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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787화 (785/1,050)

787화

손님들이 가고 빈자리를 정리하 던 강진은 정학봉 테이블을 보았 다. 정학봉 가족은 막걸리를 마 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화목해 보이는 가족들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짓고는 홍진주를 보았다. 그녀도 웃으며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학교생활 재밌어?”

일 학년이고 신입생이라 그런

지 교수님들도 수업보다는 학교 생활이나 재밌는 이야기들 많이 들 하셔. 그리고 선배님들도 잘 해 주고.”

“전에 그 동아리 들었다는 건?”

“풍물패 들어갔어.”

“풍물패?”

정인섭의 말에 정학봉이 말을 했다.

“그거 시끄러워서 평소 할 수 있는 곳도 없는데, 차라리 기타 나 그런 거 배우는 동아리 들어

가지 그랬어.”

“풍물패가 재밌다고 하더라고.”

“그래?”

“기타는 혼자 쳐도 되는데 풍물 은 장구, 북, 쇠, 징 이렇게 모여 서 쳐야 하잖아. 그래서 선후배 끼리 더 친해지고 좋대.”

가족끼리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홀을 정리한 강진은 그릇들을 주 방으로 옮겼다. 주방에서는 귀신 들이 JS 과자를 먹으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핸드폰을 보던 배용수가 문득 강진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이거 봐라.”

“뭔데?”

“아가씨 기사 떴다.”

“아가씨? 소희 아가씨?”

"응."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의아해하 며 핸드폰을 받았다. 귀신인 김 소희가 무슨 기사가 떴나 싶은 것이다.

〈조선의 의병 김소희.

임진왜란 당시 수많은 백성들은 의병이라는 이름으로 왜적과 싸 우며 자신을 희생했다.

임진왜란 시기 유명한 의병들과 달리, 김소희라는 이름은 다들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의병 김소 희는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김소희는 병조참판을 지낸 아버 지와 함께 열넷의 나이에 전쟁터

로 향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중1 여학생이 검을 들고 나라를 지키 기 위해 싸운 것이다.〉

기사를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이거 아가씨 이야기네?”

“나도 깜짝 놀랐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기사를 마저 보았다. 가사에는 김소희의 일대기에 대한 것이 간략하게 적 혀 있었다.

오빠를 자기가 직접 죽였다는 내용은 없고, 그녀가 어떤 전투 에 참여했는지 아주 간단하게 적 혀 있었다.

기사를 보던 강진은 자신의 핸 드폰을 꺼내 황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형. 인터넷 뉴스에 소희 아 가씨 내용 있던데요?”

[아! 그거 봤어?]

“용수가 기사 보여줬어요.”

[소희 아가씨 자료 좀 많이 모

아졌거든. 그래서 조만간 작업 시작할 거야. 그전에 이런 분이 있다는 거 알리려고 언론 작업 중이야. 아! 책으로도 나올 거 야.]

“책요?”

[책 홍보 효과도 있잖아. 책 나 오면 형이 보내줄게.]

“책은 언제 나오는데요?”

[무협 소설가 하나 붙여서 지금 작업 중인데…… 여름쯤 생각 중 이야.]

“여름이라…… 근데 무협 소설 이에요?”

[소희 아가씨 활약상을 그려야 하니까. 무협 쪽이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

“제목은요?”

[제목은 아직 미정인데 소희 아 가씨께 여쭤보고 정하려고.]

“그…… 소희 아가씨 묘사를 좀 미인으로 하셔야 할 거예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학살당 할 일 있냐? 가련하면서도 예쁜

조선제일미로 할 거야.]

조선제일미라는 말에 강진이 웃 었다.

“소희 아가씨께서 좋아하시겠네 요.”

[후후후! 아마도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만 살짝 올리면서 이렇게 말씀하시겠지. ‘이 정도면 괜찮게 잘 쓴 것 같군.’]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실 것 같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어쨌든 책 나오면 아가씨 기분 좋으시겠네요.”

[기분 좋으셔야지. 그러려고 만 드는 거니까.]

“아! 여배우는 박신예 씨 써야 되는 거 아시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전에 드라마 이야기할 때 아가 씨가 박신예하고 이미지가 비슷

하다고 하니 좋아하시던 건 아는 데…… 근데 사실 아가씨는 박신 예보다 김향기 쪽 아니냐?]

“그건…… 그렇죠.”

[내가 아가씨를 모르면 박신예 를 써도 되겠지만 아가씨를 아 니…… 이거 양심에 걸려서.]

“양심에 걸려도…… 학살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 었다.

[하긴, 양심보다는 내 목숨이

소중하기는 하지. 어쨌든 알았 다.]

“알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그래.]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은 기 사 내용을 보다가 웃으며 댓글을 달았다.

〈이강진: 너무 멋진 분이시네 요. 그 어린 나이에 민족을 위해 싸우시다니…… 이런 분을 주인 공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나왔으

면 좋겠어요! 배역은…… 박신예 씨가 어울릴 듯.〉

그렇게 댓글을 달은 강진은 다 른 댓글들도 보았다. 기사에 달 린 댓글에는 멋지다는 내용들이 꽤 많았다.

그런 댓글들을 보던 강진이 웃 을 때, 홍진주가 주방에 들어왔 다.

“저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강진은

핸드폰을 배용수에게 주고는 그 녀를 보았다.

“필요한 것 있으세요?”

“계란찜 하나 해 주실 수 있을 까요?”

“물론이죠.”

강진이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는 사이 배용수가 뚝배기를 꺼내 불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강진이 계란을 볼에 풀 어 휘저을 때, 홍진주가 말을 했 다.

“저 계란에 뭐 넣고 하세요?”

“소금 넣고 파 얇게 썰어서 넣 는데 다른 거 넣을까요?”

“그 파 말고…… 새우젓을 넣어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됩니다.”

웃으며 답한 강진은 냉장고에서 새우젓을 꺼내며 말을 했다.

“저도 저희 먹을 때는 새우젓 넣고 계란찜을 만들어요.”

“새우젓 넣으면 맛있죠. 맛도

깊어지고.”

“그렇죠.”

웃으며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가끔 새우젓 넣은 계란 찜 안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더라 고요.”

“그래요?”

“제가 맛있어도 손님이 싫어하 면 안 좋은 음식이죠. 그래서 손 님에게 내는 음식들은 평범하게 하고 있어요. 물론! 진주 씨처럼 요청하시는 분들은 해 주고 있지

만요.”

강진은 새우젓을 넣은 계란물을 뚝배기에 부었다.

촤아악!

달아오른 뚝배기에 계란이 닿자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강진이 수저로 계란을 밑에서 위 로 긁어 올리는 것처럼 파내기 시작했다.

스르륵! 스르륵!

강진은 수저로 동그랗게 원을 그리둣 계란을 긁어 올렸다. 이

렇게 끓이면 위로 몽글몽글하게 솟구치는 폭탄 계란찜이 되는 것 이다.

어느 정도 계란이 위로 솟아오 르자 강진은 불을 끄고는 뚝배기 를 가져다가 그 위에 덮었다.

8자 모양으로 뚝배기 두 개가 겹쳐지자, 홍진주가 의아한 듯 말했다.

“이건 왜 이렇게 하시는 거예 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잠시 뚝배기를 보았다.

“잠시만요.”

속으로 수를 세던 강진은 행주 로 위에 놓은 뚝배기를 조심히 들어 올렸다.

“와!”

뚝배기를 치우자, 그 밑에 계란 찜이 몽글몽글하게 부풀어 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굉장하죠?”

“네. 술집에서 이렇게 주는 것

을 보기는 했는데…… 이렇게 만 드는 거였네요.”

“저도 여기서 배운 거예요.”

웃으며 강진이 계란찜을 쟁반에 올려서는 홀로 나왔다.

“서비스 계란찜입니다.”

강진의 말에 정학봉이 웃으며 테이블 가운데에 자리를 만들었 다.

“이제 손님들 좀 없는 것 같은 데 같이 하시죠.”

“그럼 그럴까요?”

강진이 다른 테이블 의자를 하 나 잡아당겨 앉으려 하자 정학봉 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여기 빈자리 있는데요.”

“저는 여기가 좋아서요. 손님 오면 바로 일어나야 하고요.”

웃으며 통로 쪽에 의자를 놓고 앉는 강진을 보던 정학봉은 자신 의 그릇에 담긴 막걸리를 쭈욱 마시고는 빈 그릇을 내밀었다.

“한 잔 마시세요.”

“고맙습니다. 그럼 한 잔만 마 시겠습니다.”

“한 잔만요?”

“손님은 가셨지만 아직 주방 일 이 남았으니까요.”

웃으며 강진이 그릇을 받자, 정 학봉이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그 에 강진이 시원하게 마시고는 빈 잔을 다시 내밀었다.

쪼르륵!

막걸리를 받는 정학봉을 보던 강진이 홍진해를 보았다.

“아드님이 좋은 대학 가셔서 기 분이 좋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홍진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기는 한데…… 과가 토목과 라 애가 고생할까 봐 걱정이에 요. 토목과 나오면 삽질을 그렇 게 시킨다는데.”

“토목과라고 하면 삽 들고 노가 다 현장만 팔 것 같지만, 그 안 에도 부서가 여럿이에요. 그리고 토목과 나왔다고 삽 안 들어요.”

정인섭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토목과라고 다 삽 들지 않아요.”

“들기는 든다는 말이네요?”

“뭐…… 현장 바쁘면 들기도 하 죠.”

“잘 아시는 거 같으시네요?”

홍진해의 물음에 강진이 웃었 다.

“학비 벌려고 현장에서 아르바

이트를 많이 했거든요. 거기서 보니까 토목 기사님들은 기계 들 고 다니면서 측량하거나 작업 지 시하시지, 직접 삽은 안 드세요.”

“그래요?”

“그럼요. 물론 덥고 추워도 현 장에 있어야 하니 몸 고생은 좀 하지만요.”

“아……

강진의 말에 홍진해와 홍진주 둘이 동시에 정인섭을 걱정스럽 게 보았다. 그 시선에 정인섭이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젊어서 고생 좀 하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정인섭은 웃으며 홍진해에게 막 걸리를 따라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홍진주가 아쉬운 얼굴로 아들이 따르는 막 걸리를 보았다. 자신도 정인섭에 게 막걸리를 받고 싶고, 괜찮다 는 말을 듣고 싶은데…….

아쉬워하는 홍진주를 보던 강진 은 작게 고개를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이만 주방에 들어가야겠네 요.”

“조금 더 드시지.”

“저야 주방 일 해야죠. 그리 고…… 저도 눈치는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고개를 숙인 강진은 의자를 원 래대로 놓고는 홍진주에게 눈짓 했다. 그에 홍진주는 정인섭을

잠시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홍진주를 데리고 주방에 들어온 강진은 그녀를 보며 말했 다.

“가족하고 같이 계시는데 모셔 서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그런데 왜……

왜 불렀는지 궁금해하는 홍진주 를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오셨는데 맛있는 음식 좀 드셔야죠.”

“저기에서 먹으면 되는데요.”

홍진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냈다.

“저기에서는 음식밖에 못 드시 잖아요.”

강진은 소주를 한차례 흔들고는 잔에 따라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 다.

“술도 좀 하시라고 모셨어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잔하고 싶었 는데 고맙습니다.”

홍진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소주잔을 가리키고는 냉 장고에서 소시지를 꺼냈다. 그러 고는 껍질을 벗겨 내밀었다.

“이거 드셔 보세요.”

“고맙•…"

말을 하며 소시지를 받던 홍진 주가 놀란 눈으로 소시지를 보았 다. 소시지가 손에 잡히니 말이 다.

“이게 어떻게?”

“저승에서 파는 소시지거든요.”

“저승에서 파는 소시지요?”

“정말 맛있습니다. 드셔 보세 요.”

강진의 말에 홍진주가 소시지를 보다가 한 입 베어 물고는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정말 맛있어요. 저승에도 이런 것을 팔아요?”

“승천하셔서 저승에 가시면 아

주 놀라실 거예요.”

“놀라운 것이 아주 많나 보죠?”

“그게 아니라…… 이승하고 아 주 많이 닮았거든요.”

“그래요?”

“그럼요. 정말 이승하고 비슷해 요. 아! 저승에는 편의점도 있어 요.”

“저승에 편의점요?”

놀란 눈을 하는 홍진주를 보며 웃은 강진은 으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에 홍진주가 호기 심 어린 눈으로 강진을 보며 이 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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