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71화 (769/1,050)

몸을 돌리려던 오택문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또 뭘 조사하신 겁니 까?”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오택 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 내 고마움을 표했 을 뿐이네.”

“ 고마움요?”

“자네가 보육원 여러 곳에 음식

봉사를 하더군.”

“아! 기부를 하셨어요?”

“기부라…… 그렇다고 할 수 있 지.”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고마움의 표시라면 언제 나 환영입니다.”

“그런가?”

“그럼요. 기부는 많으면 많을수 록 좋으니까요.”

“기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저는 기부 금액보다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으면 어때요. 저는 한 사람이 백만 원 내는 것보다 백 명이 만 원씩 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생각을 하거든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강진은 오 택문이 말한 ‘많이 하지 않았다.’ 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 다.

다른 사람에게 적은 금액과 L그 룹 회장의 적은 금액은 다른 의

미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꾸준히 할 생각이네.”

“단발로 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 는 것이 좋지요. 아! 한 달에 만 원씩 기부를 하는 단체가 있는데 소개해 드릴까요? 자동이체로 빠 져나가서 편한데.”

실제로 강진도 한 달에 만 원씩 자동이체가 되게 해 놓았다. 다 만 소개를 해 준다는 것은 농담 이었지만 말이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웃으며

지갑을 꺼내서는 그 안에서 명함 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그건 내가 소개해 주지.”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명함을 받았다.

〈이슬 후원회

대표 오택문〉

“이건‘?”

“보육원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후원 재단이네.”

“재단? 재단을 만드셨어요?”

“자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돈이나 물건만 보내는 건…… 내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더군. 그래서 내가 하나 만 들었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 으로 그를 보았다.

“고맙다고 기부 단체를 만드셨 어요?”

“이왕 좋은 일 하는 거 크게 해

야지.”

“대단하시네요.”

오택문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회사도 이끄시는데 힘들지 않 으시겠어요?”

“힘들겠지.”

오택문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그룹 회장이면 편하 게 일을 한다 생각하지만, 해야 할 것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에

있겠나.”

“그건 그렇죠.”

“그래서…… 나는 은퇴할 생각 이네.”

“은퇴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보며 묻자, 오택문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물려줄 때가 되기는 했 지.”

오택문은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혁이와 여행도 하고 시 간을 보내야 하는데…… 회사 일 은 바쁘니.”

오택문은 강진의 손에 들린 명 함을 가리켰다.

“그래도 놀면 늙는다고 하니 이 일을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려 하네. 사람이 아직 움직일 만하 면 움직여야지.”

“좋은 생각이시네요.”

강진은 웃으며 명함을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보통 회장님이 물러나 면 가족끼리 난이 일어난다고 하 던데…… 괜찮으시겠어요?”

강진의 물음에 오택문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자네는 드라마를 많이 봤군.”

“아닌가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 지. 요즘 사람들 말로 케바케라 고 해야 하나?”

오택문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큰 애가 회 장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 니 별 문제 없을 것이네.”

“그럼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 은퇴하는 건 비밀 엄수 하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듣기로는 재벌가 회장님은 지 병 문제도 비밀 사항이라고 하는 데 이런 은퇴 문제는 더 큰 비밀 이겠죠. 비밀 맞죠?”

“후! 맞네. 조만간 알려지겠지만 남에게 말은 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 택문이 주방을 나서며 말을 했

다.

“이제 자네도 나와서 한잔하 지.”

“알겠습니다.”

오택문이 홀로 돌아가자 강진이 명함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일 하시면 복 받습니다.”

강진은 명함을 주머니에 넣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계란찜 하나 부탁해.”

“알았어.”

배용수의 답을 들으며 홀로 나 온 강진은 의자를 하나 가져다가 옆에 놓았다.

“아버지하고 무슨 이야기를 그 렇게 했어?”

오혁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비밀 이야기입니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소 주병을 들었다.

“내가 지금은 몸 때문에 술을 못 하지만, 그래도 오늘이 너하

고 처음 먹는 술자리인데 한 잔 따라줄게.”

“네. 어서 몸 나아서 좋은 곳도 데려가 주시고 하세요.”

“좋은 곳?”

의아한 듯 강진을 보던 오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은 곳 좋지.”

오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 개를 저었다.

“그런 좋은 곳 말고요. 형 몸

나으면 누나하고 같이 경치 좋은 곳으로 놀러 갈 때 같이 가자는 거죠.”

강진의 말에 오혁이 급히 말을 했다.

“무슨! 나도 그 경치 좋은 그런 데 생각을 했어. 얘가 나를 뭐로 보는 거야.”

오혁은 말을 하는 도중에 이강 혜 눈치를 봤다.

“그리고 난 그런 데 안 다녀서 몰라.”

“피이!”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작게 웃 고는 말을 했다.

“논현에 있는 블랙 로즈 마담이 오빠 기억하던데.”

“블랙 로즈? 글쎄. 난 처음 들 어보는 곳이야.”

연신 부정하던 오혁은 강진에게 급히 소주병을 들이밀었다.

“한 잔 받아라. 형이 몸 회복하 면 풍수지리 좋은 곳에 같이 가 서 등산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하자. 아! 아니면 스위스도 좋 아.”

“스위스라…… 제가 외국은 못 가서 요.”

“외국을 왜 못 가? 너 무슨 사 고 쳤어?”

“아뇨. 그런 것이 아니라…… 가게를 두고 어떻게 외국까지 가 요.”

“아! 그런 거였어? 그럼 가까운 외국에 1박 2일로 다녀와도 괜찮 지.”

소주를 따르며 오혁이 이강혜를 보았다.

“우리 일본에 우동 먹으러 갔던 거 기억나?”

“그때 정말 재벌은 정말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었어. 무슨 우동을 먹으러 일본까지 가요.”

“거기 면발이 다르거든.”

웃으며 대답하던 오혁은 강진에 게 살며시 입 모양으로 말을 했 다.

‘형 정말 그런 데 잘 몰라.’

그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일단 우리 형 몸 건강하기를 바라며…… 다 같이 한잔하시 죠.”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잔을 들 어서는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챙!

가볍게 부딪히며 나는 소리에 오택문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소리인데 정말…… 듣기가 좋군.’

아들, 며느리와 함께 잔을 부딪 치며 내는 소리가 너무나도 좋은 것이었다.

7 기화

저녁 장사 시간에 강진은 손님 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손님은 저녁이면 자주 오는, 대리운전을 하는 중년 남자였다. 그가 기분 좋은 얼굴로 밥을 먹 고 있기에 강진이 기분 좋은 일 이 있냐고 간단하게 말을 던졌는 데, 그 말이 길어진 것이었다.

마침 중년 남자가 마지므]' 손님 이기도 해서 강진은 옆에서 말

상대를 해 주고 있었다.

“제 아들이 이번에 서신대에 들 어갔습니다.”

“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갔네 요.”

“하하하! 맞습니다. 뒷바라지도 잘 못 해 줬는데 아들 녀석이 알 아서 이렇게 좋은 대학에 가 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환하게 웃은 남자가 말을 이었 다.

“대학생 됐다고 계속 술 먹고

들어와서 걱정이 되기는 하지 만…… 하하하! 말 들으니 일학 년 때는 술도 많이 먹고 놀기도 많이 놀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신입생들은 먹고 노는 것이 일 이기는 하죠.”

웃으며 맞장구친 강진이 말을 이었다.

“다음에 아들분하고 같이 오세 요. 저도 서신대 나왔으니, 학교 근처 맛집이나 학교생활에 대해 서 여러 가지 이야기해 드리겠습 니다.”

“오! 사장님도 서신대 나오셨습 니까?”

“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서신대 나오셨는데 왜 음식점 을 하세요?”

그의 생각에 서신대를 나왔으면 좋은 직장을 들어가야 하는데, 왜 음식점을 하는지 이상한 것이 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인생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들 자식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것이 고 말이다.

“가게를 물려받게 되어서요.

“아…… 가업인가 보군요?”

“가업은 아니고 먼 친척 어른이 하시던 가게입니다. 그분이 돌아 가시면서 저에게 물려주셨어요.”

강진은 가게를 둘러보며 말을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맛있는 밥

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직업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래요?”

“대학 나와도 전공 살려서 취업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잖아요. 저도 음식과 관련된 전공은 아니 지만 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 습을 바로 앞에서 보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말을 하며 강진이 아저씨를 가 리켰다.

“아저씨도 제가 한 음식 먹으면

기분이 좋다고도 하셨고.”

“하하하! 그건 맞습니다. 여기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편해요. 물론 속은 더 편하고요.”

웃으며 아저씨가 강진을 보았 다.

“여기 일요일에는 문을 닫지 요?”

“네.”

“그럼 토요일 저녁에 가족들하 고 오겠습니다.”

“오신다, 오신다 하면서 못 오 셨는데 이번에는 정말 오시는 건 가요?”

강진의 물음에 아저씨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는 아들 녀석 수능이기 도 했고, 녀석 학비 모을 생각에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녀석 졸 업할 때까지 또 열심히 일을 해 야겠지만, 하루는 녀석하고 제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한 끼 하고 싶습니다.”

“소주도 한잔하시고요?”

“아들이 제 잔에 술을 따라주 고, 저도 아들 잔에 소주를 따라 주는 거…… 정말 즐거울 것 같 습니다.”

“아! 대신 아드님하고 술 드실 때는 아들 걱정은 하지 마시고 요.”

“아들 걱정요?”

“밥상 앞에서 자기 걱정하는 이 야기 들으면 별로 안 좋거든요.”

“아…… 잔소리.”

아저씨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말 을 했다.

“그런데 대리운전은 금, 토가 가장 잘 되지 않나요?”

“그래서 일요일에 오고 싶었는 데…… 사장님 쉬시는 날이니 토 요일에 와야죠.”

웃으며 말을 하던 아저씨가 문 득 강진을 보았다.

“여기에 자주 오면서도 통성명 도 못 했습니다. 저는 정학봉이 라고 합니다.”

“제 이름은 아실 것 같지만, 이 강진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잘 먹었습니 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정학봉은 아크릴 통에 돈을 넣었다.

“토요일에 오겠습니다.”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시면 미 리 말씀해 주세요. 그 음식을 준 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날 와서 먹고 싶 은 걸로 고르겠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

정학봉이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 를 나서자, 강진은 그를 배웅하 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녁 12시가 넘어가는 시간, 정 학봉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우유를 먹고 있었다.

그는 삼각김밥을 먹는 것과 동

시에 핸드폰을 보며 콜을 기다리 고 있었다. 그러다 콜이 잡히자 먹던 삼각김밥을 급히 입에 집어 넣었다.

“가까운 곳이네.”

운 좋게 가까운 곳에 콜이 잡히 자 정학봉은 웃으며 전동 킥보드 에 올라타고는 헬멧을 썼다. 그 리고 킥보드를 운전해 대리가 잡 힌 술집으로 이동을 했다.

술집 앞에서 킥보드를 세운 정 학봉은 대리를 부른 번호로 전화 를 걸었다.

“대리 부르셨죠. 지금 술집 앞 입니다.”

[지금 나갈게요.]

확인을 마친 정학봉은 전화를 끊었다.

“녀석, 집에는 들어갔으려나?”

아들이 동기들하고 약속이 있다 고 나갔다는 아내의 말을 떠올리 며 정학봉이 피식 웃었다.

“그래. 군대 갈 때까지는 열심 히 놀아야지.”

마음 같아서야 좋은 대학에 들 어갔으니 놀지 말고 열심히 공부 만 했으면 좋겠지만, 알아서 잘 하는 아들이니 믿고 볼 생각이었 다.

‘놀고먹는 대학생이라…… 후!’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

“대리세요?”

“맞습니다.”

남자가 한쪽 길가에 세워진 차 를 가리켰다.

“차는 저기 앞에 있습니다.”

남자의 말에 정학봉이 차가 있 는 곳으로 가며 힐끗 남자를 보 았다.

‘우리 인섭이 또래 같네. 이 사 람도 신입생인가?’

아들이 신입생이라 그런지, 그 는 아들과 비슷한 또래들만 보면 대학생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차에 다가간 정학봉은 남자와 비슷한 또래들이 차에 기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

다가가던 정학봉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차에 기댄 채 이야기 를 나누는 남자 중 한 명이 자신 의 아들, 정인섭이었다.

“아……

정학봉은 놀람과 당황스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자신이 저녁에 대리운전을 하는 것을 아들도 알고 있기는 하지 만, 그래도 이렇게 친구 차 대리

기사로 온 자신을 보면 아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지…….

그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 을 다 하던 정학봉의 귀에 아들 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빠!”

자신을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정학봉의 얼굴에 안도의 미 소가 떠올랐다.

그 짧은 순간에 든 여러 가지 생각 중에…… 혹시라도 아들이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 아는 척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모른 척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 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 그리고 그런 아들을 자신도 모른 척해야 할지…… 정말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들이 먼저 아는 척을 한 것이다. 자신의 오만가지 생 각이 괜한 것이었다는 것처럼 말 이다.

“어…… 어. 그래. 아들.”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에 민망함을 느낀 정학봉이 아들을 보았다. 아들은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야, 트렁크 열어라.”

정인섭이 전동 킥보드를 들더니 접는 것에 친구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아버님이셔?”

“어! 그래. 야, 우리 아빠야. 인 사들 해.”

정인섭의 말에 친구들이 당황스

러운 얼굴로 정학봉을 보았다.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그게 정인 섭 아버지일 줄은 생각을 못 했 으니 말이다.

당황스러워하던 그들은 정학봉 에게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 인섭이 친구 차장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친구들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것에 정학봉이 웃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 안녕. 같은 학교 친 구들이 야?”

“과는 다르고 동아리 친구들이 야.”

“동아리?”

“동호회 같은 거야.”

정인섭이 웃으며 친구를 보았 다.

“잘 됐다. 아빠한테 다 태워다 주라고 하면 되겠다.”

정인섭은 차 주인인 친구를 가 리키며 정학봉에게 말했다.

“얘가 대리기사님 부르면서 기 사님이 여러 곳 돌아서 가는 거 싫어하면 어쩌느냐고 걱정을 하 더라고.”

친구들 먼저 집에 데려다주고 싶은데, 여러 곳을 거쳐야 하니 그것을 어떻게 말해야 하나 걱정 을 한 모양이었다.

정인섭의 말에 정학봉이 남자를 보았다.

“대리를 처음 불러 보니?”

정학봉의 말에 남자가 손을 모 으고는 답했다.

“술 먹어본것도 몇번 안돼 서요.”

“그래. 잘 했네. 술 마시면 대리 부르는 거야.”

그러고는 정학봉이 웃으며 트렁 크를 보았다.

“트렁크 좀 열어 줄래?”

정학봉의 말에 남자가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를 열자 그 안에 는 가방과 책들이 있었다.

그에 정학봉이 책과 가방을 안 쪽으로 밀고는 킥보드를 실었다.

그것을 보며 정인섭이 친구에게 말을 했다.

“대리하시는 분들은 킥보드를 타고 오시니 안에 넣는 거야.”

“아…… 그렇구나.”

대리를 처음 불러 보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일 때, 정인섭이 웃 으며 말을 이었다.

“가끔 대리 부르시는 분 중에 트렁크에 킥보드 못 싣게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

“왜?”

“자기 물건 싣는 건 상관없지 만, 다른 사람 물건 싣는 건 싫 은 거지. 그것도 흙먼지 묻은 킥 보드는.”

“그럼 어떡해? 킥보드 놓고 갈 수도 없잖아.”

남자의 말에 정학봉이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하기는. ‘그럼 다른 대 리 부르세요.’ 하고 가야지.”

정학봉의 말에 남자가 의아한 듯 말했다.

“그럼 시간 낭비잖아요.”

“그렇다고 킥보드 놓고 갈 수도 없잖니. 이게 없으면 우리도 택 시 타고 오가야 하는데 대리비보 다 더 비싸지.”

정학봉은 트렁크를 닫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대리하시는 분들은 다 대

부분 킥보드 타고 다녀서, 트렁

크에 이거 못 싣게 하면 대리하 러 올 사람도 없어.”

그는 남자에게 손을 내밀어 차 키를 받으며 말을 했다.

“그리고 목적지 가까운 곳이면 일행 내려 주기도 하지만, 거리 가 너무 멀면 대리비를 따로 줘 야 해.”

“그래요?”

“그러니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냥 너무 멀다 싶으면 ‘대리비

더 드릴게요.’ 하면 돼. 그럼 가 자.”

정학봉이 기분 좋은 얼굴로 운 전석에 타자 아들과 친구들이 차 에 탔다.

아들 친구들을 모두 집에 데려 다준 정학봉은 차주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는 남자에게 키를 건 넸다.

“근데 얼마를 드려야 하는

지……

친구 아버지에게 대리비를 드리 는 것이 조금 민망한 듯 남자가 말을 흐리자 정학봉이 웃으며 그 어깨를 툭 쳤다.

“앞으로 인섭이하고 친하게 지 내라.”

웃으며 말을 하고 돌아서려던 정학봉이 다시 몸을 돌려 남자를 보았다.

“앞으로 대리운전을 부를 때 요 금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을 테 니까 그건 이야기를 해 줄게. 대 리비는 시내하고 시외……

대리 요금을 간략히 설명해 준 정학봉은 아들 친구에게 손 인사 를 건네고는 걸음을 옮겼다.

옆에 있던 정인섭은 친구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아버지의 뒤 를 따라 아파트 단지를 나왔다.

“집에 태워다 준다고 할 때 가 지 그랬어.”

먼저 집에 내리고 여기로 왔으 면, 정인섭이 다시 집에 갈 필요 가 없으니 말이다.

정학봉의 말에 정인섭이 웃으며

말을 했다.

“아빠 놀란 것 같아서 이야기 좀 하려고.”

“내가?”

“아까 아빠 얼굴 엄청 하얗게 변했었어.”

“내가…… 그랬나.”

“많이 놀란 것 같던데…… 아들 보고 왜 놀래.”

정인섭이 놀리듯이 하는 말에 정학봉이 피식 웃으며 말을 했

다.

“그러게. 아빠가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잘 컸는데 왜 놀랐을까.”

정학봉의 말에 정인섭이 웃으며 말을 했다.

“설마하니 내가 아빠 모른 척할 까 봐 걱정했던 거야?”

“우리 아들이 그럴 리가 없지.”

정학봉은 정인섭을 보다가 웃으 며 말을 했다.

“오늘은 일 접고 집에 가자.”

“벌써?’’

“아들도 술 마시고 다니는데, 아빠도 오늘은 땡땡이치고 막걸 리라도 한잔 해야겠다.”

“오! 좋지!”

웃으며 정인섭이 말을 이었다.

“막걸리에 두부 김치 먹어 봤는 데 맛있더라.”

“우리 아들 술맛도 알고, 이제 다 컸네.”

환하게 웃는 정인섭은 정말 기

분이 좋았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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