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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68화 (766/1,050)

768화

“돌아……가셨니?”

오혁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 로 그를 보았다.

“형‘?”

“사실대로 말을 해 줘.”

“그건……

강진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싶어 오혁을 보았다. 그렇게 한 참 망설인 끝에, 강진은 조심스

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강진의 말에 오혁의 입에서 바 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아아아……

주르륵!

눈물을 흘리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티슈를 뽑아 내밀었다. 하지만 오혁은 티슈를 받을 생각 이 없어 보였다.

잠시간 말없이 눈물만 홀리던

오혁이 핸드폰을 켰다. 핸드폰 바탕 화면에 뜬 엄마 얼굴을 가 만히 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아니기를 바랐는데…… 그렇구 나.”

“어머니 이야기는 제가 아니라 누나와 아버님께 들으셔야 하는 데……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저 었다.

“나에게 어머니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 두 사람에게는 너무 힘

들고 슬픈 일이야.”

“그건…… 그렇죠.”

“그래서 미안하지만…… 너에게 들으려고 왔어.”

아들에게, 남편에게 당신이 누 워 있는 사이에 어머니가 돌아가 셨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니…… 정말 어렵고 괴로운 일일 것이었다.

그래서 오혁은 이강혜를 따돌리 고 강진에게 진실을 들으러 온 것이다. 아버지와 아내가 힘들지

않게 말이다.

“서로 배려를 하셨네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잠시 있다 가 국수를 보았다.

“그거 먹을 거니?”

“드세요.”

강진이 국수를 앞으로 밀자, 오 혁이 그것을 자신의 앞으로 당겨 서는 젓가락을 꽂았다.

그러고는 국수 뒤에 자신의 핸 드폰을 세우고는 자리에서 일어

났다.

휘청!

다리가 풀려 비틀거리는 모습에 강진이 급히 일어나려 하자, 오 혁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괜찮아. 오늘…… 재활 훈련을 많이 해서 좀 다리가 풀렸나 봐.”

힘들어서 다리가 풀린 것이다. 마음이 말이다.

탁자에 몸을 기대며 힘겹게 일 어난 오혁이 숨을 고르고는 탁자

에서 조금 떨어졌다.

부들부들!

목발을 짚지 않고 걸음을 옮기 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일어나 목발을 건네려 하자, 오혁이 고 개를 저었다.

“괜찮아.”

오혁은 국수 뒤에 있는 핸드폰 액정을 보았다. 꽃밭에 앉아 환 하게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오혁이 미소를 지었다.

“엄마, 나 부목 없어도 잘 서

있지?”

웃으며 엄마 사진을 보던 오혁 이 천천히 무릎을 구부렸다.

휘청!

서 있을 때는 어떻게든 중심을 잡고 있었지만, 무릎을 굽히자마 자 그의 몸이 바로 휘청거렸다.

그에 강진이 급히 다가와 부축 하려 하자, 오혁이 손을 들어 저 지 했다.

그러고는 무릎에 손을 대고는 천천히 몸을 구부려 절을 하기

시작했다.

입에서 절로 신음이 나올 것 같 았지만, 오혁은 신음을 꾸욱 참 으며 몸을 숙였다.

절을 하는 오혁의 움직임은 아 주 느렸다. 건강한 사람에게 절 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걷는 것도 힘든 사람에 게 절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그 래서 오혁은 정말 힘들게 절을 하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힘겹게 절을 한 오혁의 이마에 서 땀이 홀러내렸다.

주르륵! 주르륵!

그 짧은 두 번의 절을 하는 것 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는 지 진땀까지 흘러내린 것이다.

소리 나지 않게 숨을 토한 오혁 이 웃으며 어머니를 보았다.

“봄인데 벌써 여름 같네. 땀이

이렇게 나.”

오혁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 으로 닦으며 사진 속 어머니를 보았다.

“엄마 나…… 일어났는데…… 이제는 엄마가 자고 있네.”

멍하니 중얼거린 오혁은 어머니 의 사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집에 가면 엄마 볼 수 있을 것 같고.

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냥…… 엄마가 보고 싶은데…… 엄마를 볼 수가 없 네.”

오혁은 어머니 사진을 지그시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나 깨어난 거 봤으면 우리 엄 마 정말 좋아했을 텐데…… 엄마 한테 효도 정말 크게 할 기회였 는데……

어머니 사진을 보던 오혁이 웃 으며 국수에 김 가루와 고춧가루 를 넣었다.

“엄마가 해 준 것처럼 맛있어. 엄마도 좀 먹어 봐.”

웃으며 국수 그릇을 보던 오혁 은 돌연 멈춰 섰다. 잠시 김과 고춧가루로 범벅이 되어 있는 국 수를 보던 그는 천천히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강진이 준 국수 그릇을 자신의 옆자리에 놓았다.

“엄마…… 맛있게 먹자.”

그러고는 오혁이 국수를 후루 룩! 먹기 시작했다.

주르륵!

국수를 먹는 오혁의 눈에서 눈 물이 흘러내리는 것에 강진은 슬 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온 강진은 매실액을 꺼내 컵에 담고는 따스한 물을 부었다.

달그락! 달그락!

매실을 섞는 강진을 힐끗 본 배 용수가 홀을 보았다.

“아이고……

작게 한숨을 쉬며 탄식을 토하 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입을 열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보는 건 참…… 슬픈 거야.”

“말을 해서 뭐 하겠냐.”

작게 중얼거린 배용수가 홀을 보다가 말했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야. 다음에 잘 해야지 하다가…… 다음이 없 을 수도 있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젓던 손 을 잠시 멈췄다.

“나도…… 계실 때 잘 해야 했 는데.”

“왜, 엄마 말 안 들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게임 좀 그만해.

-밥 먹고 가!

— 일찍 자.

-빨리 일어나. 학교 가야지.

-씻고 자.

강진은 엄마가 자신에게 하던 잔소리들을 떠올랐다. 지금은 듣 지 못하는 그 잔소리들…….

‘다시 듣고 싶네. 우리 엄마 잔 소리.’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입을 열었다.

“그때 잘 들었어야 했는데.”

“이거 불효자였구먼.”

“너는 학교 다닐 때 일찍 일어 났냐?”

“그야…… 아니지.”

“밥은 삼시 세끼 잘 챙겨 먹었 고?”

“그건......"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중얼 거렸다.

“일찍 일어나고 밥 잘 챙겨 먹 을 걸 그랬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강진이 매실차를 들자, 배용수 가 말을 했다.

“소화에는 매실이 좋지. 그런데 형 점심 저걸로 드시는 것 같으 니…… 계란이라도 삶을까?”

“계란?”

“형 단백질 잘 챙겨 먹어야 근 육이 잘 나오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란 흰자가 단백질이 라 근육을 만들기에 좋았으니 말 이다.

“그래.”

강진이 매실차를 들고 홀로 나 가자, 오혁을 잠시 보던 배용수 는 고개를 젓고는 냄비에 물을 받아 계란을 넣었다.

홀에 나온 강진은 매실차를 내 려놓았다. 오혁은 국수를 어느새 다 먹고는 국물을 마시고 있었 다.

꿀꺽! 꿀꺽!

그릇을 내려놓은 오혁이 옆자리 를 보았다.

“엄마, 다 먹기 힘들지? 내가 거들어 줄게.”

그러고는 그릇에 있는 국수를 자신의 그릇에 담아 다시 먹는 오혁을 강진이 가만히 지켜보았 다.

그렇게 혼자서 두 그릇의 국수 를 다 먹은 오혁이 한숨을 쉬자, 강진이 매실차를 내밀었다.

“매실차예요. 소화 잘 되게 좀 드세요.”

“그래.”

따뜻한 매실차를 든 오혁이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런 오혁을 보던 강진이 물었 다.

“그런데 어머니 일 어떻게 아셨 어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차를 마시

다가 옆 빈자리를 보고는 말을 했다.

“엄마 목소리고 엄마 얼굴이기 는 한데…… 눈빛이 아니더라 고.”

“그래서 아셨군요.”

잠시 오혁을 보던 강진이 말을 했다.

“두 분이 말을 안 해서 서운하 지 않으세요?”

“서운?”

“어머니 돌아가신 거…… 큰일 이잖아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차를 한 모 금 더 마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도 겁이 났겠지. 내가 그 이야기 듣고 충격받아서 다시 못 일어날 수도 있는 거니까.”

“맞아요. 그래서 두 분이 말을 못 했어요.”

“ 알아.”

오혁은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 었다.

“자신의 슬픔보단 자신이 사랑 하는 사람이 슬퍼하는 것이 더 가슴 아픈 일이니…… 두 사람은 말을 못 한 거야. 내가 슬퍼할 것이 걱정이 되고 슬펐던 거지.”

오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 어머니가 돌아가신 거 형이 안다는 걸 두 분에게 말씀 하실 건가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래야지.”

“제가 말을 했다고 원망 듣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강진이 말을 해 줬다기보다는, 오혁이 짐작하고 와서 확인한 거 지만 추측을 확신으로 바꿔준 것 은 맞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그를 보다 가 말을 했다.

“내가 아버지와 누나에게 잘 말 할게. 걱정하지 마.”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오 혁이 그를 보았다.

“혹시 우리 어머니 만난 적 있 니?”

오혁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난 적 있습니다.”

‘생전은 아니지만.’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오 혁이 국수 그릇을 보며 말을 했 다.

“그럼 이것도 어머니가 알려 주 셨어?”

“네.”

“그래서 어머니가 해 준 맛이었 구나.”

국수 그릇을 잠시 보던 오혁이 매실차를 마실 때, 주방에서 배 용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란 다 삶아졌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일어나서 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릇에 담긴 삶은 계란을 찬물 에서 건져 그릇에 담으며 배용수 가 말을 했다.

“ 깔까?”

“나를 까겠다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언짢은 얼굴로 그를 보다가 묵묵히 계란 을 까기 시작했다. 마치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말이다. 그런 배용수를 보며 웃은 강진이 말을 했다.

더 까지 마.”

“왜?”

“계란 까는 것도 재활이 되겠 지. 손을 움직이는 거니까.”

“계란 몇 개 깐다고 도움이 되 겠어?”

“먼지도 안 치우면 쌓이고 눈에 보이는 법이야.”

강진은 손을 내밀어 배용수가 깐 계란을 집어 입에 넣었다.

“아! 뜨거!”

강진이 뜨거운 김을 입에서 뿜

어내자 배용수가 웃었다.

“방금 삶은 계란인데 오죽하겠 냐.”

강진은 연신 뜨거운 김을 뿜어 내며 홀로 나왔다.

“후우! 후우! 형, 계란 드세요.”

“배부른데?”

“흰자만 몇 개 드세요. 거의 밀 가루만 드셨으니 단백질도 좀 섭 취하셔야죠.”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계란을 하나 집어서 천 천히 까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방 친구는 언제 소개 해 줄 거야?”

오혁의 말에 강진이 주방을 한 번 보고는 웃으며 말을 했다.

“부끄러움이 많아서요.”

“강혜도 한 번도 못 봤다고 하 던데?”

“다음에…… 아주 좀 많이 나중 에 소개해 드릴게요.”

강진은 한 50년이나 60년 후쯤 에 배용수를 소개해 주고 싶었 다.

그래야 배용수가 오래 자신의 곁에 있을 테고, 오혁도 오래 살 것이니 말이다.

오혁은 계란을 천천히 까서는 입에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계 란을 씹은 오혁이 잠시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오늘 저녁에 밥 먹으러 올게.”

“오늘요?”

“어머니한테 갔다가…… 아버 지, 강혜하고 같이 올 거야.”

어머니한테 간다는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을 했다.

“가시기 전에 잠시 들르세요. 제가 음식 좀 준비할게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래. 고맙다.”

오혁은 걸음을 옮기려다가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옆의 빈자리 를 보았다.

‘잘 먹었어요. 엄마.’

빈자리를 잠시 보며 미소를 지 은 오혁이 목발을 짚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 오혁을 배웅한 강진은 서 둘러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 들어오자 배용수가 재료 들을 빠르게 꺼내는 것이 보였 다.

“들었지?”

“넌 나물해. 내가 전하고 다른 것들 할 테니까. 양 많이 하지

마.”

“알았어.”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에 강진 과 배용수는 서둘러 음식을 만들 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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