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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69화 (767/1,050)

769화

저녁 장사를 마치고 강진과 배 용수는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 올 때가 됐지?”

“삼십 분쯤 걸린다고 했으 니…… 올 때가 됐을 거야.”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음식들을 홀로 가지고 나 왔다. 그 음식들을 탁자에 올리 고 수저와 젓가락을 놓을 때 가 게 문이 열렸다.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 린 강진은 오택문과 이강혜, 그 리고 오혁이 들어오는 걸 보았 다.

“어서 오십시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 고는 손을 내밀었다. 그에 강진 이 손을 잡자, 오택문이 그 손을 가볍게 토닥이고는 말을 했다.

“혁이한테 이야기 들었네. 자네 가 이야기를 해 줬다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형이 이미 알고 오셔서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분에 게 먼저 말 못 하고 답해서 죄송 합니다.”

“아니야…… 잘 했네.”

오택문은 오혁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가 말을 해야 가장 좋았겠 지만…… 누가 먼저 말을 하면 어떤가. 혁이가 알게 돼 엄마에

게 인사를 하고 왔으니, 하늘에 서 아내가 좋아하겠지.”

“맞아요. 엄마…… 환하게 웃고 있더라고요.”

오혁은 웃으며 오택문을 보았 다.

“사진 잘 골랐던데요. 사진 속 엄마 너무 곱더라.”

“네 엄마가 사진발을 잘 받는 편이었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이강혜가 말을 했다.

“아버님, 자리에 앉으세요.”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오택문을 보자 그가 먼저 자리에 앉았다. 뒤이어 이강혜와 오혁도 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음식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아내 보고 오니 국수가 생각이 나는군. 전에 먹은 그거 주게나.”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오혁을 보았 다.

“형은 점심에 국수 드셨으니 저 녁은 큐브 스테이크로 해 드릴게 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저 었다.

“아니야. 나는……

오혁은 뒷말을 흐린 채 이강혜 를 보았다. 그에 이강혜가 들고 온 쇼핑백을 열어 그 안에서 반 찬통들을 꺼내 놓았다.

다름 아닌 강진이 제사 음식을 싸줄 때 썼던 것들이었다. 그리

고 그 안에는 음식들이 여전히 담겨 있었다.

“제사 음식 먹을게.”

“거기서 안 드셨어요?”

“좀 먹기는 했는데 점심에 너무 많이 먹어서 몇 개 못 먹었어. 형 이거 먹고 싶어.”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이강혜를 보았 다.

“누나는요?”

“나도 아버님이 드시는 국수 먹 을게. 오빠가 정말 맛있다고 했 거든.”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 몇 가지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오신다고 하셔서 이거 주문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왕 만 들었으니 맛 좀 보세요.”

강진이 내려놓은 그릇에는 매운 닭발과 돼지껍데기 볶음이 담겨 있었다.

“아……

오혁이 돼지껍데기와 닭발을 보 고는 웃으며 이강혜를 보았다.

“당신 좋아하는 거네.”

그러고는 돼지껍데기를 집으려 하자 이강혜가 급히 말렸다.

“오빠, 아직 이거 매워.”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웃었다.

“나도 알아.”

오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돼지껍 데기를 집어서는 오택문의 앞 그

릇에 내려놓았다.

“어디 우리 아버지 얼마나 잘 드시나 한번 봅시다.”

자신이 깨어났을 때, 닭발과 돼 지껍데기에 소주 한잔하자는 말 을 기억하는 것이다.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피식 웃 으며 강진을 보았다.

“소주도 한 병 주게. 이건 소주 와 같이 해야 하지 않겠나?”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소주를 한 병 가져다가 잔과 함께 놓았

다. 그에 오택문이 소주병을 흔 들었다.

“오! 영감님 그런 것도 할 줄 아세요?”

“소주는 흔들어 마셔야지.”

오택문은 소주를 흔들어 회오리 를 만들며 웃었다.

사실 오택문은 이런 것을 할 줄 몰랐다. 소주를 마실 일도 거의 없고, 누군가에게 소주를 따라 줄 일도 없으니 말이다.

그랬던 그가 일부러 배운 것이

다. 나중에 아들과 돼지껍데기에 소주를 마실 때, 소주를 따라 주 려고 말이다.

오택문이 소주 뚜껑을 까자, 오 혁이 손을 내밀었다.

“제가 따라 드릴게요.”

“그래.”

오택문이 웃으며 잔을 들자 오 혁이 소주를 따랐다. 그런 오혁 을 보며 웃은 오택문이 병을 건 네받고는 내밀었다.

“혁이도 한 잔 받아라

“아버님, 혁이 씨 아직 몸 이……

이강혜가 급히 말을 하자, 오택 문이 웃으며 말을 했다.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강혜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오 혁을 보자, 그도 웃으며 말을 했 다.

“한 잔은 괜찮을 거야. 아니면 박사님한테 물어보든가.”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잠시 있 다가 말을 했다.

“그럼 딱 한 잔만 조금씩 나눠 마셔야 해요.”

소주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요즘 체력도 많이 좋아 졌고, 속도 많이 좋아졌으니 말 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안 날이니 소주 한 잔 정도는 마음에 약이 될 것 이었다.

이강혜가 허락을 해 주자, 오혁 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에 오 택문이 잔에 소주를 따라주다가 미소를 지었다.

“네 엄마 죽은 것을 안 날에 이 런 말 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오택문이 오혁을 보았다.

“나는 기분이 좋구나.”

“엄마 들으면 서운하겠어요.”

“서운하겠지.”

오택문은 자신의 빈 옆자리를 보았다.

“너 깨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 고, 이 자리에서 아들이 따라주 는 술을 받지 못하니…… 정말 서운할 것이다.”

오택문은 테이블에 놓여 있는 잔들을 보았다. 자신과 오혁의 잔 외에 빈 잔 두 개가 있었던 것이다. 하나는 이강혜의 것이고, 하나는...

‘내 아내의 것이군. 고맙네.’

오택문은 강진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이강혜에게 잔을 내밀었 다.

“너도 한잔하거라.”

“감사합니다.”

거절하지 않고 잔을 드는 이강 혜의 모습에 오혁이 살짝 놀란 듯 그녀를 보았다.

“아버지 앞에서 술을 먹는 거 야?”

“당신 누워 있는 사이에 나 아 버님하고 많이 친해졌어요.”

이강혜의 말에 오택문이 웃었 다.

“그래. 네가 자고 있을 때 강혜 하고 내가 같이 소주도 먹고 했 다.”

“아버지가요?”

“진짜예요.”

이강혜가 웃으며 하는 말에 오 택문이 웃으며 그녀의 잔에 소주 를 따라 주고는 자신의 옆자리에 소주잔을 놓았다.

그러고는 오택문이 소주병을 오

혁에게 내밀었다.

“엄마에게 한 잔 따라 주거라.”

오택문의 말에 오혁이 빈자리와 빈 소주잔을 보다가 미소를 지으 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탁에 의지해 일어난 오혁은 소주병을 들어서는 천천히 빈 소 주잔에 소주를 채웠다.

“우리 엄마…… 한 잔 쭈우욱! 드세요.”

웃으며 잔을 채운 오혁은 조심 히 병을 내려놓았다.

“강진아, 국수 다 됐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국수 그릇을 쟁반에 담아 서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여기 주문하신 국수 나왔습니 다.”

“고맙네.”

국수 두 그릇을 이강혜와 오택 문 앞에 놓은 강진이 옆에 놓여 있는 음식 통을 들었다.

“이건 따뜻하게 해서 드릴게 요.”

“아니네. 그냥 두게.”

“차가울 텐데요?”

강진이 통을 손으로 만지며 하 는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저었 다.

“아내가 먹던 음식이니 그냥 두 게.”

“그럼 접시에 덜어 드릴까요?”

“그것 역시 됐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젓고는 말을 했다.

“여기에 의자 하나 두고 같이 먹게.”

“저도요?”

“강혜가 동생을 삼았으면 남이 라고 할 수 없지 않나.”

말을 하던 오택문이 강진을 보 며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는 어르신이라는 말보다

는 아버님이라고 부르면 좋겠 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웃으며 말을 했다.

“저도 어르신보다는 아버님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 것 같습니 다.”

“그런가? 후! 그럼 불러 보게 나.”

“아버님.”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 다가 웃었다.

“아들이 하나 더 생긴 것 같 군.”

“아들 삼아 주셔서 감사하네 요.”

웃으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럼 저는 잠시 후에 합석하겠 습니다. 지금은……

강진은 빈자리를 보며 말을 했 다.

“가족들끼리 시간을 보내세요.”

“그럼 고맙게 배려 받겠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강 진이 들어가자 오혁이 슬며시 오 택문의 앞 그릇에 놓인 돼지껍데 기를 가리켰다.

“그럼 드셔 보세요.”

오택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돼 지껍데기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 는 오혁에게 보라는 듯 돼지껍데 기를 슬쩍 내밀었다가 입에 넣었 다.

“우리 영감님이 돼지 껍데기를 다 먹고…… 영감님 먹는 모습을

찍어서 광고로 해야겠네요.”

“광고?”

“재벌도 먹는 건 평범하다. 아 니면 서민적인 재벌 회장님. 이 런 걸로요.”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그런 광고 찍으면 사람들이 오 히려 흉봐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그를 보 았다.

“이것도 먹어 보니 맛있는 음식 일 뿐이더구나.”

“아빠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 네.”

오혁이 웃으며 닭발을 들었다.

“예전에는 왜 이런 걸 먹느냐고 하신 분이.”

“그때는……

오택문은 닭발을 하나 집어 들 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너와 앞으로도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 으니까.”

말을 한 오택문이 오혁을 보았 다.

“네가 쓰러지고 난 후에 내가 가장 크게 후회를 한 일이 있었 다.”

“후회? 아……

오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가 우리 결혼 반대한 건 벌써 잊었어요. 뭘 소심하게 그 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요.”

오혁이 장난스럽게 하는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후회하는 일이지만, 그 것 말고……

오택문은 닭발을 보며 말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어 느 날 닭발과 돼지껍데기를 사 온 적이 있었다.”

“제가요?”

“이거에 소주 한잔하면 좋다고 같이 먹자고 사 왔더구나.”

“아! 기억나요. 그때 아버지 이 거 안 드셨잖아요.”

“그게…… 후회가 되더구나. 그 때 너와 소주를 한잔했으면 얼마 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가 말이 다.”

오택문의 말에 오혁이 피식 웃 으며 소주잔을 들었다.

“지금이라도…… 아니, 앞으로 자주 하면 되죠.”

“그래. 앞으로는 자주 이런 자 리를 가지도록 하자.”

그러고는 오택문이 슬며시 말을 했다.

“가끔…… 내가 통닭도 사 오 마.”

“통닭요?”

오혁이 의아한 듯 보자 오택문 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그…… 사원들에게 물으니 통 닭을 사서 집에 들어가면 애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말이다.”

오택문의 말에 오혁이 웃었다.

“하!”

크게 웃음을 토한 오혁이 고개 를 저었다.

“하긴, 친구 아빠들은 가끔 통 닭을 사 온다고 하는데…… 우리 아빠는 그런 적이 없었네.”

통닭 체인점을 사 줄 수 있는 오택문이었지만, 퇴근길에 통닭 을 사 온 적은 없는 아빠였다.

“많이 늦었고, 네가 많이 컸지 만…… 지금이라도 평범한 가족 의 아빠와 아들처럼 지내자꾸

나.”

오택문의 말에 오혁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자는 동안 우리 영감님 나하고 싶었던 것이 아주 많았군 요.”

“그래. 아주 많았단다. 정말 너 와 하고 싶은 일이 아주 많아.”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데, 일단은……

오혁이 소주잔을 들었다.

“이것부터 하시죠.”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잔을 들 어 가볍게 부딪혔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자꾸나.”

“건강이 최고예요.”

“그래. 건강이 최고다.”

웃으며 오택문이 소주를 원샷하 자, 오혁이 입맛을 다시며 자신 의 소주잔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처음으로 소주를 마시

는 날이었다. 그것도 이런 안주 를 앞에 두고 말이다. 마음 같아 서는 자신도 시원하게 원샷을 하 고 싶지만…….

스윽!

이강혜가 걱정스럽게 보자 오혁 은 살며시 웃어 주고는 입을 잔 에 살짝 댔다가 떼어냈다. 자신 을 걱정하는 사람을 위해서라 면…… 참아야 할 것도 있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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