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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86화 (784/1,050)

786화

“저 죽고 형부 혼자 어린애를 키우니 진해가 자주 가서 청소도 해 주고 애기를 봐 주고 했어 요.”

홍진주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자 강진은 조용히 그녀를 보았다. 그에 홍진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학봉 씨가 무슨 소리 를 들었는지 진해한테 앞으로는

오지 말라고 했어요.”

“왜요?”

“아무래도 애 키우는 홀아비 집 에 처제가 계속 드나드니까 주위 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나 봐 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사람들이 참 남의 일이라고 함 부로 이야기를 해요.”

이갈 그대로 남의 일이니까요.”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젓고는 다시 고기를 괴롭히기 시 작했다.

촤아악! 촤아악!

고기에서 기름이 튀는 것을 보 며 강진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요?”

“학봉 씨가 앞으로 오지 말라고 하니까 진해가 그럼 처제 말고 아내 하자고 하더라고요.”

“남편분이 많이 놀랐겠네요.”

“많이 놀라고 당황해했죠. 그러 고는 그건 사랑이 아니라 연민이 고 인섭이가 안쓰러워서 그런 거 라면서 그런 생각 하지 말라고 했는데…… 후!”

홍진주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 다.

“우리 진해가 고집이 엄청 세거 든요. 그렇게 이 년인가 진해가 계속 찾아가고 하면서 노력했어 요. 그러다 인섭이가 진해에게 엄마라고 하면서 잘 따르고 안 떨어지려고 하니…… 남편도 마

음을 열게 됐어요.”

“그렇게 된 거군요.”

“그런데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 을 하신 거예요? 반대가 정말 심 했을 것 같은데?”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이혜미 가 묻자 홍진주가 고개를 끄덕였 다.

“반대가 정말 심하셨죠. 그런 데…… 생각보다 쉽게 풀렸어 요.”

“어떻게요?”

이혜미는 그것이 정말 궁금했 다. 만약 자신이 이런 상황이었 다면? 자기 부모님은 절대로 허 락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처녀가 사별을 한 남자에게 시 집을 간다고 해도 난리가 날 판 에, 처제가 형부에게 시집을 간 다는 것이니 말이다.

“엄마가 학봉 씨 안 보려고 하 는데 진해가 인섭이 데리고 집에 왔어요. 그런데 인섭이가 진해한 테 엄마, 엄마 하는 거예요.”

잠시 말을 멈춘 홍진주의 얼굴

에 씁쓸함이 어렸다.

“인섭이가 웃으면서 진해한테 엄마, 하고 달려가니까 엄마하고 아빠…… 제 생각이 나셨나 봐 요. 눈물을 주르륵 흘리다가 ‘인 섭이한테 엄마가 있어야지.’ 하면 서 결혼을 허락하셨어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괜찮으셨어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말을 하

지 않고 가만히 홀을 보다가 미 소를 지었다.

“그때는 복잡했어요.”

잠시 말을 멈춘 홍진주가 쓰게 웃었다.

“그때는…… 제 동생한테 남편 과 아들을 뺏기는 것 같았어요. 동생한테 배신감도 들고.”

“그러실 수 있죠.”

“좋은 마음으로 축복을 해 줘야 했는데…… 진해가 있는 자리가 내 자리여야 했는데. 인섭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건 나여야 했는 데…… 그런 식으로 질투가 났어 요. 내 자리를 진해가 가져간 것 같아서 밉더라고요.”

홍진주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 참 못났죠?”

“그럴 리가요.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요. 인섭이 저처럼... 아

니, 저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아 껴줬고……

씁쓸한 얼굴로 홀을 보던 홍진

주가 웃으며 말을 했다.

“아버지를 존경하는 아들로 키 웠으니까요.”

“그때 기분이 많이 좋으셨나 보 네요.”

“많이 좋았죠. 아들이 아빠를 존경한다는데요.”

웃으며 홀을 보던 홍진주가 강 진을 보았다.

“제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그동안 속에 담아두기만 했던 이야기가 계속

나오네요. 듣기 지루하셨죠?”

“그럴 리가요.”

강진은 웃으며 홍진주를 보았 다.

“저는 저승식당 사장이에요. 저 는 제가 하는 일이 여러분들에게 음식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여 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거 라고도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저에게 하세요. 제가 아주 잘 들어드릴 게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 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가실 때 하세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속 이야기가 한둘이 아닐 텐데 벌써 감사 인사를 하시면 어떡해요.”

“그것도 그러네요.”

작게 웃는 홍진주를 보던 강진 이 볶아진 돼지고기를 가리켰다.

“어떻게,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

어요.”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걸

요.”

말을 하며 홍진주가 젓가락을 들어 고기를 집었다.

스으윽!

불투명한 고기가 젓가락에 들리 자, 홍진주가 웃으며 그것을 입 에 넣고 씹었다. 그러고는 미소 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맛이 좋아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다행이라 는 듯 그녀를 보았다.

“입에 맞으셔서 다행입니다.”

“짭짤하면서도 달아서 맛이 있 어요. 고기 식감도 좋고요.”

홍진주가 웃는 것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이고는 작은 접시를 몇 개 꺼내서는 고기와 마늘들을 조 금씩 담았다. 그러고는 쟁반에 접시들을 담았다.

“드시고 계세요.”

쟁반을 들고 홀로 나온 강진은

웃으며 손님들 테이블에 다가갔 다.

“제가 음식을 좀 만들어야 해서 홀에 소홀했습니다. 이건 서비스 입니다. 양이 적다고 서운해하지 는 말아 주세요.”

“하하하! 아닙니다. 이야! 소금 돼지구이네요.” 이거

“요리라고 할 것은 없고, 앞다리살에 소금하고 마늘 구운 겁니다. 하지만 맛은 실 거예요. 단짠단짠이죠.” 그냥 넣고 있으

강진의 말에 손님이 웃으며 고 기를 한 점 집어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돼지기름이 고소하면서 소금의 짠맛이 돌고, 지방 단맛도 좋네 요.”

“음식 맛 잘 표현하시네요.”

“맛있으니까요. 잘 먹겠습니다.”

손님의 말에 고개를 숙인 강진 은 다른 테이블에도 고기들을 서 비스했다.

손님들에게 일일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고기를 서비스한 강진 이 정학봉 테이블에 다가갔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손님들 테 이블로 서비스된 고기를 보았다.

“돼지고기 소금에 구운 겁니 까?”

“고기 굽는 건 삼겹살을 최고로 치기는 하지만, 앞다리살 소금 쳐서 구워도 단짠단짠해서 맛있 죠.”

“맞습니다. 특히 지방을 조금 태우듯이 구우면 더 맛있죠.”

“잘 아시네요.”

“고기 구워 먹고 싶은데 삼겹살 은 좀 비싸서 젊었을 때는 뒷다 리살 사다가 구워 먹고는 했습니 다.”

정학봉의 말에 정인섭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삼겹살을 먹지 못할 정도로 우 리 가난했어?”

“후! 너 키우는 데에 돈이 얼마

나 많이 들어가는데.”

“그랬어?”

“그럼. 당연하지.”

정학봉의 말에 정인섭이 웃었 다.

“나 돈 많이 안 쓴 것 같은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웃으며 고기를 보는 정학봉의 모습에 강진이 말을 했다.

“저 먹으려고 만든 건데 좀 드 릴까요?”

“아! 있으면 좀 부탁하겠습니 다.”

정학봉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는 홍진주를 보았다. 홍 진주는 맛있게 고기를 먹고 있었 다.

“홀에 가서 가족들하고 드세 요.”

“고맙습니다.”

“따로 더 드시고 싶은 거 있으 시면 말씀하시고요.”

“네.”

홍진주가 먹던 고기를 접시에 담으려던 강진은 문득 멈췄다가 찬장을 열어서는 도자기 접시를 꺼냈다.

강진은 접시에 뜨거운 물을 부 었다. 그러다 접시에 온기가 돌 자 행주로 깨끗이 물기를 닦아내 고는 고기를 올렸다.

따뜻한 도자기 그릇에 고기를 올렸으니 그 온기가 오래갈 것이 다.

“오! 좋은 생각했네.”

“이럴 때 써먹어야지.”

강진은 웃으며 쟁반에 고기와 반찬들을 올렸다. 그 모습을 지 켜보던 배용수가 방금 만든 계란 말이와 김치찌개도 쟁반에 올렸 다.

그리고 그 옆에 고등어구이를 올렸다. 고등어구이는 그 위에 간장 양념이 올라가 있어서 무척 맛이 있어 보였다.

“파전은 한 십 분 후쯤 낼게.”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음식들을 들고는 홀로 나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음식들을 놓기 시작하 자, 홍진해가 입맛을 다셨다.

“음식이 참 맛있게 보이네요.”

“보기에도 맛있고 먹으면 더 맛 있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돼지고기볶음을 가리켰다.

“원래 저희 소금돼지볶음에는

양념을 조금 더 하는데, 이건 간 단하게 저 먹으려고 소금하고 마 늘만 넣고 볶은 겁니다. 입에 맞 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김학봉이 고기를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씹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습니다.”

“고기에 소금을 치면 어지간하 면 다 맛있는 법이죠.”

“그래도 이렇게 맛있게 굽기는 어렵죠. 겉은 살짝 탄 것처럼 익

었는데 속은 촉촉한 것이 좋습니 다.”

“제가 요리사인데 잘 구워야죠. 막걸리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강진은 막걸리와 주전자를 가져 다주고는 홀 한쪽에 가서는 섰 다. 정학봉 일행만 신경 쓰기에 는 다른 손님들도 있으니 말이 다.

강진이 주고 간 주전자에 막걸

리를 부우며 정학봉이 말했다.

“어서들 먹어.”

정학봉의 말에 정인섭이 젓가락 을 홍진해의 앞에 놓았다.

“엄마 먹어.”

“그래. 고맙다.”

홍진해가 젓가락을 드는 것을 보며 정학봉이 미소를 짓고는 양 은그릇을 내밀었다.

“당신도 한잔해. 여기 막걸리가 아주 맛이 좋더라고.”

“그래요. 한 잔 주세요.”

홍진해가 양은그릇을 받자, 정 학봉이 막걸리를 따르고는 주전 자를 정인섭에게 내밀었다.

“한 잔 따라 봐라.”

“네.”

쪼르르륵!

막걸리를 받은 정학봉이 아들에 게도 한 잔 따라주고는 작게 건 배를 했다.

“자, 다들 건강하게 삽시다.”

“네.”

“건강하세요.”

가족과 함께 막걸리를 마신 정 학봉은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 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옛날에 먹었던 맛이 난다.”

정학봉의 말에 정인섭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으세요?”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으면 시

켜서 먹을 걸 그랬다.”

“평소에는 안 드셨어요?”

“밥 먹으러 오는데 고기반찬은 좀 과한 것 같아서. 그리고 이런 건 술하고 먹어야 또 맛이 있으 니까.”

정학봉의 말에 정인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게 드세요.”

“그래. 맛있게 먹자.”

정학봉이 고기를 하나 더 집어

입에 넣을 때, 그를 지켜보던 홍 진주가 미소를 지었다.

“당신 이렇게 해서 소주 주면 참 맛있게 먹었는데.”

홍진주의 목소리에 강진이 힐끗 그녀를 보았다. 홍진주는 테이블 옆에 서서 정학봉을 보고 있었 다.

그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그 옆 에 가서는 슬쩍 정인섭의 옆 의 자를 뺐다.

“형도 같이 드세요.”

자신이 의자를 빼는 것에 정인 섭이 급히 수저와 젓가락을 앞에 놓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따 다른 손님들 다 가고…… 사모님이 허락해 주시면 앉을 게.”

강진의 말에 홍진해가 웃으며 말했다.

“저야 저희 남편 음식 잘 해 주 시는 분하고 친해지면 좋죠. 이 따가 꼭 합석해 주세요.”

홍진해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답한 강진은 홍진주를 향해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자신이 잡 아당긴 의자를 눈짓으로 가리켰 다.

‘여기 앉으세요.’

강진의 시선에 홍진주가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홍진주가 앉자 강진은 뒤로 물

러나서는 손님들의 반찬을 살폈 다.

“강진아, 파전 가져가!”

배용수의 외침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서는 배용수가 파전을 접시에 담고 있었다.

“이건 학봉 씨 쪽 주고, 여기 작은 그릇들은 손님들한테 맛이 라도 보시게 좀 드려.”

“이건 미니 파전이네.”

배용수는 작은 접시에 작은 파 전을 담고 있었다.

호떡 크기의 파전의 모습에 강 진이 웃자, 배용수가 말을 했다.

“서비스니까. 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은 파전들을 들고 홀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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