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화
토요일 낮에 강진은 직원들과 함께 마트에 들어서고 있었다.
“전에는 경하 씨가 있어서 필요 한 거 어디에 있는지 알려 줬는 데 지금은 우리가 찾아야겠네 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경하가 승천하기 전 에는 마트에 대해 잘 아는 그에 게 물어 물건을 사면 됐지만, 이
제 그가 없으니 자신들이 알아서 물건을 찾아야 했다.
“가방 하나 사는 건데 어려운 것 있겠어요.’’
“일단 올라가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마트에 적혀 있는 코너들 위치를 한번 보고는 1층 어딘가로 걸음을 옮 겼다.
마트라고 하지만 상당히 큰 마 트라 옷, 음식, 화장품 등등 안 파는 것이 거의 없었다.
1층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던 강 진은 어린아이들과 쇼핑을 하는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아이들을 위한 장 난감이나 학용품들을 파는 코너 였다.
“신학기라 그런지 확실히 북적 거리네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을 했다.
“그럼 이제 가방하고 학용품을
고르면 되는데……
강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방 이 있는 곳을 보았다.
오늘 마트에 온 건 황미소에게 줄 책가방과 학용품을 사기 위해 서였다.
황미소의 어머니인 임선혜가 승 천하면서 딸 입학할 때 人} 주라 고 돈을 주고 갔으니 말이다. 그 래서 오늘 사서 내일 가져다주려 고 마트에 온 것이었다.
신학기 준비 세트라 적힌 코너
로 걸으며 이혜미가 말했다.
“학용품은 제가 고르면 되는데, 가방은 어떻게 사야 할지 모르겠 어요.”
“좋은 걸로 고르면 되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비싸고 좋은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왜요?”
강진이 보자 이혜미가 말을 했
다.
“저 어린이집에 있을 때, 아이 들 물건을 똑같이 준비해요.”
“똑같이요?”
“하나가 모자라면 없는 아이들 이 싫어하거든요.”
“ 아......"
강진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이혜미가 말을 이었다.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은 이미
서운한 것이 뭔지 알 아이들이에 요. 그런데 미소만 좋고 비싼 가 방 들고 다니면 다른 아이들이 서운해할 수 있어요. 아니면 미 소 괴롭힐 수도 있고요.”
“그럼 애들 가방을 다 살까요?”
“그럼 가격이…… 좀 많이 나갈 텐데요.”
“돈은 제가 또 벌면 되지만, 애 들 마음 아픈 건 오래 가잖아요. 그리고 얼마 하겠어요.”
싱긋 웃는 강진의 모습에 이혜
미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 다.
“강진 씨 애들 가방 얼마나 하 는지 모르죠?”
“한 삼사만 원 하지 않겠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작게 웃 고는 가방이 있는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삼사만 원 대로 골라봐야 겠네요.”
“왜요? 많이 비싸요?”
“비싸다는 기준이 얼마냐에 따 라 다르죠.”
이혜미가 코너로 들어가자 강진 이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 다.
코너 안에 들어간 강진은 곧 이 혜미가 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 었다.
“ 와.”
와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새 학기 코너에 있는 가방들에 적힌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비쌌기 때문이었다.
구만 구천 원부터 비싼 건 25만 원짜리도 있었다. 무슨 명품 가 방도 아니고 초등학생 가방인데 말이다.
“가격이…… 많이 비싸네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들이 자식한테 돈쓰는걸 아끼지는 않지만, 요즘은 조금 더 많이 안 아끼죠. 아마 자식을 하나나 둘
만 낳아서 그런 모양이에요.”
이혜미가 가방들을 보다가 말을 했다.
“그리고 여기가 강남에 있는 마 트라 가격이 조금 더 하는 것 같 네요. 보통은 오만 원대 제품들 도 있는데.”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가방을 보다가 구만 구천 원짜리 가방을 집었다.
구만 구천 원짜리도 충분히 좋 아 보였다. 게다가 옆에 신발 가
방도 세트로 있었다.
그리고 가방 옆에 물통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있었는데 보 온, 보냉이 되는 은박지 같은 재 질로 되어 있었다.
“이야…… 이런 것도 돼 있네 요.”
강진이 물통을 넣는 곳을 손으 로 쓰다듬을 때, 이혜미도 신기 한 듯 가방을 보았다.
“이건 저도 처음 보네요. 이거 신기하다.”
강진은 다른 가방들도 둘러보다 가 하나를 골랐다. 핑크색의 가 방이었는데, 따로 캐릭터 그림 같은 것이 없어서 심플하고 예뻐 보였다.
“이거 어때요?”
“애들 가방은 다 거기서 거기 죠. 다만 가격대와 브랜드만 다 를 뿐이고.”
“애들도 브랜드 따져요?”
“애들이 더 따져요.”
“그래요?”
“애들이 차를 좋아하잖아요.”
“장난감 차요?”
“장난감 차도 좋아하고 그냥 차 도 좋아하고요.”
이혜미는 장난감들이 있는 곳에 가서 모형 차들을 보았다.
“어린이집 애들도 우리 아빠 차 는 뭔데 너네 아빠 차는 뭐야? 이런 대화를 자주 해요.”
“아......"
“물론 나쁜 의도는 없어요. 그
냥 우리 아빠 차는 이건데 너희 차는 뭐냐는 단순한 궁금함이 죠.”
이혜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애들한테 인기 있는 차가 뭔지 아세요?”
“외제차?”
강진의 물음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화물차예요.”
“ 화물차요?”
“승용차는 아이들도 흔히 타는 데 큰 차는 못 타잖아요. 저 어 린이집 있을 때, 화물차 모는 아 빠 있는 애가 인기가 좋았어요. 자기들도 한 번 태워 달라고요.”
“그 어린애들도 그런 것을 하네 요.”
“그럼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을 했다.
“그래서 가방은 어떻게 하죠?”
일단 보육원에 전화해서 애들
필요한 가방 수부터 확인해야 하 지 않을까요? 그래야 일단 단가 를 정하기가 편할 테니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미소 거 하나만 사 는 게 아니니 그쪽에서 필요한 가방들 수를 확인해야 했다.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전 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반갑게 전화를 받는 태운 보육
원 정운희 원장님의 목소리에 강 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미소 입학을 하잖아요.”
[미소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 도 입학을 하지요.]
“그래서 애들 입학 선물로 가방 을 좀 사려고 하는데요. 몇 개나 사야 할지 몰라서요.”
[가방은 괜찮습니다.]
“이미 사셨어요? 제가 너무 늦 었나 보네요.”
요즘 일이 많아서 미루다 보니 자신이 너무 늦은 것 같았다.
강진의 물음에 정운희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이슬 후원회에서 가방과 학용 품들을 기부해 주셨어요.]
“이슬 후원회? 아! 오택문 회장 님?”
[맞아요. L그룹 오 회장님이세 요.]
“오택문 회장님을 아세요?”
[저도 뉴스 정도는 보고 산답니 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셔서 기부를 해 주고 가셔서 많이 놀 랐어요.]
웃음소리와 함께 정운희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해마다 아이들 학용품과 가방 살 때가 오면 마음이 불편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러시겠죠. 저도 지금 가방 사러 와 봤는데 가격이 꽤 높네 요.”
[요즘은 책가방 가격이 애들 제 품답지 않더라고요.]
“그러게요.”
웃으며 말을 하는 강진은 마음 이 많이 편해져 있었다.
애들 가방을 최소한 열 개 이상 은 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입 생이 아니더라도 가방이 낡았으 면 바꿔 주려고 말이다.
그래서 최소한 백에서 이백 사 이 쓸 걸 생각했는데, 이미 오택 문이 보육원에 가방과 학용품들
기부를 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는 태운 보육 원 외에도 자신이 다니는 보육원 에도 모두 기부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 도 자신을 알기에 기부를 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미소 가방은 제가 따로 사 주고 싶은데요.”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잠시 있 다가 말을 했다.
[저희가 보통은 비슷한 가격대 의 가방을 사서 애들 나눠 주는 거라 미소만 다른 것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애들이 서운해할 것 같아요.]
“역시 그렇겠죠.”
이혜미가 한 말과 같아서 강진 이 입맛을 다시다가 말을 했다.
“그럼 다른 필요한 거라도 하나 사 주고 싶은데요. 제가 미소 아 버지와도 친분이 있어서 입학 선 물을 하나 사 주고 싶어요. 아버 지 대신해서요.”
[그러시면…… 옷을 사 주세요.]
“옷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 니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이 혜미를 보았다.
“가방하고 학용품은 회장님이 기부를 하셨다고 하네요.”
“그럼 옷으로?”
통화를 들은 이혜미의 말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옷하고 신발 사면 좋을 것 같 아요. 학교 처음 가는 날 입으면 좋아할 거예요.”
“그럼 위로 올라가야겠네요.”
“그런데 사이즈를 잘 모르는데 다시 전화할까요?”
“제가 대충 사이즈 알고 있으니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원들과 함께 마트 아동복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 * *
일요일 아침, 강진의 푸드 트럭 은 태운 보육원에 들어서고 있었 다. 그리고 그 뒤에는 강상식과 문지나를 태운 승용차가 따르고 있었다.
배가 부른 김이슬은 쉬어야 해 서 황민성 식구는 빼고 보육원에 온 것이었다.
부릉!
강진의 푸드 트럭이 들어서자 마당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환 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강진이 형이다!”
“와!”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오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창문을 열어서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고는 늘 푸드 트럭을 세워 두는 곳에 주차를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형!”
달려오는 아이들 중 가장 앞에
서 뛰던 황태수가 소리를 지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차에서 내렸 다.
“잘 지냈어?”
“그럼요.”
황태수가 웃는 것에 강진이 주 위를 보다가 말했다.
“미소는?”
“안에서 누나들하고 공부해요.”
“공부?”
“글을 읽을 줄은 아는데 아직
쓰는 것을 잘 못해서요. 누나들 이 요즘 글 쓰는 거 계속 가르쳐 주고 있어요.”
“좋은 누나들이네.”
“여기 형하고 누나들이 공부 자 주 봐 줘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도 보육원에 있을 때는 어린 동생들 공부를 자주 봐 주고는 했었으니 말이다.
“녀석들은 내가 눈에 안 보이나 보다.”
강상식이 작게 투덜거리며 문지 나와 오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애들은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 는 법이죠.”
“그러게 말이야.”
고개를 저은 강상식이 아이들을 보며 말을 했다.
“축구화 가지고 싶은 사람 여기 붙어라!”
강상식의 외침에 중학생과 고등 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급히 그의 옆으로 몰려들었다.
그에 강상식이 웃으며 차 트렁 크를 열고는 축구화를 사이즈 별 로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축구화를 받은 아이들이 신이 나서 각자 갈아 신는 것을 보던 강상식이 다른 아이들을 보았다.
“너희 신발들도 있어. 하나씩 골라.”
강상식도 아이들이 새 학기를 맞이하는 것을 알기에 선물로 애 들 신발들을 사 가지고 온 것이 었다.
아이들에게 새 신발을 나눠 줄 때, 정운희가 갓난아기를 안은 채 다가왔다.
“왔어요?”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정운희 를 보던 강진은 그녀가 안고 있 는 아이를 보았다. 볼이 발그레 한 것이 무척 귀엽게 생긴 아이 였다.
“전에 못 보던 아인데요.”
“얼마 전에 들어온 아이예요.”
“많이 어린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작게 고 개를 끄덕였다.
“많이 어려요. 여긴 어떻게 알 고 왔는지…… 보육원 앞에 두고 갔더라고요.”
“앞에? 그냥 앞에요?”
“네.”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봄이라도 아직은 추운데.”
“그러게요.”
정운희가 한숨을 쉬며 한쪽 길 가를 보았다.
“저기서 보고 있더라고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은 그녀가 보는 길가를 보았다. 길가에는 큰 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애 두고 간 사람이요?”
“저기 숨어서 보고 있더라고요. 어린 애들이던데…… 애가 애를 낳았으니 겁이 났겠죠.”
“불러서 말을 좀 하시죠. 그래 도 애는 부모가 키우는 것이 가
장 좋지 않겠어요?”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고개를 저었다.
“눈이 왔어요.”
정운희는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애 두고 간 바구니에는 눈이 하나도 안 쌓였는데…… 두 사람 머리에는 눈이 가득 쌓였더라고 요. 저기서 제가 나오기만을 밤 새 기다렸나 봐요. 그래서 안 불 렀어요.”
강진이 보자, 정운희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기서 밤새 서 있으면서 생각 을 할 시간은 충분했을 테니까 요. 그래서 아이를 안고 고개만 숙이고는 보육원에 들어왔어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길 쪽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밤새도록 눈을 맞으며 서 있었 다면…… 정말 생각할 시간은 충 분했겠네요.”
말을 하던 강진은 작게 고개를
저으며 아이를 보았다.
‘민성 형에게는 하늘의 축복인 임신이었는데……
그런데 이 아이는 눈이 오는 봄 에 보육원으로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