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9화
강진이 주방을 보자 황민성이 말을 했다.
“나는 너를 정말 친동생처럼 생 각을 해.”
“ 알죠.”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황민 성이 강상식을 보았다.
“상식이도 처음에는 재수 없고 싸가지 없다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동생이라 고 생각을 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머리를 긁었다.
“제가 좀 그랬죠. 늘 죄송하게 생각을 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너는 나나 상식이 아픈 상처 알고 좋은 이야기를 해 주 었어.”
“좋은 이야기까지야…… 그냥
마음 편하라고 하는 이야기죠.”
“그래. 그런데 왜 너는 네 상처 를 숨기니.”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너 무슨 일 있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주방을 슥 보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말이나 하고 문자를 보내지.”
“너 생각해서 보낸 거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은 배용수가 황민성에게 왜 문자를 보냈는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해서 그런 것이다.
강진은 그런 배용수의 마음이 고마웠다. 다만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고자 하니…… 입이 잘 안 떨어졌다.
강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 었다.
강상식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라고 할 때는 그게 맞다 생각
을 했는데…… 지금 자신이 그 대상이 되니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확실히…… 남 이야기 할 때는 편한데 내 이야기 할 때는 어렵 네. 이래서 다이어트가 어려운가 보다.’
살을 빼는 것이 몸에도, 미용에 도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 하 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잠시 있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 았다.
“용수가 뭐라고 보냈어요?”
“강진이가 친척들 일로 속이 많 이 안 좋다고 와서 위로 좀 해 달라고 하더라.”
“자세한 이야기는 안 하고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너한 테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답 하더라.”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눈을 찡그리며 강진을 보았다.
“무슨 일이야?”
강상식은 여기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걱정스럽게 자신을 보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 을 열었다.
“저는 고2 때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친척들의 손에 보육원으로 보내졌습니다.”
황민성과 강상식 둘 다 조금은 알고 있는 이야기라 말없이 보 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어제 문득 부모님의 사진이 보 고 싶더라고요.”
“부모님 사진 싸이나라에서 다 운받았잖아?”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전자 사진 말고…… 부모 님의 손때가 묻어 있는 그런 사 진요.”
“아……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 다. 그 이야기를 들은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강진의 잔에 맥주
를 따랐다.
쪼르륵! 화아악!
거품이 솟구치는 것을 보고 강 진이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이런 일이 있었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 았다.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예요? ‘큰아버지에게 퀵으로 가족 앨범 을 받았다.’ 이게 결론이지.”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 식이 눈을 찡그렸다.
“결론이라는 건…… 말 그대로 결론인데, 이건 결론이 아니잖아. 그냥 너 혼자 ‘앞으로 그들하고 엮이지 않고 살래요.’ 한 거지.”
말을 하던 강상식은 분통이 터 진다는 듯 고개를 휙 돌리며 황 민성을 보았다.
“안 그래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네가 원하는 것이 정말 그들과 앞으로 엮이지 않는 거니?”
“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다.”
“형‘?”
황민성이 보자, 강상식이 말을 했다.
“그……
잠시 망설이던 강상식은 턱짓으
로 문 쪽을 가리켰다.
“잠시 나가서 이야기 좀 해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당사자 앞에서 하지 못할 말이 면 하지 않는 것이 나아. 그러니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괜찮으니 말씀하세요. 저는 민 성 형이나 상식 형…… 친형제라 고 생각을 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주먹을 쥐었다.
“복수해야지.”
“복수요?”
“그래. 복수해야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오택문 회장님도 그 비슷한 이 야기하시던데.”
“비슷한 이야기?”
“복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보
육원에 보낸 거 후회하게 금의환 향을 할 생각 없냐고요.”
“그것도 괜찮네. 비서 하나 붙 여 줄 테니까 같이 형 차 타고 가서 그 사람들 한번 만나. 아! 명함도 하나 파 줄게. 우리 회사 기획실 본부장 명함 하나 파 줄 까?”
진짜 기획실 본부장은 아니겠지 만, 명함 전화번호를 비서실로 돌려놓고 비서에게 강진이 찾으 면 그렇게 말을 하라고 해 줄 수 있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주위에 나 비단 옷 입혀 줄 사람 참 많네요.”
강상식이나 황민성, 거기에 오 택문까지…… 강진이 원한다면 비단 옷 입혀서 친척들 앞에 세 워 줄 사람이 참 많은 것이다.
‘나를 위해 화를 내주는 사람도 많고.’
강상식이 이렇게 복수하자고 하 는 건, 강진의 억울함을 풀어 주
고 싶어서일 것이었다. 게다가 그 마음은 강진을 아끼는 것에서 시작을 했을 테고 말이다.
강상식이 자신을 아낀다는 사실 에 기분이 좋아진 강진이 두 사 람을 보았다.
“회장님에게도 말을 한 거지만, 복수……
복수라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걸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남처럼 살 생각이에요.”
“그걸로 되겠어?”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게 무슨 복수예요. 그냥 형들이 입혀주는 옷 입고 가는 것뿐인데.”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열심히 살면 그걸로 되는 것 같아요.”
“성공해서 그들 앞에 나타나는 것도 괜찮지 않아?”
“성공이라……
강진은 황민성과 강상식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도 성공했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머 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렇지.”
“형 생각에는 제가 성공 안 한 것 같아요?”
“아니야. 아니야. 무슨 그런 말 올 해.”
강상식이 당황해하며 급히 손을 젓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저는 정말 성공했다고 생각을 해요.”
강진은 가게를 보며 말을 이었 다.
“2년 전만 해도 고시원 단칸방 에서 지내면서 일용직 현장 다니 며 번 돈으로 학비 내고, 생활비 내다가 돈 떨어지면 다시 휴학해 서 알바했는데……
가게를 둘러보던 강진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이만한 가게도 있 고…… 저 걱정해 주고 화도 내 주는 형도 둘이나 있잖아요.”
강진은 황민성과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 는데…… 이제는 형도 둘이나 있 고 누나도 있고 매형도 있어요.”
말을 하던 강진은 슬쩍 주방 쪽 을 보았다.
‘그리고 내 마누라도 있고.’
웃으며 주방을 본 강진은 다시 두 사람을 보았다.
“집도 가족도 없던 저인데 이 정도면 제 인생 대성공이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맥주를 따라 주었다.
“왜 엄마는 빼냐.”
“ 엄마요?”
“우리 엄마가 너 아들처럼 생각 하는데…… 너는 아니냐?”
“하! 그럴 리가요. 그러고 보니 저는 엄마도 생겼네요.”
강진이 웃는 것에 강상식이 그 를 보다가 잔을 들었다.
“그래. 강진이 말이 맞네. 성공 이 뭐 별거냐. 나 좋아하는 사람 이 있고, 나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고…… 그리고 이렇게 맥주 한 잔 나눠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게 성공한 거지. 생각 해 보니 강진이가 나보다 더 성 공했네.”
그는 진심이었다. 강상식에게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이지만, 강진의 옆에는 더 많은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강상식은 잔을 든 채 말을 이었 다.
“앞으로 친척들이 귀찮게 하거 나 하면 바로 이야기해. 내가 봉 인해 놓은 나쁜 생각들을 풀어 버릴 테니까.”
“그건 계속 봉인해 놓으세요.”
웃으며 대꾸한 강진은 맥주잔을 들었다. 그에 같이 잔을 들던 강
상식은 문득 주방을 보았다.
“그런데 용수 씨는 언제 소개해 줄 거야?”
강상식의 말에 멈칫한 강진은 웃으며 말을 했다.
“얘가 숫기가 없어요.”
“아니, 숫기가 아무리 없어도 어떻게 한 번을 못 보지?”
강상식이 주방을 보며 하는 말 에 강진이 웃었다.
“좀 그래요. 나중에 얘가 마음
의 준비가 됐다고 하면 소개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주방을 향해 말했다.
“용수 씨, 제 말 들리죠?”
강상식의 말에 피식 웃은 배용 수가 주방에서 나오며 답했다.
“잘 들립니다.”
물론 강상식에게는 안 들리고 안 보이지만 말이다.
“답도 없네.”
“부끄러움이 많아요.”
강진이 배용수를 보며 말을 하 자, 그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내 답 듣는 거 참 싫을 텐데.”
배용수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죽 어야 하니 말이다.
강상식은 주방을 보며 말을 했 다.
“제가 아는 정신과 선생님 있는 데 한번 만나 보실래요? 정신과 라고 해서 이상한 거 아니에요. 요즘은 감기약 먹는 것처럼 마음
이 우울하거나 외로우신 분들 가 볍게 가서 상담하고 하거든요.”
강상식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도 가끔씩 가서 상담도 하고 그래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에요. 몸이 아파서 약을 먹는 것처럼 마음이 우울하 고 아프면, 정신과 가서 약을 먹 거나 상담하는 것이 좋죠.”
“심리학과라 확실히 정신과에
거리감이 없구나.”
“심리학과라 그런 것도 있지만, 요즘 정신과에 사람들 그런 생각 많이 안 하잖아요. 그냥 마음이 아파서 가는 병원이기도 하 고……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 었다.
“요즘 사람들 우울증 같은 건 다 있으니까요. 그게 심하냐, 안 심하냐 차이일 뿐이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주방을
보며 말을 했다.
“강진이한테 명함 줄 테니 한번 찾아가 보세요. 커피숍처럼 생겨 서 병원 느낌도 별로 없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나면 잠도 잘 오고 속이 편해요.”
말을 하며 강상식이 명함을 하 나 꺼내 강진에게 내밀었다.
“같이 한번 가서 상담 받아 봐.”
“알겠습니다.”
강진이 명함을 받자, 황민성이
맥주를 마저 마시고는 말을 했 다.
“너희 형수 피곤하겠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 았다.
“제수씨한테 잘 말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 집에 가서 이야기하려고 요.”
“형, 형수 집에도 드나들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흐뭇하게 웃으며 그 어깨를 툭 쳤다.
“형이야.”
자신감 넘치는 말에 강진이 피 식 웃고는 말을 했다.
“작은형수도 이해할 거예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 상식은 남은 맥주를 입에 털어 넣고는 일어났다.
“가시죠.”
“그래. 가자.”
강상식과 황민성이 일어나자 여 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갑시다.”
“강진 씨 오늘도 잘 먹고 가 요.”
“언제든지 또 오세요.”
시간 맞춰 도착한 대리기사들과 함께 각자 떠나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옆을 보았다. 옆에서는 배용수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 다.
민성 형한테까지 문자를 보
내.”
“말없이 보낸 건 미안한데…… 그래도 위로는 됐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피식 웃었다.
“얼굴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 는데?”
“그래? 난 지금 정말 미안한 얼 굴인데?”
말을 하면서 웃는 배용수를 보 며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그 어 깨를 툭 치며 말을 했다.
“ 고맙다.”
“ 알아.”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저은 강 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 *
눈물을 홀리는 문지나의 눈가를 손으로 닦으며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조금 더 일찍 말을
해 줬어야 했는데.”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눈물을 흘리다가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 다.
“얼마나 외로웠어.”
“조금…… 많이 외롭기는 했 어.”
“미안해. 난 오빠가……
자신 때문에 눈물을 펑펑 홀리 는 문지나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있던 강상식이 웃으며 그녀를 보 았다.
“앞으로 너하고 함께라면…… 나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풀었 다. 그러고는 강상식의 손을 잡 아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둘둘 말았다.
“뭐하는 거야?”
강상식의 물음에 문지나가 살며 시 그를 보았다.
“나하고 결혼해 줄래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멍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자신의 손 가락에 둘러져 있는 목걸이를 보 았다.
뭔가 했는데…… 청혼 실반지인 셈이었다. 자신이 해야 할 청혼 을 문지나가 먼저 한 것에 강상 식이 웃으며 말을 했다.
“내가 해야 하는데.”
“누가 먼저 하면 어때요.”
“나도 당신 손에 반지를 끼워 줘야 하는데.”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그의
손에 둘러져 있는 목걸이를 살짝 풀고는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끼워줘.”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목걸이를 그녀의 손가락에 둘러 주었다.
그렇게 목걸이로 두 사람의 손 가락이 함께 묶이자, 강상식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와 결혼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