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2화
아이들이 통닭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은 강상식과 함께 푸드 트럭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 누고 있었다.
어묵을 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 며 강진이 하는 이야기를 듣던 강상식은 눈을 찡그리며 강진을 보았다.
“그런 선생이 있어?”
“그렇다네요.”
“무슨 그런 사람이 선생을 해? 그리고 사람이 너무 잔인하다. 부모님 없는 애들한테 어떻게 부 모가 없으니 그렇다는 말을 해. 와, 너무 짜증나는데.”
화를 넘어 짜증을 내는 강상식 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강상식은 어묵 꼬치를 든 채 눈 을 찡그렸다. 부모가 없기는…… 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더 화 가 나는 것이다.
눈을 찡그리고 있던 강상식이 잠시 있다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 선생 밑에서 우리 딸이 공부할 것 생각하니 끔찍하다.”
“딸요?”
강진은 한쪽에서 아이들을 챙겨 주고 있는 문지나를 보았다.
“설마 작은형수 임신했어요?”
“무슨!”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다.
“나나 지나 씨 둘 다 애기 원하
기는 하지만…… 서류에 도장 찍 기 전까지는 피임 꼭 하고 있 어.”
“그래요?”
“사랑하니 서로 사랑을 나누기 는 하지만, 아이는 결혼하면 가 질 거야.”
“그럼 딸은 무슨 말이에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언제 짜증을 냈느냐는 듯 웃었다.
“지나하고 결혼하면 꼭 딸을 낳 을 거거든.”
싱긋 웃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 진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그 인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
강상식은 웃으며 자신의 왼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았다. 반 지는 금실을 여러 가닥 꼬아서 만든 조금 특이한 모양이었다.
문지나의 목걸이로 반지를 만들 어서 청혼을 했던 것을 추억 삼 아 두 사람은 금실로 반지를 만
들어서 나누어 낀 것이다.
결혼반지는 나중에 따로 하겠지 만, 대기업 사장이 여자친구와 마음을 나누기에는 조금 수수한 편이었다. 보석이나 그런 포인트 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강상식은 이 반지가 마 음에 들었다. 문지나와 자신이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한 날의 증 거이니 말이다.
금실 반지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미소를 짓던 강상식이 눈을 찡그 렸다.
“어쨌든 그 선생, 애들 가르치 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네.”
그러고는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 다.
“아니, 지금이라도 교단에서 내 려와야 할 사람이다. 그런 사람 밑에서 애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 겠어.”
“ 맞죠.”
“직업으로 삼을 거면 다른 걸 삼지. 왜 돈 벌려고 교사를 하는 거야.”
투덜거리는 강상식을 보며 강진 이 말을 했다.
“무슨 좋은 생각 있어요?”
“좋은 생각?”
“봉인해 놓은 형의 어두운 부분 을 좀 꺼내 보세요. 그런 사람을 응징하기에는 형의 어두운 부분 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눈을 찡 그렸다.
“그거 봉인 풀지 말라면서.”
“홍길동도 도둑이죠.”
도둑질은 나쁘지만 어떤 것을 훔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 라 의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말이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 으며 어묵을 입에 넣고는 아이들 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는 존경하는 선생님 있어?”
“딱히 없는 것 같네요. 형은 있 어요?”
“ 나는......"
잠시 생각을 하던 강상식이 입 을 열었다.
“한 명 있는 것도 같네.”
“같네?”
“그때는 그냥 이상하다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을 해 보니 존경할 만한 것 같아.”
“왜요?”
“초등학교 때 나하고 어떤 애하 고 싸웠거든? 근데 똑같이 혼내 더라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그게…… 이상했어요?”
“그때는 이상했지.”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때는 그것이 이상했다.
학교 선생님 그 누구도 강상식 에게 함부로 하지 않았다. 집이 나 재벌가에서는 겉돌았지만, 밖 에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 없는 오성그룹 재벌 3세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당시 담임 선생님은
강상식의 뒷배경을 알면서도 그 와 친구를 같이 혼낸 것이다.
물론 나중에 장은옥이 그 이야 기를 알고는 강상식에게 부모님 이나 할아버지에게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조용히 넘어가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강진이 한 이야기 를 들으니 확실히 그 선생님은 존경을 받을 만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다른 학생들을 똑같이 대우했으니 말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상식이 고
개를 끄덕이며 강진을 보았다.
“쉬운 방법이 하나 있고, 조금 귀찮은 방법이 하나 있지.”
방법이 두 개나 있다는 말에 강 진이 물었다.
“뭔데요?”
“쉬운 방법은……
강상식은 자신의 목을 긋는 시 늉을 했다.
“해고지.”
“해고요?”
“마침 교육부에 아는 친구 한 명 있어.”
“형 친구 없잖아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너 잔인한 말을 너무 쉽게 하 는 것 아니냐?”
“지금은 있으니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 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너하고 민성 형 빼면 딱히 친구라고 할 녀석들은 없으니까. 교육부에 있 는 녀석은…… 친구라기보다는 인맥이라고 해 두자.”
“인맥요?”
“내가 예전에 인맥 넓히려고 많 은 일을 했잖아.”
말을 하던 강상식이 피식 웃었 다.
“내가 왜 아침마다 호텔 사우나 에 도장을 찍었겠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을 처음 본 곳 도 호텔 사우나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교육부에도 인맥을 쌓 으세요?”
“자식 있는 사람들한테 교육부 만큼 큰 인맥이 어디에 있냐?”
“아……
“나한테는 필요 없어도 교육부 도움 필요한 학부모들은 있으니 까.”
“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보
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 었다.
“그런 편이지. 그 녀석도 참 직 업 잘못 선택했어. 그렇게 돈 좋 아할 거면 아버지 따라 정치나 할 것이지.”
“정치인 집안이에요?”
“맞아. 그 녀석 아버지가 아들 이 교육부에서 일하는 것이 자기 정치에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쪽으로 넣더라고.”
“뒤로 들어간 거예요?”
“그건 아니고, 시험은 정당하게 치고 들어갔지. 부서만 아버지 입김으로 좀 힘 있는 데로 갔 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래서 그 인맥한테 어떻게 할 건데요?”
“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이런 선생이 있으니 그쪽에서 알 아서 조치하라고 해야지.”
강상식이 남은 어묵을 입에 마 저 넣고는 새로운 어묵 꼬치를 집으며 말을 했다.
“돈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직업 적 양심은 있는 녀석이라 이런 교사 있는 거 알면 어떻게든 징 계 먹일 거야.”
강상식이 어묵 꼬치를 씹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어려운 방법은 뭐예요?”
“요즘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게 뭔지 아냐?”
“글쎄요?”
“욕먹는 거야.”
“욕?”
“지나 아버지 보니까 무척 힘들 어 보이더라.”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말을 했 다.
“처음에야 사람들한테 욕먹어도 돈이 있으니 신경 안 쓰고 꾸욱 참더니…… 홍! 소송으로 다 내 가 가져왔잖아.”
“그렇죠.”
문지혁 유산은 결국 회수할 수 없었지만, 광고 위약금으로 그 유산보다 더 큰 돈을 받아 낸 것 이다.
“그러니 더 죽을 맛이겠지. 욕 은 욕대로 먹고 돈은 돈대로 날 렸으니 말이야.”
“그래서 그 선생도 욕먹게 하자 고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이라고 안 새겠어? 그 선생 이 학교 전 에도 분명 애들 차별했을 거야.’’
“그렇겠죠.”
“그 선생 전에 있던 학교 찾아 보고 그 선생이 담임했던 학생들 수소문해서 인터뷰하면 자료는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야.”
“애들 차별하고 구박한 내용 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그걸 어떻게 할 거예요? 뉴스로 내보낼 건가요?”
“뉴스에 나갈 이야기이기는 한 데…… 이 정도 사안은 화제가 되지 않는 이상은 뉴스에서 안 다루지. 그래서 일단 화제를 만 들어야지.”
“어떻게요?”
“어떻게는. 유트브지. 화제성 하 나면 유트브잖아.”
말을 하던 강상식은 어묵을 입 에 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미소를 지었다.
“네 덕에 우리 회사 좋은 이미 지 하나 만들 수 있겠다.”
“좋은 이미지요?”
“극이 있으면 또 다른 극이 있 는 것처럼, 나쁜 선생이 있으면 좋은 선생님도 있는 법이지.”
강상식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좋은 선생님을 찾아서 그 제자 들과 인터뷰를 할 거야. 그리고 그때, 그 앞에 선생님이 웃으며 나타나는 거지. 그리고 그 영상
에 아까 그 선생 유트브 내용을 연결할 거야.”
“오! 좋네요.”
“그 선생님도 한번 찾아봐야겠 다.”
“형 혼낸 선생님요?”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 네. 그 성격으로 교직 계속 잡았 으면 위에서 혼 많이 났을 텐 데…… 세상에 타협을 했을지, 아니면 지금도 애들 공평하게 대 우하는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물었다.
“그런데 유트브에 그 선생 개인 정보 오픈 못 하지 않아요? 이름 이나 학교 같은 거요.”
“못 하지.”
“그럼 사람들이 누군지 모를 텐 데?”
“상관없어. 사이버 수사대가 괜 히 있냐.”
“아……
“사이버 수사대들이 알아서 찾 고 댓글 다 단다.”
말을 하던 강상식이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번호를 누르려 하자, 강진이 급히 말을 했다.
“오늘 일요일인데 업무 지시 내 리려고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 으며 말을 했다.
“괜찮아. 괜찮아. 비서실 직원 한 명은 주말에도 대기하라고 지 시해 놨어. 그러니 그 직원은 오
늘이 일하는 날이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입맛을 다셨다.
‘아이고야. 이 형 사람 되려면 아직 멀었네.’
고개를 저으며 말을 하려던 강 진은 강상식이 통화를 하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학교 선생 이름은......
강상식이 보는 것에 강진이 고 개를 저었다.
“물어보고 알려 줄게요.”
“음…… 내가 이따가 문자로 넣 어주겠습니다. 그 선생 어디 학 교 거쳤는지 알아보고, 소문 좀 확인하세요. 같이 생활하던 학교 선생님들도 대충은 그 선생에 대 해 알 테고 그 선생이 맡았던 반 학생들은 더 잘 알 겁니다. 그 선생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인터 뷰 좀 해 보고. 애들 차별하고 보육원 출신이나 공부 못하는 애 들 구박했다니까 그거 위주로 물 어보고요.”
말을 하던 강상식은 잠시 허공 을 보았다.
“그리고 하나 더…… 방금 말을 한 선생과 달리 학생들을 위하는 선생님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 이야기 좀 모아 보세요. 자 세한 건 내일 회사에서 이야기하 는 걸로 하지요.”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선생님 이름 누구한테 물어?”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황태수를
불렀다.
“태수야.”
황미소와 있던 황태수가 다가오 자, 강진이 물었다.
“작년에 담임 선생님 이름 뭐 야?”
“홍유정요.”
황태수의 말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자, 그가 비서에게 문자를 보 냈다.
“자, 끝! 이제 며칠이면 될 거
야.”
“그렇게 빨리요?”
“잠수 탄 사람도 아니고 학교 선생처럼 신분 확실하면 뒷조사 하는 건 오래 안 걸리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을 했다.
“사람 뒷조사 많이 해 보셨나 봐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내 안 좋았던 시기의 경험이 지.”
“그러고 보니…… 형 내 뒷조사 도 하셨죠?”
강상식이 강진에게 접근했던 이 유가 황민성과 강진의 친분을 뒷 조사로 알아서였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급히 고 개를 숙였다.
“그건 정말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