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783화 (781/1,050)

783 화

“미안하다.”

강상식의 사과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형 말대로 안 좋았던 시기잖아 요. 다행히 지금은 광명을 찾으 셨고…… 그리고 좋은 일 하느 라고 봉인을 푸신 거니 저는 이 해합니다.”

“고맙네.”

“그런데 한 가지.”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긴장이 되는 듯 그를 보았다.

“그렇게 말을 하니 무섭다.”

강상식은 정말 강진의 이런 모 습이 무서웠다.

지금의 그에게 강진은 정말 좋 은 동생이었고 친구였다. 그런 동생이 자신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는 것이 싫은 것이다. 좋아하 는 사람이 화를 내는 건 무서운 일이니 말이다.

그런 강상식을 보며 강진이 말 을 했다.

“주말에 출근하는 비서실 직 원…… 회사에 출근하니 일하는 날이기는 하지만 가족과 보낼 주 말을 뺏는 거 아닌가요? 그냥 평 일에 출근하게 하지 그래요? 주 말은 쉬게 하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강요한 것이 아니라 내 제안을 비서실 직원들이 좋다 고 결정한 거야.”

“그거야 사장님이 제안을 하는 데 누가 거절을 해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 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번에는 정말 직원들 이 좋아했어.”

“주말에 일하는 것이 좋다고 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말에 근무하는 직원은 주 삼 일 근무거든.”

“주 삼 일요?”

“주말에만 나오면 업무 전달이 안 되잖아. 그래서 금요일 오후 에 출근해서 업무 전달받고, 주 말 근무하다가 월요일에는 주말 에 있었던 내 지시사항을 비서실 팀원들에게 전달하고 화, 수, 목 은 쉬는 거지. 주말 이틀이랑 금, 월 반나절씩 해서 삼 일 일 하는 거야.”

“그 정도면…… 할 만하겠네 요.”

주 5일 근무할 것을 주 3일만

하는 거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혼 직원들은 좋아하 더라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니 아이가 있는 가장이라면 모를까, 미혼이라면 주말에 일하 더라도 주 3일 근무가 좋을 것 같았다.

아니, 맞벌이 부부라도 오히려 이 근무가 좋을 것 같았다. 아이 케어하기에는 더 좋을 테니 말이 다.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있더라 도 꼭 주말에 데이트를 할 필요 가 없고, 가족하고도 평일 저녁 에 보면 되는 것이다.

“적게 일한다고 월급이 적은 건 아니겠죠?”

“그럼 누가 주말에 일하려고 하 겠어. 월급은 똑같이 나가.”

그러고는 강상식이 웃으며 말을 했다.

“한 달 정도 이렇게 하고 있는 데 좋아들 하더라고. 주말이라

나 줄근 안 하니 편하게 사무실 에서 쉬다가 내가 지시하는 것만 하면 되니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사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있다면 편하기는 할 것 같 았다.

업무 지시를 하는 사람도 없으 니 자기 할 일 하다 퇴근 시간에 퇴근하면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강상식이 주말마다 업무 지시를 할 사람도 아니니, 보통 은 일이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일은 형이 좀 수고 해 주세요.”

“수고는 무슨……

강상식은 문지나와 함께 통닭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말을 했다.

“애들은 지켜줘야지. 특히 이미 상처받은 아이들인데…… 애들 은 어른이 지켜줘야지.”

말을 한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 다.

“그런데 울고 싶은 애 뺨은 때

리지 말아야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한테 독한 말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참……

고개를 저은 강진은 옆에서 이 야기를 듣고 있던 황희승을 보았 다.

‘걱정하지 말아요. 잘 될 거예 요.’

강진이 눈빛으로 말을 하자 황 희승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저었다. 황희승이 감사할 일이 아니었다.

그냥 선생님이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 교직에 있는 것이 문제였 다.

‘이런 사람이 다른 좋은 선생님 들 모두를 욕 먹이는 거지.’

이런 선생보다 좋은 선생님들이 더 많을 것이다. 쌀 포대에 담겨 있는 멀쩡한 쌀들처럼 말이다.

다만 멀쩡한 쌀들 사이에 한 알 의 썩은 쌀이 담겨 있으면 그 상 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한 알의 썩은 쌀이 나왔으니 다 른 쌀도 썩었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말이다.

고개를 저은 강진이 한숨을 쉬 었다.

“좀 잘 해 주지.”

강진은 말 그대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선생이 나쁜 사람이라 마음이 안 좋았고, 강상식이 일

을 진행하면…… 그 선생의 앞 날이 짐작이 되니 또 마음이 안 좋았다.

고개를 젓는 강진의 모습에 강 상식이 물었다.

“왜 그래?”

“조금 마음이 어수선해서요.”

“뭐가?”

강진이 심정을 이야기하자, 강 상식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 다.

“인과옹보야. 자신이 뿌린 대로 거두는 거지. 애들 마음에 상처 를 줬으면서 자기는 무슨 꽃길 걸으려고 했대?”

“그건…… 그렇죠.”

“그리고 혹시 그 선생 밥그릇 뺏는 것 같아서 기분 안 좋은 거 면 그런 생각 하지 마. 그 선생 때문에 밥그릇이 깨진 아이도 있 을 테니까.”

“밥그릇이 깨져요?”

“그 선생이 준 상처로 미래가

변한 아이들도 있지 않겠어? 나 는 안 되는구나. 나는 머리가 나 빠.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엇나 가는 경우 말이야. 그 선생은 애 들 미래를 망친 거야.”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했다.

“그래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정말 사람을 잘 가려서 뽑아야 하는데…… 애들 미래가 달렸으 니 말이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이 옳았다. 자신들 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선생님에 게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그 일로 주눅이 들어 잘할 수 있 는 공부도 손을 놓게 될 수도 있 었다.

“그러고 보니 제 친구 하나 생 각나네요.”

“ 친구?”

“중학교 때 친구였는데 애가 공 부를 중간 정도 했거든요.”

강상식이 보자 강진이 말을 이 었다.

“그런데 영어를 아예 못했어요. 시험 보면 두 개 세 개 맞았나?”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의아한 듯 물었다.

“공부를 중간 정도 했다며?”

“그러니 대단한 거죠. 영어를 두 개 세 개 맞고도 중간 정도 한 거니까요.”

“아…… 그럼 다른 과목을 잘했 나 보네?”

“수학은 평균 정도였는데 다른 시험은 거의 다 맞더라고요. 특 히 국어하고 한문, 사회 같은 건 거의 다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럼 머리 좋은데 왜 영어를 못해?”

“집이 좀 못 살아서 학원을 안 다녔대요. 그래서 영어도 중학교 와서 처음 배웠는데 일 학년 때 영어 선생님이 바로 영어를 읽으 라고 시켰대요. 근데 읽을 수가 있나요. 그래서 애들 읽는 거 적 어서 무작정 외웠는데 그게 어디

쉽나요. 결국 제대로 못 읽어서 혼났는데 주눅이 들어서 영어를 아예 놔 버렸더라고요.”

“아…… 영어 선생님이 좀 잡아 줬으면 공부 잘했겠네.”

“그럴 것 같아요.”

“그 친구도 영어 선생 잘못 만 나서 인생 조졌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는 영어 때문 에 좋은 학교를 가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어가 평균을 다 깎아 먹어 버 리니 다른 시험을 아무리 잘 봐 도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중학교 1학년 때 만났던 그 영어 선생님이 그 친구 인생 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나쁜 쪽으로 말이다.

강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강상식 이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가볍게 뛰어내린 강상식은 트럭 옆에 있는 공을 툭툭 차다가 골 대를 향해 강하게 찼다.

뻥! 철렁!

공이 작은 골대에 빨려 들어가 는 것을 보던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그 선생 아주 혼을 내줄 거 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내 주자고요.”

강진은 황미소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황미소가 학교를 간 이 후 강진은 저녁 장사하기 전에 통화를 하곤 했다.

“그래. 오늘 학교 어땠어?”

[친구들하고 놀았어.]

“어제도 놀았는데 오늘도 놀았 어? 공부는?”

[공부도 매일 해. 그리고 애들 은 글씨 잘 못 쓰는데 나는 되게 잘 쓴다?]

“그래. 미소 똑똑하고 좋네.”

[헤헤 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황미소의 밝은 웃음소리에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선생님이 잘 해 줘?”

[선생님?]

“ "응."

石“.

[모르겠어. 나 잘 안 봐.]

“잘 안 봐?”

[선생님이 ‘이거 읽어 볼 사람?’ 해서 내가 손을 들었거든? 그런 데 나보다 늦게 든 애 보고 읽어 보라고 해.]

“그런 일이 있었어?”

[응. 그래서 이제는 손 안 들 어.]

“왜 손을 안 들어?”

[들어도 읽으라고 안 하는걸. 근데 선생님 이상해.]

“왜?”

[손 안 드니까 너는 이것도 못 읽느냐고 그랬어.]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그랬어?”

[응! 손을 들어도 안 시키니까 그런 건데……』

억울한 듯 점점 작아지는 황미 소의 음성을 들으며 강진이 말했 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내가 책 들고 읽으라는 부위를 막 읽었거든? 그러니까 누가 너 보고 읽으라고 했냐고 했어. 왜 시키지도 않은 걸 하냐고■』

“나쁜 선생님이네.”

[그냥 좀 이상해.]

“알았어. 미소야. 오빠가 며칠 있다가 또 갈게.”

[응! 아, 오빠 올 때 나 친구들 오라고 해서 같이 먹어도 돼?]

“물론이지.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고 선생님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알았어.]

통화를 마친 강진이 눈을 찡그 렸다.

“나쁜 선생 같으니. 님이라는 글자가 너무 아깝다.”

강상식의 계획을 들었을 때, 선 생이 직업도 잃고 욕도 많이 먹 을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고 약간 불쌍하다 여겼던 자신이 바 보 같았다.

선생이라는 사람이 애들한테 잘

한다 잘한다 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기를 죽이고, 발표도 차 별을 하다니 말이다.

이렇게 하면 기가 죽어서 앞으 로 학교생활을 할 때 잘 못하거 나, 심하면 쉽게 할 수 있는 것 도 금방 포기하는 아이로 자랄 수도 있었다.

아니면 선생님이 구박을 하는 것을 알고 다른 애들이 황미소를 무시할 수도 있고…… .

‘나쁜 사람.’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강상식에게 전화를 걸 었다.

[어.]

짧지만 반갑게 전화를 받는 강 상식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말했다.

“그 선생 어떻게 됐어요?”

[지금 그 선생 제자들 인터뷰 따는 중이지. 왜?]

강상식의 물음에 강진이 황미소 와 한 통화 내용을 말해 주었다.

[거참…… 이번에 좋은 선생님 들 자료 찾다 보니 정말 참스승 이라 할 선생님들도 많던데. 하 필이면 천 명 중에 한 명 있을 나쁜 선생이 우리 가까이에 있 네.]

“그러게요.”

강진이 작게 한숨을 내뱉자 강 상식이 웃으며 말을 했다.

[좋은 선생님들 자료 좀 모았는 데 너한테 좀 보내 줄까?]

“좋은 선생님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밝은 목 소리로 말을 했다.

[보니까 좋은 선생님들도 많더 라고. 마음이 아주 훈훈해.]

“좋은 선생님들 많이 찾으셨나 보네요?”

[어떤 고등학생은 조폭이었는 데…… .]

“고등학생이 조폭요?”

[일찍 그쪽으로 빠진 모양이야. 그런데 국어 선생님이 그 학생이 쓴 독후감을 보고는 글재주가 있

다는 걸 안 거지. 그래서 그 학 생을 설득한 모양이야. 너 글 재 주 있으니 지금이라도 공부해서 학교 마음잡고 다니면 어떻겠냐 고.]

“말 안 들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말 안 듣지. 그 어린 나이에 조폭 생활 할 정도면 얼 마나 성격이 더러웠겠냐?]

“그래서요?”

[선생님이 생각을 해 보니 글재 주가 있다는 건 책을 봤다는 것

아니겠어? 타고났을 수도 있지만 글이라는 건 많이 읽어 봐야 쓰 는 것도 느는 거니까.]

“그렇겠죠.”

강상식이 맞장구를 원하는 것 같아서 강진은 웃으며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그에 강상식이 웃 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소설책들을 줬대.]

“소설책요?”

[어렵고 지루한 인문 소설들 말 고, 그냥 재미로 한 번 읽을 수

있는 소설들 말이야. 무협이나 판타지 같은 소설책들.]

“아!”

[마침 그 선생님도 그런 소설들 을 좋아해서 집에 꽤 많이 가지 고 있었나 봐. 그래서 그중에 자 신이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로 모 아서 소설책들을 주면서 말을 했 대. 조폭 생활 하면서 심심할 때 읽어 보라고.]

“그래서 읽었대요?”

[응. 교과서를 줬으면 안 읽었

겠지만 일반 재미로 보는 소설을 줬으니 그 학생도 심심할 때 읽 어 보고 했나 봐. 근데 그 선생 님이 머리를 잘 쓴 것이…….]

강상식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책을 줄 때 완결까지 안 주고 중간까지만 줬다는 거야. 그것도 딱 절묘한 순간에 끊어진 것들로 말이야.]

이야기를 하는 내내 강상식의 목소리는 살짝 들떠 있었다. 아 무래도 훈훈한 사연을 봐서 기분 이 좋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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