 남자는 허벅지 인데 이게 뭐야.”

“하하하! 조금만 기다려. 내가 말벅지가 뭔지 보여 줄 테니까.”

“그래. 빨리 보여줘.”

두 사람이 기분 좋게 웃는 것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무신의 축복이 좋기는 하구나.’

깨어난 지 몇 달 안 된 사람이 보조 기구 하나에 의존해 혼자서 거동을 할 수 있다는 건 상당히 어려우니 말이다.

오혁은 메고 왔던 가방을 열어 서는 물통을 꺼내더니 그것을 흔 들었다.

“으.. ”

그것을 본 강진이 눈을 찡그리 자, 오혁이 웃었다.

“왜, 한 잔 줘?”

“거절하겠습니다.”

전에 오혁이 한 잔 줘서 마셔 봤는데 토할 것 같은 맛이었다. 뭔가 걸쭉하면서…… 뭐라고 표 현할 수 없는 맛이었던 것이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쓰게 웃으 며 물통을 흔들고는 뚜껑을 열었 다.

“후우우!”

뚜껑을 연 오혁은 긴 한숨을 토 하더니 내용물을 단숨에 마셨다.

꿀꺽! 꿀꺽!

내용물을 단숨에 마셔 버린 오 혁이 눈을 찡그리자, 이강혜가 그의 입에 초콜릿을 넣어주었다.

“이거.”

“고마워.”

초콜릿을 받아먹은 오혁이 물통 의 뚜껑을 닫았다.

“후우! 이건 정말 더럽게 맛없 어.”

오혁의 중얼거림에 이강혜가 웃 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게 근육 키우는 데에 좋데.”

오혁이 마신 건 몸에 좋은 것들 과 단백질을 섞어서 만든 셰이크 였다.

“젊었을 때도 이런 거 안 먹었 는데……

“젊었을 때 아니니 지금이라도

먹어.”

말을 하며 이강혜가 가방에 물 통을 담고는 하늘을 보았다.

“햇살 따스하니 좋은 날씨다.”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전에 봄비 올 때는 비가 오니 좋다고 했잖아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피식 웃 으며 하늘을 보다가 오혁을 보았 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다 좋아.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 고…… 오빠와 함께 이렇게 걸을 수 있는 날이면 어떤 날이든 다 좋아.”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이 손을 잡는 것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아가씨가 좋아하는 음식을 좀 해야겠네.’

늘 김소희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를 하지만, 오늘은 좀 더 맛

있고 정성을 들여서 음식을 준비 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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