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8화
강진이 진심으로 미안해하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 을 했다.
“어쨌든 저승식당이 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의 눈 치를 보았다. 그 모습에 배용수 가 웃었다.
“됐어. 말해 봐. 궁금해.”
강진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는 말을 했다.
“혹시…… 저승식 당은 살아 있 는 것이 아닐까?”
“집이 살아 있다고?”
배용수가 황당하다는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생물처럼 살아 있는 건 아니라 생각을 해. 다만…… 선물을 준 다는 것은 저승식당이 가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느끼면서 주 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게 어떤 선
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식당 주인들에게 똑같은 선물 을 준다는 건 아니라는 거네?”
“그렇지. 그래서……
강진은 천장을 보며 말을 이었 다.
“아마도 저승식당이 너를 인정 한 것이 아닐까?”
“식당이 나를 인정해?”
“저승식당은 귀신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라고 만들어진 곳인
데…… 너처럼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 귀신도 없잖아. 그러니 조 금 더 맛있게 밥 해 주라고 너를 저승식당 주방장으로 인정을 해 준 것이 아닐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잠시 자 신의 손을 보다가 천장을 보았 다.
“식당이 나를 인정해 준 거네.”
“전에는 내가 너를 인정한 거지 만, 지금은 우리 가게가 너를 인 정해 준 거지.”
강진은 다시 배용수를 보며 말 을 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늘 같은 방법 으로 음식을 하는데 갑자기 귀신 들의 입에 맞을 일은 없을 것 같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허공을 잠시 보다가 웃으며 김치찜을 손 으로 가리켰다.
“자! 그럼 저승식당에게 인정받 은 요리사의 음식을 드셔 보세 요.”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웃으며 밥과 김치찜을 먹기 시작 했다.
“맛있어요.”
여자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웃 으며 자신도 김치찜을 집어서는 밥에 올려 입에 넣었다.
“확실히 맛있네.”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을 했다.
“맛있다고 했잖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우리 식당의 정식 요리사가 된 것을 축하한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김치찜을 들고는 말을 했다.
“저승식당에서 나를 인정해 준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그냥 내 음식이 더 맛있어지면 그걸로 된 거지.”
웃으며 배용수가 김치찜을 밥과
함께 먹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그 말이 맞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음식이 맛있으면 그걸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승식당 존재 자체가 의문인데 거기에서 무슨 답을 찾 겠는가.
김소희 이즈 뭔들인 것처럼, 저 승식당 역시 이즈 뭔들이었다.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강진은 귀신들과 함께 배용수가 만든 음 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 * *
저녁 장사 시간이 끝나갈 무렵 강진은 강상식과 문지나, 황민성 내외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녁 장사를 하는데 황민성과 강상식이 아내와 여자친구를 데 리고 온 것이었다.
식사를 하고 남자들은 탁자에서 오징어와 맥주를 놓고 가볍게 마 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지나와 김이슬은 다른 테이블에서 배용수가 만든 달달 한 팬케이크를 디저트로 먹고 있 었다.
“이거 진짜 맛있다.”
김이슬의 말에 문지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부드러워요. 그리고 고소 하고.”
“맞아. 그리고 여기 엔젤헤어하 고 같이 먹으니 식감도 살고 단 맛도 더 좋다.”
“엔젤헤어요?”
문지나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보자, 김이슬이 웃으며 말을 했 다.
“여기 팬케이크 위에 올라가 있 는 가느다란 설탕 실을 엔젤헤어 라고 해. 천사의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달콤하다고 해서.”
“아…… 그렇구나.”
서민인 문지나는 이런 기교를 쓴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는 것 이다.
문지나가 엔젤헤어를 보며 신기 해하자 김이슬이 웃으며 강상식 을 보았다.
“지나 씨 데리고 좋은 곳 좀 가 요.”
김이슬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을 했다.
“그러고 싶은데 지나는 그런 곳 안 좋아해서요.”
“그럼 데이트할 때 뭐 먹어요?”
“저희는 종로 자주 가요.”
“종로?”
“종로에 맛집이 많더라고요.”
강상식의 말에 김이슬이 웃을 때, 문지나가 말을 했다.
“저는 그런 데보다 작은 포차 같은 곳이 좋아요.”
“나도 그런 데 좋아하는데. 나 중에 전주에 정말 맛있는 야식집 있는데 같이 한번 가요.”
“그래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두 여
자를 보던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 았다.
“둘이 많이 친해진 것 같아.”
“많이 친해졌죠. 주말에는 따로 만나서 디저트 먹으러 다니기도 하는 모양이에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친하게 지내면 좋지. 그 러고 보니 둘은 요새 좀 어때?”
“저희야 아주 좋죠.”
해맑게 웃는 강상식을 보고 황 민성이 웃으며 말을 했다.
“조만간 오혁 씨 몸 좋아지면 그때 다시 한번 모이자고.”
“그럼 저야 좋죠. 혁이 형도 어 릴 때 몇 번 보고 못 봤는데……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네요.”
“상식이는 깨어나고는 못 만났 지?”
“혁이 형하고는 그리 친한 人}이 가 아니라서요.”
말을 한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
를 저었다.
“형하고 강진이 만나기 전에는 저 별로 좋은 사람 아니었잖아 요. 사람 급 나눠서 만난다고 혁 이 형이 저 별로 안 좋아했어 요.”
강상식은 쓰게 웃었다.
“왜 그렇게 살았나 몰라요.”
“네 주위 환경이 그러니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독을 뿜어낸 것일 뿐이야. 그리고 지금이라도 개과천선해서 착한 놈 됐으니 된
거야.”
“맞네요.”
강상식은 웃으며 황민성에게 맥 주를 따라주었다. 여자친구와 만 삭의 아내가 동행을 한 자리라 소주 대신 맥주를 마시는 것이 다.
황민성에게 맥주를 따라 준 강 상식은 오징어를 뜯어 소스를 찍 어서는 입에 넣었다.
“음…… 이 소스 맛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마요네즈에 간장, 청양고추 채 썰어서 만든 거예요.”
“정말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소 스야.”
강상식이 오징어를 다시 소스에 찍어 입에 넣는 것을 보며 강진 이 슬며시 말을 했다.
“지나 씨하고는 잘 되어 가시는 거죠?”
“물론이지.”
웃으며 말을 하던 강상식이 문 득 황민성을 보았다.
“강진이는 여자에 대해 잘 모를 것 같고, 형은 여자에 대해서 좀 알아요?”
“왜?”
“아니, 지나가 가끔 회사 일로 투덜거리거든요. 같이 일하는 직 원 몇이 이상한가 봐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설마
“아직 말도 안 했는데 설마는 무슨 설마야?”
강상식이 자신이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그러냐는 듯 보자, 강진 이 고개를 저었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 네요.”
“뭔데?”
“형은 인터넷에서 남자 여자 대 화법 그런 것도 안 봐요?”
“그게 뭔데?”
의아해하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 이 재차 고개를 젓고는 말을 했 다.
“작은 형수가 회사 스트레스에 대해 말을 했죠? 같이 일하는 사 람이 이상하다 등등?”
강진은 언제부터인가 문지나를 작은 형수라고 불렀다. 친한 형 의 여자친구는 보통 동생들이 형 수라고 부르니 말이다.
그래서 큰형수는 김이슬, 작은 형수는 문지나였다.
“어? 어떻게 알았어?”
“회사 일로 투덜거렸다면서요.”
“그래.”
“그게 스트레스죠.”
이제야 자신이 바보 같은 질문 을 했다는 것을 안 강상식이 그 를 보았다.
“그래서?”
“아마 형은 ‘무슨 일 있었어?’ 이러셨겠죠?”
“어? 맞아
대단하다는 듯 보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피식 웃고는 말을 했다.
“남자든 여자든 다 케바케이기 는 한데, 보통 인터넷에서 하는 말에 의하면 이런 경우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위안을 받고 싶은 거래요.”
“위안이라……
강상식이 힐끗 문지나 쪽을 보 자, 강진이 말을 했다.
회사 생활을 잘 하기 위한 설
명 같은 것 말고요.”
“아……
강상식이 작게 탄식을 토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작은형수도 이미 사회생활을 몇 년이나 한 분인데 형한테 사 회생활을 잘 하는 방법을 배우려 고 했겠어요? 그냥 그런 일이 있 으니 위로해 달라는 거겠죠.”
“그럼 그냥 위로를 해 주면 되 는 거야?”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했다.
“형 회사에도 여자 직원들 있잖 아요. 아니, 비서실에도 있겠네.”
“있지.”
“그분들한테 물어봐요. 여자 마 음은 여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 니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잔을 들었다. 그러 고는 피식 웃으며 강진을 보았 다.
“그렇게 잘 아는 녀석이 왜 여
자친구 안 만드냐?”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도 동감이 라는 둣 잔을 들자, 강진이 쓰게 웃으며 잔을 들었다.
“인연이 닿는 분이 생기면 저도 사귀어야죠.”
“만나야 사귀지.”
피식 웃으며 황민성이 맥주를 마시자, 강상식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어서 여자친구 만들어. 그럼 우리 세 커플이 같이 놀러
도 가고 얼마나 좋아.”
“캠핑! 캠핑 가면 정말 좋겠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캠핑도 재미겠네요.”
“그래. 그전에 네가 여자친구가
생겨야지.”
“꼭 여자친구 있어야 캠핑을 가
는 건 아니죠.”
그러고는 강진이 김이슬을 보았
다.
“형수 애 낳고 돌 지나면 캠핑 같이 가요.”
“캠핑 좋죠.”
김이슬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상식 을 보았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문지나를 보았다.
“지나 씨가 살짝 어려워하네.”
“형 집 때문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강상식의 모습 에 강진이 문지나를 보았다.
문지나는 자신이 남자들의 이야 기 주제가 된 줄 모르고 김이슬 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형하고 집 관계는 알아요?”
강상식이 작게 침음을 토하는 것에 강진과 황민성이 고개를 끄 덕였다.
“말하기 쉬운 건 아니지.”
“그렇죠.”
가족이 있지만, 가족들에게 없 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다는 건 말하기 쉬운 것이 절대 아니었 다.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말이다.
입맛을 다시다 맥주를 마시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저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닌 거지.’
오성그룹에서 내놓은 자식이라
고 해도 강상식은 부자다. 그것 도 아주 큰 부자다. 그런데도 가 족 문제는 불행한 것이다.
강상식의 잔에 맥주를 따르며 강진이 말을 했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세요.”
“이야기해야 하는 건 아는 데…… 입이 안 떨어지네.”
“형이 지나 씨를 믿고 사랑하는 만큼, 지나 씨도 형을 믿고 사랑 할 거예요. 그러니 음…… 말을 하세요. 형도 지나 씨 힘든 거
알고 위로를 해 주고 싶었던 것 처럼, 지나 씨도 형 힘든 걸 알 아야 위로해 주죠.”
“그럴까?”
“그럼요. 그리고 계속 말을 안 하면 지나 씨가 오히려 더 서운 해할 거예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문지나를 보았다.
그에게 그동안 여자가 아예 없 었던 것은 아니었다.
재벌계에서 살아남을 힘을 얻기
위해 재벌집 딸도 만나 봤고, 정 치인의 딸도 만나봤다. 자신도 그렇지만 그녀들도 자신의 배경 을 생각해서 만남을 가졌었다.
하지만 문지나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여자는 없었다.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 여자였 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강상식 이 맥주를 꿀꺽꿀꺽 먹고는 강진 을 보았다.
“네 말이 맞다. 같이 살고 싶은 여자인데…… 내 좋은 모습만 보
여 줄 수는 없지.”
“맞는 말이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았다.
“그래서 너는 나한테 언제 이야 기할 거야?”
갑작스러운 말에 강진이 놀란 듯 보자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용수가 문자 보냈더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슬쩍 주방 쪽을 보았다.
‘용수 이 녀석……
아마도 자신이 걱정이 돼서 황 민성에게 문자를 보낸 모양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