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화
강진은 주방에서 핸드폰으로 뉴 스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방 과 홀을 연결하는 입구에서는 이 혜미가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주방 안에서 귀신들이 핸드폰으 로 영상을 보거나 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홀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가오면 알려 줄 귀신이 필요하니 말이다.
회장님 오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일어났 다. 그와 거의 동시에 귀신들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장갑들을 벗 을 때, 오택문이 주방 안으로 고 개를 내밀었다.
“들어가도 되겠나?”
“들어오십시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들어와서 는 주방을 둘러보았다.
“자네 주방은 이렇게 생겼군.”
평범하죠.”
“평범하기는 해도 정돈이 잘 되 어 있군. 그리고…… 깨끗하군.”
“음식 만드는데 위생은 기본이 죠.”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에 놓여 있는 핸 드폰과 태블릿을 보았다.
“핸드폰과 태블릿이 많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저희 직원들이 쓰는 겁니다.”
“직원?”
“저희…… 직원요.”
“아!”
오택문은 강진의 말이 무슨 뜻 인지 알아챈 듯 작게 탄성을 내 뱉고는 말했다.
“확실히 자네의 세계는 내가 아 는 세계와는 조금 다르군.”
“다르기는 해도 사람 사는 곳과 많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놓여 있는 핸드폰과 태블릿을 보았다.
“우리 회사 제품도 괜찮은데 말 이야.”
핸드폰과 태블릿 중 L전자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는 제품들이 골고루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대부분 황민성이 자신에게 사용 해 보라고 들어왔던 것들을 가져 다준 것이다 보니 제조사들이 여 러 곳인 것이다.
“그거 민성 형한테 들어온 제품 들을 받은 거라서요. 다 중고입 니다.”
“민성이면 황민성?”
“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핸드폰과 태블릿을 슬쩍 슬쩍 보다가 말을 했다.
“우리 제품들로 좀 보내줄 테니 우리 거 쓰게.”
“보내 주시면 잘 쓰겠습니다.”
준다는데 거절을 할 강진이 아 니었다. 기존에 쓰던 것은 보육 원에 가져다줘도 되고 말이다.
쓰던 거라고 해도 문제 있는 것 도 아니고 애들이 게임하거나 메 시지를 보내는 용으로 쓰기엔 아 직도 좋은 제품들이었다.
오택문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 는 것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 을 했다.
“하실 말씀 있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오택문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 친척들에 대해 원망하지 않나?”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멈칫하다 가 쓰게 웃었다.
“할머니도 제 가정사에 대해 아 시더군요.”
“그건…… 미안하네.”
“아닙니다. 누나 주위에 남자가 있으니 살펴보셨겠죠. 걱정이 돼 서 그러신 것 알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니 고맙네. 그리 고..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겠
네. 자네를 조사해서 미안하네.”
오택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슬며시 말을 했다.
“그래도 앞으로는 저에 대해서
살피지는 않으실 거지요?”
“걱정하지 말게.”
웃으며 강진을 보던 오택문이
주방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내 아내가 다른 것도 이
야기를 하던가?”
“제 친척요?”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이 쓰게 웃으며 말을 했다.
“저 보내고 잘 먹고 잘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내가 자네에게 많은 이야기 를 했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 다가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택문이 보자, 강진이 이었다.
“‘잘 못 살았으면.’하는 생각도 들고, ‘차라리 잘 됐다. 잘 살고 있으면 그쪽은 그렇게 살고 나는 이렇게 살고…… 더는 신경을 쓰 지 않아도 되겠다.’하는 생각도 들었죠.”
“못 살면 신경이 쓰일 것 같았 나?”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빠의 가족들이니까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네는 더 이상 신경 쓰 지 않을 건가?”
“그럴 생각입니다.”
“그렇군. 알겠네.”
오택문이 더는 말을 하지 않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슬며시 물었 다.
“그런데 혹시 제가 신경을 쓴다 고 하면…… 뭔가 변하는 겁니 까?”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들에게 뭔가 보여주 고 싶다면…… 자네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네.”
“당신들이 보육원으로 보낸 내 가 이렇게 잘 컸다 하는 그런 모 습요?”
강진의 물음에 오택문이 그를 보았다.
“맞네. 그렇게 후회를 하게 해 주고 싶었네. 나한테 고마운 사
람을 당신들이 보육원으로 보냈 다는 것을 말이네.”
“그것도 꽤 기분이 좋을 것 같 기는 하지만…… 저와는 이제 남 인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 게 그렇게 유치하게 나가고 싶지 는 않네요. 그리고…… 사실 그 건 제 힘이 아니라 아버님의 힘 이고, 아버님의 위엄을 빌리는 것뿐이잖아요.”
아버님이라는 말에 오택문이 미 소를 지었다.
“아버님이라는 말이 듣기 좋
군.”
“그럼 앞으로 자주 불러 드려야 겠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 택문이 말을 했다.
“자네의 마음 알겠네.”
“그리고 더는 저희 친척들 살펴 보지 마세요. 말씀드린 대로 그 들과 저는 이제 남입니다.”
“그렇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